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주사제에서 ‘먹는 약’(경구용)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제약기업 노보노디스크는 주사제인 위고비를 경구용으로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일라이 릴리, 로슈,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동제약, 종근당, 디엔디파마텍, 셀트리온 등이 경구용 비만치료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비만치료제는 부작용에 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rand View Research와 상상인증권에 따르면,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4년 74조원에서 2030년 217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간성장률 17.5%에 달한다. 한국에 상륙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도 품절 사태가 벌어질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위고비는 출시 6개월 만에 처방 건수가 40만 건에 도달했다. 이제 복약 편리성을 갖춘 경구용 비만치료제가 개발되면 수요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현재 개발 단계에서 가장 앞서있는 기업은 노보노디스크다. 임상을 모두 마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성분의 25mg 알약으로 승인 신청을 한 상태로 올 4분기 내 결과 발표가 예상된다. 이 회사는 아미크레틴(Amycretin) 성분으로 또 다른 비만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임상3상을 진행 중이며 주사 제형과 경구용 모두 개발 중이다. 일라이릴리는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으로 비만 및 제2형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진행 단계는 임상3상이다. 국내 제약사 중 임상 단계에 있는 제약사는 일동제약이다. 개발 프로젝트명 'ID110521156'은 최근 임상1상을 마무리했다. 기존 주사제에 비해 제조 효율성이 높아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임상1상에서 4주 동안 최대 13.8%의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냈다. 대표적인 부작용인 위장관 장애, 간독성 문제 등 측면에서 중대한 이상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바이오벤처기업인 디앤디파마텍은 최근 전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후보물질 'MET-GGo‘는 GLP-1 계열 중 가장 긴 반감기(약 101시간)를 나타내 주목받고 있다. 반감기가 길면 약물 농도를 장시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 효능 유지에 필요한 투여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오심, 구토 등 위장관계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완화할 수 있다. 종근당은 프로젝트명 'CKD-514'를 개발 중이다. 지난 11월 4일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2025 미국비만학회(2025 Obesity Week)’에서 비임상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용해도 개선을 통한 구조적 이점을 바탕으로 대동물 모델에서 우수한 경구 생체이용률(Dog BA)을 보였다. 일라이릴리의 오포글리프론(36mg) 보다 적은 용량으로 유사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고 동일 용량 대비로는 더 우수한 혈당 하강 효과가 나타났다. 종근당은 CKD-514의 후속 화합물군 역시 오포글리프론과 세마글루타이드와의 비교 시험에서 두 약물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대사 개선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정진 셀트리온은 지난 19일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 계획을 직접 밝혔다. 셀트리온의 'CT-G32'는 4중 작용제다. 기존 비만치료제가 대부분 2·3중 작용제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CT-G32는 개인 편차 없이 동등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돕고 근육 손실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방분해 촉진 효과와 체중 감소율을 최대 25%로 예상하고 있다. 위고비보다 뛰어나다는 마운자로의 체중감량 효과는 20.2% 수준이다. 현재 셀트리온은 해당 후보물질로 질환모델 동물 효능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6년에는 물성·안정성, 유전·세포독성 등을 검증해 전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간담회에서 “위고비(주사제) 시대가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가장 큰 부작용인 근육 감소 현상을 줄이며 경구용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 전 세계 저분자 먹는 비만치료제 주목 경구용 비만치료제는 복용 편의성이 높아 성공한다면, 주사형 비만치료제가 주류를 이루는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미 개발 단계에서 앞서가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일동제약이 글로벌 무대에서 가장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일동제약_임상에서 증명한 글로벌 기술경쟁력’ 보고서에서 “일동제약의 저분자(small molecule·저분자 유기 화합물) ‘D110521156’은 임상 1상 결과 우수한 내약성과 효능을 입증했다”면서 “이는 경구용 저분자 비만치료제로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키려는 다수 글로벌 빅파마의 기술도입 니즈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의 유형은 크게 펩타이드, 저분자 등으로 나뉜다. 이 연구원은 “현재 펩타이드 기반 비만치료제 시장은 높은 약가부담, 지속제형으로 인한 부작용 조절의 어려움으로 전체 비만 인구의 약 2% 내외만이 처방받는 상황으로 저분자 경구용 치료제가 등장할 경우 시장의 판도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가장 주목받은 저분자 경구용 비만치료제는 일라이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이다. 2025년 고무적인 3상 결과를 기반으로 2026년 승인이 예상되고 있다. 일동제약은 향후 임상을 통해 오르포글리프론을 뛰어넘는 우수성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분자 경구용 비만치료제는 화이자가 도전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고 로슈와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임상 발표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첫 국산 비만치료제는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약품은 최근 임상3상 중간 결과를 공개했으며 연내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GLP-1 계열의 주사제형으로 물질 유형은 펩타이드다. 