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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형 뽑기가 인생 최대의 사치? ‘탕진잼’ 속 청년들의 씁쓸한 현실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탕진’의 사전적 의미는 재물이나 시간, 힘 따위를 헛되게 다 써서 없앤다는 것이다. 단어의 의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긍정적인 의미의 단어는 아니다. 그런데 요즘 청년층 사이에서 이 ‘탕진’이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수년째 얼어붙은 경제상황으로 인해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취업을 했다고 해도 높은 물가대비 소득은 턱없이 부족해 생활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탕진’이라니. 게다가 청년층에 이것은 하나의 ‘재미’가 됐다고 한다.


직장인 장영준 씨(32)는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퇴근후 맥주 한 캔을 사들고 코인 노래방을 찾는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한 잔 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이 모이면 자리가 커져 금액적인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코인 노래방에서는 500원에 노래 2곡을 부를 수 있고, 특별히 가게 주인도 없기 때문에 밖에서 맥주 한 캔 사들고 들어가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 2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에 팍팍한 생활이지만, 불과 30분 정도 여유를 부리는 것은 장 씨 생활의 유일한 사치(?)다. 장씨는 “5천원이면 여유 있게 맥주도 마시면서 노래 네댓 곡 정도를 부를 수 있다”며 “소득이 많지 않기 때문에 뭔가 물건을 사고 취미생활을 하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가끔 이렇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고 말했다. 박태민 씨(30)는 최근 몇 달 째 눈독 드렸던 향수를 구매했다. 한 병에 10만원 가까운 가격이 부담스러워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마다 드러그스토어(Drugstore)에 들러 몰래 옷에 뿌리고 가곤 했는데, 마침 50% 세일 행사를 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워 제 값을 주고 구매하기가 좀 꺼려졌지만, 가게에서 반값 할인행사를 해 구매를 결정했다”며 “요즘 물건 값들이 다 비싸서 갖고 싶은 물건이 생겨도 당장 구매하기 보다는 세일이나 쿠폰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구매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대학생 최시현 씨(27)는 가끔 문구점에들러 저렴한 수첩이나 펜 같은 것들을 여러 개 구매하곤 한다. 최씨는 “수첩이나 펜들이 크게 필요해서 구입을 한다기보다 적은 금액이지만 그 안에서 뭔가를 많이 사면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느낌이라 가끔 이런 식으로 물건을 산다”고 전했다.


‘탕진’이 ‘재미’있다?…자조 섞인 청년층 소비 트렌드


요즘 청년들의 소비 트렌드를 두고 ‘탕진잼’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탕진’은 보통 재물 등을 모두 허비한다, 의미 없이 다 써버린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단어다. 그런데 요즘 청년들은 이게 ‘재미’있단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꽁꽁 얼어버린 취업시장은 좀처럼 풀릴 생각을 안 하고,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높은 생활물가와 낮은 급여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탕진을 재미있어 한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탕진잼’은 어려운 경제상황과 낮은 임금 속에 있는 청년들이 소비에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거기에서 오는 만족감에서 재미를 느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는 뜻이 담긴 ‘씁쓸한’ 신조어다. 사람이라면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예쁘거나 가성비가 좋은 물건을 보게 되면 갖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다. 생활이 넉넉한 상황이라면 생필품 외 이런 물건을 사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냐마는, 요즘 청년들 중 넉넉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대부분이 힘들고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형 뽑기나 천원 숍 등에서의 구매 증가…‘탕진’이라기에는 ‘가난한 소비’


청년들은 자신들의 소비를 ‘탕진’이라고 하지만, 그 속을 들어다보면 ‘탕진’이라기에는 금액이 적다. “인형 뽑기가 인생최대의 사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1만원 내외에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가난한 소비’라는 말이 더 적당해 보인다.



