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교과부선진형 교과교실제 학교로 선정된 의정부 발곡고등학교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 학교시설 우수학교 대상, 2011년 경기도교육청 지정 혁신학교 및 제2 외국어특성학교, 학교조직효율화 중심학교 및 친환경인증학교다. 2010년도에 신설된 학교치곤 화려한 이력이다. 2009년 개교예정이었으나 완공이 늦어진 탓에 6개월을 미뤄 2010년 신입생을 받아 현재 이 학교의 최고학년은 2학년이다.
경기도 동북부에 위치한 비교적 큰 거주지인 이 지역은 그동안 고등학교가 없어서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많았다. 그 결과 의정부교육청은 교육의 균형을 위해 발곡고를 지금의 자리에 신설했다. 신설학교의 장점은 새로운 교육혁신시스템 적용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바꿔야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혼선이 빚어질 수 있지만 신설학교의 경우 새로운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학교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21세기 새로운 프레임에 맞춰진 교육시스템으로 교육을 선도해나갈 발목고는 실력, 인격, 목표라는 교육목표로 인재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안에는 사랑, 나눔, 봉사를 실천하는 자아 배양이 함께 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자신의 실력향상과 인격의 자아를 토대로 봉사하는 마음을 기초에 두고 각자의 꿈을 향해 노력한다. 미래사회의 핵심역량을 겸비한 글로벌리더로서 균형을 이뤄나가면서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공교육의 획일적인 교육커리큘럼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배양해 나가는 혁신학교의 수업시스템은 어떨까?
“과거에는 주로 주입식교육이다 보니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 가려서 성적이 뒤처진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잖습니까? 그러다 보니 수업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이 학교폭력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았고요. 그러나 우리학교의 수업형태는 성적이 좋은 학생들 위주보다는 모든 학생들이 자기가 관심을 갖는 분야의 능력을 길러내는 데 초점을 둡니다. 그만큼 우리 학생들의 발전가능성은 높죠. 혁신교육의 기본개념인 학교재량에 맞춘 진보적인 교육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학교에서는 맞춤형교육으로 상위권과 하위권 학생들의 능력에 맞춘 수업을 기획하여 적용하고 있습니다.” 김영일 교장의 설명이다.
성공 시 일반계고의 롤 모델로 활용
혁신학교는 기존의 수업방식이 아닌 혁신학교만의 차별화된 수업을 진행한다. 모든 시스템에는 혁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수업혁신, 교사혁신, 행정혁신을 모토로 둔다.
발목고가 맨 먼저 시작한 게 교사혁신이었다. 학교는 혁신학교인데 교사들이 바뀌지 않으면 혁신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그렇다면 교사들의 기존사고를 바꿔줄 교육이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 그래서 주기적인 연수를 시작했다. 학생들의 수업방해를 없애기 위해 연수일정은 되도록 주말을 이용했다. 강행군이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새로운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교사들에게 혁신교육프로그램은 자신의 능력을 다시 한 번 실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등의 열정은 교사들의 보람으로 다가왔다.
연수는 혁신학교들이 함께 참여하여 진행함으로써 정보를 공유하는 기회도 됐다. 그 결과 혁신학교의 토론수업은 빠르게 자리 잡아 갈 수 있었다.
“이런 수업은 모든 학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흥미로워합니다. 공부가 따분하다고 느꼈던 학생들의 경우도 흥미를 가질 수 있고요. 우리가 말하는 창의성이라는 것은 학생들 스스로가 수업을 주도해 나갈 때 나오는 거거든요.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느끼다보니까 학교폭력이나 왕따와 같은 그런 게 우리학교에는 없습니다. 너무나 착하고 친구들하고도 잘 지내고요.”
발목고의 수업은 학생들이 체험하거나 조사해 오는 것을 기본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과학시간이라고 하면 교과서위주보다는 지역 내에 있는 유명한 문화재나 자랑할 만한 것들을 미리 조사해오게 해서 학생이 직접 발표하도록 한다. 현재 경기도 내에는 175개의 혁신학교가 있다. 혁신학교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단합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혁신학교의 프로그램이 성공할 경우 일반고에 벤치마킹될 예정이다.
‘교과교실제’ 100분 수업
뭐라 해도 혁신학교의 가장 기본은 학생들의 자발성과 동료성이다. 대학처럼 교과교실제 수업을 채택하고 있는 이 학교는 수업시간이면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러 직접 강의실을 찾아다닌다. 각 교실은 과목의 특성을 살린 인테리어로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도록 했다. 수학교실의 경우 한쪽 면을 칠판으로 만들어 수업 중간 중간에 학생들이 앞에 나가 문제를 직접 풀어볼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단답형 형식도 탈피했다. 학생들이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응용하도록 한 것. 논술이나 서술형의 시험은 지금까지의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학생들에게는 다소 어렵다는 생각을 들게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유로운 수업분위기를 좋아한다. 간혹 힘들다고 전학을 가는 학생들도 있다. 이 학생들은 주입식으로 수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수업의 진도가 느린 것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교육에 길들여진 주입식교육이 열린 교육을 느리다고 느끼게 한 것이다.
