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용 외화 계좌가 두 달 사이 84만개 늘어나면서 지난달 말 기준 1,000만개를 넘어섰다.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해외여행 전용 카드가 인기를 끌면서 외화 계좌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7일 기준 개인 외화계좌 수는 1천37만7,744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953만1,659개)보다 84만6,085개(8.9%), 2023년 말(703만7,739개)보다는 무려 334만5개(47.5%) 불어난 규모다.
지난해 외화 계좌 급증을 이끈 것은 여행 전용 카드였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다시 증가하자 환전 수수료 없이 외화를 충전해 해외에서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여행 전용 카드를 잇따라 출시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현재 개인 외화 계좌 수가 2023년 말의 2.7 배를 넘어섰다.

또한, 주식 등 해외 자산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것도 외화계좌 수 증가로 이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권사와 제휴를 통해 별도 이체 없이 주식 매매를 할 수 있는 외화 통장 상품의 계좌 가입 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화계좌 잔액은 지난해 9월 이후 감소세다. 5대 은행의 외화계좌 잔액은 지난달 27일 기준 약 134억달러로 집계됐다. 외화계좌 잔액은 지난 2023년 말 146억달러에서 지난해 2분기 말 140억달러까지 줄었다가 3분기 말 143억달러로 반등했으나, 지난해 말 다시 136억달러로 감소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행 전용 카드의 경우 잔액을 많이 예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잔액 증가 효과는 크지 않다"며, "환율이 급등한 탓에 외화 정기예금 등에서 환차익을 실현하는 투자자들이 있었고, 신규 투자자들 중에는 다른 투자 수단으로 자금이 일부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