앞에서 말했듯이 ‘탕진잼’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인형 뽑기’다. 예전에는 인형뽑기 기계나 인형뽑기 방이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길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번화가나 젊은이들이 많은 대학가에는 어김없이 인형뽑기방이나 기계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의 인형뽑기방 점포수는 크게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21곳에 불과했던 인형뽑기방은 지난해 8월 기준 157곳으로 늘었고, 10월에는 415곳, 11월에는 500곳으로 급증했다. 불과 2년 사이 무려 24배 증가한 것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점포수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인형뽑기방 점포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형뽑기의 인기는 SNS나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인형 뽑기를 잘 할 수 있는 요령을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 ‘광순언니’는 지난달 20일 기준 구독자 수만 1,332명에 달하고 인스타 팔로워 수는 3,434명이나 된다.


인형 뽑기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인형 뽑기 기계 안에 든 물건이나 인형 등을 보면 대부분이 소위 ‘싸구려’다. 솔직히 뽑아봐야 나중에는 ‘예쁜 쓰레기’정도로 전락하게 된다. 실제로 현행법상 인형 뽑기나 기계의 상품들은 소매가 5,000원을 넘을 수 없기 때문에 정품도 아니다. 또한 인형뽑기방·기계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집게발이 인형을 잘 못 잡도록 개조하거나 집게가 인형을 들어 올리는 확률을 조작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형 뽑기는 실력보다 돈을 많이 써야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인형 뽑기를 해 본 사람이라면 뽑고 싶은 인형을 뽑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금액을 지출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 인형뽑기방 주인은 “인형이 너무 잘 뽑히면 남는 것이 없고, 너무 인형이 안 뽑히면 사람들이 게임을 안 하기 때문에 15번에서 20번에 한 번 뽑히도록 확률을 설정해 놨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형 뽑기가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는 뭘까? 팍팍한 생활 속에서도 소소한 사치를 부리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어 하는 심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경제적, 사회적으로 불안한 상황 속에서 사는 청년들이 무작정 아끼기보다 꼭 필요한 소비가 아니더라도 쓰고 싶을 때 쓰는 방식으로 ‘소비의 욕구’를 해결하고 거기에서 나름의 행복감, 만족감, 재미를 찾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생활비 압박 등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큰 돈을 쓰지는 못하고 적은 금액을 지출할 수밖에 없는데 대한 자조가 ‘탕진잼’ 안에 담겨있다는 설명이다. 인형뽑기 뿐만 아니라 소위 ‘천원숍’으로 불리는 매장들의 ‘베스트 상품’ 목록에서도 ‘탕진잼’ 현상을 읽을 수 있다. 주로 1,000원대 저렴한 상품들을 판매하는 ‘다이소’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3만여 개의 상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상품 1위는 위생 종이컵, 2위는 색칠공부, 3위는 화장품 퍼프, 4위 데이터 케이블, 5위 스티커 놀이 등이다. 이향영 열린사이버대학교 청업컨설팅경영학과 특임교수는 “열심히 일해도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열심히 저축해도 집 한 채 장만하기 힘들어지자 미래보다는 현재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라며 “과거에는 이런 소비행태가 낭비벽, 사치병 등 부정적으로 칭해졌지만, 최근에는 재미라는 요소가 붙으면서 소비도 재미있는 놀이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기 이유는 ‘성공’ 혹은 ‘성취’다. 아무리 노력해도 구해지지 않는 일자리, 거대한 조직의 부속품으로 전락해 조직 내에서 뭔가를 해도 채워지지 않은 성공의 기쁨, 성취감 등을 인형 뽑기를 통해 채운다는 것이다. 큰 노력을 들이기 않아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인형을 뽑았을 때 주변에서 함께 좋아해주거나 칭찬을 해주면 자기도 모르게 뿌듯해지고 자신감이 올라가게 된다. 게다가 노력의 보상(인형)이 바로 내 손에 들어오는 점도 매력이다. 전상진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아무리 고생하고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는 시대에는 일종의 체념주의, 패배주의가 퍼지게 된다”면서 “노력해서 이룰 것이 없을 바에야 즉각적인 결과를 얻고 말자는 심리”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소득·일자리 부족…‘전형적인 불황형 소비’


