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는 18일 문산읍 임진각 내 민방위대피소에서 이동시장실을 열어 최근 고조되고 있는 남북 접경지대 안팎의 군사 긴장으로 인해 나날이 심각해지는 주민 피해 실상을 청취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북한의 대남확성기 방송으로 인해 막대한 소음 피해를 입고 있는 대성동 마을에서 예정됐으나, 출입 허가를 받지 못해 계획이 무산되자 장소를 임진각으로 옮겼다.
이날 이동시장실 현장에는 비무장지대 내 최일선에 소재한 조산리 대성동 마을과 백연리 통일촌, 동파리 해마루촌 등 민통선마을 주민 30여 명이 참석해 접경지역에서 겪고 있는 피해를 호소했다.
올해 파주 접경지역 일대는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맞선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우리 군의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에 이어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되며 긴장이 매우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이동시장실에 참석한 주민들은 최근 극심해진 북한의 소음방송으로 접경지역에서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설명했다.
주민들은 20일 넘게 지속되고 있는 대남 확성기 방송은 주민들이 이제껏 들어본 대남방송 중 소음강도가 가장 높았다며 확성기 방송에는 여성의 웃음소리, 다양한 동물이 짓는 소리, 기괴한 소리 등으로 밤낮없이 들려와 주민들 대부분이 불면증과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성동 마을에 시집와 50여년째 살고 있는 정순자(76·여)씨는 “북한의 소음공격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수면제와 진정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다. 귀마개를 했더니 귀가 짓물러 염증이 생겼다”면서 “너무 고통스럽고 아프다. 제발 살려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주민들은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의 원인을 제공한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해결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완배 통일촌 이장은 “탈북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민통선 주민들은 인권이 없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북한에서는 대북전단이 날아오면 원점 타격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데 전쟁이라도 나기를 바라나”라며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격분을 하기도 했다.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파주 접경지역 주민 피해 호소는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시장은 지난 14일 경기도를 상대로 한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대남확성기 소음 피해 실상을 알리고, 대북전단 살포행위에 대한 강력한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16일에는 경기도가 파주, 연천, 김포 등 3개 시군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함에 따라 앞으로는 대북전단 살포행위자들의 출입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명령 불응 시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강제 퇴거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내일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지금 파주시민들의 불안과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생명과 안전이 모두 위협받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위험구역 설정에 따라 확보하게 된 지자체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대북전단 살포행위 적발과 단속에 적극 나서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