한국인의 체질에 맞게 맞춤형 설계를 했다는 게 특징이다. 한미약품과 함께 일동제약도 저분자 비만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의원연맹과 동아시아재단이 공동주최한 ‘제1회 한미외교포럼’이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미국 의회와의 정책 협의 및 협력 확대를 목표로 설립된 한미의원연맹은 한미 양국의 외교·안보와 경제·통상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의원외교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연맹 공동회장인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영사에서 “올해 3월 초 창립총회를 열고 한미의원연맹의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며 “대한민국 국회 300명 중 168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초당적 의원 모임”이라고 소개했다. 조 의원은 “최근 한미 간 팩트시트가 발표됐고, 이는 한미 협력의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며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지지,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문제 등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는 기조연설에서 “양국 의원들이 큰 역할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가 도래했다”며 “최근 발표된 한미 공동설명자료는 양국 관계 전반을 포괄하는 역사적인 문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등 전략 산업에서의 협력은 한미 양국의 미래가 서로에게 달려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상호 번영은 안정적인 안보 환경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한반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역내 도전 과제가 진화하고 있다. 최근 서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현대화하고, 한국의 국방비를 증액하며, 핵추진 잠수함과 같은 새로운 능력을 도입해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서해에서의 중국 활동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한국의 핵잠 도입을 대중국 견제 수단과 연계해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케빈 김은 “이 같은 결정이 가능했던 것은 한국이 ‘모범 동맹’이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기꺼이 국방비를 투자하고 자체 부담을 지며, 한반도에 주둔하는 주한미군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동맹”이라고 평가했다. ◇ “앞으로 5~6년, 대미 외교가 가장 어려운 시기” ‘글로벌 전략경쟁과 한반도 안보: 의회외교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첫 번째 세션에서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협상이 진행 중인데, 미국 의회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확보하려면 미국으로부터 연료를 공급받는 등 미국 의회와 별도의 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 5~6년간 대미 외교는 우리나라가 수행해야 할 가장 어려운 외교 활동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미국에서도 한미의원연맹에 상응하는 기구를 만들어 총회를 열고, 1년에 한 번씩은 상호 방문을 이어가며 양국 의원들 간 결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존 델러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은 “지금은 한미 의회 간 교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며 “미국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에 더해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와 같이 한미 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는 사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양한 형태의 한미 의회 간 교류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강대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이 시기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양국 간 대화는 평화를 가져오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관세 압력 속에서도 한국에 기회...제조 강국 도약해야” ‘대미 경제협력과 한국의 글로벌 전략’을 주제로 열린 두 번째 세션에서 좌장을 맡은 이영선 ‘통일과나눔’ 이사장은 “이 자리는 대미 외교 관계에서 한국이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 고민을 나누는 자리”라며 “한미의원연맹 설립 취지도 국익을 초당적으로 추구하겠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발제에 나선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만 해도 미국 통상당국의 주요 업무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와의 FTA 개정 협상도 비교적 짧은 기간에 마무리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무역적자를 일으키는 모든 국가가 미국의 타깃이 되고 있다”며 “전 세계 59개국,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가들에 최대 51% 관세가 부과될 수 있고, 한국에는 15% 상호 관세가 적용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은 통상정책을 통해 전략 산업의 자국 내 생산을 확대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관세 협상이 잘 마무리된 만큼 한국의 현실에 대해 나름대로 낙관하고 있다”며 “트럼프 1기 때는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 경제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에 처할까 많이 우려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첨단 산업 분야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한국을 추월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면서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관련해 서구 국가들이 중국의 저렴한 재화를 대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가운데, 적합한 대안 국가로 한국이 지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제조 강국으로서 한국이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지금의 위기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며 “한미 동맹과 경제협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국 “이간질 자제하라”...