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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담합, 소비자 피해는 누가 보상해주나?

최근들어 기업의 담합 관련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라면 업계는 9년간이나 담합을 해왔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과 LG에서는 노트북, 세탁기, 평판 TV 등을 담합하였다. 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가지만 정작 피해를 당한 소비자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기업은 과징금을 경감받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기업의 담합문제, 보다 구체적인 해결방안은 없을까? 참여연대 김진욱 간사와 담합문제에 대해 짚어보았다.

올해 가격담합 최대의 화두는 단연 라면회사의 가격담합이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1354억 원의 과징금을 농심, 삼양,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4개사에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담합의 형태는 농심에서 가격을 인상하면 3개 사에서 일정 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인상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규모가 큰 담합으로는 삼성, LG의 노트북, 세탁기, 평판TV 3가지 담합, 자동차 학원 수강료 담합, 휴대폰 보조금 담합 등이 있다. 또한 작년에는 한해동안 30여건 정도의 가격담합 사실이 적발되었다.

담합은 엄연한 불법행위이다. 그럼에도 기업에서는 가격, 생산량 등을 결정함에 있어 시장경제의 공정한 경쟁를 거스르는 행위를 자행하는 담합을 끊임없이 행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정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소비자에게는 높은 가격과 낮은 질 등의 피해를 발생시키게 된다. 이렇듯 담합은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해칠 뿐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받는 결과를 초래한다.

담합의 사전예방 및 사후 규제 수단으로 과징금 제도가 거의 유일한 실정이다. 담합 관련 규제에는 담합 행위 사업자에 대한 행정제재와 과징금 부과를 통한 부당이득 환수,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으로 행사하고 있는 검찰 고발권이 전부다. 그러나 최근 역대 최고의 과징금을 받은 LPG를 비롯한 라면, TV, 세탁기 등 서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담합이 늘어나고 있다. 뿐만아니라 범위와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제도로만으로는 부족해 보이는 담합문제, 소비자 피해에 대한 구제 제도가 전무한 것이 실정인데 해결방안이 시급해 보인다.

처벌 수위가 어느정도 되는지?

작년도 가격담합 15건을 분석한 결과, 관련 매출액(담합을 한 기간동안의 상품의 매출액)의 2%정도가 과징금으로 부과되었고, 이중 5개는 1% 이하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담합을 해서 얻는 이익이 손해보다 크면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도 담합의 요인에 쉽게 노출이 된다. 다시 말해 담합의 과징금 수위가 낮으면 그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일종의 유혹이 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담합을 사전에 방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담합을 억제해서 처벌을 하기 위한 제도는 과징금이 유일한데, 과징금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과정에서도 기업들이 담합으로 부당 이득을 얼마나 취했는지 밝혀내는 게 중요한 사안임에도 개선하지 않고 있다. 물론 밝혀내는 일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담합으로 가져간 이득은 부당하기에 그것을 국가 차원에서 다시 환수한다’는 접근방식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적발이 되면 그때부터 기계적으로 정해진 요율에 따라 과징금을 책정하고 감면할 부분을 감면한 후 최종 과징금을 부과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이 방식은 처리가 빠르기 때문에 적발의 효율성은 높을 수 있다. 하지만 부과되는 기준이 상당히 모호하다. 의무적 조정과징금, 임의적 조정과징금, 최종 부과 과징금 단계를 거치면서 과징금이 가중내지는 감면될 수 있는데, 사실상 가중은 없고 대부분 감경된다. 그 이유는 ‘제재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는 자의적인 기준에 의한 판단으로 상당히 애매한 기준에 의한 조치이다.

가격담합을 한 기업에 대해선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리니언시를 한 기업은 형사처벌을 면하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과징금을 감면해주는 것까지는 괜찮아도 형사처벌까지 면하게 되는 건 아무 의미 없는 셈이 되어버린다. 형사처벌도 고발이 최고인데, 고발이 됐다고해서 구속기소 되거나 징역형을 받는 경우도 거의 없다.

이런 상태에서 리니언시*를 통해 1등은 100%감면, 2등은 50% 감면에 형사처벌 못하게 되어있다. 그밖에 조사 협조자에 대해선 50% 감면까지 해준다. 최근 라면값 담합이 가장 큰 특징으로 기업들 입장에서는 리니언시를 일종의 경영전략처럼 이용하고 있다.
 
