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2% 오를 때마다 무제한으로 엔화를 풀겠다는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 정책 때문에 엔저 현상이 계속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에 우리가 수출하고 있는 식품이라든지 수산업 쪽뿐만 아니라 일본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선박 철강과 자동차 등 수출업종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 대표적인 철강기업인 포스코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런데 엔저를 무기로 일본 철강업체들이 값을 내려 팔 경우 열연강판 등 고부가 제품들을 중심으로 포스코의 가격 경쟁력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엔화로 표를 파는 대한항공 등 항공사들도 매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또 섬유업종의 한 미국 바이어는 "최근 한국 업체에서 최대 30%의 가격 인상을 요구받았다"며 "5%까지는 수용할 수 있으나 그 이상이면 거래선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대만의 자동차 부품 바이어도 "가격이 계속 인상되면 한국산 정품 부품 수입량을 줄이고 중국산 카피 부품 수입을 늘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원화가 달러당 1천원 이하로 떨어지면 수입 중단도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엔저 현상에 따른 바이어들의 동요가 현실화하고 있다.미국의 한 상사 주재원은 "기계부품의 경우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의 가격 공세로 한일 간 가격차가 10∼20%에서 5∼10%까지 줄었다"며 "일반적으로 일본 제품을 선호하는 바이어들로서는 충분히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프랑스의 한 식품 바이어도 엔화 약세와 유로화 강세로 일본산 수입 간장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한국산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