‘탕진잼’은 소비를 한다고는 하지만 경제적 압박 속에서 상당히 적은 금액을 지출하는 제한적인 소비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불황형 소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소비행태가 청년층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했다는 것은 전체적인 젊은 층들의 소비규모는 작아졌다는 말이다. 지난해 정부가 국민들의 소비 진작을 위해 ‘코리아세일페스타’,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행사나 정책을 백화점이나 대규모 유통점 중심으로 추진하기도 했지만, 청년층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실제 청년들의 소비규모가 상당히 쪼그라들었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지난달 18일 통계청의 가계 동향에 따르면 29세 이하청년층 가구의 2016년 3분기 소비지출은 205만742원으로 5년 전 201만4,451원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대를 기록했고 집값과 전·월세금은 상승해 39세 이하 가구의 주거비 지출은 51.9%나 증가했다.



그렇다면 청년층의 소비지출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적정한 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어렵게 취직을 해서 일을 한다고 해도 소비의 바탕이 되는 소득이 부족하기 때문에 소비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국내 임금근로자의 일자리 구조 변화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정규직이면서 중위소득의 125%에 해당하는 월 225만원 이상의 ‘좋은 일자리’에 종사하는 임금근로자는 전체 임금근로자 1,931만명(전체 취업자 2,614만명 중 73.9%) 중 674만명(34.9%)에 불과했다. 임금근로자 10명 중 7명가량을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중위소득은 소득에 따라 순위를 매길 때 정 가운데에 해당하는 소득을 말한다. 다만, 중위소득은 일반적으로 평균 소득보다 낮고, 2006년 145만원에서 2012년 180만원까지 상승한 이후 정체돼 있다. 중위소득 역시 2006년 181만원에서 2012년 225만원으로 오른 후 정체된 상태다. 그러나 674만개의 ‘좋은 일자리’ 중 30세 미만 청년(15~29세)층 근로자의 종사비중은 2006년 3.0%에서 2015년 3.3%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2015년 청년층 인구가 958만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청년층의 극히 일부인 31만6,000명가량 만이 월 200만원 이상의 급여를 받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월 급여 200만원도 적정한 소비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머니투데이가 2030 직장인들이 하루 1만원이상을 남기기 위해서 월 소득이 얼마나 돼야 하는지를 따져본 결과 월 250만원이상은 받아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머니투데이는 2030세대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강서 화곡1동 ▲강남 역삼1동 ▲동작 상도1동 ▲서대문구 연희동 ▲관악구 신림동 등 5개 지역을 선정해 월 소득을 ▲150만원 ▲200만원 ▲250만원 ▲300만원으로 분류한 뒤 이를 30일로 나눠 ‘하루에 벌 수 있는 돈’을 계산했다. 하루 생활비는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내놓은 ‘서울시민의 평균 생활비용’을 적용해 ▲식대 1만2,000원 ▲교통·통신비 4,000원 ▲의료비 2,300원 ▲여가·예비비 1만원 등으로 했다.


분석 결과 소득이 150만원인 경우 월세가 55만원인 강서 화곡1동에 거주하는 경우에만 하루 3,000원 정도를 남길 수 있었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하루에 적게는 4,500원에서 많게는 2만원 이상 적자가 났다. 직장 때문에 강남에 주거지를 둔 청년의 경우라면 월 소득 150만원(하루 2만1,900원 적자)은 말할 것도 없고, 월 200만원을 벌어도 하루에 7,700원 손해였다. 월 250만원은 받아야 적자를 면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하루에 남는 돈은 6,400원에 불과했다. 당연하지만, 월 300만원의 경우 하루에 최소 2만600원에서 최대 5만3,000원 정도를 남길 수 있어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월 300만원 이상을 제외하고는 목돈을 모으는 것도 어려웠다. 월 소득이 150만원인 경우에는 일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봐 1년 후 288만원 적자였고, 200만원은 240만원, 250만원은 768만원을 모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해서 1억을 모은다면 월 소득 200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급여를 하나도 안 쓴다고 가정했을 때 42년, 250만원은 13년, 300만원은 7년 정도가 걸렸다. 월 소득 150만원인 근로자는 돈을 모으는 것 조차 불가능했다.


