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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사는 동안 시도해 볼만한 일상의 경제학(2편-1)

경인 아라 뱃길에서 만난 물오리 떼

 

“아! 물오리다.”

19살 때 바다를 처음 봤을 때 “바다다!” 라고 소리친 것처럼 길이 18.7km의 경인 아라 뱃길에서 마주친 물오리 떼를 보고 나는 어린애처럼 탄성을 질렀다. 최근 한 선배와 경인 아라 뱃길의 산책로를 걷고 있을 때였다. 시천교를 벗어난 경인 아라 뱃길 중간 지점의 수역이었을 것이다. 운하에서 노니는 60여 마리의 물오리 떼를 본 선배가 “저기 좀 보라”면서 나를 세웠다. 갈색과 회색 깃털을 가진 녀석들은 오후의 햇살을 받아 물비늘로 반짝거리는 수면위에 저마다의 물길을 내면서 유영을 즐기거나 물속으로 자맥질을 치고 있었다.

 

 

운하의 폭이 80m이니까 얼추 나와는 30m쯤 떨어진 지점이었다. 녀석들의 몸짓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거리였다. 물오리 떼는 신부 집에 전해 주는 신랑 측의 나무 기러기 수십 마리에 색을 칠해 물에 띄어 놓은 것 같았다. 얼마간 지났을까, 넋 놓고 녀석들을 보던 내게 긴장이 풀리며 몸의 변화가 찾아왔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번뇌가 일시에 빠져나가 마음이 편해졌다. 어깨를 짓눌렀던 나뭇지게를 부엌 앞마당에 부려놓았을 때와 같이 몸이 날아갈 듯이 가벼웠다. 나는 훨훨 날아 녀석들에게 닿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빨랐던 맥박도 현저히 느려졌다. 녀석들이 매개하는 자연의 평화가 온전히 내게 온 것이었다.

 

“꽥꽥... 꽥꽥.....” 녀석들이 서로를 부르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리면 나는 낙원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서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새는 늘 떠날 준비를 하고, 나는 늘 남아서 사랑을 한다

 

영국의 공리주의자 J. 벤담은 “자연은 인간을 최고의 권력을 가진 두 명의 주인, 즉 ‘고통’과 ‘즐거움’의 지배하에 두었다”고 말했다. 물오리 떼를 보고 있는 나는, 지금 고통의 지배자로부터 벗어나 즐거움의 지배자로부터 통제를 받고 있었다.

 

“너는 온전히 이 순간 짐을 내려놓고 멈춰 서서 저들의 평화로운 몸짓을 관찰하라. 그리고 이 순간 네가 살아있음을 감사하라!”고 즐거움의 지배자는 내게 명령하고 있었다. 지배자는 운하 산책로 왼쪽으로 낮게 누운 언덕 빼기 잔 나무에 새 한 마리도 날려 보내 주었다. 녀석이 앉은 잔가지가 새의 무게에 휘청하며 지구의 중심을 고쳐 잡자, 이름을 알 수 없는 새가 쯔찌찌쯔리...하고 지저귀기 시작했다. 가까이 보려고 발걸음을 떼자 눈치를 챈 녀석은 휘리릭~ 날개소리를 내며 허공으로 날아갔다. 물오리 떼와 나를 묵언수행자처럼 보고 있던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새는 늘 떠날 준비를 하고, 나는 늘 남아서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는 시가 있어.”

“오! 멋지네요.” 내가 맞장구를 치자 선배가 물었다.

“물오리 떼를 보니 평화로움이 느껴지지?”

“그렇군요. 마음이 가라앉아 편안해 지는 것 같습니다.”

 

선배는 스마트 폰으로 물오리 떼 사진을 찍어 달력 사진으로 써도 좋을 만큼 뛰어난 운하의 물오리 떼 풍경을 보여주며 말했다.

 

“한가롭게 노니는 물오리 떼를 보면, 누구나 자연에 동화된 느낌이 들지. 초롱초롱한 새들의 눈망울을 볼 때도 그렇고. 우리가 세상을 얼마나 바쁘게 살고 있는지, 이럴 때 나를 되돌아보는 거지. 새처럼 자유를 느끼고 내일의 걱정 따위는 하지 않게 되는 거야.”(⇒2-2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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