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신평리, 한국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골프장인 파인리즈는 2006년에 오픈한 신생 골프장이지만 짧은 시간에 명품골프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오픈 한 이듬해에 친환경 베스트 골프장으로 선정됐고, 클럽하우스 건축대상을 받았으며, 세계명품 브랜드 대상을 3년 연속 수상했다. 그리고 파인리즈 김재봉 회장은 2007년에 그 해를 빛낸 인물 2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차별화된 시설과 환경을‘특별함’으로 브랜드화
주인의식으로 무장한 직원서비스가 성공핵심
화려한 수상경력에 감탄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강원도에서도 북쪽 끝,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관계로 솔직히 큰 기대를 갖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지에 도착해 장대한 르네상스식 클럽하우스를 보는 순간, 입이 딱 벌어졌고, 창업이래 줄곧 경영하고 있는 김재봉 회장을 만나고서는 감탄으로 바뀌었다.
기업이란 아무리 규모가 커도 CEO를 잘못 만나면 한순간에 망하고, 소기업이라도 종업원들이 자기 집처럼 즐거운 일터라고 여기면 단기간에 일취월장으로 번창할 수 있다. 요즘처럼 실업자가 넘치는 세상에는 고용만 유지해도 사회적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용을 유지하고 조금만 월급을 올려줘도 기업가가 고맙게 느껴지는 세상이다. 그러던 차에 한국 최북단 골프장인 파인리즈의 경영자를 만났다.
그는 그 흔한 MBA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아주 쉬운 말로 자신의 경영 경험과 효과를 꾸밈없는 말투로 천천히 쉽게 설명해준다. 화려한 언변이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내는 기업가들이 얼마나 많은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는 체험을 통하여 단련된 경영리더십으로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 목표와 철학을 실천하는 한국자생형 경영자로 평가된다. 그에게서 정주영 현대회장과 같은 순박하고 뚝심 있는 한국형 리더의 풍모를 느꼈다.
Q. 파인리즈 골프장은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먼 거리에 있습니다. 물론 강원도 설악산이라는 천혜의 관광지에 위치하고 있는 이점도 있지만 골프고객을 유인해야 하는 입장에서 볼 때는 불리한 점이라고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파인리즈 골프장의 지리적 위치를 어떤 방식으로 하거나 극복하고 있습니까?
“음식점이 맛있으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찾아가지요. 자가용이 있으니까요. 시설과 서비스가 좋으면 아무리 먼 곳이라도 찾아올 거라는 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시시한 골프장은 안 된다’제대로 만들면 꼭 찾아올 거라고 믿었습니다.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차별화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우리나라 골프인구를 430만명으로 잡고 한해 10만명이 저희 골프장에 온다면 43년간은 손님 걱정이 없다는 얘기죠. 그러니까, 순전히 우리 골프장만 특색있게 만들고 서비스만 잘하면 시장은 무궁무진합니다. 지방골프장이 골프인구가 많은 수도권과 떨어져서 불리하다고 생각되지만 먼 만큼 처음부터 1박을 계획하고 오니까 저희 리조트와 인근 관광지를 묶은 패키지가 가능한 점이 오히려 장점이라고 봅니다.”
Q. 파인리즈가 관광 레저 산업이란 측면에서 지역경제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요?
“울산하면 현대자동차의 도시라는 연상이 들지 않습니까? 저희도 강원도 고성군과 그 인근지역에서 파인리즈의 이미지가 떠오르고 실제로 그 정도로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했던 게 골프 꿈나무를 기르는 사업이었습니다. 이곳 출신들이 유명 골프선수들이 되면 그들이 바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거란 복안이었습니다. 그래서 학생감소로 폐교직전에 몰려있었던 인흥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골프를 가르치고 골프장도 무료로 개방했습니다. 지금은 골프꿈나무가 40여명에 이르고, 전국에서 골프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이 학교로 오고 있습니다. 한국 골프를 대표하는 노승렬, 김경태 선수가 이곳 출신들입니다.”
Q. 기업비전을 읽고 감동을 받았습니다만, 특별히‘주인의식’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종업원이 주인의식을 가질 수만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겠죠.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무슨 방법이 있습니까?
“저는 골프장을 건설하는데 믿기지 않을지 모르지만 10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국내 모 골프장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건설했다고 해서 1년6개월이 걸렸다고 하던데요.그 분은 건설사의 사장님이었습니다. 저는 건설을 해본 경험도 없었습니다. 모든 게 처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10개월만에 세계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명품골프장을 완벽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 그것은 내가 주인으로서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단순합니다.
