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병 예방에 최고, 진짜 붕어빵을 만들려면 그때 젓가락으로 라면을 크게 뜨던 한 직원이 나를 보면서 물었다.
“사장님한테 들었는데 200평에다 팥을 심을 거라고 들었습니다. 그게 수지가 맞을까요?” “수지는 무슨…. 그 면적으로 무슨 돈을 벌 생각을 하겠습 니까? 지금은 농업도 산업화되어 면적이 10만 평 이상은 되어야 농업이라고 할 만하겠지요. 그러니 저는 농업 경영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식물성 퇴비로 팥농사를 지어, 그 팥으로 세계 최고의 붕어빵을 만드는 첫 실험에 들어가려는 거지요.”라고 내가 말했다.
그러자 다른 한 직원이 물었다.
“아까도 들었지만, 팥은 자체적으로 뿌리에서 질소 비료를 만들어서 그런지 제가 어렸을 때 생각해 보면 어르신들이 밭두렁같이 척박한 곳에 심었던 것 같습니다. 굳이 식물성 퇴비를 만들어 주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그 당시 밭두렁과 같은 환경이라면 가능하지요. 무성한 잡초가 부식질 퇴비로 축적되어 흙은 부드럽고, 통기성이 좋았거든요. 거기다가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 는 능력이 뛰어났으니까, 팥이 자라는 최적의 환경이었어요.
특히 농약이나 비료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그런 곳에 선병해, 초식성 해충도 덤비지 않아 그야말로 무공해 자연팥을 얻을 수 있었으니, 조상님들은 그런 걸 알고 있었던 듯합니다”라고 나는 말하면서 “요즘 밭은 특정 영양성 분이 과잉된 비만 환자와도 같아서 그런 밭에다 팥을 심으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고, 해충 등이 덤벼 반드시 농약을 쳐야 하니까, 식물성 퇴비를 써야 지속 가능한 팥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식물성 퇴비도 영양성분이 들어있으니, 비료나 퇴비나 다를 게 없잖아요?” 직원이 또 물었다. “좋은 질문입니다. 둘을 비교해 설명하자면 복잡하니까, 딱 잘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날 식물의 필수 영양 원소 (성분)로 확인된 것은 수소(H)·탄소(C)·산소(O)·질소(N)· 칼륨(K)·칼슘(Ca)·마그네슘(Mg)·인(P)·황(S)인 다량원소 9개와 염소(Cl)·붕소(B)·철(Fe)·망간(Mn)·아연(Zn)·구리 (Cu)·니켈(Ni)·몰리브덴(Mo)의 미량원소 8개로 총 17가지 입니다.
원소와 영양성분을 헷갈려 하는 데 영양성분은 화학 시간에 배웠던 원소 주기율표에 나오는 원소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식물에 공급할 수 있는 원소는 8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필수 원소는 식물이 흙에서 직접 흡수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식물성 퇴비에는 필수 영양성분 외에도 60여 가지가 넘는 각종 영양성분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식물이 병충해를 방어하기 위해 만드는 자생물질도 그런 퇴비만이 가지고 있는 영양성분을 흡수해 만들어집니다. 우리 조상들이 비료나 농약없이 수 천 년 이상 농사를 지어온 비결이 바로 식물성 퇴비에 있는 것입니다.”
직원들은 모두 내 말에 수긍하는 듯했다. 그들의 진지함 을 목도한 나는 신이 났다.
“팥은 말이죠. 배수가 잘되고 동시에 영양분이 풍부한 흙에서 잘 자란다고 합니다. 생각 같아서는 H 사장이 조성한 이곳을 둘러싼 산에다, 낙엽이 썩어 잘 발효된 까만색의 부엽토에 팥을 심어보고 싶습니다. 부엽토는 배수가 잘 되고 동시에 영양분이 풍부한 흙이지 않습니까. 거기에다 수분을 적당히 유지해 주고요. 산삼처럼 자란 팥을 생산 한다면, 식물성 퇴비를 만들지 않아도 성인병 예방에 최고의 효험을 보이는 붕어빵을 만들 수 있을 텐데…. 팥은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포닌은 이뇨 작용을 하고, 피부의 오염물질을 제거하여 깨끗한 피부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줍니다. 또한 비타민이 풍부하여 장 건강 개선 및 두뇌 건강 증진에 도움을 준다고 하지 않습니까. 또한 다량 함유된 칼륨은 나트륨을 체외로 배출시켜 부기를 빼고 혈압 상승을 억제해 주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뭐가요?” 직원이 물었다. “햇빛입니다.