원잠·서해 연계 주미대사 대리 발언에 불쾌감 한편 케빈 김 대사대리의 발언은 즉각 외교적 파장으로 이어졌다. 주한중국대사관은 논평을 내고 “미국 관료의 잘못된 발언에 유감을 표한다”며 “제3국이 중국과 한국의 관계를 이간질하지 않기 바란다”고 반발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 추진에 대해 “한국을 더 위험한 위치에 놓이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원잠이 대중 억제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미국 측 기대가 오히려 한국의 안보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케빈 김 대사대리가 서해 정세와 한국 원잠 도입을 직접적으로 연결지은 만큼, 한미가 의회외교와 통상·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둘러싼 역내 갈등 관리가 향후 외교 과제로 더욱 첨예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24~25일(현지시간) 자국을 국빈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에너지,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라하네틴 두란(Burhanettin Duran) 튀르키예 대통령실 공보국장은 성명에서 “대한민국은 우리의 전략적 파트너”라며 “이 대통령이 24일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게 된다”고 알렸다. 이어 “이번 방문은 한국전쟁 이후 양국 간에 구축된 우호관계를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튀르키예는 1950년 한국전쟁 때 대한민국을 지원한 16개 유엔 참전국 중 미국, 영국, 캐나다에 이어 4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했다. 양 정상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두란 공보국장은 “양국 관계가 전면적으로 검토될 것”이라며 “에너지, 방산, 교통, 인프라, 첨단기술, 문화, 관광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더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통령의 이번 튀르키예 방문에서 지역 및 국제 현안에 대한 의견이 교환되고, 양국 협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협정에 서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알파르슬란 바이락타르(Alparslan Bayraktar) 튀르키예 에너지장관은 최근 자국 북부 시노프 지역을 2번째 후보지로 하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을 협상국으로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중동을 순방 중인 이 대통령은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거쳐 순방의 마지막 국가로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를 방문한다. 이번 이 대통령의 방문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등이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및 MOU 서명식 등의 일정을 마친 뒤 귀국할 예정이다.
법무법인 로고스가 내부 전산시스템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개인 범죄정보 등이 담긴 소송자료 18만건을 해킹당해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지난해 여름, 해커에 털린 자료는 1.6TB 규모이며, 무단으로 빼돌려진 자료는 다크웹에 게시되기도 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는 20일 전체회의를 열어 대규모 소송자료가 유출된 법무법인 로고스에 과징금 5억2300만원과 과태료 6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21일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로고스가 내부 시스템에 보관·관리하던 소송자료가 다크웹에 게시된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해커는 지난해 7~8월 ID와 비밀번호 등 로고스의 관리자 계정정보를 빼낸 뒤 내부 인트라넷에 접속해 사건관리 리스트 4만3892건을 내려받아 유출했다. 또 소송자료가 저장된 디렉터리에서는 소장, 판결문, 증거자료, 금융거래내역서, 신분증, 진단서 등 18만5047건(약 1.59TB) 규모의 소송 관련 문서를 추가로 빼냈다. 문서에는 이름, 주소, 연락처,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범죄 이력, 건강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대량 포함돼 있었다. 이렇게 유출된 소송자료는 모두 1.6TB 규모에 달했다. 해커는 지난해 8~9월에는 로고스의 메일서버 등에 랜섬웨어 악성코드를 심어 서버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로고스는 당시 서버가 마비돼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했다. 조사 결과 로고스는 내부 시스템에 대한 접속권한을 IP 주소 등으로 제한하지 않는 등 접근·통제 조치를 소홀히 했다. 외부에서 시스템 접속 시 ID와 비밀번호만으로 접속이 가능하도록 운영했고, 웹페이지에 대한 취약점 점검·조치를 소홀히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을 암호화하지 않고 저장했으며 보관 중인 개인정보의 파기 기준도 마련하지 않았다. 로고스는 지난해 9월 5일 무렵에 이 같은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했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상 지난 올해 9월 29일 무렵에야 개인정보위에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정보위는 로고스의 위반사항을 ‘매우 중대한 위반’으로 판단하고, 과징금 5억2300만원과 과태료 600만원을 부과했다. 또 처분받은 사실을 운영 중인 홈페이지에 공표할 것을 명령했다. 유출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조치 강화, 주요 개인정보 암호화, 명확한 파기 지침 수립, 사고 대응 체계 정립 등 전반적인 개인정보 보호 및 관리 체계를 강화할 것을 시정명령했다. 로고스는 앞서 올해 5월 국내 통신업체의 유심 정보 해킹 사태가 불거졌을 때 수백명의 피해자를 모집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공동소송 대리에 나선 로펌이다. 그랬던 로펌이 이번 발표로 직접 해킹 사태의 당사자가 됐다. 로고스는 “고객의 정보를 철저히 보호해야 할 법무법인으로서 기본적인 책무를 다하지 못해 심려와 불편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고스는 21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2024년 8월말 인트라넷 침입 사고가 발생, 사고를 인지한 즉시 관련 서버를 차단하는 비상조치를 단행, 곧바로 경찰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했다”며 “또 재발 방지를 위해 정밀 보안 컨설팅, 네트워크 장비 최신형 교체, 방화벽 기능 개선, EDR, MDR, 모든 파일 암호화 등 전방위적인 보안 강화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국내 법무법인 최고 수준의 보안 정책을 실행해 재발을 방지하겠다”며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완벽한 정보보안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증명하는 것임을 명심하겠다”고 재차 사과의 뜻을 밝혔다.
