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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21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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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에서 시작된 질문, 서울 한강 AI가 내놓은 답은?

 

딸기는 지금 한국 농산물 가격 시스템의 모순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과채류다. 지난 2일 기준 딸기 소매가격은 100g당 2,820원으로 전년과 평년 평균을 크게 웃돌았고, 같은 날 중도매인 가격(2㎏) 역시 4만 5,980원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산지에서는 수확한 딸기를 폐기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농민들의 속이 타들어 간다는 얘기다.

 

딸기는 품목 특성상 비상품, 이른바 파치가 통상 5~10% 발생한다. 모양이 조금만 나빠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데다 유통기한도 짧아 ‘못난이’로 판로를 여는 것도 일반 채소나 과일보다 훨씬 까다롭다. 특히 출하 막바지인 4~5월에는 기온 상승으로 더 빨리 물러져 가공용으로 돌리는 일이 많아진다.

 

◇왜 딸기를 폐기해야 하나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냉동 딸기 수입이 급증하고 재고가 누적되면서, 가공용 매입이 중단되거나 단가가 반토막 나는 일이 반복됐다. 소비지에서는 딸기가 ‘금값’이지만, 산지에서는 파치가 돈이 되지 않는 현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유다.

 

이는 생산량이 늘었느냐 줄었느냐에 따라 파생된 문제가 아니다. 생과용(소비지·소매)과 가공용(산지·가공)이라는 서로 다른 시장이 단절된 채 움직이면서 야기된 문제다. 그 사이에서 가격과 물량을 조정해야 할 유통의 완충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 할 수 있다. 본래 이 역할은 농협의 경제사업이 맡아야 한다. 농민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수집하고, 생과와 가공 물량을 나눠 흡수하며, 소비지의 가격 신호를 산지의 판로와 가공 수요로 연결하는 데 농협의 존재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연결 고리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소비지에서는 가격 상승이 반복되고 산지에서는 판로를 찾지 못한 파치가 누적되는 상황이 동시에 나타난다. 이는 수급의 일시적 실패라기보다, 농민의 생산물을 책임지고 시장과 연결해야 할 경제조직의 기능이 약화된 데서 온 결과다.

 

딸기 폐기 논란은 특정 품목의 특수한 사례로 보기도 어렵다. 농협이 농민 조합원의 생산물을 책임지는 판매 조직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 사후 대책은 해법 아니다

 

이처럼 유통의 연결 기능이 약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하는 정책 수단은 점점 사후 대응책으로 기울어진다. 가격이 흔들릴 때마다 가장 손쉽게 꺼내 드는 카드가 할인쿠폰이다. 단기적인 체감 효과는 크다. 그러나 다음 계절이 되면 같은 뉴스가 반복된다. 쿠폰은 결과를 잠시 완화할 뿐, 가격이 왜곡되는 경로 자체를 바꾸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은 2026년에도 1,080억 원 규모로 유지된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수급 불안 국면마다 유통·공급 안정을 명분으로 한 각종 대응 사업을 병행해 왔다. 2026년 예산안에도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한 관련 사업들이 수백억 원 규모로 반영되었다. 할인쿠폰과 수급 대응성 예산을 합치면, 우리는 매년 상당한 재정을 가격 급등 이후를 대비,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사후 완충’에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딸기처럼 소비지에서는 가격이 치솟는 데도 산지에서는 폐기가 반복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여전하다. 이런 구조에서는 쿠폰을 늘려도 가격 왜곡은 해소되지 않는다. 왜곡이 지속될수록 쿠폰은 예외적 처방이 아니라 상시 예산으로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문제를 덮는 데 드는 비용을 계속 늘릴 것인가, 아니면 문제를 만들어내는 구조 자체를 바꿀 것인가. 지금까지의 선택은 대체로 전자였다. 가격이 오르면 쿠폰을 투입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긴급 매입으로 급한 불을 끈다. 단기적으로는 체감 효과가 나타나지만, 구조가 그대로인 한 같은 문제는 반복되고, 예산은 상시화된다. 이는 정책 실패라기보다, 사후 대응에 초점을 맞춘 정책 구조에 갇혀 나타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 구조를 바꿔야 한다

 

가격이 왜곡되는 경로를 사전에 관리하는 구조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그러면 동일한 재정을 투입하고도 훨씬 큰 안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문제를 덮는 정책과 문제를 줄이는 구조를 만드는 정책의 차별성은 정책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결과에 비용을 들이는 방식이 옳은 정책일 수 없다.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로를 관리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존 물가 대응과는 다른 접근법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가격이 오른 뒤 얼마를 할인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대신, 가격이 오르기 전에 어떤 신호가 켜졌고 그 신호에 따라 무엇을 가동할 것인지를 미리 설계하는 접근이다. 이는 기술적 문제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정책이 작동하는 시간표를 사후 대응에서 사전 운영으로 옮기는 발상의 전환을 말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은 도농상생 공공급식을 폐지하고, 학교급식 공급 체계를 전국 경쟁 중심으로 바꾸면서, 중소농 보호와 먹거리 공공성이라는 서울시의 기존 원칙을 약화시켰다. 그 결과 친환경 식재료 사용은 줄고, 소농 배제·물류 비효율·가격 경쟁 심화가 동시에 나타났다.

