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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생명이 다해가는 기존의 경제모델

 

기후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는 이미 다가올 것들을 예상하고 있다. 이를테면, 가뭄, 홍수, 그리고 가까운 과거에 일어났던 것보다 훨씬 더 극단적인 폭풍 등이다. 우리는 지난해에 일어났던 공급망의 붕괴가 주는 함의(含意)가 무엇인지를 보고 있다. 강이 너무 말라서 선박운행과 수력발전이 불가능했으며 핵발전소는 손상을 입었다.

 

인구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선진 공업국에서 출생률이 떨어지고 있으며, 중국의 인구는 기울고 있다, 예를 들자면 그렇다. 한국은 이런 순간에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을 기록했다. 기후변화처럼, 인구수의 변동은 근로 층과 나이든 층 사이의 사회적 계약을 팽팽하게 긴장시키는 것처럼 사회적 변동을 결정한다.

 

우리는 이 시대의 지정학적이고 경제적인 네트워크 경쟁을 하면서도 그런 관계를 가지고 지난 40년간의 세계화를 되돌려 놓고 있다.

 

“프렌드쇼어링(국제 경제에서 우방 국가에 공급 망을 구축하는 것)”, 혹은 “생산품을 우호 국가로 이동시킨다”는 말은 새로운 용어이다. 탈세계화 뒤에 지정학적 힘은 기후변화와 인구수 변동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더 증폭시켜 자원과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광란의 경쟁으로 이끌 것이다.

 

우리는 기후변화, 인구 감소와 탈 세계화의 충격이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다. 4차 혁명을 선도하는 인공지능은 실력이 미지수인 와일드카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일과 사적생활에서의 여러 위험, 그리고 무서우리만큼 진보하고 있는 전쟁에서의 위험을 보고 있다.

 

문제는 지금 우리의 경제 모델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모델들은 상황이 단순하고 안정적일 때, 우리가 많은 데이터를 끌어다 쓸 수 있는 정상적인 상태에 있을 때 쓸 만해 보인다. 문제는 그 모델이 우리의 경제가 이상하게 돌아갈 때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작동하는 그런 모델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상(異狀)한 경제를 작동시킬 경제 모델을 만들어야

 

경제학자들은 “그렇다”고 인정했다. 2008년 경제 위기의 정점에서 엘리자베스 여왕 2세가 그녀의 많은 신민들의 마음속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질문 하나를 던졌다.

 

“어째서 위기가 다가오는 것을 어느 누구도 보지 않았는가?” 그에 대한 대답은 몇 달 뒤에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가 했는데 조금은 시답지 않은 듯 했다. “경제학은 2008년 위기로 실패했고, 경제 이론은 그런 위기를 예측할 수 없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위기의 시대에 이러한 모델들이 실패하는 주된 이유는 그러한 모델들은 복잡한, 혹은 놀랄 만큼 뒤틀리고 왜곡된 것들로 가득 찬 세상을 다룰 수 없다는 데 있다. 예를 들면, 경제학의 수학적 모델은-한 개인이나 한 회사-의 대표적인 대리인을 분석하고 전반적인 경제가 이 한명의 대리인이 행동하는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점을 가정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문제, 그리고 대략 복잡성과 동적인 시스템을 가진 한 가지 문제는 전체가 부분의 총합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울리도록 시켰다고 하더라도 그들 가운데 누군가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종합적인 그림은 달라 보일 수 있잖은가. 아마 전체적으로 그들은 행동으로 출입구를 막을 수가 있고, 어쩌면 전체가 우르르 몰려드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그들 스스로가 사회과학의 물리학자이기를 좋아 한다. 수학적 모델을 지배하면서 경제 세계에 해결책을 가져다주는 것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계적인 시스템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으로 혁신을 하고, 우리의 경험을 가지고 변화하며, 때로는 그 시스템과 게임을 한다.

 

1987년 시장 위기와 훌륭한 물리학자 「리차드 페인맨」의 말을 되돌아보면 경제학자가 어떤 어려움과 마주치고 있는지를 이해할 만하다.

 

페인맨은 “원자입자들이 물리학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원자입자들의 계획을 기반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경제도 원자입자와 같다. 경제학자들이 상상하고 계획한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이 마주하는 어려움은 바로 그것이다-사람의 일이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바퀴벌레의 생존전략에서 미래 경제 모델을 얻을 수는 없을까?

 

그럼 경제학자들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아마 그럴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까지 보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걸어가고 있는 중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기후 변화가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나 어디쯤에서 AI 인공지능이 우리의 창의성을 빼앗아 갈 것인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어떤 것이 우리를 소위 급진적 불확실성에 처할 게 할지, 그런 단서조차 전혀 찾을 수 없을 곳은 어디인지-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생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들에 붙잡혀 있다.

 

그런 가능성을 경제학자의 마음에서 볼 수 있다는 소리는 당치도 않은 말이다. 미 연준이 정책계획을 발표하거나 소비 수요를 예측하는 일로 여기저기서 깜짝 놀라게 될지 모르지만 닳고 닳은 어휘를 가지고 그런 일을 하고 있다.

 

“알 수가 없는 것”이 갖는 힘이란 바로 장기적인 위험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정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닥쳐올 위험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시작은 경제학자의 효율성과 합리성의 팔레트(pallette)에서 떠나는 것이고 그 대신에 급진적인 불확실성 세계에서의 생존 사례를 보는 것이다.

 

바퀴벌레를 보자. 바퀴벌레는 우림(雨林)이 사바나로 바뀌고 사바나가 사막으로 바뀌는 수억 년 동안 생존해 왔다. 바퀴벌레는 조악한 탈출 시스템으로 이 일을 해냈다. 절대적으로 우아하지 않다. 바퀴벌레는 절대로 올해의 곤충 상을 수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급진적인 변화의 세계에서 생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잘 해 냈다.

 

우리 시대는 사바나가 사막으로 바뀌는 단계다. 기존 경제학자의 모델에 대한 대안(代案)은 거칠게 접근을 해야 하는 그 무엇이다. 왜냐? 험난한 세상에 대한 적응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하니까-단기간의 미세 조정을 거치고 최적화 정책을 얻었더라도 거기에 머물지 말고 바퀴벌레처럼 당장 또 다른 적응을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바퀴벌레처럼 행동한다면 우리의 먼 미래는 더 밝아 보일 것이다. 정글 환경에 미세하게 조정된 곤충은 아마도 같은 환경에서 생존하는 바퀴벌레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사바나에서 사막으로 세상이 바뀌고 정글이 사라지면 거기에 미세조정 되었던 곤충은 사라질 수밖에 없지만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 생존하는 바퀴 벌레는 그렇지 않고, 또 살아남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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