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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누가 아이를 키울 것인가?

【김상규 박사】 2023년 교육(3)

 

뜨거운 감자! 유보통합

 

금년 초 정부는 유보통합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유보통합은 “영유아 발달을 고려한 ‘질 높은 새로운 교육기관’으로 재설계”하고 “교부금 등을 활용해 교육의 질 제고”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출발선부터 공정하게 국가가 아이를 건강한 사회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책임을 지겠다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정책 방향을 가진 유아교육 정책이다.

 

그런데 이 유보통합은 새롭거나 신선하지도 않은 30년도 넘는 해묵은 과제이다. 1994년부터 1998년까지 활동한 교육개혁위원회의 제4차 교육 개혁 방안(1997.6.2.)에서 유보통합에 관한 방향은 이미 제시되었다.

 

“3세 이상 초등학교 취학 전 유아들의 교육을 공교육 체제 안에 원칙적으로 포함하고, 교육과 보호 서비스가 함께 제공되도록 새로운 형태의 유아교육 체제를 구축” 하는 것이었다.

 

우선 정치나 정부는 30년이나 해묵은 과제가 왜 방치되어 왔는지, 정책화되지 못하고 좌초하게 한 암초는 무엇인지의 오답 노트를 정교하게 작성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24년까지는 방안만 마련하고 2025년 이후가 되어서야 유보통합 정책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상황이 힘들어 결혼도 하지 못하고 결혼을 해도 아이 키우기가 어려워 출산을 하지 않는다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생생하게 들려도 해묵은 과제를 이처럼 느긋하게 대응하려는지 의문이 생긴다.

 

우선 유보통합을 두고 이해집단 간에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런 연유인지 교육부는 유보통합과 관련된 오해와 진실을 정리해 발표했다.

 

현재 저항이 만만치 않은 집단을 의식한 것인지 “유보통합은 교사의 자격 수준과 양성 체계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통합” 하는 것이 아니며 “국공립유치원 교원의 교육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은 변동이 없으며, 유치원 교사의 신분이나 처우가 저하되는 방향으로 논의되거나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책에 저항하는 집단들은 집단 나름대로 논리와 이해관계가 있으니 정부가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할 책무가 있다.

 

정치나 정부는 권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아니라 사회의 기본가치에 집단들이 동의하도록 갈등의 중재자로서 역할을 잘해 정책이 실현되고 사회의 안정과 균형이 유지되도록 지혜를 발휘하는 타협가로서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인간의 지적 능력 대부분은 생후 36개월 사이에 결정된다는 연구가 있다.

 

지적능력이 결정되는 방법에 관한 연구의 제1인자인 베티 하트(Betty Hart)와 토드 리슬리(Todd R. Risley)는 대규모의 표본조사를 바탕으로 가정생활에서 부모와 자녀의 신체적·언어적 접촉을 생후 2년 반에 걸쳐 관찰해 기록했다.

 

이들 연구자의 추정치에 의하면 부모는 아이에게 평균적으로 1시간당 1,500단어의 말을 걸었다. 하지만 이것은 평균치일 뿐이다.

 

아이에게 말을 자주 거는 대학 졸업의 부모는 1시간당 평균 2,100개 단어를 아이에게 사용하였지만, 생활보호 가정의 부모는 600단어밖에 말을 걸지 않았다.

 

이들의 추정치에 의하면 아이에게 말을 잘 거는 부모에게 태어난 아이가 생후 36개월까지 4,800만 단어를 아이에게 사용하였지만 생활 보호 가정에서는 부모가 아이에게 1,300개 단어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아이가 36개월 후에 인지 성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중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이 있었던 것은 아이의 최초 1년간, 즉 아이가 부모의 하는 말을 이해한다는 증거가 아무것도 없는 시기에 건 말이었다.

 

아이가 말을 걸기 시작하는 12개월경까지 부모가 자녀에게 말을 잘 걸지 않았던 아이는 활발하게 말을 걸었던 아이들에 비해 일관되게 인지 능력이 떨어졌다.

 

회화 경험에서 이러한 차이는 아이들의 인생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일까?

 

하트와 리슬리는 조사 대상의 아이들이 성장과 더불어 인지 능력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추적 조사했다.

 

3세 시점에서 실시한 스탠포드·비네 인지 능력 테스트 결과 아이가 귀로 들었던 단어의 수와 아이의 언어 상관관계는 0.6으로 높은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었다.

