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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후덕한 인심은 덤, 우리 전통시장 건강해졌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대형마트 규제 강화''가 아닌 ''재래시장 자생력 향상을 위한 지원''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11월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전문 업체 (주)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 규제를 강화(3.6%)하기보다는 ''시설 현대화를 위한 지원''(26.2%), ''품질 및 서비스 향상''(20.8%) 등 재래시장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더 많았다.

재래시장 활성화 등의 취지로 마련된 유통산업발전법이 대형마트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대형마트 강제휴무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은 ''대기업이 운영하지 않는 중대형 슈퍼마켓을 이용''(30.3%)하거나 ''다른 날 대형마트를 이용''(19.5%)한다는 응답이 많았고 구매를 포기한다는 응답도 17.6%나 됐다. 또 ''대형마트 강제 휴무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소비자''라는 응답은 22.0%였다. 이어 대형마트 종업원(13.3%), 입점업체(11.8%), 납품농민(11.4%) 등 사회적 약자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대형마트 강제휴무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작용을 고려,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57.3%로 가장 많았으며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33.9%에 그쳤다. 전경련 측도 “동반성장위원회 내에서 이미 규제가 시행중인 업종에 대해서는 이중규제 방지를 위해 적합업종 지정을 제외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이 같은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영업시간 제한, 의무 휴업, 전통상업보전구역 1km 내 출점 규제 등의 2중, 3중 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대형마트에 대해 적합업종 지정까지 논의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 초 1월 한 달 동안 기자는 한 군데의 5일장과 4군데의 재래시장 등 5군데의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며 상인들과 소비자들을 상대로 취재했다. 그 결과 재래시장의 대부분은 자생력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위생관리 및 품질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고 상인들의 의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주지역의 5일장
지난 1월 8일 기자가 맨 먼저 찾은 곳은 경기도 파주 5일장이었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궂은 날인데도 5일장을 찾는 사람들은 꽤나 많았다. 상인들은 저마다 2000원, 3000원을 외치며 손님을 모으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의류를 판매하러 온 상인 몇몇은 궂은 날씨 때문에 장사를 포기했다며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었다.

“오늘 장사는 다 망친 것 같아요. 이렇게 진눈깨비가 오면 물건을 다 버려서 그냥 돌아가야 해요. 손님들도 별론 것 같고요.”

전국의 5일장을 찾아다니며 장사를 해온지 15년째라는 박민석(45세)씨는 오랜 경험에서 얻는 노하우는 이런 날 장사를 그만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에 작아 보이던 시장은 기존에 있던 재래시장 상인들과 5일장에 맞춰서 장사를 하러 나온 상인들이 각자의 자리를 잡고 있어 상당히 길이가 길었다. 이곳은 평소에는 재래시장이 있는데 5일마다 장이 선다고 했다. 이 시장에서 매일 장사를 하고 있다는 김영선(50세)씨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요즘은 형편없다고 하면서도 이날 매출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우리는 여기서만 20년 가까이 장사를 해오고 있어요. 그래도 단골도 많은 편이고요. 그런데 5일장만 찾아서 오는 사람들 때문에 매출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바로 저 앞에 마트에서 오늘같이 장이 서는 날에는 물건을 더 싸게 팔아요. 아마 그 영향을 많이 받을 거예요.”

김 씨의 경우 김을 구워서 팔다보니 야채나 생선만큼 매출이 들쑥날쑥 하지는 않다고 했다. 김씨가 말했던 마트는 바로 시장 입구에 자리하고 있었다. 대략적으로 100여 평이 되어 보이는 마트 안에는 손님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시금치를 10분만 깜짝 세일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곳에서 7년째 유통부장을 맡고 있다는 이동주 부장은 장이 “서는 날에는 아무래도 손님들이 더 많이 찾아 장날 매출이 평소의 두 배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 마트에서는 장날에 맞춰 더 싼 가격에 물건을 팔고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장날이니까 싸게 팔 수 밖에 없어요. 지난해부터 원가가 워낙에 올랐지만 박리다매를 하는 형태의 영업을 하게 되면서 매출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여기는 지역차가 아주 많아요. 결국은 가격경쟁에서 승부수가 난다고 보면 되는데 그렇다보니 전체 10%정도 마진이라고 보면 돼요. 과거만 해도 장이 싸다는 인식이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그 반대에요. 마트가 더 싸고 장이 더 비싸다고 소비자들이 말해요.”

