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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공제 논란] 실손의료보험금 빼고 의료비 공제?…내 돈 내고 받은 돈인데?

-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의료비 지출에서 실손의료보험금 제하고 공제
- 의료비 공제 사실상 불가능해져…보험금 지연 수령·부당공제 등 부작용도
- 납세자연맹 “보험금, 납세자의 재산…의료비 직접 부담한 것으로 봐야”
- 과세당국 “의료비, 근로자 직접 부담해야…보험료, 이미 공제돼”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연말정산은 근로소득자들에게 새로운 한 해 시작에 빼놓을 수 없는 연례행사이자, 지난 한 해 열심히 살면서 꼬박꼬박 낸 세금의 일부를 돌려받게 되는 쏠쏠한 재미가 있어 ‘13월의 보너스’이라고도 불린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뼈때리게(?) 아픈 일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데 올해는 연말정산을 통해 돌려받는 환급금 규모가 예년보다 적을 수 있겠다. 연말정산 항목 중 의료비 세액공제와 관련해 실손의료보험을 통해 지급받은 보험금만큼 지출한 의료비를 제하도록 소득세법 시행령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의료비 공제를 많이 받기 위해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및 수령을 연말정산 이후로 미룰 경우 자칫 부당공제에 해당돼 가산세를 물어야 할 수도 있다. 2020년 연말정산에 대한 직장인들의 불편과 고민이 깊다.


1,850여만명의 근로소득자들의 ‘13월의 보너스’ 연말정산. 연말정산을 하는 근로소득자들은 ‘얼마를 되돌려받을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과 ‘혹시 더 뱉어야 하면 어떻게 하지?’하는 두려움(?)이 동시에 들지만, 대부분 더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연말정산을 준비한다. 하지만 올해 연말정산 성적표(?)를 받아든 근로소득자들은 자칫 실망할 수도 있겠다. 더 뱉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예년과 소비는 비슷하게 했는데, 환급금이 예년보다 적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연봉 4,000만원인 직장인 A씨를 예로 들어보자. A씨는 지난해 의료비로 300만원을 지출하고, 실손의료보험금으로 250만원을 지급받았다. 의료비 세액공제는 연봉의 3%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15%까지 받을 수 있다. 예년 같은 경우 A씨는 실손의료보험금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300만원이 의료비 세액공제 대상 금액이 됐다. 그러면 연말정산을 통해 A씨가 돌려받을 수 있는 의료비 세액공제 금액은 연봉의 3%(12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인 180만원의 15%인 27만원. 그러나 올해부터는 의료비 지출에서 실손의료보험금 지급분을 제하도록 관련 규정이 변경됐기 때문에 A씨의 의료비 세액공제 대상 금액은 3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그리고 50만원은 A씨 연봉의 3%를 넘지 않기 때문에 A씨는 의료비 세액공제 자체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의료비 세액공제 방식이 이렇게 바뀐 이유는 소득세법 시행령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의료비 세액공제(제118의5)는 ‘근로자가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를 대상으로 하는데, 여기에서 ‘실손의료보험금은 제외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전에도 과세당국은 예규를 통해 의료비 세액공제를 할 때 실손의료보험금 지급분은 제외해야 한다고 해석해 왔지만, 개정 전 소득세법 시행령에는 ‘실손의료보험금은 제외한다’는 문구가 없었기 때문에 해당 근로자가 지출한 의료비에 대해 실손의료보험금을 받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동안 연말정산을 통해 지출한 의료비에 대해 실손의료보험금을 지급 받고서도 지출한 의료비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이번 개정을 통해 실손의료보험금 지급분을 지출한 의료비에서 제외하도록 한 만큼 과세당국은 각 보험사에게 실손의료보험금 지급 내역을 제출하도록 했고, 현재 모든 보험사가 관련 자료 제출을 마쳤다.

