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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중소기업상품 유통 판로가 없다

 

소비자들은 좋은 품질에 착한 가격을 제시하는 대기업 브랜드 제품을 선호한다. 중소기업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자체적인 기술개발 능력이 없고 브랜드 인지도도 약한 중소기업은 이러한 조건을 맞추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좋은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제품을 판매할 유통 판로가 없는 게 현실이다.

 

상위 1%의 대기업 제품 위주로 유통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살리기는 국민경제 활성화와 맞물린 정부의 과제가 되고 있다. 99%의 중소기업을 버린다면 서민경제도 살리기 어렵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5월 1일부터 4일까지 ‘2014 한국 PB·OEM & 중소기업상품전’을 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중소기업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열린 전시회에는 국내 대형유통업체를 비롯한 온·오프라인 유통바이어들이 대거 참석해 1대1 비즈니스 거래 상담을 통해 중소기업의 신규 판로를 열어주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


2013년 8월 처음 열린 ‘2013 한국 PB·OEM & 중소기업상품전’에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유통사와 140여 개의 중소기업이 참가했다. 상담건수와 참관객은 2013년 8월 262건, 16,000명, 11월 374건, 10,600명, 2014년 5월 108건, 24,600명의 추이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 상품 판로개척 지원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러한 전시회를 마련한 이유는 중소기업 상품 판로개척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유통사들을 통해서 프라이빗브랜드(PB)나 주문자위탁생산(OEM) 등 기회를 잡지 못하면 소비자들에게 중소기업 상품을 판매할 판로를 확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창의적이고 우수한 중소기업 상품이 대형 유통사와 소비자에게 친근하고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전시회를 마련함으로써 대한상공회의소가 보유한 150여 국가와의 글로벌 파트너십과 전국 14만 회원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소기업 국내 판로뿐만 아니라 해외 판로 개척에도 계속 힘을 쓰겠다는 게 전시회의 취지이다.

 

그러나 대형 유통사와 손잡을 수 있는 중소기업은 품목별로 업계에서 1,2위를 다투는 중소기업이고 그마나 유통업계도 이제까지와는 다른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출애로와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유통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다.

 

이번 상품전을 기획한 정관용 대한상공회의소 팀장은 상품전 개최 취지에 대해 “‘2014 한국 PB·OEM & 중소기업상품전’은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제품 판로 개척을 도와드리기 위해 마련된 행사이고 이를 위해 대형마트 3사와 ebay 등 국내외 온오프라인 대형 유통사의 MD가 참여해 중소기업과의 1대 1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하고, 전시장에서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상품전에 출품하는 기업이나 상품에 대해서는 특별한 선발기준은 없고 중소기업의 제품 판로개척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전시회인 만큼 원하는 중소기업은 어느 업체나 참여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PB상품이나 OEM상품 거래를 위해 마련된 자리이지만 대형마트와의 비즈니스 상담보다 소비자와의 만남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업체도 있으며, MD와의 첫 상담을 통해 대형마트 입점을 위해 어느 점이 부족하고 개선해야할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업체의 입장에서는 유익하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대형유통사(이베이 포함)와 총 100여 건의 상담이 성사됐고, 이중 약 30%인 34개 업체의 제품이 좋은 평가를 받아 추후 2차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형유통사 입점은 1차 상담으로 결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제품의 품질관리와 인증, 안정적인 공급 능력 확보 등 일련의 절차가 남아 있다.

이번 상담을 통해 마케팅 대상과 방법, 타 유사제품과의 차별성, 제품의 강점 등에 대해 대형 유통사 MD와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많은 기업들이 시장 개척과 제품개발 등에서 유익한 정보를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매년 상하반기 2회의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향후 B2B쪽을 더욱 강화하고 글로벌 유통사 바이어도 함께 초청해서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개척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상품 유통 활성화 문제

정 팀장은 중소기업 상품 유통의 어려운 점과 개선방향을 묻는 질문에 “먼저 중소기업 상품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참신하고 실용적인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소비자의 인식전환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소비자와의 자연스런 만남이 이뤄지는 전시회가 좋은 매개체가 되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좋은 제품을 어렵게 개발해도 인지도 부족과 마케팅 능력 미흡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해서 대형유통사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우수한 제품을 발굴하고 널리 많이 팔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대한상공회의소가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중소기업 상품 유통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형마트에 PB상품이나 OEM상품으로 납품하는 방법이 단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기는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이 민간자생적으로 유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PB상품을 통해 우선 매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야 기업이 유지되고 성장을 위한 투자도 가능하게 된다는 게 상의의 입장이다. 또한 PB상품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것이 성장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고 이렇게 여력을 비축한 기업만이 자체 브랜드와 신상품 개발이 가능해 향후 독자적인 시장 주도력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 상품 유통 문제는 현재 자생력 확보 방안을 논의할 시점에 와있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해외에서도 PB산업 경쟁은 뜨겁다. 영국 최대 유통업체 테스코 매장에서는 3만개가 넘는 상품이 자체상표를 부착한 채 판매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매출은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러한 추세는 부진한 글로벌 경기와 무관하지 않다.

