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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뉴스


[나의 반려가족] 김현광 수원문화재단 대표와 9살 ‘새봄’이

가족회의 통해 ‘이른 봄 가족이 된 걸’ 기념하는 이름 지어
구청장 시절, 건강한 반려문화 조성 위해 직접 출연한 펫티켓 홍보영상 제작
퇴임 후, 문학 전공 살려 동물 주제로 한 이야기들 글로 쓸 계획

태어난 지 한 달 후인 2015년 2월 인연을 맺어 벌써 9살이 된 흰색 암컷 진도견 ‘새봄’이. ‘새봄’이란 이름은 가족회의를 통해 지었다는데, 이른 봄 가족으로 들어오게 된 것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았단다.

 

첫 만남 당시 유독 예쁜 쌍거풀이 무척이나 귀여웠다는 ‘새봄’이의 반려인은 김현광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다. 쏟아지는 햇살이 마치 봄날처럼 따듯하게 느껴진 어느 날, 마당 한 켠에 앉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반려동물에 호기심이 많고 좋아했습니다. 초등학생 때 학교 앞에서 올챙이나 병아리를 사오곤 했죠. 물론 오래 살지 못했지만요. 죽은 병아리를 아이들과 함께 공원 나무 밑에 묻어주면서 ‘동물들은 환경이 달라 집에서 키우기 어렵다’고 했더니 사오지 않더라고요.”

 

아마도 이 얘기에 공감하며 크게 웃거나 혹은 약간 슬퍼보이는 미소를 짓는 어른들이 꽤나 있을 듯하다. 다양한 반려동물과 함께 살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여전히 자녀들인 경우가 많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김현광 대표가 반려견인 ‘새봄’이를 가족으로 맞이할 수 있었던 건 아파트에서 지금 사는 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주거환경이 변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결혼해서 계속 아파트에 살다보니 반려동물을 키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다 크고 2014년 이사를 하게 되면서 반려견을 키우기로 아내와 얘기했는데, 마침 진도가 고향인 또래 친구가 얘기를 듣고는 진돗개를 추천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한테 부탁해서 ‘새봄’이를 만나게 됐습니다.”     

 

 

매우 밝은 성격의 ‘새봄’이는 저 멀리서 들어오는 김 대표의 차 소리만 듣고도 반갑다고 꼬리를 치며 짖고, 낯선 사람이 지나가거나 이상한 소리가 나면 한참을 짖어댄다. 담도 없는 주택에 살다보니 밤이면 조금 불안한 면도 있지만, ‘새봄’이가 캄캄한 밤을 지켜주고 있으니 든든하기만 하다.

 

‘새봄’이를 키운 이후 반려동물에 대한 김 대표의 마음은 180도 바뀌었다. 특히, 유기·유실 동물을 마주하게 될 때의 느낌도 더욱 민감해 질 수밖에 없었다. 

 

“‘동물등록제’가 의무적으로 시행된 지 벌써 10년인데, 실질적인 등록비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기·유실 동물의 발생 건수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고 해도 아직까지 많은 반려동물들이 버림받고 있는 게 현실이죠.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게다가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정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올바른 반려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이 중요할 것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김현광 대표 성격이라면 분명 뭔가는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2022년 수원특례시 팔달구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건강한 반려문화 조성을 위해 구청 직원들과 함께 펫티켓 홍보영상을 제작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제가 직접 ‘닥터 스트레인저’ 분장을 하고 출연을 해서 더욱 인상 깊게 남은 것 같습니다. 내용은 생활 속 펫티켓 실천하기를 주제로 몇 가지 상황을 연출하고, 닥터 스트레인저인 제가 상황별로 깜짝 등장해 올바른 펫티켓을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반려인 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패러디해 코믹하게 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구청장이 캐릭터 분장을 위해 몸에 붙는 파란 옷과 빨간 망토를 두르고 얼굴에 매직으로 수염을 그린, 다소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영상에 출연한다는 건 어지간한 용기와 열정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었을 터. 그 역시 걱정이 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저 역시 반려인으로서 펫티켓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사람과 동물이 모두 행복하기 위해서는 펫티켓의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영상 제작에 참여했습니다.”(웃음)

 

 

지난해 10월 수원시는 ‘함께할개 묘한축제’를 통해 전국 최초로 반려동물 교육도시를 선포했다. 반려동물의 양육 가구 증가만큼 동물 학대, 파양 등의 안타까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미성숙한 펫티켓으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고 있어서다.

 

따라서 사람과 동물의 지속가능한 공존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고,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함께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가족문화에 대한 인식 확산이나 건강한 반려문화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 및 관광 분야의 중요성 또한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특히, 문학을 전공한 김현광 대표는 동물에 관한 얘기들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계획 중이다. ‘올챙이들의 하수구 탈출작전’이란 환경 동화책을 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김 대표의 다음 발표작에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퇴임 후엔 새로운 장르의 작품에 대한 도전도 해 볼 작정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즐기면서요. 돌이켜보면 정말이지 바쁘게 달려온 것 같습니다.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딸, 아들을 낳아 이웃집, 어린이집 맡겨가며 그야말로 정신 없이 키웠죠. 아내가 고생이 많았습니다. 이제 딸과 아들 모두 건강하게 성장해서 직장을 다니고 하니 마음이 놓이지만 걱정도 있습니다. 보통사람들의 인생이 그렇듯 저도 그런 거죠.”(웃음)

 

 

지난 40여 년의 시간에 대해 ‘함께 가야 멀리 간다’는 말을 경험한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김현광 대표는 자신이 무사히 공직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도 긴 시간 동행해 준 가족과 선·후배, 동료들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깊이 간직하고 살겠다며 감사를 표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는 김 대표다.

 

“퇴임 후에 저 스스로 지킬 몇 가지 원칙을 정했습니다. 첫째 운동하고 절제하자, 둘째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즐겁게 살자, 셋째 많이 읽고 쓰자입니다. 어쩌면 상투적인 다짐일 수도 있습니다만, 새로운 무엇을 시작하는 것보다 그간 미뤄두고 못했던 것들을 정리하고 마무리를 지을까 합니다. 또, 제 역할(봉사활동)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가겠습니다.”

 

한편, 1963년생인 김 대표는 경기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예술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1985년 공직생활을 시작해 2012년 사무관에 승진한 뒤 시 교육청소년과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20년 7월 지방서기관으로 승진, 화성사업소장과 문화체육교육국장, 팔달구청장을 지냈으며, 2022년 8월 수원시 최초로 실시한 정책검증청문회를 거쳐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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