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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한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10월9일 한글날

 


<M이코노미 이홍빈 기자>인류의 문명은 문자의 역사와 맞물려 발전해 왔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수많은 문자가 사용되어 왔지만 그 가운데 한글은 창제자와 창제 시기, 그리고 창제의 이유와 그 방법에 이르기까지 창제 관련 정보가 분명 하게 기록으로 남아 있는 유일한 문자다. 하지만 우리는 한글이 어떻게 창제됐으며 어떻게 변화했는지 잘 모른다. 위대한 문자라 불리는 우리 한글이 가야할 길을 들여다보았다.

 

한글, 그 위대한 탄생

 

(나라의 말이 중국과 서로 달라 한자로는 서로 통하지 아니하니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할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할 사람이 많다 내가 이를 위하여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마다 씀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1443 (세종 25)



우리의 글, 한글은 1443년 조선 제4대 임금 세종대왕이 훈민정음(訓民正音)’ 이라는 이름으로 창제하고 1446년 반포한 문자다. 한글의 본래 이름인 훈민정음의 뜻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의미로 당시 정음(正音)으로 줄여서 사용했다. 하지만 당시 조선은 한문을 국문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당대 지식인층은 한글을 언문(諺文), 언서(諺書), 반절 (反切) 등으로 낮춰 불렀다. 심지어 여성들이 배우는 글이라는 뜻으로 암클이라 부르며 한글을 폄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대부의 멸시에도 한글은 교육·종교·예술·일상생활에서 폭넓게 사용되면서 조선 후기에는 당당히 국문으로 자리 잡았다. 19세기 에는 인쇄 기술의 발달로 신문과 잡지 등이 대량 인쇄되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한글을 접할 수 있게 됐다.

 

한글을 꽃피우다 국립한글박물관

 

용산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다.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 바로 옆에는 국립한글박물관이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2014109일 한글날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개방됐다. 한글박물관은 한글의 역사와 문자·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과학·산업·예 술 등 여러 분야와의 소통을 통해 한글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만들어졌다. 한글박물관은 지 하1층부터 지상3층으로 이뤄진 건물로 한글 모음 창제의 철학적 배경이 담긴 하늘·사람·땅을 형상화 하고 있다. 건물 외관은 다양한 소재를 기하학적 형태로 구성해 한글의 합자 원리를 시각화하고 있다. 박물관 출입구는 한국 전통 건축의 추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으며 한글의 미래를 상징하고 있다.


 


지난 910() 한글박물관을 방문해 박물관을 둘러보던 시민들에게 한글박물관이 언제 개관한지 알고 계신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당시 한글박물관을 구경 중이던 사람들의 입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처음 왔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2014109일 한글날 문을 연 한글 박물관은 올해로 개관한지 2년이 됐지만 여전히 시민들에게는 생소한 장소인듯 했다. 한글박물관에는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한글놀이터, 한글배 터, 한글누리, 강의실 등이 있으며 한글박물관을 찾는 시민들에게 활짝 열려 있었다.

 

한글박물관의 2층에 위치한 상설전시실은 한글이 걸어온 길이라는 이름을 가진 전시실로 유물, 영상, 조형물,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꾸며져 있는 공간이었다. 상설전시실은 700여점이 넘는 시대별 한글 자료와 한글의 시대별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특히 상설전시실에는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월인석보와 함께 선조들이 쓴 한글 편지, 한글 악보 등 다양한 유물이 전시실 내 배치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송기주 4벌식 한글타자기앞에 서있던 강민철(29)씨와 김예지(27)씨는 우두커니 서서 한참동안 타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민철씨는 출판사에 근무하다 보니 직업병처럼 활자나 인쇄, 조판(組版)에 관심이 많다한글 최초의 타자기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한글박물관 3층에는 한글놀이터, 한글배움터, 기획전시실이 꾸며져 있었다. 한글놀이터는 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즐겁게 놀면서 한글을 체험할 수 있는 놀이 공간이었다. 한글놀이터는 총 3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각각 구역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한글을 보고 몸으로 느끼도록 꾸며져 있었다. 한글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던 박동욱(41)씨는 국립중앙박물관은 아이들과 가끔 찾았는데 한글박물관은 오늘 처음 찾았습니다. 깔끔하게 잘 되어 있고, 아이들 교육에도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올해로 초등학교 들어간 첫째 아이도 한글이라고 하면 세종대왕밖에 몰랐는데 세종대왕 외에도 많은 한글 학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한글박물관을 찾아와서 알게 됐고, 이렇게 아이들이 안전하게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도 있어 너무나 좋습니다. 꾸준히 찾아올 생각입니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3층의 또 다른 공간에 마련된 기획전시실에서는 광고 언어의 힘:보는 순간, 당신은 이미 사로잡혔 다기획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기획전시실은 단체 관람 온 청소년들을 비롯해 성인들이 주를 이뤘다. 몇몇 관람객들은 옛날 광고 문구를 보면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최화진(30)씨는 어린 시절 TV를 통해 봤던 광고들을 다시 보니 옛날 추억이 떠오릅니다. 엊그제 보았던 광고 같은데 벌써 20년이 넘어가는 광고도 있어 놀랐고, 무엇보다 시대별 흐름에 따라 변하는 광고를 통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한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 유익 했습니다라고 전했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체험으로 배우는 우리 한글

 

한글박물관은 다양한 한글문화 전시도 하고 있지만 박물관의 역할인 한글 창제 원리와 철학, 한글 전파 및 변천 과정에 대한 연구와 함께 한글문화 자원을 조사·수집·보전·관리 하는 일도 담당하고 있다. 또 연령별·세대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며 소통과 공감 하는 한글문화를 실천하고 있다.