 

재정위기 여파로 불황기를 거치고 있는 유럽의 유통업체들도 PB 개발 경쟁에 뛰어든 것은 마찬가지이다.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 매장에서 볼 수 있는 총 4만 8천여 개 상품 중 3만여 가지가 PB상품이라는 사실은 PB상품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경기 불황기에도 PB상품 매출로 인한 약진이 두드러졌다. PB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온그룹은 지난해 2월 결산기 말 기준으로 5조 2061억 엔의 매출을 올렸다. 주력업태인 종합양판점에서 PB 밸류의 구성 비중을 높인 것이 매출을 견인한 원인으로 분석되는데 지난해 PB 비율은 전년 대비 5%포인트 상승한 18%로 나타났다. 이마트도 이러한 추세에 따라 PB상품의 비율을 판매상품의 50% 이상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대형마트 성장률도 주춤

 

서용구 한국유통학회 회장은 “국내 소매업과 쇼핑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유통업에 있어서 과거와 같은 큰 폭의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소매업은 점포와 무점포로 구별할 수 있다. 규모로 본다면 소는 영세상인을 말하는데 영세상인들이 집적화된 것이 재래시장이다. 대는 마트와 백화점을 말한다. 지난 20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한 것이 유통업이고 이중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것인 대형마트이다.

 

그러나 대형마트는 현재 전국에 550개소가 있어서 더 이상 출점할 여력이 없다. 무점포 소매업은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성장세가 최근 3년간 꺽이기 시작했다. 성장률 자체는 플러스 성장이지만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이유는 지난 2011년부터 핵심경제활동인구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백화점, 대형마트의 매출이 지난 2013년부터 급속히 감소했고 이에 따라 소비활성화가 절실한 시점에 이르렀다.

 

이제는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과거의 백화점과 재래시장 위주에서 대형마트 위주로 변화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문제에 대한 하소연이 사회적인 이슈가 된 시점과 좀 다른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의 경우도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하나 이상 낳지 않는 가정이 늘고 있다.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가구별 마켓 쉐어가 중요한데 최근 1인가구나 2인가구의 성장세는 두드러진 반면 3인가구부터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자녀가 둘인 전형적인 가정이 대형마트의 주력고객이던 시절의 임계점이 지났다는 얘기다.

 

게다가 지난 2005년 이후 가계대출로 인해 하우스푸어에 고령화가 사회적인 현상으로 진행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자신감이 결여되고 이에 따른 소비위축이 나타나고 있다. 고령화에 대한 현실적 체감 인식과 맞물려 있다는 점은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이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을 암시한다. 백화점 매출 감소의 원인에는 인터넷직구 활성화나 프리미엄브랜드의 대체채널이 성장한 점도 있지만 사회변화의 큰 틀에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불안과 저성장의 시대

 

서용구 회장 역시 중소기업 상품 유통 판로를 열어주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를 주력판매채널로 삼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들이 제시하는 중간가격대 시장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이 없다. 중소기업들은 대형마트 성장에 힘입어 판로가 있었는데 그 판로가 막힌 셈이다. 그러다보니 대형마트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형마트들도 불안의 시대, 저성장의 시대, 소비위축의 시대라는 시대 인식을 하고 경제주체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춰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과거와 같은 성장은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경제디폴트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으로는 중소기업 상품 유통 활성화를 위해 재래시장과의 상생모델을 끊임없이 논의하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한다. 결국 이제는 유통의 문제가 경제적인 기준과 가치관의 문제로 변화하게 된 셈이다.

 

대형마트가 아닌 유통판로에는 행복한백화점이 있다. 서울 양천구에 소재하고 있는 행복한백화점 4층에는 한 층이 전부 중소기업 상품만을 판매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시행하는 HIT500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중소기업청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운영하는 중소기업 상품 판매 전문매장이 있는데 2012년 기준 3636㎡의 매장에서 1229개 입점 업체의 1만여 개 입점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코레일과 협업해서 700개 역에 중소기업상품 판매 전시장을 설치함으로써 지자체에 중소기업 상품을 노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와 획기적 만남의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상품 브랜딩이나 수출은 그리 쉽지 않다.

 

강성규 중소기업진흥공단 기획팀장은 “지난 1999년 12월 설립한 행복한백화점의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상품이 96%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제품을 많이 찾고 있다면서 편백나무로 만든 수예침구세트, 보조배터리, 수면유도베개, 족열기, 피크닉도시락세트, 알알이쑥냉동용기, 진공포장기 등을 인기상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기상품들이 아무리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품질을 제시하고 아이디어나 기술특허가 좋다고 하더라도 기업별 매출은 형편없는 것이 사실이다.


중소기업 상품 유통 활성화는 현재로서는 정답이 없다. 대형마트 PB상품이나 OEM상품으로 납품하는 것이 하나의 활로는 될 수 있다. 갑을관계나 납품단가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이다. 우선은 그렇게라도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중소기업 상품 유통이 활성화되고 중소기업 상품 판로가 확보됐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MeCONOMY June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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