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면서 건당 수천만원씩 수십 건의 법률 의견서를 써온 사실이 드러났다.
5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이 대법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권 후보자는 최근 5년(2018~2022년)간 로펌의 의뢰를 받아 총 38건의 법률 의견서 등을 제출하고 보수로 18억 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의견서 한 건당 많게는 5천만 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았으며, 의견서 38건 중 20여 건은 국제중재, 17건은 국내소송 건이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특정 로펌으로부터 법률 의견서를 통해 받은 보수만 해도 9억 4천여만 원에 달했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로펌의 의뢰로 법률 의견서를 작성해 주고, 로펌이 이를 법원에 제출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6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다 대법관이 된 김재형 전 대법관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대형로펌에 의견서를 작성해 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문제는 로펌의 의뢰를 통해 작성되는 의견서가 법원에 제출되어 소송 중 어느 일방 당사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권 후보자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재직 전 판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는 더 클 수 밖에 없다.
권영준 후보자는 “보수의 많은 부분은 국제중재 절차 전문가 증인 활동에 의한 것으로 (자신이 받는 보수는) 일반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38건의 의견서 중 17건은 국내소송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장혜영 의원은 “대학 교수로서 로펌서 건당 수천만 원에 이르는 보수를 받고 어느 일방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의견서를 작성해 준 것이 학자 윤리에 맞는지 의문”이라며 “특히 대형 로펌이 관여된 사건을 많이 다루게 될 대법관으로서는 아무리 불편부당(不偏不黨)한 판결을 하더라도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로펌에서 수 억원의 보수를 받고 소송 일방 당사자에 유리한 의견서를 작성해 준 후보자가 대법관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인사청문회를 통해 따져 묻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