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를 장식하게 될 패션 트렌드는 무엇이며 어떤 스타일링으로 입어야 멋쟁이로 탄생할 수 있을까. 패션 트렌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따라 하는 일종의 사회적 현상으로 어얼리 어댑터들이 시작하면 시간적 편차를 두고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면 그것이 바로 유행 스타일이 되는 것이다.
패션계의 어얼리 어댑터들은 바로 유럽의 명품 하우스 브랜드들이며 이들이 컬렉션에서 선보인 아이템, 스타일은 곧바로 복제 또는 수정되는 과정을 거치며 전세계에 번지게 된다. 매년 패션계는 연말이면 다음해에 유행할 패션 트렌드를 미리 예상해 보며 공유하는 시간들을 가지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새롭게 부각될 유행에 대해 패션 피플들은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양의 해인 2015년, 강력하게 예상되는 패션 트렌드는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메가 트렌드로 손꼽히는 놈코어(Norm Core) 패션이다. 놈코어 패션은 평범함(Normal)과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 신조어로써 쉽게 설명하면, 평범하게 옷을 입었지만 오히려 세련되게 보이는 스타일이다. 파리와 뉴욕컬렉션 등 전세계의 런웨이 디자이너부터 헐리우드와 한류 스타들까지 가세해 올해 여름까지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뉴욕 타임즈는 놈코어룩의 열풍을 ‘The New Normal’이라 지칭하며 ‘ 트렌디한 것을 따르지 않는 트렌드’라고 소개했는가 하면 영국의 가디언지는 전세계에 일고 있는 놈코어 유행 현상을 ‘ the Next Big Fashion Movement’로 해석했다. 인디펜던트지와 뉴욕매거진도 놈코어에 관해 자세한 기사를 내보냈으며 패션잡지인 보그와 그라찌아도 놈코어 스타일에 관한 화보를 게재함으로써 이 트렌드의 열풍을 전달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남성 복고 스타일 분석을 통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놈코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다루었다. 사실 이 놈코어는 옷장 속에 늘 걸려 있는 기본적인 맨투맨 티셔츠, 후드티셔츠, 남방, 흰색 면티셔츠나 청남방을 데님이나 면바지와 코디해서 입으면 되는 여태까지 존재 해왔던 캐주얼웨어의 패션공식이다.
뉴욕 매거진은 놈코어 패션을 지칭해 “자신이 전세계 70억명의 인구 중에 속해 있음을 깨닫는 이의 패션”이라고 언급했다. 옷장 속에 누구나 가지고 있는 패션 아이템을 잘만 스타일링 하면 어느 새 ‘나도 스트리트 패셔니스타’로 등극할 수 있는 그야말로 ‘기회의 스타일’이다. 그러나 놈코어가 마냥 편한 대로, 집에서 입는 듯한 스타일을 밖으로 입고 다녀도 된다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큰 오산이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듯한 스타일링을 즐기려면 사전에 치밀한 계산이 필수 사항이다. 모든 것이 평범한 듯 하지만 오히려 테크니컬한 패션 센스를 발휘 해야 하는 것이 놈코어의 함정이다.
일례로 아이돌 스타들의 공항패션을 살펴보면 비행기 이동시간이 긴 해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가장 편안한 듯한 복장을 한 이들이 오히려 세련되게 보인다. 이것은 자연스러움 뒤에 철저하게 계산된 패션 코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웃집 언니나 아저씨이지만 그녀, 혹은 그가 엣지 있는 패션 피플로 불릴 수 있는 것은 평범함 속에 비범함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놈코어 패션의 트렌드에 뒤지지 않고 자신이 베스트 드레서가 될 수 있는지, 아니면 워스트 드레서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는 단지 몇 가지 팁(Tip)을 챙기는 것만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톤 온 톤(tone on tone) 컬러의 매치 방정식
놈코어 패션을 잘 소화하려면 같은 색상 그룹간의 코디가 필수 사항이다. 블랙상의를 입으면 블랙하의를, 화이트는 같은 화이트나 베이지 컬러의 아이템으로 코디하되 너무 밋밋하면 과하지 않은 포인트를 패션 잡화(가방과 모자, 신발 등)로 연출한다. 이때 과하거나 너무 드러나는 주얼리는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자칫하면 언발란스 코디로 촌스럽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데님은 어느 아이템하고도 잘 어울리지만 전형적인 화이트 면 티셔츠나 남방과 특히 잘 어울린다.
