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리튬전지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조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이사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29일 고용노동부·검찰에 따르면, 전날 법원의 구속전피의자심문을 거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박 대표는 수사과정에서 “경영책임자는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본부장은 박 대표의 아들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경영책임자로 규정한다.
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박 대표가 경영책임자가 맞다고 반박했다. 박 대표가 공장내 안전사고를 포함한 업무를 직접 보고받아 왔고, 인사·노무·안전보건·자금집행의 최종 권한이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아들인 박 본부장과의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박 대표가 ‘아리셀의 주인은 나’라는 취지로 밝힌 것도 근거로 들었다.
이처럼 사고 발생 직후 ‘책임 떠넘기기’가 이뤄진 배경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된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리셀과 박 대표는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고, 화재 예방을 위한 장비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으며, 비용절감을 위해 파견노동자를 투입하면서도 관련한 안전교육은 하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또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대피 등의 내용을 담은 매뉴얼을 마련하지도 않았다.
한편, 중대재해 처벌법 위반 혐의로 두번째 구속 사례도 몇시간 뒤 나왔다. 이날 새벽 대구지법 안동지원은 박영민(64)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에 대해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도주 우려가 있으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석포제련소는 지난해 12월 탱크모터 교체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비소 급성중독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또 지난 3월에는 냉각탑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1명이 숨졌고, 지난 8월2일에는 하청 노동자 1명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박 대표는 국소배기장치 등을 설치 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