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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21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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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광주정신 지키는 광주·전남 통합특별시로 설계되길

 

광주·전남 통합특별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통합의 취지는 분명하다. 지역 간 경계를 넘어 초광역 단위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축을 만들자는 취지다. 대개 통합은 선언이나 정치적 결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통합 이후 어떤 지방행정체제를 설계하느냐가 통합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광주·전남 통합특별시는 어떤 행정구조 위에 서야 하며, 그 속에서 광주는 어떤 존재로 남아야 하는가'이다. 

 

대한민국의 지방행정체계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2단계 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이 원칙을 전제로 모든 지방자치제도는 설계되어 왔다. 그렇다면 광주·전남 통합특별시가 출범하기 위해선, 그 아래에 필연적으로 기초자치단체가 존재해야 한다. 즉, 특별시 내부에 자치시, 자치군, 또는 자치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특별시, 광역시, 도, 특별자치시, 특별자치도 중 어느 곳에도 자치시·자치군·자치구를 동시에 설치하고 있는 행정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광역자치단체 아래에 ‘시’ 또는 ‘특례시’를 두고, 그 아래에 다시 ‘자치구’를 두는 구조 역시 현행 지방행정체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전제를 외면한 채 통합을 논의하는 것은 제도 설계는 선언적 구호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결국 남는 선택지는 ‘자치구의 자치시 전환’이다. 이 구조적 한계를 인정한다면, 결론은 비교적 명확해진다. 광주광역시가 통합특별시에 흡수되는 순간, 광주광역시라는 광역자치단체는 존립할 수 없다. 그 하부 단위였던 자치구 역시 법적 기반을 상실한다. 따라서 통합특별시 아래에 기초자치단체를 두려면 광주광역시 내 자치구를 ‘자치시’로 전환해 자치시·자치군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다.

 

이는 새로운 지방행정 실험이 아니라 현행 지방자치법 체계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경로다. 특별법은 이러한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특례를 부여할 수 있다. 이는 지방자치의 기본 구조를 전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행정구역의 법적 지위를 조정하는 방식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광주’를 지키는 통합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치구를 자치시로 전환한다고 해서 광주의 정체성까지 해체되어선 안 된다.

 

광주는 단순한 행정구역명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 공동체의 가치를 몸으로 증명해 온 도시다. 다시 말해서 민주주의를 지켜 온 국민들의 자긍심이자 강력한 도시 브랜드다. 이에 필자는 ‘광주정신’, 즉 광주의 정체성을 제도 속에서 어떻게 살릴 것인가가 통합 설계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주·전남 통합, 맹목적 통합이 아닌 ‘자치와 협력’에 달려 있다

 

만약 자치구 명칭을 그대로 둔다면, 통합 이후 우리는 ‘광주·전남 통합특별시 북구’라는 행정명칭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행정적·제도적 현실과 명백히 충돌할 뿐 아니라, 광주라는 도시 정체성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 점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대안은 ‘광주’라는 명칭을 유지한 자치시 전환 모델이다.

 

예를 들면, 동구는 동광주시로, 서구는 서광주시로, 남구는 남광주시로, 북구는 북광주시로, 광산구는 (광주)광산시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세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광주라는 이름과 역사적 정체성을 제도 속에 온전히 남긴다. 둘째, 기존 자치구 간 위계나 차별 논란 없이 동등한 기초자치단체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셋째, 통합특별시–자치시·자치군이라는 명확한 2단계 행정체계를 구성할 수 있다. 이는 통합을 위해 광주를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광주를 분화시켜 확장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도시형 5개 자치시는 ‘자치와 협력’의 공동행정체제로 운영될 수 있다. 자치시 전환 이후에도 광주 도시권 차원의 공동 대응은 필수적이다. 교통, 도시계획, 환경, 문화, 생활 SOC 등은 개별 자치시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5개 자치시가 참여하는 ‘(가칭) 광주권 특별행정자치단체’ 구성을 검토할 수 있다.

 

이 방식은 기존 자치시의 법적 지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광역적 도시 행정은 공동으로 대응하고 기초자치는 각 시가 책임지는, 자치의 독립성과 협력의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행정 모델이다. 통합특별시는 초광역 기능을 담당하고, 자치시들은 도시 행정을 담당하며, 필요한 영역에서는 협력체를 통해 공동 대응하는 구조다.

 

이 모든 논의는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된다. 광주·전남 통합의 성패는 맹목적 통합이 아니라 ‘자치와 협력’에 달려 있다. 광주·전남 통합특별시는 공동 비전을 제시하고, 조정하며, 협력을 이끄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동시에 기초단위 지방정부에는 실현 가능한 최대치의 자치권을 부여해야 한다.

 

통합의 성과가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지 않고, 27개 기초지방정부 모두가 자주적 행정·경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특별시의 역할이다.

 

광주·전남 통합특별시는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결정이다. 그렇기에 더욱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의 지방행정체계에 부합하는 설계, 자치구를 자치시로 전환하는 현실적 해법, 광주라는 이름과 정체성을 제도 속에 남기는 선택, 그리고 분리된 권한 위에 협력 구조를 구축하는 일. 통합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광주를 지워서 만드는 통합이 아니라, 광주를 지켜서 완성하는 통합일 때 비로소 광주·전남 통합특별시는 더 큰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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