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겉으로 신용등급 하락을 이유로 기습적인 홈플러스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신청하기 직전까지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을 두고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MBK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부채비율이 과도한 데다, 일부 상거래 채권 상환까지 지연되는 상황에서 MBK가 신용평가 하락을 짐작도 하지 못했다는 해명에 의문이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홈플러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1,408.6%로 국내 상장사 평균(2023년 기준 108%)의 거의 14배다. 이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부도를 맞거나 부실이 심화한 대기업들의 부채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MBK가 제시한 지난 1월 말 부채비율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재무위험이 높은 수준이다. 통상 부채 총액을 자본 총액으로 나눠 산출하는 부채비율이 400% 이상이면 부실 징후가 있는 것으로 본다. 금융감독당국은 외환위기 이후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한 기업의 여신과 재무구조를 관리하고 있다.
차입금의존도는 72.6%로 전년 11월(71.0%)보다 되레 악화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국내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평균 차입금의존도가 25.7%인 것을 감안하면 홈플러스의 차입금의존도는 3배 가까운 수준이다.
MBK는 보도자료에선 영업손익 수치를 쏙 뺐지만 2024회계연도(2024년 3월∼2025년 2월) 1∼3분기 영업손실은 1,5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MBK는 그나마 수익이 나는 슈퍼마켓(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을 따로 떼어내 매각하려 했으나 인수 희망자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더구나 회생 절차 개시로 매각 작업마저도 중단됐다. 결국 실질적인 재무 건전성 및 사업 수익 지표부터 중장기 전망까지 모두 따져봐도 신용등급을 유지할 만한 근거가 희박했던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 MBK의 홈플러스 CP·전단채 사기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MBK는 신용등급 강등 직전인 지난달 25일에도 운영자금 등을 조달하고자 증권사를 통해 CP와 전단채를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 개시로 해당 CP·전단채 신용등급은 'D'까지 떨어져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MBK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지난 4일 기준 CP·전단채 발행 잔액은 1,880억원이다.
만약 MBK가 회생 절차 신청의 직접적 계기가 된 신용등급 하락을 예견했음에도 CP·전단채 발행을 강행했다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따른 사회적 비난이 거세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