담합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법치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불법을 자행하는 기업에 대해 경영난 등을 이유로 불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감경을 해준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다.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된 제도에 의하면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이 제품이나 재화 서비스의 가격을 자진시정(가격환원 등)하면 과징금의 50%를 감면해준다는 내용이다. 현재는 과징금이 부과와 제품 가격간에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과징금을 부과받아도 가격을 이전으로 환원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LPG 담합의 경우 담합사건 이후에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 소비자들이 보기에는 담합과징금 내려고 가격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원성이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가격을 알아서 다시 원위치시키면 과징금을 감면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예를들어 편의점에서 파는 커피가 1,000원에서 1,200원으로 가격이 올랐는데 역시 담합이었다. 그런 경우 다시 1000원으로 내리면 과징금을 50% 인하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격환원 등 자진시정시 과징금 50% 경감

공정거래위원회는 가격환원 등 자진시정에 대해서는 과징금 감경폭을 최대 50%까지 확대하는 한편 위반행위별 과징금 부과율 한도를 상향하는 등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의결하여 4월 1일부로 시행키로 하였다.

참여연대에서 제안하는 대안

요즘들어 담합 개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첫째, 공정거래법상 최종 과징금 부과율을 10%에서 15%까지 끌어올리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  2005년도부터 과징금 부과율이 5%에서 10%로 올랐는데, 과징금 규모가 큰 담합건을 분석해보니 2005년 이전 과징금 최고 부과율이 5%였지만 최종부과 과징금은 지금과 비슷했다. 5%인상했지만 최종부과율은 그 이전과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과징금 산정체계가 변하지 않는한 과징금 부과율을 높여도 여러 가지 항목으로 과징금 감면을 해주면 결국은 1~2%로 부과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에선 하한을 두자는 의견도 있지만 그 역시 또다른 시비가 있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담합이나 소비자 분야에 집단 소송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필요하지만 이는 장기적 관점으로 해결할 방법이다. 현재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된 유일한 분야가 증권인데 도입 당시 온갖 논란있었다. 반기업 정서를 비롯한 다양한 반발이 있었다. 결국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처음 세웠던 계획은 껍데기만 남아버렸고 현재는 그 제도마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물론 집단소송제도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들어오면 좋지만 도입과정에서 굉장히 치열한 싸움이 있을 것이고, 증권분야의 때와 같은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에 중간 단계로서 제안하는 것은 과징금을 기금으로 모아 소비자 손해배상 소송에 사용하자는 의견이다. 현재는 거둬들이는 과징금이 벌금처럼 국고로 환수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여 기금으로 모아놓고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소송비 등의 명목으로 지원을 하자는 것이다.

이는 우선 소비자들의 피해에 대한 보상차원이 가능하다. 현재는 소비자들이 직접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 소송이 이어질 경우 담합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지는 효과도 있다. 기업에서 담합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 담합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억울한 기업도 있을텐데?

일부 기업에서는 담합을 경영전략으로 삼아 경쟁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주기 위해 담합신고를 할 수가 있다. 그리고 리니언시를 통해 자기 기업은 과징금을 면제받는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하게 당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소송이라는 것이 있다. 기업은 행정소송을 통해 억울함을 얼마든지 호소할 수 있고 이를 해결할 여지도 있다. 실제로 담합 과징금을 받은 거의 대부분의 기업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심지어는 리니언시 제도를 이용해서 50%를 감면받은 기업에서도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결국 기업의 억울함을 법제도를 활용하여 충분히 호소하고 있다. 결국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할 것 없이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법원에 호소를 하면 된다. 단, 행정소송의 기간은 대략 2년 정도 걸린다. LPG 담합의 경우 2010년에 소송을 시작해서 최근에 판결이 났다.  

과징금은 무엇을 위해 부과하는가?

