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물포럼’서 수자원공사·한수원·환경공단·농어촌공사, 물-에너지-AI 융합 사례 공개
- 홍수 예측부터 설비 고장 진단, 하수열 회수·데이터센터 냉각까지 확장
- “저장·공급 중심 물관리 넘어 국가 산업·기후위기 대응 핵심 인프라로 재편”
물관리 시설이 더 이상 물만 저장하고 보내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발전댐은 AI로 유입량을 예측하고, 양수발전소는 로봇이 순찰하며, 정수장은 스스로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한다. 또 하수처리장은 전기를 많이 쓰는 환경 기초시설을 넘어 에너지를 생산하고 열을 회수해 데이터센터 냉각과 지역난방까지 연결하는 복합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17일 한정애 의원실이 주최한 ‘Water-Energy-AI Nexus 활성화 어떻게 할 것인가? 제34차 물포럼’은 이 같은 변화를 한자리에서 보여준 자리였다. 이날 포럼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했다. 기후위기와 AI 대전환 시대에 물관리 시설은 더 이상 수동적 사회간접자본(SOC)이 아니라, 물과 전력,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결합되는 ‘지능형 국가 인프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포럼에서 가장 강조된 개념은 ‘워터-에너지-AI 넥서스’였다. 한정애 의원은 환영사에서 “물과 에너지의 상호의존 시스템에 AI를 접목하는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토론을 준비했다”며 “물·에너지와 AI의 융합이 단순한 기술적 논의에 그치지 않고, 국민 안전 강화와 편의 증진, 비용 절감이라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함께 토론하고 제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포럼에서는 광역 정수장 43곳에 자율운영과 최적 에너지 관리를 위한 AI 시스템이 도입돼 스마트 AI 정수장 구축이 시작됐으며, 이를 통해 연간 탄소 1만톤 감축과 100억원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는 설명도 나왔다.
◇ 발전댐·양수발전소도 AI로 진화...예측진단·로봇 순찰 본격화
가장 눈에 띈 것은 한국수력원자력이 내놓은 발전댐·양수발전소의 AI 적용 사례였다. 정병수 한국수력원자력 수력처장은 ‘수력발전과 Water-Energy-AI Nexus’를 주제로 발표하며 “수력·양수발전소 설비 관리와 댐 운영 관리 분야에서 AI 비중을 대폭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처장에 따르면 올해 개정한 수력 기술개발 로드맵(TRM)에는 총 99개 과제가 담겼고, 이 가운데 30개가 AI 관련 과제다. 관련 예산 규모는 411억원에 이른다.
그는 “예천양수발전소에 시범 적용 중인 자동 예측진단 시스템은 진동·전류·전압·온도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설비 이상을 조기에 감지하고, 3D·360도 파노라마 기반 감시체계로 고장 부위를 시각화해 대응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이어 “한수원은 이 시스템을 통해 중대 고장으로 번질 수 있는 사례 2건을 사전에 막아 45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로봇이 안전 점검하는 발전소’의 단면도 제시됐다. 정 처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기반으로 발전소 순시·점검용 AI 로봇을 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로봇은 2시간 단위로 설비를 순찰하며 이상 징후를 관제센터에 전달하는 보조 역할을 한다. 현재는 보조 기능에 머물고 있지만, 향후 배치를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휴머노이드형 로봇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댐·하수처리장·저수지까지...물관리 시설 전반에 스며든 디지털·AI 혁신
조은채 한국수자원공사 신성장전략단장은 ‘새로운 물의 시대, K-water의 Nexus 추진전략과 과제’ 발표에서 물 인프라를 ‘산업과 에너지의 접속면’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했다.
조 단장은 “첨단산업 성장으로 물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기존 방식만으로는 안정적인 물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수자원공사는 2030년까지 물 공급 역량을 20% 확충하는 동시에 확보된 인프라를 디지털·AI로 최적 운영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1.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2031년까지 10GW 수준으로 확대하고, 수상·육상태양광과 양수발전, 그린수소를 묶어 물관리 시설 주변을 에너지 거점화하는 구상도 제시했다. 특히 댐 주변 지역을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수열에너지, 용수 공급이 결합된 복합 입지로 키우겠다는 전략은 물관리 시설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대목이다.
권기원 한국환경공단 하수도처장은 ‘스마트 에너지 허브로서의 전환: 하수처리장의 새로운 가치 창출’ 발표에서 하수처리장을 ‘에너지 허브’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금까지 하수처리장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환경기초시설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권 처장에 따르면 환경공단은 이달 16일 기준 하수처리장 부지 태양광 확대를 위한 프로젝트를 통해 56개 시·군, 144개 시설, 30만8000㎡ 규모의 설치 희망 수요 조사를 마쳤다. 또 하수열을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냉각하고, 남는 열은 주변 지역난방에 활용하는 모델도 제시했다. 이는 하수처리장을 물·전력·열·데이터를 동시에 매개하는 도시 인프라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김재진 한국농어촌공사 수자원관리처장은 ‘기상 빅데이터와 AI 융합을 통한 저수지 수위예측 고도화’를 주제로 발표하며 “농업용 저수지 분야에서도 AI 적용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농어촌공사는 1만4000여개 농업기반시설과 3400여개 저수지를 관리하고 있으며, 기상청 데이터와 저수지 수위계 데이터를 결합한 AI 기반 수위예측 모델을 개발해 재난 대응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봉저수지를 대상으로 실증을 거쳐 고도화를 진행 중이며, 향후에는 AI가 자동으로 데이터를 읽고 분석해 대국민 정보 제공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날 포럼이 던진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물관리 시설을 계속 ‘보이지 않는 공공 인프라’로 둘 것인가, 아니면 AI와 에너지 전환, 산업 입지 전략이 만나는 국가 핵심 자산으로 재편할 것인가다.
지금까지 한국의 물정책은 상수원 보호, 치수, 이수, 하수처리처럼 기능별로 나뉜 관리에 가까웠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재생에너지 확대, 기후위기 대응이 동시에 밀려오는 상황에서 이런 분절 구조는 점점 작동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물관리 시설이 전력을 쓰는 설비이자 전력 수급을 돕는 자원이고, 열과 용수, 데이터까지 품는 복합 거점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포럼은 물관리 시설의 미래를 단순한 ‘물 인프라 고도화’가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과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좌우할 전략 자산의 재편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보게 했다. 저장과 공급 중심의 물관리에서 벗어나, 이제는 물·에너지·AI가 융합된 ‘생각하는 인프라’로의 전환이 본격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