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이렇게 모든 일에서 의견이 갈리는 걸까? 정치에서 예술에서 심지어 식탁 위 반찬 취향에서도 의견충돌은 피하기 어렵다. 세상은 무수하게 복잡한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우리의 사고는 여전히 ‘옳다-그르다’, ‘우리-그들’의 단순한 이분법에 갇혀 있다. 이분법적 사고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었다. 음양, 남녀, 선악처럼. 우리는 대조를 통해 세상을 구분하고 질서를 세웠다. 그 덕에 과학도 제도도 사회도 발전했다. 나아가 더 넓은 세상에서 우리는 동맹과 적을 구분한다. 우리는 각자 지지하는 정당이 있지만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때로는 현실주의자이기도 하고 이상주의자이기도 하며,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기도 하고 신앙심이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는 때론 자부심으로 자기팀 유니폼을 입고 상대 팀의 색깔을 비웃는다. 프로이트가 "사소한 차이에 대한 나르시시즘"이라고 부른 것에 빠져 이분법을 계속 유지해 간다. 그렇다고 이분법적 사고가 항상 파괴적인 것은 아니다. 이분법은 복잡한 상황을 명확하게 하고, 방향을 잡고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생각이 이분법으로 지나치게 굳어질 때, 우리는
“빵과 서커스(panem et circenses)”는 고대 로마시대 권력자가 민중의 불만을 달래고 정치적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실시한 대표적 통치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식량과 검투사 경기 등 대중오락을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의 굶주림과 불만을 잠재우고,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풍자시인 유베날리스(Juvenalis)는 “로마 시민은 이제 빵과 서커스만을 원한다”고 풍자하기도 했는데, 이 표현은 이 정책이 단순 복지가 아닌 통제와 회유의 수단이었다는 해석이다. 이면에는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당시 로마 사회는 농민 몰락과 대지주 중심의 라티푼디움(latifundium) 확대, 노예 노동 중심 체제 등으로 인해 중소 농민들이 쇠퇴하고 빈곤층이 도시로 밀려들었다. 도시 빈민들은 일자리 없이 굶주림에 내몰렸고, 사회적 갈등은 점점 커졌다. 이런 맥락 속에서 식량 배급은 단순한 정치적 술책이 아니라 최저 생계 보장 장치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즉, “빵”은 체제 안정과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보장이었다. 그리고 “서커스”는 그 보장을 수용하게 만드는 회유적 요소였다. 정치적 무관심이라는 부정적 측면과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라는 긍정적
◇ 왜 식료품 가격만 치솟나? 최근 국무회의에서는 이재명 정부만의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다른 정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물가와 민생 문제를 환율이나 원자재 같은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리지 않고, 국내 유통구조와 행정의 책임 문제로 직시하면서 구조 개혁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9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왜 식료품 물가만 이렇게 많이 오르냐”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보다 1.5배나 높은 한국의 물가 구조를 지적하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식료품 물가가 본격적으로 오른 시점이 2023년 초부터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왜 그 시점부터 가격이 급등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가격 조정 명령’ 검토를 지시하면서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고 지도하고 개입한다면 물가 상승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환율과 국제 원자재가 탓인가 대통령의 지적은 실제 통계로도 확인된다. 2023년 이후 물가 상승을 이끈 주요 요인은 농산물, 특히 신선식품과 과일 가격의 폭등이었다. 한국은행 보고서와 주요 외신 지표에서도 농산물 가격 급등이 인
에너지저장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ESS)은 발전소, 신재생 에너지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생산된 전력을 저장 후 전력이 필요한 시기에 선택적 사용으로 전력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또한, 전력 품질을 안정화하여 전력 계통에 공급함으로써 전력 사용의 저비용, 고효율, 안정화를 통해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 탄소중립을 위한 중요한 기술이다. 에너지 저장 기술에는 화학, 동역학 및 위치에너지 등 다양한 기술로 구성되어 있으며, 효율이 우수한 화학 에너지를 이용한 방식으로는 리튬이온전지(LIB: Lithium Ion Battery), 나트륨황전지(NaS: Sodium Sulfur Battery), 레독스 흐름 전지(RFB: Redox Flow Battery) 등의 방식으로 구분되고, 기술별로 저장 용량, 사용 시간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저장 방식에 따라 화학적, 전자기적, 기계적 방식으로 분류되며, 방전 가능 시간의 주기에 따라 일반적으로 4시간을 기준으로 장주기, 단주기 시장으로 구분되고 각각의 적용 분야가 다르며 4시간 이상을 통상 장주기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대용량으로 갈수록 장주기 특성을 많이 요구하