이 마트는 개인이 운영하는 중소형마트라 대형마트처럼 고정된 금액을 고수하지 않고 kg당 500원인 물건도 단골손님에게는 400원에 팔기도 한다고 했다.

“대형마트는 그게 어렵잖아요. 센터에서 금액을 정해주면 어쩔 수 없이 그 금액을 받아 팔아야 하니까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없고요. 그런데 우린 다르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가격조절이 가능하니까요.” 

파주시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상인들이 20여 차례 모여 간담회를 했고 그 결과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5일장이 열리는 날에 의무 휴업을 하기로 합의하고 한 달에 두 차례씩 휴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마트는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었다.

영등포 전통시장
기자는 지난 1월 12일 영등포 전통시장(구 중앙시장)을 찾았다. 주말 오후인데도 시장 안은 비교적 한산했다. 영등포 재래시장에서 40년째 건어물 장사를 하고 있다는 서민호(70세)씨는 지난해는 그 전해보다 차이가 많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영등포 전통시장은 장사가 잘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경제가 안 좋은데 이만하면 잘 되는 거지 뭐. 우리시장은 20~30년 장사해온 사람들이 많아서 그래도 단골이 많아요. 우리 가게만 해도 엄마가 단골이었는데 아들딸이 커서 찾아오고 손주가 커서 찾아오고. 우리 단골손님들은 3대까지 내가 다 알아. 서로 믿고 찾아주니까 우리도 믿음을 줘야 하는 거고. 그렇게 사는 거지. 인심이 따로 있어! 믿을 만한 물건 싸게 주는 게 시장인심이지.”

전통시장의 넉넉한 인심이 어려운 경제사정도 잘 견디어 내고 있는 듯했다.

영등포 전통시장 상인들은 시장 활성화와 점포 경영 능력 향상 및 상인의식 혁신을 통한 경쟁력 향상에 중점을 둔 상인대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서씨의 경우도 지난해 상인대학에서 마케팅 전략과 고객서비스 등의 기본과정을 배워 장사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우리 시장 상인들은 대부분 다 참여를 해요. 2달 과정인데 연수를 받고 나면 스스로가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끼죠.”
지난해 이 시장의 상인들은 일본 재래시장을 직접 보고 배우는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고 했다. “거길 다녀와서 많이 도움이 됐죠. 위생 상태나 친절 같은 것도 도움이 됐고요.”

상인들은 일본 재래시장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자구의 노력을 통해 힘든 경제의 난관을 이겨내고 있다고 했다. 이 시장도 주변에 여러 개의 대형매장이 있었지만 상인들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매 성격이 강한 이 시장의 특성상 매출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건 주 5일 근무제라고 했다.

“우리 시장은 주 5일제가 시행되기 전만 해도 작은 회사 구내식당이나 회사 주변의 작은 식당들이 식자재를 많이 사갔어요. 그런데 주 5일제가 되면서 부터는 그런 매출이 발생이 안 되니까 영향을 많이 받았죠. 그렇다고 누굴 탓하고 있을 게 아니라 노력해야지 어떻게 해요. 정부에서도 많이 노력해주고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니까 지금은 그래도 많이 좋아졌어요. 가격 표시, 원산지 표시, 그런 거 표시 안 된 곳은 없어요. 재래시장도. 정확하게 해요. 여기 한 번 보세요. 우리도 원산지가 어디며 그램 수가 얼마나 되는지 표시해 놨잖아요.”

