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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30일... 남은 과제는?

【M이코노미뉴스 = 최종대 기자】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5개월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관리 소홀 혹은 규정 위반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처법이 시행된 2022년 1분기 사고 사망자 발생률(157명)을 보면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이 법에 대한 실효성을 우려하는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5월 16일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성과와 과제’ 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관련 분야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그 현장을 다녀왔다. 

 

 

중처법이 발의되고 시행된 배경에는 지난 2018년 12월,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당시 25세)가 태안화력발전소(태안화력)에서 인력부족 문제로 2인 1조 원칙을 지키지 못한 채 홀로 작업하던 중 석탄 이송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했으나 4시간 동안 방치된 사건이 시발점이 되었다. 이후에도 안전규정 미준수로 인한 산업재해 사상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기존 산업안전법과는 다른 안전에 대한 규제와 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에 정의당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2021년 1월 8일 국회에 발의했다. 그리고 이 법 안은 2022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 달 27일 시행에 들어갔다. 

 

단어의 정의 '모호' 지적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안전경영을 위해서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하며 “업종 규모 등을 감안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안전보건확보의무의 기준과 내용 모형을 제시할 것”을 당부했다. 권 교수는 중처법 제1조를 예로 들며 “안전 보건조 치의무라는 단어도 중처법의 토대의무로서 본질과 실체를 명확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면서 ‘안전보건조치의무‘라는 단어를 ’안전보건확보의무‘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우리 산업법상 중대재해라고 하는 것은, 산업법상 여러 재해 중 중대한 재해라고 설명하는데, 중처법에서 중대산업재해라고 하는 것은 심각한 재해임에도 그 원인이 (산업 혹은 현장의) 구조적인 것에 있다고 판단 될 경우라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문제는 단순히 ‘사망자 1명‘과 같은 사실관계 손해 만으로 설명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중처법의 ▲치료의 개념이 치료 방법, 중·경상의 정도 등 위중 정도를 따지지 않고 모호하게 남은 점 ▲중처법 상의 ’경영책임자’라는 단어에 대해 CSO, CEO 등 단어에 대한 구체적 정의와 권한, 개념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점 ▲중처법 상의 ‘도급’을 민법상의 도급인지 건설산업법 상의 도급인지 제시하지 않은 점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단어의 정의가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적용범위 내 소외된 소규모사업장


산업재해가 발생되는 대부분의 사고는 소규모사업장이다. 그러나 현재 중처법의 적용범위는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개인사업주에 한정한다. 이하 같다)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는 이 장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기준은) 근로기준 법상의 산정 방식을 취한 것인데, 근로기준법의 입법 목적과 중대 산업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중처법의 입법 목적이 다소 다르다는 점에서 과연 이 (산정)방법이 옳은 것인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재해가 집중되고 있지만, 경영과 실무가 잘 구별되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의 현실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한편 “적용 범위 또한 외부 건설 현장 등 외부 기업 사업장에 대한 부분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이어 “사업장의 규모와 특성을 세분화하고 규정해 현장에 수용시켜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현 중처법이 업무 종류와 규모에 따라 중대재해의 종류가 달라지는 현장의 상황과 동떨어진 채 일괄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을 비판했다.

 

원·하청의 유기적 협력만이 본질적 해법


법이 사건 혹은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강력한 처벌과 규제를 통해 부수적 효과로 예방하는 방법과 예방을 위한 기준이 충족될 시 이에 대해 충분한 보상책을 마련함으로써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인데, 이 중 중처법은 첫 번째 방법만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용문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기업의) 중처법 대응에 관한 핵심적인 니즈가 주로 법적인 책임을 피할 수 있는 방안에 집중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중처법이 강력한 형사처벌의 부수적 기대 효과로서 중대 재해 예방이나 감소를 유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사고 예방과 감소가 중요하므로 본질적인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 의무나 의무 불이행 자체에 대한 제재가 함께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중대재해 대부분의 발생 원인을 보면 비용 구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처법상의 조치는 법 미이행 시 기업이 더 큰 비용을 부 담해야 할 수 있다는 압박감을 주고, 이런 제재 방식을 통해 안전 관리에 충분한 비용을 투입하도록 만들어 구조적인 사고 발생 예방 효과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기업이 정말로 잘 갖춰진 첨단· 선진화된 시스템을 통해 안전 관리를 하고 있다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어떤 인센티브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선도적인 안전관리로 유도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면서 “원청 등의  대기업 지원을 강화하도록 정부가 지원 대책을 세우는 것도 필 요하다”며 두 방법을 병행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확장됐다고 평가받는 사례들이 점점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청 기업 입장에서는 또 다른 유형의 법적인 리스크를 우려해 조치를 선뜻 실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원청에 적극적인 지원을, 원·하청간 유기적인 협력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원·하청의 유기적인 협력이야 말로 안전관리의 가장 본질적인 해법임을 재차 강조했다.


현장 현실 반영한 방안 찾아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5월 15일 기업규모에 따라 수백~ 수천명에 달하는 관리감독자에게 예산을 내려주고, 반기 마다 평가를 하는 것은 불합리 하다며, 중처법에 관한 대통령령 제4조 제5호에서 안전보건책임자 범위에서 관리감독자를 제외할 것을 제안했다. 또 실질적 지배·운영·관리에 대한 구체적 판단기준을 도급, 용역, 위탁 범위를 사업목적 수행 과 관련성이 있는 도급 등으로 한정할 것을 요구하는 건의서 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자총연맹은 다음날 인 5월16일, 정부에 건의서를 제출한 경총의 행보에 ‘중대재해법 개악’이라고 평가하며 “헌법상에 보장된 국민의 생명권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중처법에 대해 최대한의 이익과 효율을 내야 하는 경영자와 안전한 노동환경을 제공 받아야 하는 노동자측의 입장 차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인명사고를 줄이는 것이 이 법의 가장 중요한 사안인만큼 양자 간의 충분한 협상을 통해 현장의 현실을 최대한 반영하는 합리적인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 (이 기사는 M이코노미매거진 6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MeCONOMY magazine June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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