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농업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유통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심의·의결했다.
한 권한대행은 “오로지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결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2004년 고건 전 총리 이후 두 번째다.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유통가격안정법은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고, 다른 농산물은 ‘기준 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국가재정을 투입해 생산자에게 손해를 보전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법은 ‘예산안 자동 부의’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이, 국회증언감정법은 국회가 증인·참고인 출석이나 서류제출을 요구할 경우 기업은 영업비밀 보호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한다.
한 권한대행은 “농업 4법이 시행되면 시장 기능을 왜곡해 쌀 등 특정 품목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며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정부가 이미 한 차례 재의요구권을 행사했지만 당시 정부에서 이의를 제기한 남는 쌀 의무 매입에 대한 우려 사항이 보완되지 않았고 오히려 양곡가격안정제 도입 규정이 추가돼 의결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질적인 쌀 공급과잉 구조를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쌀 생산 확대로 시장 기능 작동이 곤란해져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막대한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했다.
농수산물유통가격안정법에 대해선 “농산물 가격안정제가 시행될 경우 농산물 생산이 가격안정제 대상 품목으로 집중돼 농산물 수급 및 가격이 매우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농산물 가격 지지 중심에서 농가 소득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농업정책을 전환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접근”이라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대한민국 헌법 제54조 제2항은 국회가 회계연도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개정안은 국회가 헌법에서 정한 예산안 의결기한 12월 2일에 구속받지 않고 예산안 심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원활한 예산집행을 위해 국회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거부권 행사는 국민의 뜻이 아니라 내란 수괴, 윤석열의 뜻을 따르겠다는 선언”이라며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 복귀를 원하는 것인지 대행께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곡관리법과 농산물 가격안정법 등 농업 4법은 최악의 쌀값 폭락으로 절망에 빠진 농민을 살리자는 민생 법안”이라며 “국회법은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강화·보장해주는 것이며, 국회증언감정법은 앞으로 진행될 12.3 내란 사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도 필요한 개혁 법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