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bio)을 해킹(hacking)한다는 ‘바이오 해킹’이 일상의 언어가 된 듯하다.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들이 수면 시간을 쪼개고 혈당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며 생산성을 극대화하던 실험이 이제는 우리나라의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식탁 위까지 들어왔다.
간헐적 단식, 저 탄수·고지방 식단, 수면 시간·빛 노출 관리, 냉수 샤워, 사우나 영양 보충제 섭취, 혈당·심박·수면을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 사용 등 가장 흔한 형태의 바이오 해킹에서 유전자 분석 후 맞춤 영양 설계, 장내 미생물 조절, 각종 호르몬·노화 억제 실험 등 확장된 형태의 기술 의학적 바이오 해킹까지 ‘내 몸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입력값을 바꿔 출력값을 개선’하려 하고 있다.
자기 몸과 기능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식습관·수면·운동·환경 등을 의도적으로 조절해 나가겠다는데 무슨 토를 달겠냐만 문제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더 넣을 것인가’에 집착한 나머지 ‘그 무엇이 어디서 왔는지’를 잊어버리는 태도다.
이 지점에서 먹을거리의 근본, 흙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리 고가의 바이오 해킹이라 해도 자연환경이 오염된 상태에서, 특히 지력(地力)을 잃은 황폐한 흙에서 자란 먹거리로 과연 생명의 밀도를 온전히 회복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비료와 농약이 범벅된 먹거리를 가지고 바이오 해킹을 해 봐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거라는 점에서 그렇다.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생태경제학은 생산과 소비의 흐름을 화폐가 아니라 생태계의 순환 속에서 본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이란, 개인의 몸 안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토양 미생물에서 시작해 식물의 뿌리를 거쳐 우리의 장내 미생물로 이어지는 긴 사슬의 한 고리를 통해 달성된다.
예를 들어 혈관에 쌓인 찌꺼기를 거실 바닥 청소하듯 깔끔하게 청소할 수 있는 의료 기술을 포함한 바이오 해킹 기술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극초 수준의 로봇이 혈액으로 들어가 모세혈관까지 청소할 수 있다면 모를까. 아직은 살아 있는 흙에서 난 단순한 음식의 힘을 빌리는 동시에 생활 습관을 바꾸는 수밖에 없을 터이다.
예로부터 팥은 피를 맑게 한다고 여겼다. 폴리페놀과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팥은 혈액 내 활성산소를 줄여 혈관 내피세포의 손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밖에도 팥의 풍부한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을 조절하고, 칼륨은 혈압을 안정시키며, 풍부한 저지방 식물성 단백질은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설탕이 많이 들어간 팥앙금, 트랜스 지방이 많은 가공식품과 결합한 행태, 과도한 당류와 함께 섭취하는 경우 팥의 장점은 상쇄된다. 그렇게 보면 최고의 흙에서 자란 밀과 팥으로 만든 소박한 붕어빵 하나가 값비싼 기능성 음료보다 더 깊은 울림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몸은 해킹의 대상이기 이전에 자연의 일부다. 흙이 병들면 식물이 병들고, 식물이 병들면 우리의 몸도 병들고, 혈관도 탁해진다. 그러므로 진정한 바이오 해킹은 좋은 흙, 절제된 식사, 충분한 휴식, 그리고 공동체와 나누는 밥상이리라. 기술은 그 위에 얹히는 도구일 뿐, 뿌리가 될 수는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데이터와 실험정신은 존중하되, 생명의 근원을 잊지 않는 균형감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커피에 무엇을 더 넣을지 고민하기 전에, 그 커피를 길러낸 토양과 노동을 떠올려 보는 일, 단식 시간을 계산하기 전에, 내 식탁에 오르는 곡물과 채소가 어떤 흙에서 자랐는지 묻는 일, 그것이 바이오 해킹 시대에 생태 경제학적 상상력이 제안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 아닐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