대부분의 제품에는 원산지와 중량이 부착되어 있었다. 원래 영등포전통시장은 매달 4주째 일요일에 휴무를 해왔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7일부터 개정된 조례에 따라 영등포구 내 대형마트와 SSM가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 의무적으로 휴업에 들어감에 따라 상인들은 매월 3주째 일요일에 정기휴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 자리에서 30년째 전만 구웠지 뭐야
“나는 원래 이 근처에 있던 병원의사들이 전을 부쳐달라고 해서 시작한 거야. 아마 30년은 넘었지. 내 나이가 올해 여든 일곱인데 ....”
구순이 가까운 연세인데도 할머니의 건강은 대단했다. 하루 종일 전을 구우신다는 할머니는 녹두전에서부터 명태포전까지 여러 종류의 전을 하루 종일 굽는다고 했다.

“저거 조금 더 크게 부쳐줘요”
“싫어. 사갈 거면 사가고 사가기 싫으면 그만 가”
고객과 장사하는 분들의 대화라곤 믿기 어려운 대화가 한참을 오간 후 노부부는 소쿠리에 수북이 담겨 있는 전 중에서 서너 종류의 전들을 저울에 달아 사갔다.

“할머니 그러시다가 손님들이 가버리시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셨어요?”
“다른 데로 가봐야 우리처럼 국산 재료로 부침해주는 곳이 없어. 남는 게 없으니까 당연하지. 나는 그래도 국산재료에 양심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주거든. 진짜 배기란 말이지.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은 다시 찾아와. 입이 진짜를 알아보는 법이니까. 그렇다고 비싸게 파냐면 그것도 아니야. 내 나이에 돈 많이 벌어서 뭘 하게 비싸게 팔겠어. 내가 평생 해 온 일이니까 내 육신이 움직이는 동안 이거라도 하려고 나오는 거지. 늘 찾아오는 손님들한테는 덤으로 주고 나를 찾아왔으니까 감사해서 또 얹어 주고 그게 재래시장 인심 아니겠어.”

이 시장에서 20년째 어묵과 떡을 팔고 있다는 김명숙(60세)씨는 온누리상품권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카드를 받지 못해 매출을 더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 놓았다.

“여기는 도매시장인데 카드를 받으려면 더 비싸게 팔아야 하잖아요. 그럼 손님들이 물건을 안 사죠. 그렇다고 카드수수료를 우리가 부담할 수도 없고요. 여기 오는 손님들은 싱싱한 재료를 싸게 살 수 있어서 오거든요. 그래서 1000원을 받아야 한다면 700원 받고 팔아요. 그런데 카드수수료를 우리가 다 부담해야 한다면 1000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대형마트보다 더 비싸게 되니 손님이 여길 올 수가 없게 되는 거죠.”

요즘 현금을 휴대하고 다니는 경우가 적다보니 시장에 왔다가도 할 수 없이 마트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도 더러 있다고 했다. 상인들은 카드사용을 안 할 수도 없고 하게 되면 수수료 부담이 많아져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입장이었다.

영등포전통시장에서 떡복이용 떡 1.5kg짜리는 2,500원에 떡국 2kg은 6,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대형마트에서는 1kg이 6,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시장가격과 마트가격이 절반이나 차이가 났다.

최근 영등포구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역 전통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역 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타임스퀘어와 여의도 금융지역의 외국인 관광객을 영등포전통시장(구 중앙시장) 등 영등포동 일대 전통시장에 유치하기 위한 전략도 모색 중이다.

또 국내·외 전통시장의 경쟁력 확보 사례와 시장별 입지여건·상권 등을 분석하여 전통시장의 편의시설을 개선하고 시장상인의 능력배양을 통한 판매활성화 전략 등의 연구도 진행 중이다. 영등포구의 이러한 노력은 위축되어 가는 재래시장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듯 했다.

응암동 대림시장
이날 오후 기자는 응암동 대림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시장마다 특성이 다를 것을 감안해 취재는 되도록 식재료에 방향을 맞췄다. 소매를 주로 하고 있는 대림시장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찬거리를 사러 나와 도매를 위주로 하는 영등포 전통시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가게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야채와 생선, 과일가게가 많았다.