햇빛을 잘 들어야 팥이 알차게 여물어 맛과 영양이 만족스러울 터인데 그게 좀….” 하고 내가 말꼬리를 흐리다가 다시 이었다. “그래서 사장님이 주신 200백 평의 땅을 산속의 부엽토처럼 만들어 보려는 것입니다. 마치 일본에서 기적의 사과를 만들었듯이 말입니다.” “기적의 사과요?” “네, 그렇습니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입니다.
기억을 되살릴 겸 들어보시겠습니까?” “그래요. 들어보지요.” 모두가 내 입으로 시선을 모았다. ‘기적의 팥’을 심을 흙을 찾아라! “꽤 오래전인 1978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일본의 유명 사과 산지인 아오모리현의 이와키산자락 6,500㎡의 사과밭에서 과수 농사를 짓는 기무라라는 농부가 있었지요. 그런데 사과밭에 농약을 뿌리면 농약 알레르기가 있는 아내가 며칠씩 앓곤 해서 농약을 안 치고 사과를 재배하자는 결심하고 실천했으나 현실은 냉혹했어요. 10년이나 흘렀지 만 사과는 한 개도 열리지 않았던 것이죠. 농약과 비료에 길들여진 사과나무의 야성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는 수입이 없어 호구지책으로 나이트클럽 호객꾼으로 나서기도 했는데 폭력배에게 맞아 치아가 두세 개만 남고 모두 빠져버렸어요. 그는 목숨을 끊을 생각으로 산에 올라 올가미에 목을 걸려는 데 우연히 눈앞에서 탐스러운 열매를 맺은 도토리나무를 봤지요. 순간 그는 사과나무의 야성을 찾게 하려면 도토리나무가 자라는 부엽토와 같은 흙을 만들어 주면 되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던 겁니다.
자살을 포기한 그는 과수 농법을 바꿔 잡초도 뽑지 않고 원시 그대로 과수원을 팽개치고 흙이 본래의 생명력을 회복 할 때까지 기다렸다. 비료나 농약을 수십 년간 뿌려왔던 땅은 딱딱해져 잡초조차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면 흙도 기름지게 된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그렇게 무농약 자연농법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1987년 그의 눈가가 촉촉이 젖었다.
탁구공 만한 사과 두 개가 열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뒤 4 년 동안 사과가 열리지 않았다가 91년에 과수원이 발갛게 물들며 가지마다 탐스러운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농약을 친 나무에 열린 사과보다는 개수는 적었지만, 꽤 많은 양이었다 합니다. 그의 이야기는 2006년 일본 NHK에 소개돼 일본 국민에 게 큰 감동을 줬지요. 우리나라에선 『기적의 사과』라는 책으로 소개됐어요.
그는 “자연농법에 의해 흙이 다시 살아나 사과나무에 사과가 일단 열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3~4년 후에는 수확량도 함께 늘어난다”며 “지금은 일반 사과나무의 수확량에 뒤지지 않고, 무엇보다 자기 사과는 내 사과는 1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수분이 빠져 쭈그러들 뿐”이라고 했어요.
사실 사람들은 사과 껍질에만 농약이 일부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론 과육에 잔류한다. 농약 등 유해 성분이 뿌리를 통해 흡수되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의 암 사망률이 10년간 3배나 늘어나 연간 30만 명에 이르고, 일본인의 60% 이상이 알레르기 등 과민증을 앓고 있는 것은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먹을거리 탓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지요.”
그때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직원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듯이 나와 눈을 마주쳤다. “어라~ 어제 땅에다 전부 가축 분뇨 퇴비를 다 뿌려서요 ~” 그가 어눌하게 말했다. 그러자 직원이 나섰다. “사장님 이 조성한 농지는 강변 잡종지를 외지에서 가져온 흙으로 메워 만들었지요.
천 평이 넘는 데 팥 농사를 지을 200평까지 전부 퇴비를 뿌려 놓았다는 말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200백 평에 식물성 퇴비가 아닌 가축 분뇨 퇴비를 뿌렸다니, 혹시 그 퇴비가 발효가 100% 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하지? 그게 발효되는 동안 가스가 발생해 온갖 해충과 미생물들이 덤벼들 텐데. 그러면 내가 생각하는 팥을 심으나마나 한 게 아닌가? 나는 그들과 대화를 중단하고 동물 분뇨 퇴비를 뿌렸다는 곳으로 가보자면서 직원들과 컨테이너 숙소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