 

아이의 성장과 더불어 추적조사를 실시해 아이가 3세가 되기까지 일상적인 단어 외에 추가로 사용한 단어 수와 9세 시점에서 실시한 피보디회화어휘검사(Peabody Picture Vocabulary Test) 득점의 상관관계는 0.77이었다.

 

폭넓은 어휘 사용은 독해력 테스트 성적과도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이에게 사 용하 는 언어의 질도 인지 능력의 발달과 성인이 되었을 때의 생활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가정에서 자녀교육을 중요하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 천부적인 자질을 향상시키고 잠재적 자질을 개발해 개인으로서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가정교육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유치원과 학교를 만들어 전문성이 있는 직원들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해묵은 과제인 유보통합에 납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희망적일까?

 

최근 10년 안에 가장 출생아 수가 감소한 해는 2017년으로 전년도보다 11.95%가 줄었다. 2020년도 10.2%가 줄었으며, 2022년은 2021년보다 5% 이상 줄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33년 출생아 수는 2022년보다 10만 명이 감소해 14만 9천 명이 된다. 어린이집, 유치원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처럼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지만, 시간적 추세는 희미하게나마 미래를 알려준다. 다만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출생아 수의 감소 전조 현상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그 바탕에는 1980년대까지의 인구 과잉론의 마법이 작용하고 있다.

 

정치, 행정, 학계, 전문가 등이 이구동성 으로 부르짖었던 인구과잉론은 당시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국민들을 계몽시켰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국가에 애국하는 것이며,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을 인격적으로 비하하는 것도 서슴치 않았던 것이 불과 30년 전의 우리나라 모습이었다.

 

핵가족화와 1인 가구의 증가는 사회의 개인화 경향으로 진행되어 가족이라는 집단의 가치가 점점 희미하게 되고있다. 저출산은 또 다시 출산이 가능한 젊은 여성 인구를 감소시키고 있다.

 

혼인 건수도 크게 줄어 10.7%, 2021년 9.8%가 줄었다. 2000년 이후 혼인 건수와 출생아 수 추이를 정리한 위 그림에서도 잘 나타나듯이 혼인 건수와 출생아 수는 높은 상관관계에 있다.

 

최근에는 결혼한 부부도 두 명 이상의 자녀를 낳지 않는다. 심지어는 자녀를 세 명만 양육해도 방송에 나올 정도이다.

 

출생아 수가 줄면 노동력 부족, 연금 및 재정 문제, 저축률 저하, 지방의 공동화, 국제 경쟁력 저하, 경제 성장의 정체등 다양한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

 

자원이 많지 않은 나라일수록 그 충격의 정도는 크다. 지난 공업화 사회에서 우리나라는 교육을 통한 인재 육성을 원천으로 성장을 이루었다.

 

아무리 AI(인공지능)이니 로봇 공학이니 해도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 없는 사회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국가의 미래가 어떻든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있든 자신들의 기득권만 보호되면 그뿐이라는 개인주의, 집단이기주의 현상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이든 학계든 제도적 이익을 향유 하는 집단이든 공유된 이익을 중심으로 모이면 정책 저항 집단이 되는 현상도 여전하다. 유보통합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기성세대가 기득권을 주장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견고히 하면 할수록 결혼하는 청년들이 줄고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들이 늘어날지 모른다.

 

지난 우리 사회는 이익단체의 주장이 관철된 사례가 많았다. 선거에 맞물리면 정치적 타협이 이뤄져 흐지부지되는 정책, 심지어는 국민들의 생각, 사회가 기대하는 장래와 거꾸로 가는 선택도 있었다.

 

막대한 돈은 쏟아 부었으나 그 결과가 초라한 정책도 비일비재하다.

 

 

모범답안의 참고서는 있다!

 

유치원과 보육원 일체화를 추진한 결과로 일본은 인정어린이집을 만들었다.

 

이 신제도가 시행될 당시 유치원과 보육원 사이에서 일어났던 이전의 문제점이 대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문제는 유치원과 보육원를 그대로 둔 채 제3의 보육 시설처럼 등장해 후생노동성과 문부과학성이 운영하기 때문에 4개의 유형이 생기고 사무처리의 번잡함, 재정 면에서의 복잡함, 두 개의 직원 자격, 두 종류의 설치 기준 등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나타났다.

 

그러나 지금은 성공적인 제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시행해 보지도 않고 장래에 생길 문제를 두려워해서도 안 되지만 문제는 해결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미래 지향적인 사고가 중요하다.