2016년 평균 결혼비용은 2억7,400만원(듀오웨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2,529만원(부동산114)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평균 79.8% 상승했고,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27.2% 올랐다. 그러나 청년층 좋은 일자리는 고작 0.3% 증가했고 중위소득 125%는 44만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것이 청년들 앞에 놓인 현실이다. ‘앞이 안 보인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청년들은 대학 졸업 후 학자금 대출이라는 빚을 안고 사회에 진출한다. 청년들의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소비는 ‘탕진’인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 확충이 해답


소비지출을 줄이는 것은 비단 청년층만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7만9,43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증가했지만, 실질소비는 0.1% 감소했다. 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 중 얼마만큼을 소비지출 하는가를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2006년 1분기 80.3%에서 지난해 3분기 71.5%로 10% 가량 줄었다. 10년 전에는 100만원을 벌어 80만원을 썼다면 요즘은 70만원만 쓴다는 말이다. 지난달 13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5%로 하향조정하면서 “성장률 하향조정의 가장 큰 이유는 민간소비 감소”라고 밝힌바 있다.



결국 적절하게 쓰게 하려면 적절하게 벌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러나 앞에서도 살펴봤듯이 적절하게 벌 수 있는 일자리는 상당히 부족하다. 청년들 입장에서 그렇다고 아무 곳에나취직해 일하기에는 남아있는 학자금 대출이며 소득 수준이 너무 낮다. 이상이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19일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적정 임금과 안정적인 노동조건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말하는데,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또는 대기업 일자리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양질의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10%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일자리에 취업한 후 대기업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공무원이나 대기업 같은 양질의 일자리를 목표로 취업준비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소기업 정규직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 임금의 49.7%에 불과하다. 또한 한국노동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정규직의 53.5%로 사상 최대 격차를 보였다. 복지의 격차는 더 심하다. 퇴직급여를 받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40.9%에 불과하지만 정규직은 85.5%였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30%대이지만, 정규직 근로자는 90~98% 수준이다. 청년들이 취업난에 시달리면서도 대기업에 목을 매는 이유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비경제활동 청년들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34.2%(2016년 6월 현대경제연구원)이나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해 8월 ‘하도급 공정거래와 대·중소기업 격차 완화’ 보고서를 통해 “청년 일자리 문제의 근원적 해법은 원·하청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과 상생고용문화 확산에 있다”고 지적했다. KDI에 따르면 2005년 이후 불공정거래행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두발주, 대금 미지급 등 하도급법 위반혐의 업체 비율이 수급사업자 조사 기준 49.1%(2014년)에 이를 정도로 불공정하도급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청 대기업의 임금수준이 하도급 중소기업의 임금에 미친 영향에 대한 분석 결과 대기업 임금이 100만원 오를 때 하도급 기업의 임금은 고작 6,700원 상승에 그쳤다. 그만큼 원청기업이 하도급기업과 이익공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0년 대기업 평균임금이 3,900만원일 때 하도급 중소기업의 임금은 2,800만원에 불과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재와 같은 대·중소기업간 격차가 큰 구조에서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공무원·공기업·대기업에 올인(All-in)할 수밖에 없다”면서 “노사정, 정부, 국회가 합심해 낡은 노동시장의 제도·관행 개선 및 격차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의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미래세대의 일자리 고민은 갈수록 깊어만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일 KDI 경쟁정책본부장은 “원·하청기업 간 상생협력은 시혜가 아닌 필수적인 생존전략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며 “비용절감 위주의 기업 간 경쟁에서 시스템 간 경쟁체제로 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대기업 정규직의 과보호로 인해 하청업체로 비용이 전가되고 있는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이 대표는 “무상등록금이나 주거비 지원 등의 사회안전망이 구축된다면 임금 수준이 높지 않아도 생계비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진다”면서 “이미 학업기간에 빚을 졌고 당장 생활비가 많이 드는 청년들의 현실에서 저임금이거나 복지 수준이 낮은 일자리는 설사 적성에 맞는다고 해도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구직난을 겪고 있는데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처해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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