담합에 대해 부과하는 과징금은 담합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소비자들에게는 한푼도 돌아가지 않고 있다. 이러한 과징금 제도는 해당 기업도 승복하지 못하고 소비자도 납득할 수 없으며, 이를 심사하는 법원도 정당성을 쉽게 인정할 수 없는 불합리한 제도가 되어가고 있다. 담합에 대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허용하는 이유는 담합으로 인한 독점이윤을 기업이 향유하도록 허용하지 말자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징금의 본질은 소비자들이 담합으로 높게 형성된 독점가격을 지불함으로써 기업이 향유한 부당이득의 환수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과징금을 정부가 행정편의적인 기준에 따라 거두어 전액 국고로 귀속시키는 것은 기업입장이나 소비자입장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리니언시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체의 70%는 리니언시*로 적발되는 걸로 알고 있다. 담합이 내부에서 몰래 일어나기 때문에 공정위가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적발할 수 없다. 그만큼 리니언시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어느 정도의 효과는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리니언시 제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리니언시 제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자진신고제가 있어야 적발하기 수월하고, 담합 적발 후 조사하는 기간을 대폭 줄여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리니언시 제도에 예외규정을 둔다거나 하는 등의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100% 감면이 너무 과하다고 상황에 따라 퍼센트 요율을 다르게 하자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에 대한 재량권도 공정위에 부여될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일괄적으로 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단, 보강해야 될 부분이 있다면 1등으로 리니언시 신고를 해도 형사처벌은 면하지 말아야 한다. 형사처벌은 담당자에게는 엄청난 부담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리니언시를 악용하는 것도 상당부분 감소할 것이다. 리니언시를 빨리 신청하지 않으면 기업이 문을 닫을 수도 있는데, 담당자 한명 형사처벌 받는게 무서워서 리니언시를 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외국의 모범 사례가 있다면?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이나 상법은 최근 몇 년간 미국식 제도를 닮아가고 있다. 미국은 민사소송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어있다. 따라서 담합으로 적발되면 과징금을 부과받는 것뿐 아니라, 집단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피해액을 피해자들에게 모두 보상해야 한다. 우리도 그런 제도로 보완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과징금이나 부당이득환수명령 등에 관한 명시적 근거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방거래위원회법에서 규정하는 일반적 시정조치권한을 근거로 법원의 승인하에 부당이득환수조치, 원상회복조치등의 금전적 시정조치를 취해왔다.

이렇게 조성된 피해자 기금은 독과점행위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에 활용되어왔다. 항우울제시장에서의 담합을 이유로 1억불의 원상회복조치가 내려지고 이에 따라 피해자기금이 조성된 밀란사(Mylan Labs, Inc.)의 사례와 경쟁 제한적 기업결합 및 기업결합 신고의무 불이행에 대하여 1천 9백 만 불의 부당이득 환수조치가 내려지고 이에 따라 피해자기금이 조성된 허스트 트러스트(The Hearst Trust)의 사례가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최근에 항공운임담합이 적발되어, 전세계 총 매출액의 10%를 과징금으로 부과받았다. 엄청난 가격의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경우 과징금 자체를 엄격히 강화하여 부당이득 반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것이라면 민사소송을 강화하고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서 소비자 스스로 기업들의 담합을 막아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경우 소비자 개개인이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인데, 담합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은 배상금액이 많지 않아 소비자들이 직접 소송을 제기할 동기가 적다. 또한 피해금액을 산출하기도 어렵다.

근절되어야 할 문제는

최근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언급된다. 이는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될, 쉽게 단정짓고 결론내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예를들어 ‘순환출자 금지’는 소유지배 구조 차원의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단정적으로 결론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렇기에 의견 충돌도 상당하다.

하지만 담합은 명백한 불법이다. 하지만 ‘사업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며 담합에 대해 관대한 뉘앙스의 기사도 간혹 접한다. 또한 삼성, LG TV 담합을 두고 ‘금융위기로 인한 환율 급등으로 과징금을 감경한다’는 공정위의 의결서 내용도 있었다. 경제상황에 따FMS 기업경영의 불법은 어느정도 묵인해 줄 수 있다는 의견인지 궁금하다.

법으로 확실하게 불법을 근절해 내겠다는 의지가 필요한 것인데 흐지부지 슬쩍 넘어가려는 태도는 확실히 바로잡아야 한다.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고 도둑질을 해도 ‘먹고살기 힘드니까 그럴 수 있지’라고 넘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기업은 되고 서민은 안되는 논리는 근절해야 한다.


<MBC 이코노미 매거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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