또는 데님과 화이트 셔츠 위에 그레이 색상의 따뜻한 니트를 매치하면 똑똑해 보이고 영국 신사들의 전통 컬러인 버건디(와인) 색상의 스웨터를 매치하면 그 사람은 센스쟁이로 등극이 가능하다. 이때 남방 밑단을 바지 위로 자연스레 내놓거나 셔츠의 소매 깃을 접어 스웨터 밖으로 보여야 답답한 모범생의 이미지를 가지지 않는다.
패션의 완성, 잡화를 적극 활용하기
매년 스테디셀러 아이템이지만 놈코어 패션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이 바로 비니(beanie )와 페도라 모자이다. 스포티브하거나 또는 빈티지 캐주얼을 좀 더 멋스럽게 연출함에 있어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잇 아이템(it item)으로, ‘잠깐 썼을 뿐인데 매우 스타일리쉬해 보일 수 있는’ 고마운 존재이다. 색상은 블랙, 카키, 그레이가 세련되어 보이며 다양한 파스텔톤도 각광받고 있다.
모자를 쓸 때 같은 색상의 니트 조직 머플러를 매치한다면 추운 1월의 칼 바람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마스크 또는 귀마개로도 활용 가능하다. 머플러를 두를 땐 아무렇게나 막 맨 것 같은 인상을 풍기되 사전에 인터넷을 통해 ‘머플러 멋있게 묶기’를 검색해서 착용해야 한다. 색상으로는 모자와 같이 블랙, 그레이, 베이지를 추천하며 형광색이나 튀는 색상은 놈코어 패션에서 배제되는 추세이다. 신발은 남녀 노소,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첼시 부츠가 한창 유행 중이다. 첼시 부츠는 원래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 때 왕족과 귀족들이 승마용으로 신었던 발목까지 오는 약식의 장화로써 양 옆에 고무단을 덧대어 신고 벗기에 편리하도록 만든 신발이다.
편한 단화모양의 굽을 가져 에브리데이(Every day)신발로 신기에 적당한데 세계적인 럭셔리 패션 하우스 루이비통의 전 수석 디자이너였고 현재는 뉴욕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가꿔가는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도 열심히 만들고 신고 있으며 킴 카다시안의 남편인 가수 카니예 웨스트도 첼시 부츠 마니아로 유명하다. 블랙을 입었으면 화이트 스니커즈나 스포츠 런닝화를 신거나 데님을 입을 때면 여성스러움을 잃지 않도록 펌프스나 하이힐을 신는 모습도 보기 좋다. 남성의 경우, 선명한 색상의 양말이나 머플러로 센스를 발휘 해 보는 것도 좋은 시도이다.
S자형이 될 수 없다면 오버 사이즈의 겉옷으로 커버
남성이나 여성들의 상시 고민은 출렁이는 뱃살이다. 특히 겨울이라 에너지 소모가 적고 겨우내 실내 생활을 하는 덕에 금방 살이 불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놈코어 룩을 연출하려면 일단 몸매가 S자형이거나 뱃살이 하나도 없는 체형이 필수지만 사정상 허락이 안 되는 풍만한 체형의 사람들이라면 안쪽에 입는 옷은 달라붙게, 그러나 바깥 쪽에는 박시한 자켓이나 가디건을 입어 착시 효과를 노리는 방법도 권유한다.
여성의 경우, 2, 3년 전부터 일명 보이프렌드 자켓(Boy Friend Jacket)이라고 불리며 시중에 많이 나오는 헐렁한 박스형의 자킷을 입거나, 혹은 올해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종아리 길이까지 유난히 길어진 체크 남방이나 가디건으로 코디하면 몸매도 가려주고 스타일리쉬 해 보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남성은 깔끔하고 단정한, 무릎 바로 위 길이의 베이지나 그레이톤 영국신사풍의 코트를 데님 또는 블랙진과 코디해서 슬림&롱(Slim & Long)의 착시를 줄 수 있다. 이때 다리를 좀 더 길어 보이게 하고 싶으면 부츠 컷이나 스키니 데님보다는 적당한 피트감의 배기 스타일의 데님을 롤업(Roll Up)해서 발목까지 오는 부츠와 신는다면 놈코어 패션의 종결자로 등극할 수 있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