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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장안평 중고차시장, 자동차 애프터마켓 메카로 부활할까


대한민국은 현재 도시재생 중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구도심·구산업단지의 재개발·재건축이 난항을 겪으면서 ‘도시재생’이 화두로 떠올랐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도시재생 프로젝트에서부터 시·동네 단위의 작은 도시재생까지 다양한 방식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월12일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 일대를 자동차 애프터마켓 메카로 재생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직은 생소한 도시재생, 그 현장을 찾아가봤다.


신도시 개발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방치된 구도심
… 대안으로 떠오른 도시재생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 도시화에 따른 인구집중과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신도시 개발을 선택했다. 대규모 신규 토지공급과 이를 통한 주택보급률을 높이고 주거여건을 개선했다. 또한 급속도로 발전하는 산업화에 대응하고자 대규모 계획적 산업용지 공급을 통해 국가 경제발전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반대로 구도심의 쇠퇴를 가져왔다. 외곽의 신시가지 개발로 구도심의 인구 감소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대표적으로 1985년 이후 2010년까지 부산 중구는 47%, 대구 중구는 60%의 주민이 감소했다. 주거 뿐 아니라 제조업 등 산업의 쇠퇴는 산업단지의 몰락도 함께 불러왔다. 신시가지로의 공공기관 이전도 마찬가지다. 광주·대전·수원·성남·부천 등 신시가지로의 시청을 이전한 지역도 많다. 신시가지에 비해 구도심은 건축물이 노후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반시설 비율도 절대적으로 열악해 주민의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지금까지는 구도심의 노후화된 시설과 환경 등은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재생돼 왔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재개발·재건축은 끝없이 지체돼 왔고 이에 ‘도시재생’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개발·재개발의 시대를 지나 도시재생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국가 주도로 시행되는 거대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지자체 차원으로 시행되는 ‘근린생활형 도시재생’까지 전국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정부도 일찍이 국가과제로 정책화 연구에 나섰고 2013년에는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 일대, 자동차 애프터마켓 메카로 재생


서울·부산·청주·대구·군산·목포 등 그야말로 전국적으로 도시재생이 추진되고 있지만 가장 빠르게 도시재생이 구체화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곳은 바로 서울시다.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도시재생 선도지역’ 뿐만 아니라 동네 생활권 단위의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의 모델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서울도시재생 종합플랜’을 발표하고 세운상가, 장안평 등 쇠퇴·낙후 산업지역, 세종대로, 노들섬 등 역사·문화지원지역을 포함한 27곳을 선정했다.


이후 11월에는 27개 중점추진지역 가운데, 재생이 시급하고 주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지만 자생적 변화가능성이 낮아 공공의 통합지원이 필요한 곳들로 창신·숭인, 서울역 일대, 창동·상계, 가리봉, 세운상가, 장안평, 해방촌 등 13개 핵심지역을 선별했다. 이 가운데 빠르게 구체화된 모습을 보이는 지역은 바로 ‘장안평 중고차시장’이다. 지난 5월12일 서울시는 장안평 중고차시장을 신성장 산업 육성으로 재생한다며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장안평 도시재생활성화계획(안)은 6월 확정될 예정이다.


핵심은 지난 40년간 축적된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바탕으로 중고차 매매·부품 산업을 활성화하고, 신성장 산업인 튜닝산업과 재제조산업(중고부품 리사이클링)을 지역 내에 새롭게 육성해 자동차 애프터마켓의 메카로 재생하는 것이다.



매매·정비(튜닝)·부품·재제조 4개 산업을 한 곳으로


장안평 매매시장은 1979년 문을 연 이후 연 1만대 이상의 중고차가 거래되며 국내 최대 중고차 매매시장으로 자리했지만 시설이 노후화하고 온라인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정체가 시작됐다. 장안평 일대는 중고차 매매·부품·정비업 집적지로 이미 1천800여 개의 중고차 매매, 부품, 정비업체가 입지하고 5천400여 명의 종사자가 근무하고 있다. 중고부품 연간 수출액은 700억원으로 전국에서 10%를 차지한다.


신부품 수출 업체수도 1천45개로 서울에서 가장 많아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차 관련시설로 잠재력을 갖춘 지역이다. 하지만 허위매물, 호객행위 등 낙후된 매매시스템과 현대화된 타 매매단지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갈수록 쇠퇴해 왔다. 이에 서울시는 ‘지역산업 지원’ ‘지역산업 현대화’ ‘수출 활성화’ ‘자동차문화 개선’을 4대 목표로 설정하고, ①매매 ②정비·튜닝 ③부품 ④재제조 4개 산업 분야별로 활성화 세부계획을 수립했다.


