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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흙의 반란이 시작됐다(11-2)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9월 말경 군청에서 퇴비심사를 나온다고 하면 온 마을이 비상이다. 군서기가 줄자를 가지고 나와 가로, 세로, 높이를 재고 퇴비량을 산출한다. 이때는 마을이장과 새마을지도자가 퇴비평가에 동석한다.

 

 

‘개인퇴비증산왕’, ‘우수마을상’까지 타이틀이 붙은터라 최고를 차지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다. 우수마을에는 귀한 화학비료인 금비(金肥)를 상품으로 줬다. 친환경비료를 많이 만든 사람에게 화학비료를 상으로 준다는 게 우습지만 그런 시대였다.

 

퇴비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마을엔 화학비료 배정을 줄였다. 우선 1등을 하려면 퇴비의 부피가 중요하다. 부피를 늘리기 위해 퇴비장 가운데를 통나무로 틀을 짜서 공간을 만들고 그 위에 풀로 덮는다. 이때 심사 나온 군서기와 면서기가 퇴비더미 위에 못 올라가도록 고약한 냄새가 나는 돼지분뇨와 인분, 오줌 등을 촉촉이 발라 놓는다.

 

그런데 한 집에서 사고가 났다. 면서기가 여름내 퇴비 독려를 다녔는데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퇴비를 하지 않았는데 심사 때 보니 굉장히 높은 퇴비가 쌓여 있었다. 면서기가 기분이 좋아 군서기가 보는 앞에서 퇴비더미 위를 올라가는 순간 땅속으로 사라지는 코미디 아닌 코미디가 벌어졌다.

 

퇴비더미 가운데를 대충 솔나무 가지로 엉성 하게 채워놓고 그 위에 가벼운 풀을 살짝 덮어 놓은 것이었다. 퇴비더미 심사를 나오면 가로, 세로, 높이만 재고 갈 줄 알았던 것이다. 마을이장과 새마을 지도자는 군서기와 면서기에게 사과를 하고 집주인에게 면박을 주고 난리가 났다.


퇴비증산사업은 1970년대 말 초가지붕을 슬레이트와 기와지붕으로 개량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붕을 만들던 볏짚이 남게 되자 이를 땅에 뿌리게 됐는데, 자연스럽게 풀도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거름과 퇴비는 땅들의 건강한 식사였고 자연을 순환시키는 물질이었다. 삶의 이치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누군가는 더럽고 어두운 곳에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거름과 퇴비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그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흙의 산성화 방지와 지력 증진에 좋은 퇴비, 농촌의 노령화로 중단



1973년을 기준으로 본다면 정부가 정한 퇴비생산 목표는 2,800만 톤이었습니다. 강원도의 경우 173만4,000톤이 할당됐고 이는 다시 각 시·군으로 나뉘어 다시 마을별로 책임져야 할 분량이 정해져 퇴비장을 채워야 했습니다.  


 퇴비증산의 명분은 화학비료에 의해 땅의 산성도가 높아지는 것을 막고 지력(地力)을 좋게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비료의 부족분을 메꾸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비난의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심지어 퇴비생산 실적이 90%를 넘는 농가에는 필요한 화학비료를 전량 지급하고, 저조한 농가에는 화학비료를 적게 지급하는 일이 벌어져 반발을 샀습니다. 


퇴비증산운동은 비료가 충분히 보급되면서 시들해졌다가 2천년대 들어 관행농업으로 죽어가는 흙을 살리고자 전국 지자체 별로 다시 부활하는 듯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농촌인구가 고령화 되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등으 로 2007년부터 다시 사그라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북 영덕군 역시 퇴비증산 지원사업을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농한기에도 생활비를 벌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농민들의 요청이 이어져 영덕군 농정과 직원들과 군내 9개 읍·면 산업담당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낙엽을 모아오는 주민에게 일당을 제공하고 군은 이를 천연퇴비로 만들자”는 사업방향을 정했습니다. 


대게로 유명한 영덕군이지만 당시 전체 인구(4만2700여 명)의 26%인 1만1200여명은 벼농사와 사과·복숭아 등과 수재배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들 대다수가 농한기에 일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주민들이 수풀 등을 베어 모아 직접 퇴비로 만들어 지원금을 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렸던 과거 퇴비증산사업과 달리 각자 낙엽을 주워오는 만큼 곧바로 돈을 지불해 생활에 도움을 주고, 영덕군의 전문인력들이 성능이 월등한 천연 퇴비를 대량으로 생산해 재활용하기로 한 것이었죠.  

 


낙엽 주워 돈 번 사람들 / 친환경퇴비로 부활하는 낙엽



주민들의 '낙엽 줍기'는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4개월 간 진행됐다. 영덕주민 1300여 명이 참가했다. 관내 칠보산· 맹동산 등으로 나선 주민들이 자루에 떡갈나무·참나무 등의 낙엽을 채워오면 각 읍·면 주민센터 담당자들은 돈을 나눠줬다. 10㎏ 1포대 당 2000원씩 가격을 매겼다. 돈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한 사람당 1일 최대 50포대(10만원)까지 가져올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 기간 영덕군은 총 4000t가량의 낙엽을 수거해 8억 원의 예산을 주민에게 나눠줬다. 6m 높이의 고가도로 아래 공터에 낙엽이 2m가량씩 쌓인 봉우리 4개가 솟아 있었다. 낙엽에 대게껍데기가루, 톱밥 등을 섞어 발효하고 있는 낙엽퇴비다. 낙엽을 이용한 퇴비화 사업은 산과 들을 깨끗이 청소하고, 주민들에게 소득 증대, 친환경 농법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굴삭기 1대가 긴 팔로 낙엽을 푹 찍어 뒤집으면 물 호스를 든한 남성이 물을 뿌렸다. 굴삭기가 낙엽더미를 들어 올릴 때마다 발효되고 있는 퇴비더미 속에서 하얀 김이 피어 올랐다. 영덕군은 낙엽 천연퇴비를 관내 무농약 쌀 재배 단지 2곳에 무상으로 공급하거나 농민들에게 일반 비료보다 70% 싼 가격에 되팔 계획이다. 퇴비를 팔아 번 돈은 낙엽 줍기 사업에 재투입한다. 


박성호 담당자는 "천연비료를 뿌리면 토질이 부드러워지고 영양분도 많이 생겨 작물들이 병해충에 강해지고 맛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경상북도는 현재 도내 23개 시·군을 대상으로 영덕군의 '낙엽 줍기' 사업을 벤치마킹할 의사가 있는 지 확인 중으로 결과에 따라 예산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병목 영덕군수는 "농민 소득을 만들고 친환경농업에 앞장서기 위해 군이 처음으로 시도한 사업"이라며 "전국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미비한 점을 보완해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9년 7월 7일자-(이어서 http://www.m-economynews.com/news/article.html?no=40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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