주차시설이 안 돼 있는 탓에 시장입구에는 차들이 어지럽게 이중주차를 해 놓은 모습이었다. 시장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분식집은 그 자리에서만 20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거 하나에 500원인데요.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격을 그대로 팔고 있어요. 박리다매를 하는 거죠. 싸게 팔다보니까 손님도 꾸준하고, 무엇보다 늘 같은 맛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팥 앙금가격이 엄청 올랐지만 손님들이 찾아주는 게 고마워서 가격을 당분간은 올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김석준(50세)씨는 가격대신 직원을 줄였다고 했다. 밀가루 값, 설탕 값 등 모두 올랐는데 빵 값을 그대로 받으려면 직원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했다.

“부부가 인건비 벌어간다고 생각하면 돼요. 우리만 해도 총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40%거든요. 지금은 사업이 아니라 종업원과 나눠먹는 시스템입니다.”

이날 기자는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다. 예전과 변함없어 자주 이 시장을 찾는다는 김길수(58세)씨는 “과거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자주 다니던 곳이라 이곳에 오면 고향의 향수 같은 걸 느낀다”며 손주의 손을 잡고 잔치국수를 파는 가게 앞에서 한참 간판을 바라보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옆 가게 앞에 서너 명이 줄을 서 있었는데 붕어빵을 사 먹으려는 사람들이었다.

붕어빵 장사를 시작한 지 3개월째라는 김석진(32세)씨는 군대를 제대하고 영업직과 SK주유소 등에서 근무를 하다가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가게는 제 부모님이 하시는 가겐데요. 처음에는 망설였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 이것도 사업이잖아요. 여기서 노하우를 얻는 다음에 부모님 가게를 물려받게 된다면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부모님께서 올해 연세가 70세이신데 일을 하시거든요. 제가 붕어빵 장사를 시작하고 나서 제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하시는지도 알게 됐어요. 발이 시린 게 조금 흠이긴 하지만요.”

김씨는 붕어빵 3개에 천원을 받았다. 붕어빵 장사는 밀가루 값, 팥, 가스 비용, 봉투비 등 원가를 빼고 나면 전체 마진이 40%정도라고 했다.

“경쟁력만 갖추면 장소는 상관 없어요”
상인들은 대체적으로 재래시장 매출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대형마트와는 상관없다는 반응이었다. 다만, 시장주변에 있는 중간마트(개인마트)들이 한꺼번에 대량으로 물건을 들여와서 노 마진으로 판매를 하기 때문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대림시장 중간에도 영향을 줄만한 마트들이 서너 개 있었다. 야채가 한 바구니에 2,000~3,000원이라는 가격표를 달고 손님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가게는 바로 상인들이 말하는 중간마트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서로 마주보고 있으니 상당히 불리해 보이는 장소지만 정원민(38세)씨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야채만 전문적으로 하거든요. 보세요. 야채가 싱싱하고 믿을만하기 때문에 단골들은 다 저희 가게에 와서 야채를 사가요. 가끔 카드를 안 받으니까 어쩔 수 없이 마트로 들어가는 손님들이 있긴 하지만 저희 가게는 품질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마트의 영향은 전혀 안 받아요.”

소비자들이 싱싱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전통시장을 찾는 만큼 상인들은 경제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보통 그렇게 얘기를 하잖아요. 현지에서 떼어오는 값이 많이 올랐다고. 그런데 상인들은 사실 큰 상관이 없어요. 어차피 채소가 싸든 비싸든 간에 남는 건 똑같으니까요. 1,000원짜리 팔고 300원 남으나 2,000원짜리 팔고 300원 남으나 똑같아요. 그런데 소비자들은 다르죠. 그만큼을 더 지불하고 사야 하니까 가계 부담이 많이 되니까요.”

정씨는 현재의 이 자리에서 9년째 야채가게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에게 정부에 바라는 게 있는지를 물었더니 “글쎄요. 저는 정부쪽 탓은 안 하고 싶어요. 정부하고 크게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자기 노력의 문제이지 장사 안 되는 것을 정부 탓하고 어디를 탓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장사가 안 되면 남들보다 더 좋은 재료를 가져와서 조금이라도 싸게 팔아야죠. 장사는 그게 최고에요. 현재 정부도 많이 노력하잖아요. 상품권도 발행하고요”라고 말했다.