 

북유럽 국가들은 복지선진국으로 보육원이 완비돼 있지만, 그 대신에 국민들은 엄청난 규모의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는 수입에서 세금부담률은 50%를 넘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북유럽 국가들처럼 고액의 세금을 납부하면 출산율이 올라가고 복지가 좋아질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은 금물이다.

 

2010년의 세계가치관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질문항목 중 ‘사회의 이익을 위해 무엇인가를 한다’는 58개국 중 56위였으며 ‘전통과 종교와 가족에 의해 이어져온 습관이 따른다’는 60개국 중에서 58위였다.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외국을 참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단순히 문헌을 소개하고 견학을 해 짧은 기간에 피상적인 제도를 경험하고 관계자의 설명을 듣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우리나라의 환경과 어떻게 연계해 성과를 거둘 것인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스웨덴도 1970년대까지는 보육시설 입소 대기자명단이 있었으나, 1995년의 사회서비스법 제정으로 부모가 일과 학업에 종사하는 가족에게 지체 없이 보육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지자체에 부과하였다.

 

이 법에서는 부모 모두가 취업 중 또는 취학 중인 1세부터 12세까지의 아이를 위해 보육원이 가정 보육실을 제공할 의무를 부과하였다.

 

1996년에는 그간 사회부 관할에 있던 보육원을 교육부 관할로 옮기고(일원화) 보육원은 취학 전 학교가 되어 공교육 체계에 위치시켰다.

 

스웨덴의 출산률 회복에는 보육시설의 완비와 육아와 일을 양립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2002년에 육아 휴업을 480일로 늘리고 그 중 2개월은 남편이 휴가를 받도록 하였으며 휴업 중 390일에 대해 소득의 최대 80%를 국가가 지불하는 등의 정책으로 출산률 회복에 성공했다.

 

동시에 옴브즈망 제도를 적극 활용해 육아휴직을 얻기 어려운 경우에 고용주 및 조합 등과 교섭하거나 재판을 지원하는 체제도 갖추고 있다.

 

영국도 유치원과 보육원이 각각 다른 부처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1998년에 교육부로 일원화되었으며, 덴마크는 6세 이하의 어린이에 대한 서비스는 종합적 사회복지시스템의 일부분으로 보아 가족소비자부가 소관한다.

 

의무교육 개시 전 1년간은 교육부가 소관하는 초등학교 내의 유치원 학급에 거의 대부분이 취원하고 있다.

 

일본에서 유보일원화에 저항하는 세력은 관료사회, 배후에 있는 이익단체를 대변하는 정치, 유치원과 보육원 단체 등이라는 지적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행정적·기능적 이원화는 학회, 연구기관 등의 이원화 를 만들어 이익단체가 정부정책의 장애요인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취학 전 교육의 충실을 도모하고 기능면이나 재정 면에서 효율화를 기하기 위해서는 프랑스와 같이 연령별 일원화를 하는 방안이다.

 

출생 후부터 만 2세까지는 어린이집, 가정보육 등을 중심으로 보육이 이루어지고 3세 이후 취학 전까지는 유치원에서 충실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하는 방안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

 

아이를 많이 낳는 국가에서 빠른 스피드로 아이를 가장 낳지 않은 국가로 세계에서 낙인이 찍혀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기성세대, 기득권자들이 장래를 생각하면서 후속 세대에게 얼마나 양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2022년 잠정 출생아 수는 24만 9천 명이라고 한다. 이 숫자는 1997년 교육개혁위원회가 유아교육 개혁 방안을 발표할 때 출생아 수 66만 8천 명의 3분의1 수준이다.

 

역사적 사실에서 경제 발전이 저출산에 영향을 주지만 그래도 그때 우리가 자신들의 이익을 조금 양보하고 미래를 준비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상규 박사

 

와세다대학에서 기초교육학을 전공했으며 연구 분야는 학교제도개혁, 비교교육정책, 재일한국인 교육이다. 저서로는 『민족교육―일본의 외국인 교육정책과 재일한국인의 교육적 지위』(2017), 『교육의 대화』(2017), 『교육의 폴리틱스·이코노믹스』(2022, 세종도서 학술부문 선정)가 있다. 주요 논문은 「세계의 학교제도 연구」(2019), 「대학법인 경영구조 개선과 재정건전성 확보방안 연구」(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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