‘M이코노미뉴스’에서 한 주간 놓치지 말아야 할 국내외 주요 IT 이슈 3가지를 선정, 요약해 보고자 합니다. 이번 주에는 오픈AI o3 모델을 실험실에서 테스트한 결과 일부 제출 문제를 의도적으로 틀리며 성능을 낮춘 사례가 보고됐다는 소식, 일본원폭피해자협회 ‘일본 히단쿄’가 일본 총리에 비핵 3원칙 견지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는 소식, 온라인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청소년 보호를 위해 채팅 기능에 연령 인증을 의무화했다는 소식 등 세 가지를 단신으로 소개합니다. 1. 오픈AI o3의 ‘샌드배깅’ 논란...의도적 정렬로 위험 낮춰가는 중 오픈AI(OpenAI)의 o3 모델이 실험실 테스트에서 일부 화학 문제를 의도적으로 틀리며 성능을 낮춘 사례가 보고됐고, 연구자들은 이를 ‘샌드배깅(sandbagging)’ 또는 ‘계략’으로 표현했다. 미국 씨넷(CNET)에 따르면 오픈AI와 아폴로연구소(Apollo Research)의 협력 연구는 오픈AI 자체 모델뿐 아니라 구글과 앤스로픽의 일부 고급 시스템에서도 통제된 환경에서 드물지만 기만적 행동이 관찰된다고 밝혔다. 다만 오픈AI는 이러한 사례가 매우 드물며, 챗GPT(ChatGPT) 같은 대중적 모델이 은밀히 음모를 꾸미는 증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연구자들이 말하는 ‘계략’은 인간적 의도라기보다 은폐·전략적 기만에 해당하는 패턴을 측정하는 기술적 약칭이다. AI가 점점 복잡하고 현실 세계에 영향을 주는 과업을 맡을수록 유해한 계략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한다. 이러한 행동은 탐지 자체가 어려워, 추론 과정을 숨기는 시스템이 정답을 낸 시스템과 겉보기엔 동일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난관으로 지적된다. 이에 오픈AI는 안전장치와 엄격한 테스트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픈AI는 모델이 과도하게 아첨하거나 문제를 ‘속여’ 해결하려는 경향을 제한하기 위해, 명확한 설명 요청과 응답 불가 인지 등을 훈련에 포함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특히 ‘의도적 정렬’ 훈련을 통해 o4-mini의 계획 성향을 8.7%에서 0.3%로 크게 낮추는 성과를 냈지만, 완전한 해소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가 챗GPT의 현재나 미래 작동 방식을 즉각 바꾸지는 않지만, 향후 모델 개발에서 기능뿐 아니라 정렬과 안전성을 동등하게 발전시키려는 오픈AI의 초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2. 일본원폭피해자협회 ‘일본 히단쿄’, 비핵 3원칙 견지 등 요구 성명 발표 일본원폭피해자협회 ‘일본 히단쿄(Nihon Hidankyo)’는 11월 20일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비핵 3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핵 3원칙이란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고’, ‘보유하지 않고’, ‘반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본의 핵 공유론이나 핵 반입 주장에 강하게 반대하며, 일본이 세계 핵 폐기 운동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히단쿄 대표위원 미마키 도시유키는 “다시는 피폭자가 나오지 않도록 핵무기 폐기를 세계에 호소하겠다며 “일본 정부가 핵무기금지조약(TPNW) 당사국 총회에 옵서버로라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히단쿄는 2024년 노벨평화상 수상 단체로, 이번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에 핵무기 폐기의 필요성을 다시 알리고, 일본이 핵 폐기 운동을 선도해야 한다는 도덕적 책임을 강조했다. 일본은 전 세계 유일의 원자력폭판 피폭국으로 비핵 3원칙은 국가의 정체성과도 직결된 원칙이다.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비핵 3원칙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하자, 히단쿄는 즉각 항의 성명을 발표하며 “재검토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에 나서고 있다. 3. 로블록스, 청소년 보호 위해 채팅 기능에 연령 인증 의무화 온라인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가 채팅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모든 사용자에게 연령 인증을 요구하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 발급 신분증 제출 또는 인공지능(AI) 기반 얼굴 인식 도구를 통한 나이 추정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성범죄자가 아동을 플랫폼에서 유인·학대했다는 소송과 비판이 잇따른 가운데, 어린 사용자가 성인 낯선 사람과 접촉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강화된 안전 대책이다. 로블록스는 전 세계적으로 1억5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3분의 1이 13세 미만이다. 이미 자녀 보호 기능, 개인정보 공유 차단, AI와 사람을 통한 채팅 모니터링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운영해 왔지만, 이번 업데이트로 연령 인증을 거치는 사용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AI는 사용자를 연령대별로 분류해 비슷한 나이대의 사용자끼리만 채팅할 수 있도록 제한하며, 잘못된 분류가 발생할 경우 13세 이상은 신분증으로 수정할 수 있다. 로블록스는 얼굴 이미지를 연령 추정에만 활용한 뒤 삭제한다고 강조하며, 사기 방지 기능을 통해 가짜 이미지 사용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은 11월 18일부터 자발적으로 시행됐으며,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네덜란드에서는 내달, 전 세계적으로는 내년 초부터 의무화될 예정이다. 로블록스 측은 “모든 사용자에게 안전하고 연령에 적합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청소년 보호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약속했다.