서울시는 이번 계획안에 대해 관련기관 협의,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오는 6월 중 최종 확정하고, 2020년까지 시비 200여억원, 민간투자 5천300억원, 중앙부처 42억원(예정)을 투입할 예정이다. 우선, 중고차 매매센터는 건물·토지 소유자 등 민간사업주체와 긴밀히 협력해 올 하반기까지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시설 현대화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현재 유통업무설비로 묶인 부지의 용도제한을 해제하고 3만㎡ 부지에 용적률 600%(유통상업지역)를 적용, 자동차 매매장을 주 용도로 업무시설, 자동차 관련 용품매장 등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도시계획시설 해제 등에 따른 공공기여를 매매센터 내부 공간으로 받아 수출지원센터, 영세정비업체를 위한 공공임대공간, 자동차 박물관 등 공공문화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하드웨어적 현대화와 함께 허위매물 등으로 떨어진 장안평의 경쟁력과 신뢰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소프트웨어적 현대화도 병행한다. 성능점검 기록부와 주행거리 등을 DB화한 ‘중고차 매매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2018년 상반기), 딜러
의 역량강화 재교육(2017년 하반기)을 통해 ‘착한딜러’를 육성하는 등 믿고 찾는 장안평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둘째, 장안평 일대에 밀집한 정비업체들이 장안평이 가진 위치적 잠재력을 기반으로 튜닝산업으로 업종전환을 할 수 있도록 튜닝 사업체 유치를 지원하고 튜닝기술 및 청년창업 교육을 시행하는 등 튜닝산업의 거점기반을 조성한다. 사업지 내 민간부지 개발 시 시가 받는 공공기여를 활용해 튜닝업체 입점을 유도하고, 단기적으로는 소프트튜닝(블랙박스, 랩핑 등) 위주로 저변을 확대한 뒤 점진적으로 하드튜닝(엔진 및 주행 성능 향상)을 유치하는 식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유망산업으로 각광받는 자동차 튜닝산업은 전국 여러 지역에서 육성을 추진 중이지만 산업기반이 약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장안평의 경우 40여 년간 축적된 자동차산업 생태계와 숙련된 기술 인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튜닝산업이 뿌리내리는 데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셋째, 부품상가는 진열 공간 협소, 편의시설 미비, 고객상담공간 부재 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비계획 수립 후 현대화를 추진, 기존에 부족했던 물류시설을 확충하고 수출지원센터를 도입해 자동차부품 수출 거점으로 조성한다. 부품상가 현대화는 산업의 연속성 유지를 위해 순환개발방식을 도입해 중고차 매매센터 정비사업 이후 추진된다. 아울러 판매업체별 제품정보를 DB화하고 온라인 매매시스템을 도입한 ‘수출지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며, 부품인증제도를 마련하는 등 부품산업 환경 개선을 위한 비(非)물리적 사업도 함께 추진된다.



‘재제조 혁신센터’ ‘자동차산업 종합정보센터’ 건립


재제조산업을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역 내에 전국 최초로 만들어지는 '재제조 혁신센터'는 중랑물재생센터 내 시유지(5,679㎡)에 오는 2018년 들어선다. 지하1층~지상5층, 연면적 11,617㎡ 규모로 조성되며, 재제조산업 및 중고부품 판매업체들을 위한 공동 물류창고와 제품개발 및 품질향상을 위한 연구소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시는 시유지를 제공하고 ㈔한국자동차부품재제조협회 회원사가 설립하는 협동조합이 민간재원 114억원을 투입해 조성 후 20년간 시설을 운영하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장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미국, 유럽 등 세계경제는 도시제조업 육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부품 재제조시장은 선진국 대비 낮은 시장점유율에 머물고 있어, 장안평은 새로운 도시제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부품 재제조산업이 입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지역이다. 재제조산업은 중고부품을 분해-세척-검사-보수·보정-재조립 등 과정을 거쳐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신성장 산업이다. 폐부품의 재이용이라는 자원순환의 순기능은 말할 것도 없고, 소비자는 차량수리비를 20~40% 절감할 수 있으며, 보험료도 신품 가격의 20% 정도 할인되는 장점이 있다.