정씨의 경우도 처음에는 상당히 고전했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시장이 그리 어려운 때는 아니었지만 야채를 팔지도 못하고 상해서 버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어떤 일이든지 노하우가 필요하거든요. 그건 세월만 간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 자기의 분야에서 얼마나 노력하고 자생력을 갖추는지가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손님들이 올 때마다 가족을 챙기듯이 좋은 물건을 더 챙겨주는 후덕한 인심 때문에 정씨의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단골이라고 했다. 젊은 시절 언론사에서 잠시나마 인연을 맺었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추가로 말해줄 게 뭐가 있을까를 찾아가며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걸 잊지 않았다.

수산물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수산물과 야채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 요즘 같은 온도에는 그나마 한시름 놓는다.

“여름에는 유지비가 훨씬 더 들죠. 얼음 사다가 채워야지, 냉방해야지. 그런데 겨울에는 또 기상이 좋지 않아 생선가격이 들쑥날쑥해요. 요즘 같은 경우가 그렇죠. 춥고 기상이 안 좋으니까 생선도 안 잡히고 잡으러 나가지도 못하고요.”

이날 생 오징어가격은 500원이 떨어진 3마리 3,500원에 판다고 했다. 11년째 생선가게를 하고 있다는 최정식(65세)씨는 예전에 비해 매출이 줄어 직원을 둘 수가 없어 부부가 함께 장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 결과 10년 전하고 지금하고 수입이 크게 다르진 않다고 했다. 다만, 일할 사람을 안 두다보니까 몸이 피곤하다고 했다. 생선가게에서 고기 손질을 조금 하는 정도라면 250만원~320만 원 정도의 임금을 줘야 되는데 요즘 같이 경제가 안 좋은 때는 그럴 수가 없다고 했다.

“간단히 말해 오징어 한 박스를 팔면 3,000원이 남아요. 인건비도 안 나오죠.”

응암동 대림시장은 원래 골목시장이었는데 3년 전 전통시장으로 제법 규모가 커졌다. 환경을 정비하는 데만 10여 년이 걸렸다. 시장상인회가 결성되어 있긴 하지만 아직도 상인들의 협의를 이끌어 내지 못해 활성화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협회차원에서 환경도 개선하고 주차시설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재래시장이지만 비나 오나 눈이 오나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소비자들이 편안하게 시장 볼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요즘 소비자들은 깔끔하고 위생적인 그런 걸 좋아하잖아요. 그렇다면 상인들이 나서서 스스로 그런 부분에 대해 갖추려고 노력해야하는데 그런 부분이 아직은 미진하다고 볼 수 있죠.”

대림시장의 상인들은 주차시설이 가장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로 주차시설이 미흡하다고 했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박영미(42세)씨는 재래시장을 자주 이용하는데 차를 가져오면 불안해서 제대로 시장을 볼 수 없다고 했다.

“재래시장은 회전이 빨라 재료들이 싱싱해요. 마트는 다양한 것들이 있긴 하지만 시장만 못 하잖아요. 가격도 시장이 더 싸고 품질도 좋으니까 시장을 선호하죠. 과일도 마찬가지고요. 주차시설만 갖춘다면 지금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을 거라고 생각해요.”

은평구는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올 들어 전국에서 가장 먼저 대림시장 상인들에게 상인대학을 열었다.

수색 전통시장
지난달 13일에 찾은 수색시장은 다른 시장들과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은 상태였고 몇 개의 가계가 있다고는 하나 한줌씩이나 되는 재료를 팔고 있어 소비자들이 찾기에는 부족함이 많아보였다. 수색시장에서 10년째 참기름 장사를 하고 있다는 정팔봉(70세)씨는 요즘은 손님을 보는 것조차도 어렵다고 털어 놓았다.