"지금이 창업하기에 좋은 시점일까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필자는 지난 25년간 수많은 창업 사례를 지켜본 경험으로 보면서 창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시장 타이밍이 아니라, 비즈니스 체력이라고 생각해왔다. 여기서 말하는 체력은 신체적 에너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끝까지 지속할 수 있는 실행력, 실패 이후에도 사업을 재정비해 재도전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 그리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기업의 방향성과 전략을 유지할 수 있는 조직적 안정성을 의미한다. 많은 예비창업자는 차별화된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시장 진입의 최적 시점을 모색하며 성공의 공식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실제 시장은 예측 불가능할 만큼 냉정하며 ‘최적의 타이밍’은 대부분 사후적으로만 정의되는 시장의 착시 현상일 뿐이다. 결국 창업의 본질은 시장 진입의 타이밍 선택이 아니라, 사업 모델의 완성도와 지속 가능 경영 역량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타이밍의 함정 창업 시장에는 늘 타이밍의 환상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A I가 뜨고 있어”, “요즘은 플랫폼이 대세야”, “요즘 소비자들은 구독을 좋아해” 하지만 이 문장에는 공통된 함정이 있다. ‘지금’이라는 말은 언제나 ‘이미 늦은 시점’을 뜻한다. 시장은 이미 변했고, 경쟁은 포화 상태이며, 남의 성공 스토리를 따라가는 순간 나의 차별성은 사라진다. 창업 타이밍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시장 분석은 깊지만 창업 자신에 대한 분석은 소홀히 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외부 환경 분석에는 민감하지만, 정작 자신의 핵심 역량, 활용 가능한 자원, 그리고 버틸 수 있는 지속력에 대해서는 냉정한 진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창업의 출발점은 시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며, 진정한 준비는 외부의 흐름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한계를 인식하고 극복 전략을 설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버티는 힘이 곧 생존 전략이다 창업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장거리 경기이다. 초기에는 속도가 빠른 사람이 앞서 나가지만 결승선에 도달하는 사람은 리듬과 페이스를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다. 창업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스프린터형 창업가’보다는 지속 가능한 성장 리듬을 유지하는 다음과 같은 창업가가 결국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① 육체적 체력 – 하루 14시간을 버틸 수 있는 일상의 지속력 ② 정신적 체력 – 거절, 손실,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는 내면의 강도 ③ 조직적 체력 – 초기 멤버가 흔들릴 때 중심을 잡는 리더십의 무게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창업은 어느 순간 성장의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국내 신생기업(창업기업)의 1년 생존율이 약 64.9%이며 5년 생존율이 약 34.7%라고 분석했다. 그 원인의 대부분은 ‘자금고갈과 아이템의 실패’도 있지만 ‘창업자의 체력 고갈’의 이유도 상당부문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초기 자금이 떨어지기 전, 사람의 에너지가 먼저 소진된다는 것이다. 성공한 창업자가 공통으로 말하는 이야기 중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결국 성공한다”라는 말은 단순한 인내가 아닌, 지속 가능한 시스템과 일상의 균형을 지키는 창업자의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은 체력전을 요구한다 시장은 구조적으로 변동성을 내포하고 있다. 경기·환율·기술·소비 트렌드의 불확실성이 결합 될수록, 창업자는 단순한 실행력을 넘어 지속 가능한 대응 체력을 요구받는다. 사업 초반에는 결과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마케팅해도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고, 투자 제안은 번번이 거절당한다. 고객은 존재하지만 관심은 보이지 않는다. 이 시기의 공백을 견디지 못해 포기하는 창업자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바로 이 시기가 바로 “시장 검증의 골든타임”이다. 