협상은 이미 준비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협상상황이나 의제, 상대방의 이해 관계와 인식, 현존하는 대안들의 분석으로부터 시작된다. 다음 단계는 해결책을 발견하기 위해 당사자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자신의 몫을 주장하며 동시에 공동의 이익을 키우는 방안을 찾는 단계이다. 협상에서 윈-윈 결과를 가져오는 통합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준비(Systematic preparation), 가치 주장(Value claiming), 가치 창조(Value – creating)의 세 가지 핵심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부분적인 차이는 있으나 협상의 당사자가 개인·집단·국가인 모든 협상 상황에 적용이 된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대부분은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에 이루어진다. 협상은 준비의 경쟁 (Contest of preparation)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체계적인 준비는 성공적인 협상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협상이 전개되는 양상을 보아가면서 대응하겠다는 자세는 전혀 성공적인 결과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 특히 직관에 의존하는 협상가일수록 사전에 계획된 전략이 부족하다. 훌륭한 협상가는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고 계획된 대로 움직이며 동시에 상황의 변화에 따라
◇ AI, SNS 시대, 자기표현의 벽을 넘어서는 방법 최근 필자가 접하는 몇 가지 질문 중 하나는 이런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죠?” 필자는 방송기자 40년 경력에다 (사)한국신문방송인협회의 회장이라는 명함을 돌리다 보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런 질문을 받게 마련이다. 그러나 필자라고 뾰족한 수가 없어 그런 질문 앞에선 언제나 머뭇거리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내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은 분명히 있는데 말로 꺼내려 하면 입안에서 엉키고, 글로 쓰려면 첫 문장부터 막히곤 한다. 협회의 시상식 인사말을 준비하는 데도 몇 번을 고쳐 쓰는지 모른다. 만약 오후 2시 행사라면 오전에 초안을 잡았다가 점심을 먹으면서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느낌이 들어 행사 시간이 임박해서 부랴부랴 두 번째 생각을 메모지에 정리해 보지만 역시 잘 써지지 않는 건 첫 번째 생각 때와 별로 다르지 않다. 원고가 준비되었다손 치더라도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 앞에 서 있노라면 고친 곳이 많아 헷갈리고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거지? 하면서 정신이 아뜩해질 때가 많다. 인사말을 준
우리는 국민주권정부이며 AI 3강을 기치로 하는 한편, 지난 26일 저녁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배터리 하나 화재로 정부 주요 전산망이 마비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데이터의 중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이번 사태에서 다시한번 실감했으며 AI 역시 데이터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데이터는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를 결정할 AI의 ‘연료’로 얼마나 양질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에 성공여부가 달려있다. 국민에게 데이터 주권은 있는가? 대한민국 데이터 현실은 어떠한가, 이와 함께 데이터가 과연 국민주권정부의 ‘국민주권’과 과연 무관한가 돌아봐야 한다. 다시 말해 데이터 주권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대답을 먼저 한다면 슬프게도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데이터 주권’과 거리가 멀다. 내가 생산한 데이터가, 나로 인해 만들어진 정보가, 누군가의 허가와 무엇인가의 승인을 거쳐야만 접근할 수 있다. 산업자본주의 세계에서 노동의 결과가 누군가의 소유가 되고, 금융자본주의 시대에서 내가 사는 집이 금융권 채권의 일부가 되는 것과 동일하게 작동되고 있다. 다가오는 AI자본주의시대에 데이터는 생산자인 시민의 소유이며 권리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런 현실은 왜, 어떻게, 만
창업을 꿈꾸는 사람은 많다. 매년 많은 사람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전을 품고 창업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러나 그중 실제로 성공에 이르는 경우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의욕적으로 출발하지만,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첫째, 준비 부족에서 비롯된 실행 때문이다. 준비 없는 실행은 곧 무모함이다. 시장 분석도 미흡하고 고객에 대한 이해도 없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실행은 초반의 열정만으로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결국 자금 압박에 시달리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응하지 못해 좌초하고 만다. 둘째, 실행 없는 준비 역시 문제다. 일부 예비창업자는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끝없는 계획만 세우는 경우가 있다. 시장 조사를 하고 수익 모델을 설계하며 자금 조달 방안까지 마련하지만, 정작 실행에 나서지 못해 시간만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 사이 시장은 이미 다른 트렌드로 바뀌고, 결국 스스로 창업을 포기하게 된다. 창업의 성공 여부는 균형에 달려 있다. 계획과 실행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치밀한 전략 위에 과감한 실행이 더 해질 때 비로소 창업은 현실이 되고,