“예전에는 여기도 괜찮았어요. 저 건너편에서도 여기로 시장을 다 왔으니까요. 그런데 몇 년 전 이 지역이 뉴타운으로 되고 시장이 있는 여기는 재개발지역이 되면서 하나 둘 장사를 하던 사람들이 떠났지 뭐요. 빈 집도 많아요. 저 골목 안이 예전에는 다 장사를 하는 점포였거든요. 여기도 엄청 큰 시장이었죠.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거지 시장이라고 할 수가 없죠.”

정 씨의 말처럼 수색시장은 빈 점포가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문을 연 가게는 10군데 남짓이었으나 장사를 하기위해 문을 열었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세월을 낚는 모습이었다. 20년 넘게 수색시장에서 옷 가게를 해오고 있다는 김순자(70세)씨의 가게에는 이날 여섯 분의 아주머니들이 모여 시끌벅적했다. 이들은 오랜 세월동안 정든 곳이라 떠나지도 못하고 이 자리를 지키고 있노라며 지난 세월을 회상했다.

지자체나 정부가 재개발을 할라치면 신속하게 하든지 아니면 처음부터 하지 말고 시장 상인들이 마음잡고 장사에 전념하도록 신중하게 도시개발계획을 추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신중앙 전통시장
기자는 19일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방신시장을 다시 찾았다. 이 시장은 전통시장의 고정관념을 깨고 현대적인 설비를 갖춘 우수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 전체를 덮은 돔형 지붕은 날씨의 변화에도 소비자들이 시장을 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한 흔적이 묻어났다. 이러한 환경변화를 가져오는 데까지 방신중앙시장의 상인들은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다고 했다.

“우선 하루하루 벌어서 먹고 사는 상인들에게 내일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죠. 거기다 일정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것도 큰 걸림돌이었고요.”

그러나 강서구청과 상인회가 긴밀한 협조를 통하여 환경개선사업의 목적 및 필요성을 상인들에게 꾸준히 알리고 설득해 온 결과 이 시장은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상인회는 환경개선보다 우선인 게 상인들의 의식변화라고 생각해 상인대학을 개설하여 상인맞춤형 친절교육에서부터 위생교육을 받도록 했다. 그 결과 이 시장의 상인들은 과거 재래시장의 지저분한 환경에서 대충 장사나 하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청결하고 정돈된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었다.

이 시장에서 11년째 호떡장사를 하고 있다는 박석구(60세)씨는 “불경기 때도 여기는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아요. 여기는 상인들 스스로가 자생력을 갖췄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꾸준히 찾아온다”고 했다. 무엇보다 위생적인 철저한 관리는 그날의 재료는 그날 다 소비하도록 하는 재고관리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똘똘 뭉쳐서 환경조성부터 위생관리까지 상인들 스스로가 많이 달라졌죠. 소비자들도 그런 부분을 높이 평가하고요. 이 호떡만 해도 마트에 가면 1,000~1,500원씩에 팔잖아요. 가격만 저렴한 게 아니라 맛도 좋아요.”

박씨의 경우만 해도 시장에서 호떡을 구워 팔면서도 음식점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깔끔한 위생복장과 투명위생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박씨는 “소비자들이 불편하다고 한다면 추울 때 따뜻하게 해줄 수 없고 더울 때 시원하게 해줄 수 없는 거지 그 외엔 마트보다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차쿠폰과 상품권이 큰 도움
방신시장은 전통시장의 한계인 주차시설도 갖췄다. 시장 내 어떤 가게에서 물건을 사든 차를 가지고 온 사람은 주차권을 받을 수 있었다. 한 장에 500원짜리 주차권은 10분에 500원짜리 주차쿠폰으로 사용이 가능했다. 다만, 주차쿠폰은 3장까지만 중복사용이 가능해 30분을 초과한 만큼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했다. 이 시장에서 야채가게를 7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지영순(50세)씨는 시장 환경이 달라지면서 상인들 스스로에게도 의식변화가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대충 옷을 입고 나와서 장사를 하면 됐는데 지금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화장부터 해요. 깔끔하게 단장을 하고 나서부터 손님들이 우리 가게 물건이 왠지 싱싱해 보인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동안은 먹고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그런 생각조차도 못했는데 시장 환경이 달라지면서 우리 상인들도 교육이라는 것을 받고 하다보니까 스스로가 안 바뀌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설날 쓸 생선을 사러 나왔다는 장말순(70세)할머니는 “예전처럼 요즘 누가 그렇게 많이 음식을 하나. 몇 가지해서 상에 올리고 나면 먹고 말지”했다. 장 할머니는 이날 조기 5마리와 오징어 5마리를 샀다고 했다.