데이터를 쌓고 브랜드를 다듬고, 작은 개선을 반복하는 과정이 바로 창업자의 인내와 체력을 요구하는 시간이다. 창업은 달리기보다 등산에 가깝다. 정상은 멀고, 올라갈수록 공기가 희박해진다. 그때 필요한 건 ‘더 빨리 오를 힘’이 아니라 ‘호흡을 유지할 힘’이다. 체력이란 바로 그 ‘호흡의 리듬’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는 사람, 남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방향을 잃지 않는 사람이 결국 시장의 끝에서 살아남는다. ◇자금보다 중요한 사업화 추진 지속력 예비창업자는 창업 준비 단계에서 “얼마의 자금이 필요할까?”를 먼저 계산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이다. 사업계획서는 시장성·수익성·투자 금액을 중심으로 작성된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창업은 현금흐름보다 시간의 흐름을 관리하는 일이다. 돈이 없어서 망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견디지 못해 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창업은 처음부터 완성된 구조로 시작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업 모델은 시행착오 속에서 다듬어진다. 따라서, 사업화 추진력이란 시행착오를 견디는 시간의 완충지대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는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를 끊임없이 되묻게 된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아이템도 금세 무너진다. ◇리스크는 줄이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것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종종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리스크는 피하는 대상이 아니라 설계의 변수다.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설계하는 기업은 실패를 비용이 아니라 학습의 자산으로 본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조직의 특징이다. 추진력 있는 창업자는 위기를 만나면 속도를 늦추지만 멈추지는 않는다. 그들의 공통된 태도는 “잠시 숨을 고른다”이다. ◇개인에서 조직으로 창업 초기에는 모든 에너지가 창업자 개인에게 집중된다. 그러나 일정한 단계가 지나면 조직의 체계화가 기업 생존을 결정하게 된다. 창업자가 모든 의사결정을 직접 내리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빠른 성장을 이끌 수 있다. 그러나 그 속도는 오래가지 않는다. 조직이 창업자의 판단에만 의존할 때, 시장의 변화 앞에서 방향을 잃기 쉽다. 진정한 조직력은 창업자의 손이 아닌, 팀의 자율성에서 나온다. 권한이 위임되고, 구성원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때 기업은 비로소 지속 가능한 조직의 힘을 갖는다. 좋은 리더란 모든 일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이 스스로 버틸 수 있도록 조직력을 키워주는 사람이다. ◇타이밍보다 중요한 건 끝까지 버틸 힘 창업은 타이밍이 아니라 체력이다. 좋은 시기는 지나가지만, 좋은 체력은 어떤 시기에도 작동한다. 지속 가능한 창업자는 기회를 기다리지 않는다. 기회를 버틸수 있는 힘을 키운다.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빠르게 시작한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시장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끝내 그 변화를 이겨내는 것은 사람의 힘, 그중에서도 끝까지 버티는 체력의 힘이다. 이제 예비창업자에게 필요한 것은 ‘시장의 타이밍’이 아니라 ‘자신의 리듬을 지키는 체력’이다. “전략은 머리에서 시작되지만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은 몸에서 나온다. 체력을 관리하는 사람만이 방향을 잃지 않고 끝까지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창업하기에 좋은 시점일까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필자는 지난 25년간 수많은 창업 사례를 지켜본 경험으로 보면서 창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시장 타이밍이 아니라, 비즈니스 체력이라고 생각해왔다. 여기서 말하는 체력은 신체적 에너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끝까지 지속할 수 있는 실행력, 실패 이후에도 사업을 재정비해 재도전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 그리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기업의 방향성과 전략을 유지할 수 있는 조직적 안정성을 의미한다. 많은 예비창업자는 차별화된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시장 진입의 최적 시점을 모색하며 성공의 공식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실제 시장은 예측 불가능할 만큼 냉정하며 ‘최적의 타이밍’은 대부분 사후적으로만 정의되는 시장의 착시 현상일 뿐이다. 결국 창업의 본질은 시장 진입의 타이밍 선택이 아니라, 사업 모델의 완성도와 지속 가능 경영 역량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타이밍의 함정 창업 시장에는 늘 타이밍의 환상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A I가 뜨고 있어”, “요즘은 플랫폼이 대세야”, “요즘 소비자들은 구독을 좋아해” 하지만 이
