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이 가까워지면 이사하는 세대들이 많아지게 된다. 그런데 최근 경제사정의 악화와 부동산 경기의 폭락으로 인하여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근무지의 변경이나 자녀의 전학 등으로 이사를 꼭 가야할 경우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이사를 못하고 주민등록을 이전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을 가끔 보게 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이사를 하면서 주민등록 이전을 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 놓으면, 등기 등을 하지 않더라도 임차인은 대항력(주인이 바뀌더라도 임대차계약이 유지됨)과 우선변제권(임차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권리)을 갖게 된다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상식화되어 있어 이를 실천하는 임차인들이 많아 졌다.
그러나, 임대차가 종료되었으나 임차보증금을 아직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먼저 이사를 가거나 주민등록을 옮겨가게 되면 어렵게 취득한 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하게 되는 불이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임차인 보호를 위한 ‘임차권등기명령’ 제도
이와 같이 임차인의 보호를 위하여 마련되어 있는 방법이 바로 “임차권등기명령”이라는 제도이다. 이러한 임차권등기명령은 주택의 점유 없이도, 즉 이사를 가더라도 기존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임대인의 협력 없이도 임차인의 단독신청으로 임차권등기가 가능하게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즉, 임차인이 관할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법원에서 먼저 서면심리방식에 의하여 이를 심리하고,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임차권등기명령을 발하게 된다. 나아가 법원은 등기소에 지체 없이 임차권등기를 촉탁하고 등기공무원은 이를 기입함으로서, 점유 없이도 등기에 의하여 기존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차가 종료된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이 신청할 수 있는 것이므로,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임대인에게 임대차의 갱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미리 내용증명으로 보내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아니하면 묵시의 갱신(종전과 같은 조건으로 계약이 계속되는 효력이 발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청서에는 임대차계약일자, (반환받지 못한) 임차보증금액, 주민등록일자, 점유개시일자, 확정일자 등을 정확히 기재하여 신청하여야 한다. 이는 등기 기재사항이기 때문이다.
주의할 점은 반드시 임차권등기가 마쳐진 사실을 확인한 후에 이사를 하거나 주민등록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사를 가거나 주민등록을 옮기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임차권등기 후에 임차한 임차인에 대하여는 그가 비록 소액임차인이라고 하더라도 최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배제되고 있다. 이는 임대인이 악의로 소액임차인에게 임차하여 임차권등기를 한 임차인의 권리를 침해할 것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소액임차인이라 하더라도 임차권등기명령에 의한 임차권등기가 되어 있는지 꼭 확인하여야 할 것이다.
주택임대차와 관련된 애로사항은 전문가와 상담
위와 같은 임차인 보호를 위해 마련된 임차권등기명령 제도에도 문제점은 있으니, 임차권등기를 하고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한 채 이사를 가기 위해서는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주거지를 구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자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임차인의 경우 거의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임차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하면 이사를 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임대인의 경우도 임차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하여는 그 주택에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 와야 그것이 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임차권등기가 되어 있는 경우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가 어려워져 보증금의 반환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아무튼, 임차권등기명령 제도의 도입은 임차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한 상태에서 꼭 이사를 먼저 가야할 필요성이 있는 임차인을 위하여는 너무나 고마운 제도이다.
주택의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그 외에도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많이 있으므로, 주택임대차와 관련하여 애로사항이 있다면 주저 말고 가까운 법률전문가를 찾아가 상담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글 / 정원기 변호사 (법무법인 우원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