제가 잘못 하면 주인인 제가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열심히 했고, 남들이 안 하는 것들도 장기적인 이익을 보고 반대를 무릅쓰고 내 생각을 밀어 붙였습니다. 제가 직원들에게‘주인 의식’을 강조한 것은 이 골프장 건설의 체험에서 나왔습니다.‘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면 결과는 항상 기대 이상의 만족이 나오고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 힘든 좋은 생각도 떠오르게 됩니다.”
Q. 직원들의 교육에 많은 역점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저는 남의 인재를 스카우트하지 않고 저희 회사에서 사람들을 키우는 걸로 정했습니다. 그러므로 자연히 직원교육에 열심일 수 밖에 없었죠. 제가 남의 회사사람들을 스카우트하지 않고 직접 양성하기로 한 것도 골프장건설에서 얻은 성공경험에서 나왔습니다. 저는 골프장을 건설할 때 이전에 골프장을 만들어본 경험자를 쓰지 않았습니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이전 경험대로 그대로 하려고 합니다. 도대체 새로운걸 하지 않으려고 하죠, 제가 뭔가 새로운걸 제안하면 반대부터 하더라고요. 저는 다른 골프장과는 차별화된걸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로 일을했습니다. 이전의 관행이란 좋은 면도 있지만 선입관이란 때를 벗어버리지 못한 사람들과 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저는 교육에서 도우리 방식으로 하자고 생각했어요.공허한 이론교육보다는 체험에서 우러나온 실질적인 교육을 합니다. 각자 일하면서 느낀 것들을 토론합니다. 제가 직접 교육을 하기도합니다. 저는 인생경험담을 들려주죠.”
Q. 고객에게 시설과 서비스에서 뭔가‘특별함’을 주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특별함’이란 무엇인가요?
“저는 스포츠 경기 중에 쇼트트랙을 좋아합니다. 한국선수들이 금메달을 놓치지 않는종목이죠 한국쇼트트랙선수들의 경기모습을 보면 우리선수들은 항상 트랙의 가장 바깥을 돌더라고요. 가장 외곽을 돌면 거리가 멀잖아요, 그런데도 나중에 속도가 붙어 가장 빨리 테이프를 끊습니다. 저는 이걸 보고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 가장 빠르고 값진 결과를 얻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파인리즈 골프장은 처음 건설할 때나, 완공 후 고객에게 서비스할 때도 벤치마킹은 없었고, 앞으로도 안 할 작정입니다. 이게‘특별함’입니다.‘ 우리만의 것들’을‘특별함’이라고 정의를 내렸고, 제가 그걸 실천하려고 노력하며, 직원들에게 그런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라고 말해왔어요. 맥반석이 몸에 좋다는 건 다 알잖아요. 동의보감에도 좋다는 거 나오잖아요. 저는 그 맥반석을 모래와20% 이상의 비율로 섞어서 27홀 전체 골프장에다 뿌리고 그 위에 잔디를 심었습니다. 맥반석의 분량은 자그마치 10톤 트럭, 약4천대나 됩니다. 이 맥반석을 구하기 위해 채굴광산까지 지었습니다. 맥반석은 잔디를 아주 건강하게 자라게 하고 공기를 정화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저희 골프장을 세계유일의 것으로 만든 게 바로 맥반석입니다. 누가 맥반석을 골프장에 깔 생각을 하겠습니까. 저는 농약을 적게 쓰기 위해 벙커와 해저드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27홀 전체에 118개의 벙커가 있고 28개의 연못이 있습니다. 나중에 세계적인 골프장을 가봤더니 저희와 같이 벙커와해저드가 많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또 호수와 저장고에 35만톤의 물을 저장해 두고 있어서 가뭄이 와도 100일은 거뜬히 버틸 수 있습니다. 골프장 토양이 깨끗하기 때문에 골프장내 호수에는 많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습니다.”
Q. 명품 골프장이라고 들었습니다. 먼저 친환경적으로 골프장을 건설하였다고 했는데,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맥반석 골프장의 좋은 점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겁니다. 한가지만 추가한다면골프를 치고 나서 피로가 훨씬 덜하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630미터 코스가 있습니다. 인공호수도 800미터로 아마 세계최장일겁니다. 비치벙커도 1.1킬로미터나 됩니다. 하얗게 보이는 비치는 실제 바닷가 모래가 아닙니다. 실제 모래를 뿌리면 바람에 날려서 날아가고 맙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충청도 단양에서 가져온 하얀 돌을 깨서 모래처럼 만들었어요. 돌로 깬 것이므로 무겁고, 바람이 불면 물을 뿌립니다. 그러면 날아가지 않는 거죠. 홀 사이를 갯배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만들었습니다. 갯배는 배에 탄 사람이 줄을 끌며 타고 가는 작은배를 말합니다. 속초시의 명물인 청초호갯배에서 힌트를 얻었죠.”