2025-11-22 편집국 기자
DNA와 분자생물학에 생애를 바친 헌신을 바탕으로 눈부신 경력을 쌓았고, 그 결과 노벨상 수상과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얻었으며 DNA 연구로 가장 중요한 20세기 과학자 중 한 명으로 존경을 받았던 왓슨 박사가 인종 간 IQ를 비교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 전기 작가가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6일, 97세의 일기로 타계한 왓슨 박사의 전기를 쓰고 있는 유전학 역사가 다니엘 컴포트 박사가 뉴욕타임스 11일 자에 기고한 글에서 나왔다. 컴포트 박사는 그러나 왓슨 박사의 유전적 결정론-신체적 특징이나 복잡한 인간 행동을 포함한 유기체의 특성이 환경과 개인적 선택의 영향을 거의 또는 전혀 무시한 채 유전자(DNA)에 의해 엄격하고 배타적으로 제어된다는 믿음-에 대한 집착은 결코 처음부터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고 했다. 사실상 그와 동시대 학자들 일부는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 우생학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IQ가 인간의 지능을 측정하는 척도이며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주장에 관한 심층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왓슨박사는 1968년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 소장이 된 후에도 이러한 우생학 열풍에 휘말리지
2025-11-21 윤영무 본부장 기자
지금이야 출입이 자유로워 졌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서울 여의도 국회는 정문에서 출입이 막혀 국회의원 등과의 약속없이는 출입이 힘들었다. 정문부터 일일이 신분증 검사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와 달리 국회 문턱은 비교적 많이 낮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심리적인 장벽은 여전하다. ◇ 왜 국회에 시민은 보이지 않는가? 시민과 정치가 소원해진 것은 학교교육부터 정치를 거부하도록 교육받아 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학교에서는 정치를 이야기하는 것부터 금기시 되고 있다.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정치 자체를 언급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학생들도 정치를 꺼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생활에 정치가 아닌 것들이 있는 지를. 내가 내는 세금도, 교육정책도, 주식가격도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것들이 정치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사회는 정치에 대한 관심과 열망은 강하지만, 정치적 문해력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매우 중요하지만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으니, 여기저기서 들은 풍월로 갑론을박하다가 싸움으로 번지기 일수다. 지난 10월 24일 국회대회의실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국민주권대토론 마당’이 열려 ‘
2025-11-20 편집국 기자
우리는 흔히 주한미군과 유엔사를 혼동해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판문점에는 여러 나라 회원국으로 편성된 유엔사 다국적군이 정전 관리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들의 역할과 법적 지위, 그리고 앞으로 유엔사 역할에 대해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유엔사의 창설 배경과 역할, 회원국 현황 유엔사의 태동은 1950년 6월 북한의 전면 남침 직후 창설되면서 정전 상태인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태동부터 지금까지 유엔사에 부여된 임무는 ⓵북한의 침략 격퇴를 통한 대한민국 방어 ⓶한반도 통일 지원 ⓷정전협정 이행 감독 ⓸한반도 유사시 전력 제공 임무 등이다. 특히 이들은 정전협정 이행의 선도자이자 한반도 안보·안정의 보장자 임무를 담당하는 다국적으로 만들어진 군사 조직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엔사의 태동은 6.25와 연계되어 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82호·83호·84호 결의를 통해 다국적군을 지휘할 통합구조로서 유엔군사령부(UNC)를 창설했다. 유엔안보리 결의 제84호는 미국이 통합군사령관, 즉 유엔군 사령관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해서 미국의 리더십을 명시적으로 인정했다. 초대 사령관인 맥아더 장군이 지휘하도록 했다. 유엔사는 최초 일
2025-11-18 편집국 기자