“매일 이렇게 나와서 한 가지씩 사 가는 거여. 오늘 다 사가면 내일 나올 일이 없잖어”

10년 넘게 생선가게를 해오고 있다는 최영미(45세)씨는 “인천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이 시장에는 2달 전에 가게를 하나 더 내서 왔다”며 “요즘은 예전하고는 다르다”고 말했다.

2년 전과 똑같이 가격을 올리지 않고 생선을 팔고 있다는 최씨는 이번 명절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고 했다.

30년의 흔적 고스란히 안아
시장 중앙에는 3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릇가게가 있었다. 이곳에서 처음부터 지금껏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정대풍(67세)씨는 그릇가게는 옛날에 비해 어림도 없다고 고개부터 저었다. 재래시장의 본 모습이 원래 그릇가게서 파는 장독이나 방앗간 떡, 포목점 이런 게 대표적이었던 과거만 해도 이 가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시장 안에 6개의 그릇가게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문을 닫고 정 씨만이 그 추억을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정 씨는 자신이 느끼는 세월만큼이나 우리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추억을 더듬었다. 그가 기억하는 그릇가게의 전성기는 70년대 후반부터 90년 후반까지라고 했다. 그 이후 사양길로 접어든 그릇장사는 가정의 구성이 바뀌면서 더 심해졌다고 했다.

“핵가족화 되면서 가족의 구성원이 바뀌니까 그릇을 많이 살 필요가 없어지고 김치냉장고가 나오니까 김치통을 살 필요가 없어졌죠. 그런데 이제는 학교급식이 되면서 도시락 자체도 사라지잖아요. 시장에 사람들이 안 나오다보니까 구청과 상인회가 전통시장을 살리려고 많이 노력했죠. 원래 저 앞이 도로에요. 도시계획에 보면 벽돌공장 자리였는데 사유지에 7명인가가 얽혀있었어요. 그걸 구청에서 사서 영세상인들 먹고 살게 해준다고 다시 분양을 하게 된 거죠. 저 앞 라인을 D라인이라고 하는데 저 분들이 들어오면서 시장이 많이 커졌죠.”

강서구는 전통시장 살리기에 구청이 실질적인 지원책을 제시하며 전통시장 현대화 시설물인 아케이드에 과세되는 재산세를 전액 감면해주고 있다.

지난해 4월 개정된 구세 감면조례가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까치산·송화·화곡중앙·남부·화곡본동·방신재래시장 등 6개 전통시장 670개 소규모 점포가 연간 총 286만원 세제혜택을 보게 됐다.

시장경제를 살리는 온누리 상품권 확대돼야
본지가 여러 군데의 재래시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현장취재를 해 본 결과 대부분의 재래시장은 나름대로 자생력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다수의 상인들은 대형마트 때문에 매출이 안 오른다기보다는 카드사용이 어려워 매출을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정부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2009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온누리상품권이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다고 기대하는 눈치였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09년 7월 20일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제26조에 의거하여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에서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해 오고 있다. 발행 첫해 105억 원이던 상품권 발행액은 2010년 753억원, 2011년 2,224억원, 2012년 4,258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상품권 누계판매량은 7,340억 원이었다.

이중 민간 기업이 3,551억원(48.4%), 개인 2,208억원(30.1%), 정부·지자체·공기업 등 공공부문 1,443억원(19.7%), 기타 138억원(1.9%) 순으로 나타났다. 개인 구매자가 많았던 것은 개인에 한해 3%를 할인 판매하는 제도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난해 9월부터 예산부족으로 폐지되면서 구매자가 급감했다.