 

 

이에 따라 연말정산을 통해 의료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성질환이나 큰 사고, 질병에 걸려 병원에 가지 않는 이상 살면서 의료비를 크게 지출할 일이 없을뿐더러 실손의료보험금은 자기부담금이 없거나 1~2만원, 수술 등에 대해서는 10~20% 정도에 불과해 실손의료보험금을 제외하면 의료비 세액공제를 받기 위한 최소 기준인 연봉의 3%를 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당공제…실손의료보험금 수령 시기 조절할 수도
과세당국의 이같은 조치로 의료 세액공제 대상 금액의 범위가 명확해졌지만, 여러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부작용은 의료비 지출 후 실손의료보험금 수령 시기를 미뤄 의료비 세액공제를 받는 것이다. 실손의료보험금은 의료비 지출 3년 안에 청구하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인해 실손의료보험금 청구를 미뤄 의료비 공제는 받고 추후에 실손의료보험금을 수령하는 편법이 발생할 수 있다. 과세당국은 의료비 지출 시기와 관계없이 실손의료보험금을 수령하면 해당 연도의 의료비 지출분에서 실손의료보험금을 제외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납세자연맹 관계자는 “언제 지출한 의료비인지 관계없이 실손의료보험금을 수령한 해에 지출한 의료비에서 실손의료보험금 수령분을 제하고 의료비 공제를 하겠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실손의료보험금은 의료비 지출 후 3년 안에만 청구하면 되는데, 시기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실손의료보험금을 수령한 해의 의료비에서 이를 제하고 공제하면 사실상 의료비 공제를 받을 수 있는 납세자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료 구축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납세자들이 보험사에서 일일이 실손의료보험금 수령 내역을 찾아서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과세당국의 기준이 명확하게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부당공제 문제로 연결된다. 지출한 의료비에 대해서 바로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해 수령했다면 의료비 세액공제 대상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연말정산을 통해 세액공제를 받은 뒤 실손의료보험금을 수령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과세당국은 아직 입장을 결정하지 않았지만, 실손의료보험금은 의료비 지출 후 3년 안에 청구하면 되는 상황에서 관련 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문제 삼기는 어려워 보인다. 부당공제가 된다면 가산세 10%를 물어야 한다. 만약 과세당국이 이를 부당공제로 보지 않는다면 연말정산 후 실손의료보험금 수령 시기나 보험금 수준을 조절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기획재정부와 함께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몇 개의 방안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 중”이라며 “법령 개정 등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 직접 부담’…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의료비’에 대한 해석의 문제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시행령은 의료비를 ‘근로자가 직접 부담’한 것으로 규정하고, 여기에서 ‘실손의료보험금을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한국납세자연맹 등 이번 조치에 문제를 제기하는 쪽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미래에 발생할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돈(보험료)을 미리 나눠 내는 것과 같기 때문에 의료비 지출 후 받게 되는 ‘보험금은 곧 납세자(보험계약자)의 재산’이라는 입장이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재원은 납세자들이 낸 보험료를 통해 조성된 것이라는 주장. 실제로 보험사 회계기준에 따르면 보험사는 보험금을 부채로 보고 있다. 향후 납세자(보험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기 때문이다. 한국납세자연맹 관계자는 “보험금은 보험사의 돈이 아니라 납세자(보험계약자)의 돈이고, 그 돈은 납세자가 보험료로 낸 돈이 모인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의료비 직접 부담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보험료에 대해 이미 공제가 이뤄지고 있고,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이 저축의 개념은 아니며, 보험료를 낸 만큼 보험금을 받는 것이 아니다”면서 “그동안 해석을 통해 실손의료보험금 수령분은 의료비 세액공제의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해 왔고, 국정감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원칙적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해서 현재 대법원에서는 ‘종합소득세부과처분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 소송’이 진행 중이다. 2013년 의료비로 1,068만567원을 지출하고, 보험사로부터 실손의료보험금 1,008만5,750원을 지급받은 B씨가 파주세무서장에 대해 제기한 소송으로, 2014년 연말정산 간 의료비 세액공제를 통해 141만4,050원을 환급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8만9,220원 밖에 환급되지 않자 소를 낸 것이다.

 

