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지 않는 생각이 자꾸 떠오르거나 결벽증이나 지나친 의심 때문에 고통스러운 적이 있었는가? 뭐든지 다 잘하려고 하거나 지나치게 완벽함을 추구하거나 사소한 일이라도 너무 신경을 쓰고 있다면 강박증(강박장애)이거나 강박적 인격 장애(성격)를 의심해 볼 수 있다.
강박증은 불안증(불안장애)의 하나이다. 최근에는 불안증이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면서 범불안장애라고 불리기도 한다. 범불안장애는 과도한 불안과 걱정이 장기간 지속되며, 이를 통제하기 어렵고 불안과 연관된 다양한 신체 증상(불면, 근긴장도 증가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불안장애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상적,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인해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 질환을 통칭한다. 불안장애에 해당하는 질환으로는 공황 장애, 특정 공포증, 사회 공포증, 강박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범불안장애, 급성 스트레스 장애가 포함된다. 불안장애의 원인은 다양하다.
뇌신경 내의 신경전달물질의 부족 또는 과다, 유전적인 소인, 뇌의 기능적 또는 구조적 변화, 사회심리학적인 원인,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인지행동적인 원인, 특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급성 스트레스 장애는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일으키는 사고나 재해 등이 원인으로 주로 발병한다.
아동·청소년 유병률 높아
힐링유심신치유센터 최지환 원장은 강박증에 대해 “원치 않는 강박 사고가 머릿속으로 들어와서 불안을 유발하고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강박행동을 하는 질환”이라고 정의했다.
지난 2011년 정신질환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강박증 평생 유병률은 0.7%이며, 이는 교과서적으로 알려져 있는 2~3%에 비해 오히려 낮고 강박증은 심리적 요인보다는 생물학적 요인이 우세한 질환이라는 게 최 원장의 설명이다.
강박증은 성인에서는 남녀 차이가 없지만 청소년에서는 남자가 더 높게 나타난다. 대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첫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발병요인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지만 뭔가를 너무 잘해내기 위해 완벽해지려고 하는 강박증과 같은 증상은 정도의 문제일 뿐이지, 누구나 조금씩은 지니고 있는 성향으로 이해하는 게 옳을 것 같다. 강박증에서의 수면 장애는 대개 강박으로 인한 불안에서 유발되는 불면증 또는 우울증이 병발하면서 생기는 불면증이 대부분이다. 또한, 강박 행동을 미처 끝마치지 못해 잠을 일찍 자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틱장애·ADHD와 강박증
최 원장은 “원래 틱장애와 강박증은 병발율이 매우 높다”며 “더불어 ADHD까지 해서 세 가지 질환이 서로 병발하는 경우가 꽤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강박증의 연령이 내려왔다기보다는 예전부터 틱, 특히 뚜렛 장애와 강박증의 연관성, 뚜렛과 ADHD의 연관성 등은 아주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강박증 호발 연령은 소아기 때 생기는 경우에는 틱도 같이 생기는 경우도 꽤 있다. 틱은 아이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나 목, 어깨, 몸통 등의 신체 일부분을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전자를 운동 틱(근육 틱), 후자를 음성 틱이라고 하는데, 이 두 가지의 틱 증상이 모두 나타나면서 전체 유병기간이 1년을 넘는 것을 뚜렛병(Tourette’s Disorder)이라고 한다. 틱 장애와 같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질환들은 원인을 공유해서 그럴 수도 있고, 틱 증상에 따른 적응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첫 번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이다. 병원에 내원하는 틱 장애 아동의 경우 약 50~60%가 ADHD를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경험하고 있는 환아들에게서도 약 7~34%가 틱 장애를 같이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 강박장애(OCD)이다. 틱장애와 강박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는 20~40% 정도이다. 세 번째, 기타 행동장애이다. 충동조절의 어려움, 학습장애, 우울증, 기타 불안장애가 동반되기도 한다.
사회변화에 따른 유병률 차이
과거 우리 사회가 성장기에 있을 때에는 노이로제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자살 등 다른 단어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사회변화에 따라 개인들의 심리상태나 정신질환도 달라진다는 얘기다.
이에 최 원장은 “사회변화에 따라 유병율이 달라지는 정신질환도 있다”며 “대표적인 것이 우울증인데,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고 말했다.
조현병, 강박증, 자폐 등등은 연구마다 다르지만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노이로제라는 말은 과거에 정신증과 신경증을 구분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던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병은 조현병처럼, 현실 감각이 없으면서 망상과 환청 등에 빠지는 질환들을 통틀어서 이르는 용어이다. 반면, 신경증(노이로제)는 현실 감각은 살아 있는데, 우울, 불안 등 정서적 증상이 심한 상태를 말한다. 그러니까, 우울증,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 등 각종 불안 장애 등이 신경증 범주라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신경증은 좀 더 심리적 원인, 정신증은 좀 더 생물학적 원인을 생각했지만 과학의 발전으로 신경증의 경우에도 생물학적 원인이 이전보다는 많이 알려지고 있다.
