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비정상적 상황 속에서 치러지는 6·3 제21대 대통령선거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부터 탈이 많았다. 대통령 선거운동 공식 5일 차인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전북을 찾아 ‘텃밭’ 다지기에 나섰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충청으로 이동해 표심 모으기에 나섰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는 충남 일대에서 중원 공략에 나섰다.
이날 6.3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오차 범위 밖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편, 오는 18일 열리는 대선후보자 간 첫 TV토론(경제)이 판세를 뒤집을 주요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토론 이후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를 어느 정도 줄일지가 향후 선거 방향을 예측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대선후보가 정해지기 이전인 지난달에는 ‘어대명’이란 단어도 존재했지만, 지금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조심스런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15일 “이재명과 김문수 두 후보의 양자 또는 삼자대결 격차는 서서히 줄어들 것”이라며 “치열한 백병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후보의 개인적 경쟁력은 현저히 차이가 나지만 지지층 결집에 의한 정당 지지도 격차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 힘 실어줄 대선 경선 후보들 합류 안 해
국민의힘은 간신히 안정감을 찾아가는 듯했으나 여전히 '윤(尹)상이몽'에 빠져있고 한동훈 전 대표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 역시 선대위에서 빠져있는 상태다.
국민의힘은 지난 10일 김문수 대통령 선거 후보를 한덕수 후보로 교체하려던 절차가 무산됐다. 김문수 대선후보를 한덕수 후보로 교체하는 데 대한 찬성과 반대를 묻는 전 당원 투표를 진행한 결과,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많았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후보 교체 절차를 중단됐고 김 후보가 대선후보 자격을 회복했다. 이에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의원 16명은 권영세 비대위원장의 사퇴만으로는 그 책임을 다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태에 깊이 관여해 온 권성동 원내지도부의 동반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중앙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국민의힘은 12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 및 임명장 수여식을 갖고 선대위를 공식 출범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김용태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 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 겸 총괄지원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윤석열 탈당 두고도 동상이몽...국힘 지도부 소통 오락가락
국민의힘이 15일 전국위를 열고 김용태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 임명 안건을 의결하자 김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윤 전 대통령을 찾아뵙고 비대위원장으로서 정중하게 탈당을 권고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동훈 전 대표는 김문수 후보를 향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당을 절연하라”고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당적 정리 문제는 김문수 후보에게 맡기겠다. 김 후보가 결단을 내려 달라”고 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탈당 여부는 윤 전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재원 비서실장은 15일 ‘후보자가 윤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만류한 적도 권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한술 더 떠 16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 “대선의 시대정신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동반퇴진”이라며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후보는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파면에 대한 공식 사과로 잘 넘어가는 듯 했지만, 탈당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수습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 야4당과 연대...국힘 탈당한 김상욱 지지 선언
국민의힘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서도 내홍을 겪고 있는 순간 더불어민주당에는 호재가 찾아왔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김상욱 의원이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보수의 기준에 따라 평가하더라도 가장 보수다운 후보”라며 이 후보를 공식 지지했다.
이를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감사하게 생각하고, 우리 당에 입당해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결국 김 의원은 16일 전북 익산에서 열린 이 후보의 지원 유세에 나섰다.
또, 이에 앞서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과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등 야4당 대표들은 6·3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출정식 및 첫 유세에 참석했다.
지난 11일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이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하는 등 본격적인 선거 연대에 나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이날 공개한 민주당 중앙선대위 인선에 따르면 민주당은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등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야4당과 연대해 더 넓고 많은 지지층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반면, 민주당은 16일 대선 국면에서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 보도되자 당내 ‘언행주의령’을 내리고 입단속에 나섰다.
◇민주, 입조심 경보령...사실 아닌 보도, 언행 비화되는 사례 발생 주의
박찬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대선 캠프 구성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현재 위치와 업무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언행에 각별히 유의하라”며 “최근 우리 선대위와 관련해 사실이 아닌 보도, 언행이 비화되는 사례가 발생해 국민들께 오해와 불신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캠프로서도 사실을 바로 잡기 위해 상당한 공력을 소모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알려졌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은 “여성도 출산 가산점과 군 가산점이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이 파장을 몰고 왔다. 결국 김 의원은 13일 선대위에서 사퇴했다. 이를 두고 함초롬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출산을 표 계산의 도구로 삼은 민주당, 여성 유권자의 분노는 정당하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10%의 벽’ 깰 수 있을지 주목...이준석 “보수 단일화, 어떤 감동도 없어”
마이웨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보수 빅텐트’에 관심이 없다. 김문수 후보 측이 계속해서 ‘빅텐트’를 언급하고 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 측근들은 물론 본인이 언론 인터뷰나 선거유세에서 직접 단일화의 가능성을 부정한 것만 해도 수십 번이 넘는다.
정치권은 이 후보가 ‘10%의 벽’을 깰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 후보 지지율이 10%를 넘어설 경우 보수 표심이 분산되면서 ‘1강 1중 1약’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판 구도가 흔들릴 수 있고, 보수 진영에서 이 후보의 위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이 후보는 지난 14일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와 관련해 “만약 단일화한다고 하더라도 큰 것이 강압적으로 작은 것을 억누르는 형태라면 국민에게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조건 2등 이하를 할 수밖에 없는 김 후보보다 파란을 통해 1등을 할 수 있는 이준석에게 표심을 몰아주면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