한편, 서울시는 자동차산업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사업으로 ‘자동차산업 종합정보센터’ 조성을 추진한다. 지난해 12월 현상설계공모를 실시 후 현재 설계용역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하반기 착공해 내년 상반기 공사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동차산업 종합정보센터’는 지상 3층(연면적 1,018㎡) 규모로 조성된다. 지역산업 재생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도시재생센터, 수출지원센터, 튜닝전시장, 자가정비체험장 등이 들어서며, 허위매물과 호객행위 근절을 위한 자동차 매매종사원 교육, 튜닝관련 기술 및 창업 지원 교육 프로그램이 여기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아울러 올 하반기 자동차 축제를 개최해 지역산업 재생의 붐업(Boom-up) 분위기를 조성하고, ‘장안평’ 하면 ‘자동차’가 떠오를 수 있도록 향후 정기적인 지역축제로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축제는 자동차산업 세미나, 부품 할인판매, 무료 생활튜닝, 자가정비 체험, 자동차관련 방송 녹화 등으로 구성된다. 장안동의 세계 거리 춤 축제와 중랑물재생센터 내 재사용플라자, SR센터, 재제조혁신센터 및 정크아트거리와 연계한 업사이클링 문화 축제 추진도 병행해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만들고, 지역 이미지 개선도 유도할 예정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1,900여 개 중고차 매매, 부품, 정비업체가 입지하고 5,400여 명의 종사자가 근무하고 있는 명실상부 국내 최대 규모 중고차 관련시설로서 잠재력을 갖춘 장안평 중고차 시장을 서울의 신성장산업으로 재생해 자동차 애프터마켓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할 것”이라며 “지역산업 재생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서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는 ‘장안평 자동차산업복합단지’ 조성과 이 일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2020년까지 7,400여 개 일자리 창출과 5천7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장은 도시재생에 대한 개념 부족, 여전히 재개발로 인식


서울시가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을 비롯한 지역의 도시재생의 계획을 발표한 직후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 일대를 찾아가 봤다. 평일 낮에 방문한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은 호객행위가 여전했다. 대로에서 중고차매매시장으로 향하기 위해 우회전 하는 순간부터 흡사 경찰이 차를 세우 듯 차량을 멈춰 세웠다. 골목으로 중고차매매 시장으로 더 다가가자 노후화된 시설과 호객행위를 하는 매매종사원들, 인근의 정비업체 차량들이 모두 한데 뒤엉켜 어수선했다.


매매종사원들에게 현재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 상황과 도시재생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10년 넘게 중고차량을 판매해 왔다는 한 종사원은 “당연히 개발이 되면 좋지 않겠냐”면서도 “10여 년 전부터 재개발에 대한 말은 늘상 있어왔으나, 업체들의 지분이 걸려 있어 항상 재개발은 무산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도 말은 무성하지만 재개발이 될 것이라고 크게 믿지 않는다”며 “지금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나눠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한 종사원은 “현재 너무 장안평 상권이 죽어버려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들다”면서 “벌써 5월 중순이 넘었는데 50만원 밖에 못 벌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종사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재개발·도시재생 등에 대해 큰 이견이 없다”면서 “이대로 가면 다 같이 죽는 건데 상권을 살리려면 어떤 방법이든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대부분의 매매종사원들은 현재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의 상권이 죽어가고 있다는 데 하소연 했으나, 도시재생·재개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였다.


장안평 도시재생 개발에 관여하고 있는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부품이나 정비 쪽은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라면서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 부분만 잘 해결되면 도시재생은 문제없이 진행될 것 같다”면서 “도시재생을 본인들의 재산증식의 하나로 여기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노후화된 시설과 호객행위 등 시스템으로 고객들이 찾지 않고 경쟁에서 밀려난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은 주변의 부품단지, 정비업체들 등 풍부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상권이 말라가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다같이 몰락할 수밖에 없어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시재생에 대한 개념정립·홍보 확실히 해야


도시재생은 도시커뮤니티 유지 및 활성화 과정적 활동으로써 이해관계자간의 합의형성 등 의사결정 시스템을 중시하며, 기존 거주자의 지속적인 생활여건 확보의 물리적인 측면, 사회·문화적 기능회복의 사회적 측면, 도시경제 회복의 경제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방식의 정비개념이다. 물리적 정비만을 의미하는 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도시재생을 재개발·재건축과 동일한 의미로 인식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도시재생이 실천적인 사업과 연계돼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커뮤니티 운동과 중심시가지 활성화 사업이 연계되어 있고, 일본에서는 마을만들기 운동차원의 사업이 연계되어 있으며, 영국에서는 근린지역 재생운동(New Deal for Community)과 연계되고 있다.


하지만 2013년에 시작된 우리의 도시재생은 아직 개념정립단계에서 걸음마 단계다. 이제 하나하나 우리만의 도시재생 모델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시재생의 성공적인 재생사례에서도 관광객 유입, 토지이용 변화 등 쇠퇴지역이 활성화됨에 따라 지가 및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거주민, 영세 상인들의 이탈이 발생해 도시재생에 따른 수혜자에 대한 문제가 야기되기도 한다.


이렇게 도시재생도 많은 이해관계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여러과정에서 충분한 토의와 의견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충분한 도시재생 사업 알리기, 주민·관계자들과의 충분한 토의와 의견조정으로 후발주자가 될 나라와 도시들에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우리만의 새로운 도시재생이 완성되길 기대한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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