첫 번째는 뇌회로의 이상이다. 생각을 만들어내는 뇌의 부위와 만들어진 생각을 적절히 필터링하는 뇌의 부위가 잘 조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강박증에서는 이 회로가 정상 작동하지 않아서 불안을 유발하는 생각들은 무지하게 만들어지고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생각들이 걸러지지 않는다. 통제가 안 되는 병이라는 말이 있기도 하다.
두 번째는 세로토닌 시스템의 이상이다. 뇌세포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을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하는데 신경전달물질 중에 세로토닌이라는 것이 있다.
강박증에서는 세로토닌의 신호가 약한 쪽이라고 알려져 있다. 치료의 경우에도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라는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강박증 치료에는 생물학적 치료와 심리학적 치료가 있다.
생물학적 치료는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를 포함한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로 되어 있다. 이외에 이노시톨, 나이아신, 피리독신 등 비타민 B 계열을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거론되고 있다.
심리학적 치료에는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효과성이 많이 검증되어 있다. 재발율 억제에 있어서는 약물치료를 능가한다. 중요한 점은 제대로 수련된 공인된 인지행동치료자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비약물적 치료도 치료자의 자질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요약하면,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인지행동치료만 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비타민제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그 외에 한약이나, 침 등의 기타 치료법들은 효과나 안전성에 대해 전혀 검증된 바가 없다는 게 최 원장의 견해이다.
노인들의 강박증과 치매
강박증도 수면장애를 수반하며 수면장애 중 렘수면장애와 치매의 관련성이 높기는 하지만 강박증과 치매와의 관련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은 “알츠하이머 치매와 강박증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하면 강박증이 치매의 위험 요인일 수 있다는 논문이 한 편 있기는 하지만 사실, 치매의 증상으로서 강박 증상이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하면 성급한 결론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강박증은 치매가 온 것으로 인한 증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아직까지는 강박증이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거나 강박증이 치매에 걸릴 위험성을 높인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부족하다. 일부에서는 적당한 강박증이 일상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얘기를 듣게 되면 ‘혹시 성인들의 강박증이 너무 일상화되어서 강박증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생긴다.
최 원장은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강박증 유사 증상’은 강박증과는 다르다고 되어 있다”며 “진단 기준 자체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준다’라는 항목을 포함하고 있고, 일상에 도움이 되는 완벽주의의 경우 본인의 불편감이 없다”고 말했다.
강박증 환자의 강박 증상은 본인이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다. 적당한 강박증은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은 ‘강박증’과 ‘꼼꼼함’의 차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는 게 최 원장의 설명이다. 최 원장은 “강박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들도 그런 얘기 듣는 경우가 있는데 얼마나 힘든지 모르고 함부로 얘기한다고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신질환은 신체질환과 마찬가지로 병이다. 그렇지만 정확한 이해가 부족해서 치유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한국사회가 정신질환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최근 아동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강박증은 성인의 유병율이 높지는 않지만 강박증을 포함한 불안장애 유병율은 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아동에게 지나치게 많은 심리적인 부담과 스트레스를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성인에게는 심리적인 부담과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최근 위민넷에 따르면 한국 여성들의 3대 정신질환은 우울증, 섭식장애, 화병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우울증이나 한국사회 특유의 정신질환인 화병의 공통점은 불면증이다. 이런저런 심리적인 이유나 생활의 불편으로 인해 불안과 걱정,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외국에 비해 4배 높아
최근 ‘렘수면 행동장애’를 겪는 노인이 외국보다 4배 정도 많고 이는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 서울대병원은 60대 이상 노인 348명을 조사한 결과 ‘렘수면 행동장애’를 겪는 노인이 2.01%로 외국에서 보고된 0.5%보다 4배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렘수면 행동장애가 있으면 5년 내 20%가 파킨슨병이나 치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면 중 이상행동을 보일 경우엔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렘수면은 깊은 잠에 빠져 꿈을 꾸는 단계를 말한다. 이때는 안구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근육이 마비돼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가위 눌림은 렘수면 중 근육의 마비 상태가 풀리면서 겪게 되는 렘수면행동장애 중 하나이다.
50대 이후에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되는 렘수면장애의 원인으로는 심한 스트레스나 알코올 중독, 퇴행성 뇌질환이 손꼽히는데 학계는 퇴행성 뇌질환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렘수면 행동장애가 발병된 후 평균 13년이 지나면 환자의 65%에서 퇴행성 신경질환이 발견되고 파킨슨병 환자의 33%, 다발성뇌경화를 앓고 있는 환자의 90%가 렘수면행동장애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eCONOMY May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