“이런 학생들은 부모의 동의를 얻어서 전학을 보냅니다. 우리학교 교육방식이 맞지 않으면 학생이 공부에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럽거든요.”
대개의 학교들이 50분 수업 후 10분 쉬는 형태지만 발곡고는 100분 수업형태를 취하고 있다.
“50분 수업 10분 휴식은 공부의 집중도를 방해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해가 될 만 할 때 휴식을 취함으로 인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비효율성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 학교는 100분 수업으로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인재 상을 바라고 있어요. 개인의 잠재력을 발휘할 줄 아는 인재를 바라는 거죠. 그렇다면 고등학교부터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노력하고 작성하는 것이 곧 포트폴리오인 것이지요.”
발곡고의 ‘수준별 수업’은 기존 학교들이 성적순에 따라 상, 중, 하로 학생들을 나누고 상위 1%를 위해 수업을 하는 그런 형태가 아닌 모든 학생들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는 수준별 수업을 기획해서 적용한다. 모든 학생들이 짝을 지어 협동하는 수준별 수업인데 핀란드의 교육 방식을 참조한 것이다. 이 수업방식은 모든 학생들이 협력하여 시너지효과로 이어져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발곡고는 2011년 제2외국어 특성화 고등학교로 선정되어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 불어, 스페인어, 일어 총 4개의 언어를 채택하여 수업하고 있다. 제2외국어는 학생들이 관심이 있거나 배우고 싶었던 언어를 선택하여 배우도록 한다.
매주 토요일은 과학수업 진행
의정부는 경기도에서 지정한 교육혁신 지구로 교육에 대한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고 있는 ‘과학수업’은 경기도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혁신프로그램으로 경기도 내 고등학생이면 누구나 신청하면 된다.
“경기도 교육청에다 학교들이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친 후 학교를 선정하는데 선정된 학교에서는 한 과목의 수업이 매주 토요일에 진행된다.
“우리학교는 과학수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100여 명의 학생들이 매주 토요일에는 우리 학교를 찾아오는데요. 한 반에 20명씩 나눠서 수업이 진행됩니다. 학생들은 비용 부담 없이 전문가로부터 과학을 배울 수 있고 창의성도 기를 수 있습니다. 작년 발명품대회에서 우리 학교는 최우수상을 받았고 올해는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학생들의 역량도 대단합니다.”
발곡고는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특강반도 운영한다. 방과 후 수업이다. 한 반에 30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하는데 실력향상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보다 더 깊이 있는 수업이 진행된다. 이런 수업은 방과 후에 이뤄지기 때문에 사교육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다양한 동아리활동
학생들은 50여 개의 동아리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신감을 키운다. 체험학습도 보다 더 업그레이드되어 수업과 연계되도록 했다.
“예를 들자면 이과와 문과, 음악 등 세 개의 파트로 나눠서 학생들이 코스를 정하게 해서 체험토록 하는 것인데요. 문과의 경우는 체험학습이 문학으로 연결되어 학생들의 글쓰기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반면 이과의 경우는 창작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로 학생들은 체험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시야의 확장을 가져오게 됩니다.”
이 학교는 올해부터 수학여행과 수련회를 과감히 없앴다. 불만스런 목소리도 있었으나 학생들에게 체험을 통한 학습은 사고의 확장을 길러준다. 학교에서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끝나고 하루를 잡아서 ‘교과의 날’을 연다. 이날은 전교생이 참여하는 체험의 날이다. 백일장과 비슷한 형태 같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신선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행사이다. 학생들은 UCC를 직접 만들고 수학여행계획을 짜보는 등의 수준 높은 기획도 하고 지도를 직접 만들어 보는 등의 나름대로의 창의성을 발휘한다.
시를 쓰거나 토론도 하고 사회과의 경우는 특징을 살려서 지역봉사활동에 포커스를 맞춘 모금활동도 한다. 모금은 바자회를 열어서 만드는데 학생들이 좋아하는 아이디어상품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것도 판다. 영어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짧은 연극도 만들어서 참여토록 한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연극에 참여도 하고 평가도 한다. 세계음식대회도 열리는데 해외의 다양한 음식들을 먹어볼 수 있는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사뭇 진지하게 음식을 만들어 낸다. 이 모든 것은 단순 주입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으로 학생들에게 협동심과 더불어 인격의 자아를 다져가는 시간을 제공한다. 뛰어난 학생들에게는 상을 주는데 학교는 골고루 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모든 학생이 동등한 환경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혁신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