2025년 노벨상 발표 후 미디어나 교육자 등이 분석한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받기 어려운 이유이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무수한 분석과 자성, 그리고 기대가 있었다. 우리나라 과학 연구가 한층 발전하고 그 성과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도록 자극하는 촉진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노벨상’의 의미와 가치 2025년 노벨상 과학 부문 수상자에는 미국인 6명과 일본인 2명이 들어있다. 미국인 6명 중 3명은 이민자이며 그중 한 명은 10대 때 영어를 잘 못하는 상태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사람이다. 일본은 올해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하여 21세기에 자연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21명 배출하였다. 21세기 노벨상 수상자 수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매년 1명 정도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셈이다. 21세기의 시작을 1년여 남짓 남겨둔 1999년 10월에 우리나라의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전국의 20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전화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21세기에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응답자가 55%였으며 ‘받을 수 없을 것’이란 응답자도 40%로 적지 않았다. 학력이 높을수록 2
2025-11-17 편집국 기자
동남유럽에 위치한, 과거의 고립에서 벗어나 현재 나토(NATO) 회원국이며, 유럽 연합(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인구 3백만 명의 알바니아공화국은 “알고크라시” 즉 알고리즘에 의한 정부를 향해 실질적인 한 걸음을 내디뎠다. 아마 알고리즘을 도입한 첫 번째 국가일 것이다. 지난 9월, 알바니아 총리는 디엘라(Diella)라는 AI 아바타가 연간 10억 달러가 넘는 재화와 서비스를 정부에 공급할 민간 공급업체를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공정하고 유능하며 알고리즘을 갖춘 디엘라가 이 분야에서의 부패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디엘라가 어떻게 선정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투명하게 밝히지 않거나 그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메커니즘이 없다면, 민간 공급업체들은 필연적으로 부당함을 느끼고 구제책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알고리즘으로 효율성을 최적화할 수 있지만 상충하는 여러 가치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바로 이 선택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를 알고리즘이 결정해도 후과(後果)가 있을 것임을 말해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강력한 인물, 권위주의자, 그리고 지금처럼 알고리즘과 같은 능력에 기대하려고
2025-11-16 윤영무 본부장 기자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자 ‘가래떡 데이’다. ‘土(흙 토)’ 자는 ‘十’과 ‘一’로 나눌 수 있어 11이 겹친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했다. 흙과 농업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흙의 가치와 농업의 본질을 되새기는 한편, 가래떡의 함의를 통해 먹거리의 소중함을 되짚어봄 직하다. 흙은 단순한 물질이 아니다. 생명의 토양이자 그릇이며, 그 위에서 자란 곡식은 한 나라의 식량주권을 지탱한다. 쌀 한 톨이 밥 한 그릇이 되고, 밥 한 그릇이 공동체의 힘이 된다. 흙에서 연유한 이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한 나라의 밥상’을 지탱하는 생명의 날이다. 흙이 없으면 밥이 없고, 밥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 그 진리를 잊지 않는 것이 오늘의 농정이 지향해야 할 출발점이다. ◇ 쌀 한 톨의 무게는 우주의 무게 기후위기 시대에 쌀농사가 불안정해지면 식량주권이 흔들리고, 식량주권의 불안정은 곧 국민 생존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기후위기 속에서 식량 생산을 담당하는 농민 보호를 위해 투입하는 재정은 결코 세금 낭비가 아니다. 통계청 「2023년 농가경제조사」에 따르면, 농업소득은 연평균 1,114만 원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농자재·비료·기름값 상승으로 실질소득
2025-11-12 편집국 기자
"농업에 왜 펀드가 필요하지?", "예산이 필요하더라도 너무 많은 책정된 것이니 감액해 다른 분야에 사용하면 좋겠다", 매년 11월이면 국회에서 이런 질문들이 나온다. 농식품 모태펀드는 국가 예산을 마중물로 민간자금을 모아서 투자조합을 결성토록해 농식품 분야의 스타트업을 키우는 제도다. 벌써 16년이 지나고 있다. 농식품 모태펀드는 보조금과 융자에 의존해 오던 농식품 분야에 우수한 기술창업 인력들이 몰려서 좋은 기업들을 세우고 키우게 함으로써 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 결과 마켓컬리, 우듬지팜, 프레시지와 같은 스타 기업들을 키워냈고, 각 분야의 유능한 인재들이 대기업 취업보다는 창업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특수목적 펀드들은 AI 등 4차 산업혁명의 산물들을 농식품과 창조적으로 결합되게 하거나, K–Food 등을 통해 수출을 증진시키고 비수도권 지역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도 촉진시킨다. 모태펀드는 전문 벤처캐피탈(VC)에 의하여 투자기업을 선정하고 벨류업(Value–up)을 거쳐 IPO 또는 M&A 등을 통해 투자금이 회수되고, 회수된 금액이 다시 재투자되는 선순환을 거친다. 기업에 투자된 금액이 1
2025-11-12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