현재 중앙부처의 경우는 복지비의 10%이상 상품권 구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민간 기업은 서민경제 및 상생협력에 참여한다는 대의명분과 기업이미지 확보, 직원 복지를 위해 명절에 상품권을 구매하여 지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추석명절에 삼성그룹은 1,474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하여 전 직원에게 지급했다. 현대와 엘지도 각각 334억 원, 117억 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했다.
시장경영진흥원 온누리상품권 담당 이정욱 팀장은 “온누리 상품권이 정부부문 및 기업체 등 단체 구입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일반인(개인)들이 지속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 정부를 이끌어 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전통시장 영세상인 지원을 위해 온누리 상품권 판매액을 2017년까지 1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만큼 새 정부가 시작되면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 공공부문의 경우 중앙부처 외에 지자체 공무원까지 복지비의 10% 의무구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고, 민간 기업들의 협조와 일반인들의 자발적인 구매로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재래시장은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자구의 노력을 통해 상당히 건강해져 있었고 상인들의 의식변화와 환경개선은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재래시장의 생존을 위해 법으로 대형마트의 영업행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게 아니라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무언지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고객의 마음을 잡아라
동네 슈퍼와 동네빵집, 전통 시장들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그들의 고객을 찾지 못했거나 또 찾았다고 해도 그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들의 고객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고 까지 말할 수 있다.

앞서 말한 대로 현재 골목상권에는 대략 6개 형태의 플레이어들이 경쟁하고 있다. 이들 틈바구니에서 난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그런 고민도 없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시도도 없이 정부의 규제에만 기대면 효과는 일시적일뿐이다.

동네 슈퍼가 편의점처럼 해서는 안 되고, 더욱이 대형마트와 SSM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만약 동네 슈퍼가 SSM을 흉내를 내면 소비자들은 SSM이 의무휴업을 하는 동안에 구매를 미룰지도 모른다.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를 따라가서는 앞서기는커녕 현재를 유지하기도 힘들다. 전통시장다운 것을 더 키워야 살길이다.

동네 슈퍼는 동네 슈퍼답지 않았기 때문에 점차 사라지고 있고, 전통시장은 그나마 전통 시장답기 때문에 서서히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서울의 전통시장들의 상인들은 자신들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고, 오랜 자구 노력 끝에 경쟁력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앨 라이즈와 잭 트라우트는 공동저술 ‘포지셔닝’에서 마케팅을 하려면 원래부터 고객의 마음속에 있는 이미지를 더 강화하라고 말했다. 동네 슈퍼와 전통시장이 그답지 않고 대형마트처럼 카드 긁는 소리만 차갑게 들릴 때 사람들은 외면한다.

그들은 현대처럼 치열한 경쟁이 일상화하는 시대에서는 아주 좁은 타깃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다.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다’는 식이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와 경쟁력을 극단적으로 표현할 만큼 단순화하라고 조언한다. 당신의 메시지를 예리하게 단순화하고 분명하면 할수록 그것은 고객의 마음에 강하게 자리잡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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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하루는 '외래진료·수술 중단' 인가? 환자불안 가중
전국 의대교수들이 일주일에 하루 '외래진료·수술 중단'을 논의하기로 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온라인으로 총회를 열어 일주일에 하루 요일을 정해 교수들이 외래진료와 수술을 모두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휴진 개시 시점 등 구체적인 방식은 총회에서 논의될 예정으로, 각 병원 상황에 맞춰 달라질 수 있다. 24시간 가동되는 응급실, 중환자실 인력은 남길 가능성이 크다.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대위는 이미 이번 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를 휴진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외래 진료와 수술은 원칙적으로 쉬고, 응급환자, 중증환자 진료·수술은 지속하기로 했다. 전의비 관계자는 "휴진 여부를 안건으로 다루긴 하겠지만, 구체적인 방식은 각 병원·진료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만약 일주일에 한 번 쉬자는 쪽으로 정하면 각 의대나 과에서 상황에 맞춰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전의비가 '주 1회 휴진'을 결정할 경우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대형 병원은 물론 전국 주요 병원이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전의비에는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등 전국 20여개 주요 의대가 참여하고 있다. 서울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