한글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수업은 유아, 초등, 중고 등, 성인, 외국인 등으로 나뉘어져있으며, 각 수업들 마다 특징이 뚜렷하다. 유아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자연 속 한글 탐험은 한글박물관과 용산 가족공원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여러 가지 식물과 동물들을 보면서 진행되는 체험 수업이다.

 

수업은 산책로를 따라 늘어선 동·식물을 보며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로 표현해보고, 한글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색깔 표현도 배울 수 있다

 


또 초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인 도란도란 고전 돋보기수업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도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입체적 방식으로 진행되어 아이들이 자연스레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도란도란 고전 돋보기에 아이들과 함께 참여한 한승희(39)씨는 인터넷에서 한글박물관에 대한 평이 좋아서 찾아왔습니다라며 색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고전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게 도와줘서 학교 공부와는 또 다른 흥미를 느낄 수 있어 참 좋은 프로그램 같네요. 교육 프로그램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아이들 데리고 자주 찾아야 겠습니다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아직 주변 사람들도 한글박물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이 있어 안타깝다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빨리 알려야 하겠다고 웃어보였다.

 

선진국들의 언어 순화 운동

 

전 세계 선진국들의 특징은 저마다 고유한 문자를 가지고 있으며 모두 자기 나라의 글자를 꾸준하게 갈고 닦아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글자는 단순히 읽고, 쓰는 소통의 기능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와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글의 품격이 곧 나라의 품격이라는 뜻이다. 이에 선진국들은 자신들 의 언어 순화 운동을 통해 자신들의 말과 글을 가다듬고 있다. ‘

 

프랑스어야 말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음악적 이며, 명쾌하고 정확한 언어라고 자랑하는 프랑스 는 17세기 초부터 프랑스어 정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프랑스어 정화 운동에 앞장섰던 시인 말레르보의 정신을 이어받은 프랑스 귀족들과 작가를 비롯한 지식인층은 아카데미 프랑세즈를 설립했고, 프랑스 국왕 루이 13세는 1637년 아카데미 프랑세즈를 왕립기관으로 만들어 프랑스어 사전과 문법책 을 만드는 일을 국가적인 사업으로 벌리기도 했다. 그리고 프랑스의 언어 순화 노력은 현대에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신문사와 방송국은 고정란과 프로그램을 구성해 잘못된 용어와 거친 표현 등을 바로잡고 있으며, 대통력 직속 기구인 프랑스어 사무 총국은 프랑스어 순화와 문맹퇴치, 프랑스어의 국제적인 진흥 사업 등을 펼치며 프랑스어를 갈고 닦고 있다.

 

전 세계 공용어라 불리는 영어의 본고장 영국도 영어 표준화와 올바른 표준말 쓰기를 중심으로 언어 순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상징이 바로 영국의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다. 옥스퍼드 사전은 낱말 하나하나 모두 쓰임과 뜻이 풀이 되어 있으며 사전을 편찬할 때 낱말 마다 10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철자와 의미 변천 과정을 밝히는 방법으로 만들었다.

 

역사가 짧은 미국도 언어 순화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정부와 민간단체가 함께 쉬운 언어 쓰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 1987년 카터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쉬운 언어 쓰기 운동은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지속되고 있다. 미국 언론은 정부의 이런 노력이 연방 기관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고, 언론 스스로도 쉬운 말과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글이 걸어온 길, 그리고 나아갈 길

 

미국의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시카고대 제임스 맥콜리 교수는 1966년 미국 언어학회 기관지 ‘Language’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위대한 글자는 한글이다라고 극찬했다. 이를 증명하듯 2009년과 2012년 세계문자올림픽에서는 한글이 2연패를 기록하며 세계 최고의 문자로 우뚝 섰다. 하지만 570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한글은 역사 의 뒤안길로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다. 재단법인 한글재단은 오래된 토박이말들을 열심히 찾아내서 일상생활에서 쓰도록 노력하는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써왔던 순 우리말들을 한자말로 바꿔버리고 교과서에서도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우리아이들은 더욱더 우리말과 글을 모르게 될 것이다라고 염려했다. 이미 경제적으로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도달했다. 하지만 선진국으로써 갖춰야할 문화 수준은 아직도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를 타파하고 선진국 반열 에 오르기 위해서는 우리의 독자적인 문화를 전 세계에 내놓아야 한다. 바로 이 독자적인 문화의 선두에 우리 한글이 서있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열쇠는 바로 한글이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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