‘건청(乾淨)하다’라는 표현은 순수하고 깨끗하며 단아하다는 뜻을 가진다. 차분하고 청초한 아름다움으로 사랑 받아온 배우 명세빈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된다. 와인에도 이런 이미지를 닮은 존재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 북동부 프리울리(Friuli) 지역의 고급 화이트 와인, 일명 ‘수퍼 화이트(Super White)’다. 이탈리아 와인이라고 하면 토스카나의 레드 와인이 먼저 떠오르지만, 최근 세계 와인 시장에서 주목받는 주인공은 화이트 와인이다. 그 중심이 바로 프리울리다. 슬로베니아와 오스트리아 국경에 위치한 이 지역은 인구 120만 명 남짓의 작은 자치주이지만, 와인 문화와 역사적 독창성은 결코 작지 않다. 독일어, 슬로베니아어, 라딘어 등 다양한 언 어가 공존하며, 와인 역시 다채로운 개성을 품고 있다. 프리울리는 흔히 화이트 와인의 천국이라 불린다. 생산량의 70% 이상이 화이트 와인이고, 달콤한 디저트 와인으 로도 명성이 높다. 이곳의 와인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세 가지다. ◇토양과 기후의 독창성 이 지역은 빙하가 남긴 자갈과 빙퇴석 토양 덕분에 와인에서 풍부한 미네랄리티를 느낄 수 있다. 큰 일교차는 산도와 당도의 균형을 맞춘다. ◇스타일의 다양성
농림축산식품부에 던져진 질문 지난 9월 9일 국무회의. 농산물 유통 구조 개혁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농산물 가격 불안정과 높은 유통비용의 원인을 짚어 “가락시장 6개 도매법인의 장기 독점이 문제일 수 있다”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에 맞춰 온라인 도매시장 확대, 유통비용 절감, 정가·수의매매 도입, 가격정보 앱 개발 등 개혁 청사진을 제시했다. 목표는 분명했다. 가격 변동 폭을 절반으로 줄이고, 유통비용을 11% 이상 낮추며, 거래의 절반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강서도매시장의 시장도매인 제도가 도매법인 독점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송 장관은 곧바로 “시장도매인은 생산자 가격을 과도하게 깎는 문제가 있다”는 피상적 반론을 내놓았을 뿐, 제도의 장단점과 실제 운영 실태를 깊이 있게 설명하지 못했다. 이에 대통령은 짧게 말했다. “연구를 좀 더 해보세요. 그다음에.” 이 한마디는 의미심장하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단순한 주문이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가 시장도매인 제도에 대해 아직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많은 갈등상황 속에는 한 개의 의제가 아닌 여러 개의 상호연관된 의제들이 동시에 존재한다. 의제가 복잡하고 많은 경우에 비해 의제가 단순하고 그 숫자가 적은 상황이 모든 당사자들에게 더 바람직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이다. 의제가 많아질수록 더 나은 협상 상황이 형성된다. 다중의제(Multiple Issue)협상의 경우, 당사자에게 의제들 간의 득실을 계산하는 데 있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예컨대 의제가 임금 한 가지로 고용주와 노동조합 두 당사자가 서로 상충하는 선호를 가지고 있는 임금협상의 경우를 상상해 보자. 고용주는 임금인상을 최소화하기를 원하는 반면, 노동조 합은 더 많은 임금을 원한다. 이 경우 기껏해야 두 당사자들은 서로 부분적인 만족만을 통해 타협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동일한 협상 상황에서 임금뿐만 아니라 휴가 일수, 근로 시간, 직장보험, 상여금 등 이 의제에 포함되는 경우 당사자들은 의제들 간의 득실을 계산하여 협상을 하게 되고 따라서 서로 중요하지 않은 의제를 양보하는 대가로 자신에게 중요한 의제에 대해 커다란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다중의제 협상 상황은 당사자들로 하여금 사전에 분명한 협상 전략을 준
경영은 언제나 선택과 집중의 연속이다. 한 해의 성과를 점검하고 다음 해의 전략을 설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단순히 결산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적 활동이다. 기업 경영에서 하반기는 ‘성과 점검과 정리, 그리고 미래를 위한 준비’라는 중요한 전환기라 할 수 있다. 농부가 수확을 통해 한 해를 결산하듯, 기업도 일정한 주기에 성과를 분석하고 차기 사업 계획을 설계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필자가 지난 25년간 현장에서 수많은 경영자를 만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두 가지였다. 첫번째는 “올해는 어떻게 마무리해야 합니까?”였고, 두번째는 “내년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였다. 이 두 질문은 기업 경영의 핵심 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시점은 상반기의 성과와 하반기의 시장 흐름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기반으로 내년도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이며, 단순한 일정 관리 차원을 넘어서 조직의 생존과 도약을 좌우하는 전략적인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경영 불확실성에 따른 2025년 하반기의 경영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관세 압박으로 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