이 사건 1심을 맡은 의정부지방법원은 파주세무서장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의정부지방법원 행정1부는 ▲구 소득세법 시행령(2014년 2월21일 대통령령 25193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제110조 제1항에서 규정한 ‘근로자가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란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지출한 의료비를 의미하고, ▲근로자가 의료비를 지출한 경우에도 그 의료비를 보험사로부터 보전받아 결국 그 의료비가 근로자의 손해로 귀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그 의료비를 지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구 소득세법(2014년 1월1일. 법률 제12153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제52조 제1항 나목, 동법 시행령 제109조 제2호는 ▲근로자가 상해보험 등 가입계약에 따라 보험사에 보험료를 지출한 경우 그 보험료를 소득공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실손의료보험금을 소득공제 대상으로 보면 원고는 보험사에 지출한 보험료와 보험사로부터 지급받은 실손의료보험금을 이중으로 공제받는 결과가 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경우에 따라 B씨가 실제 지출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공제받을 수도 있게 되는 것은 소득공제제도의 취지에 어긋나고, ▲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실제 지출한 돈이 보험료 뿐인 반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는 의료비 전액을 지출한 것이기 때문에 지출한 액수에 따라 공제의 액수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의료비 지출, ‘반드시’ 근로소득에서 해야 한다?
이같은 법원의 판단에 B씨는 항소했다. B씨는 2심 준비서면에서 의료비는 근로자가 직접 부담하는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 ▲구 소득세법 제52조 제2항은 근로소득이 있는 거주자가 의료비를 지급한 경우 그 금액을 근로소득금액에서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의료비를 반드시 근로소득금액에서 지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 않고, ▲근로소득에서 지출한 의료비만 공제대상이라면 그 입증자료를 제출하도록 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 ▲피고의 주장대로라면 근로소득을 받지 못한 신입사원의 경우 지출한 의료비는 근로소득 공제대상이 될 수 없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한다는 점을 들어 피고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중공제 문제에 대해서는 ▲보험료는 보험금과 대가관계가 없고, ▲보험금으로 지급한 의료비는 근로자 본인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가 아니라는 피고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득세법이 보험료를 특별공제대상으로 규정한 것은 보험사고에 대한 대비와 함께 보험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것이고, 의료비 또한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 의료비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금액을 근로소득금액에서 공제함으로써 안정적인 근로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는 점에서 ▲양자의 입법 취지 및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이중공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소득세법에서는 기본공제의 이중공제 배제에 대한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고,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와 중복해 공제받을 수 없는 공제항목을 열거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보험금으로 지출한 의료비 및 보험료 공제는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보험금 자체가 소득공제의 대상이 아니라 보험금 중 의료비로 지출한 금액만 소득공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보험계약 내용에 따라 공제대상 액수가 달라져 불합리하다는 피고의 주장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의료비로 지출한 금액이 500만원이라면 보험금으로 1,000만원을 받든 100만원을 받든 의료비 공제 대상금액은 500만원이라는 설명이다.

 

‘실손의료보험, 왜 가입하는가?’ 생각해볼 일
결국 이 문제는 ‘실손의료보험금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과세당국은 그동안 해석을 통해 실손의료보험금은 의료비 세액공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그것을 이번에 법령에 명시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그동안 실손의료보험금을 수령하고도 의료비 세액공제를 받아왔던 사람 입장에서는 갑자기 바뀐 제도에 혼란을 느끼기 충분하다. 게다가 미래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납입해 왔다는 점에서 ‘내 돈 내고 받은 보험금인데 왜 공제를 안 해주느냐?’하는 불만을 갖기에 충분하다.

 

실손의료보험금의 성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사람들이 실손의료보험을 비롯한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험에 가입하고 그 계약을 유지하기 위한 보험료는 대부분 근로소득에서 나온다. 낸 보험료보다 많은 실손의료보험금을 받는 사람도 있고, 적게 받는 사람도 있으며, 보험금이 오로지 보험료를 통해서만 조성된 것이라고 보는 것도 무리는 있다.

 

세금과 관련한 문제인 만큼 과세당국이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실손의료보험과 같은 사(私)보험은 국민건강보험 외에 개인이 자신의 소득에서 별도로 준비하는 것인 만큼 적어도 국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가 운영되는 것이 옳을 방향이겠다.

 

 

 

 

한편, 연말정산간 실손의료보험금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국세청 홈텍스 홈페이지에 접속한 후 ‘조회/발급’ 메뉴에서 ‘실손의료보험금 조회’ 메뉴로 들어가면 1년간 수령한 보험금을 조회할 수 있다. 여기에서 조회가 안 될 경우에는 보험사에 직접 자료를 요청해야 한다. 그 다음에 ‘연말정산간소화자료 조회’ 메뉴에서 자료를 조회한 후 ‘공제신고서 작성’ 메뉴로 들어가 ‘세액감면·공제 명세’ 부분의 ‘특별세액공제’에서 ‘의료비’ 부분의 ‘수정’을 클릭, 팝업창 제일 아래에 있는 실손의료보험 공제금 입력칸을 확인해야 한다. 금액이 자동으로 입력돼 있는 경우도 있는데, 입력돼 있지 않다면 조회한 실손의료보험금을 입력하고 ‘반영하기’를 누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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