 

이는 위험 신호를 읽고 구조를 보완하기보다, 공공의 역할을 축소해 문제를 정리해 온 행정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신호에 따라 구조를 움직이는 전혀 다른 서울을 제안했다.

 

◇ AI와 데이터 활용

 

‘서울 한강 AI’ 구상은 바로 이러한 전환을 제도와 인프라 차원에서 구현하겠다는 제안으로 읽힌다. 흔히 접해온 AI 산업 공약처럼 ‘AI를 키우자’는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운영 설계로 보인다. 특히 밥상 물가처럼 시민의 일상에서 즉각 체감되는 영역에 AI를 적용하여 서울AI온라인도매시장을 구축하겠다는 점에서, 이 구상은 기술 담론이 아니라 민생 정책의 방법론에 가깝다.

 

이제 농업과 먹거리 정책은 감(感)의 영역이 아니라 관측의 영역으로 옮겨왔다. 위성 데이터와 기상 정보, 생육 신호는 작황 변화와 공급 위험을 수확 이후가 아니라 수확 이전에 포착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면, 미국의 플래닛랩스(Planet Labs)는 도브(Dove), 스카이샛(SkySat) 등 관측 위성군(群)을 통해 매일 전 세계 농경지를 촬영해 재배 면적의 변화나 생육 지연,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한다. 어느 지역의 작물이 평년보다 늦게 자라고 있는지, 병해나 가뭄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지를 수확 전에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Copernicus)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센티널(Sentinel) 위성은 5일 내외의 재방문 주기로 농경지를 관측하며, 작물 생육 상태와 토양 수분, 기후 스트레스 지표를 공개 데이터로 제공한다. 이 데이터는 이미 유럽 각국에서 작황 예측, 농업 보조금 관리, 식량 안보 모니터링에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올해 수확이 끝난 뒤 가격이 왜 올랐는지를 설명하는 사후 자료가 아니라, 몇 달 뒤 공급이 흔들릴 가능성을 미리 알려주는 신호에 가깝다.

 

문제는 기술의 부재에 있는 게 아니다. 이런 관측 데이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격 정책과 수급 운영, 공공 조달 결정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행정적 설계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결국 관건은 ‘무엇을 볼 수 있느냐’가 아니라, 보고 난 뒤 ‘무엇을 어떻게 움직이도록 만들어 두었느냐’에 있다.

 

◇ 정책적 일관성과 실행 가능성

 

이 해법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출발점에서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이 접근은 예측을 곧바로 안정으로 등치하지 않는다. ‘미리 알면 안정되느냐’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가격 안정은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니라 규칙과 구조가 만들 수밖에 없다는 전제를 분명히 한다.

 

생산량 감소를 미리 알아도 거래 구조가 그대로라면, 시장은 ‘부족할 것’이라는 기대를 선반영해 가격을 더 끌어올린다. 잔여 물량이 경매로 몰리면 가격은 급등하고, 시장가격이 계약가격을 넘어서는 순간 계약 이탈 유인은 커진다. 이는 농가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합리적 선택의 결과다.

 

여기에 생산비를 반영한 계약가격을 기준으로 한 안정적 거래 설계가 결합된다. 이는 가격을 고정하거나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기후위기와 수급 불안이 일상화된 조건에서, 생산 기반이 급격히 흔들리는 상황을 완충하기 위한 위험 관리 장치에 가깝다. 공공이 예측 가능한 조건으로 일정 물량을 흡수하는 구조가 먼저 자리 잡으면, 시장 전체의 가격 형성은 불확실성과 기대 과열보다는 실제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더 가깝게 움직이게 된다. 그 결과 가격 변동성은 사후 개입 없이도 구조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

 

이 구조의 타당성은 딸기처럼 생과와 가공 시장이 단절된 품목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소비지에서는 가격이 급등하지만, 산지에서는 파치의 판로를 찾지 못해 폐기로 이어지는, 이러한 모순은 생산 과잉의 문제에서 비롯한 게 아니다. 이는 서로 다른 시장을 연결해 조정해야 할 장치가 부재한 연결 실패의 문제에서 야기된다.

 

박주민 의원의 해법은 공공이 최소한의 판로와 거래 조건, 가공 다변화의 방향을 미리 설계해 이 단절이 곧바로 폐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출구를 열어두는 구조를 제시한다. 이는 선의에 기대는 매입이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단절 지점을 사전에 확인하고 운영 규칙으로 대응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일관성과 실행 가능성을 함께 갖는다.

 

이 구상은 가장 민감하고 까다로운 영역에서부터 AI의 역할을 증명하겠다는 선택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기술을 과시하기보다 정책의 시간을 앞당기고 불안을 줄이는 데 쓰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은 거대한 개발 계획이나 산업 지표가 아니라, 서울 시민 누구나 체감하는 밥상 물가의 안정에서 다시 시작될 것이다. AI가 일상의 기본을 지키는 도구로 작동하는 도시, 그 현실적인 첫 장면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해법은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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