Q. 운영시스템에서의 강점도 아울러 말씀해주세요.
“고객입장에서 가격이 싼 게 좋지 않습니까. 골프장내에서 파는 음식과 음료, 각종 물품은 와보시면 알겠지만 시중가격과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처음으로 결혼식과 회갑연을 열었습니다. 처음에 반대가 많았죠. 골프장이 어수선하고 품위가 떨어진다는 이유죠. 저는 만약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다른 곳으로 가라고 했죠. 막상 결혼식과 회갑연을 하니까 회원들이 더 좋아하더라고요. 이제 전국 골프장들이 다 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전 골프장에서 반바지 입는 것도 허용했어요. 그것은 골프장 매너로 안 된다는 반대가 있었죠. 골프장은 고객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서양에서 하는 매너이고 한국은 다르다고 여겼죠.” 휴식공간에서도 월등한 강점을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온천 스파가 명물입니다. 각종 실내외 코스가 다양하여 가족과 함께 4~5시간 동안 지겹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게 쉴 수 있습니다. 음악분수가 볼만합니다. 솔직히 라스베가스의 벨라지오보다 낫다고 자부합니다. 온천수인 까닭에 4계절 운행이 가능한 분수입니다.”
Q. 직원관리얘기로 다시 돌아가서요, 주인의식을 갖고 직원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복안이있습니까?
“저희 회사는 두 가지 원칙을 일관되게 실시하고 있습니다. 순환보직과 성과주의입니다. 전 직원들을 순환보직 하도록 합니다. 어떤 직원이라도 골프장내 모든 업무를 알도록 합니다. 그리하면 사고가 났다든가, 결원이 생기든가 하면 즉시 응급조치가 가능하고 자체해결이 가능합니다. 제가 요리를 잘하는데요, 직접 식당에 투입할 준비가 돼있습니다. 또 학력이나 고참서열은 모두 무시합니다. 이를테면 과장이 과장으로서 역할만 충실하면 그 사람은 평생과장만 해야 합니다. 과장이 승진하려면 과장일은 물론이고 부장이 하는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만 승진시켜줍니다.”
Q. 티칭프로캐디는 회장님의 아이디어인줄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그런 발상을 하게 된 것인지요?
“티칭프로캐디는 그냥 제 경험에서 나왔습니다. 옛날에 골프장에 나갔을 때 골프도잘 못하는 캐디가 나를 훈수 두더라고요, 기분이 나빴어요. 또 어떤 매너 없는 사람들은 캐디를 막대하죠, 그것도 보기가 안 좋았습니다. 캐디가 내 딸 같은 나이잖아요. 그래서 내가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이걸 한번 개선해 보겠다 다짐했죠. 강원도 고성처럼 시골에는 캐디 구하기도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캐디들을 설득했어요. 저희는 캐디전용연습장이 있습니다. 70여명의 캐디들이 골프를 연습하는지 안하는지 매일 체크했어요. 처음에는 반발이 심했지요. 지금은 완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지방 골프장은 캐디가 없어서 걱정인데, 저희는 캐디들이 떠나지 않아서 걱정일 정도입니다. 전국적인 캐디골프대화를 작년에 처음 개최했습니다. 다른 골프장들은 별로 호응을해주지 않았어요. 혹시 자기골프장의 캐디들을 빼내가지 않을까 염려해서요. 시간이 가면 이 대회의 취지를 이해해주실 걸로 압니다.”
Q. 다른 나라에도 캐디골프대회를 전파해주었다고 들었는데, 반응이 어떠한지요.
“캐디골프대회는 제가 세계에서 처음 만든 겁니다. 태국의 람차방 골프장에 갔을 때그 곳 사장에게 이것을 설명했죠. 그 사장이 취지에 대해 적극공감을 표시했어요. 태국은 캐디에 대한 인식이 우리보다 더 나쁩니다. 그래서 람차방 골프장사장은 캐디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직업적 자부심을 길러 주기 위해 캐디골프대화를 열었습니다. 태국관광청도 흔쾌히 도와주었습니다. 태국의 유명맥주회사가 후원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보다 캐디골프대회가 태국에서 더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끝으로 평창 올림픽이 3번 도전 끝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평창 올림픽 개최는 강원도를 세계적 관광지로 발돋움하는 계기로 삼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평창올림픽에 임하는 파인리즈의 도전은 무엇인지요?
“고성군은 아직 외국관광객을 받을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기초적인 외국어표지판도 제대로 안돼있습니다. 차차 좋아지리라 보고 일단 고성군과 함께 중국관광객유치를 위해 골프장과 통일전망대, 설악산을 묶는 패키지상품을 내년 초에 운영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국가적인 행사인 평창올림픽을 돕기 위해 대회관계자들이 한국 왔을 때 그들을 저희 골프장과 리조트에 초청함으로써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측면지원 할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