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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DMZ 가는 길에 임진강 붕어빵 카페(7편)

 

‘똥바가지 사진’이 불러온 친환경 농사에 대한 끝없는 오해 “그러니까 재작년 4월쯤이었어요. 흙 살리기 행사를 앞두 고 해당 지역민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있는데 아뿔싸~ 실 수를 한 거예요.”

 

실수라는 말이 귀에 꽂힌 한 직원이 마시려던 막걸리 잔을 입 주변에서 턱 밑으로 내려놓고 내게 물었다. “실수요? 강연하다?” “아뇨. 그런 건 아니고... 따지고 보면 그런 셈이지만...PT자료로 쓴 사진 하나가 잘못이었습니다. 어느 농민이 밭에다 똥바가지로 인분을 주는 60년대 흑백 사진이 대문짝만하 게 스크린에 뜬 겁니다. 그게 뭐가 실수죠? 예전에 시골에서 다 밭에다 인분을 주 지 않았나요?”

 

“천만에요. 아닙니다. 생 인분을 쓰면 온갖 질병이 생기고 전염병이 돌아 큰일 나죠. 인분의 성질이 너무 강해서 농 작물의 타 죽는 다는 말을 하기 위해 올린 사진이었는데 그만...강의 내용은 친환경 농사 운운하는 것이었지만, 그 런 사진을 본 지역민들이 인분으로 농사를 짓는 게 친환경 이냐?고 오해를 한 거예요. 그놈의 한 장의 사진 때문에...”

 

나는 말을 맺지 못하다가 다시 이어서 “당시 지역민들의 반응은 나중에 들은 바에 의하면 설령 인분을 잘 발효시 켜 친환경 농사를 짓는다고 하더라도, 요즘 그런 식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비난을 뒤집어썼노라”고 직원들에게 말해 주었다.

 

“자, 자, 한 잔 쭉 하십시다.”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고 잔을 들었다. 직원들이 다들 목이 탔는지 첫 잔을 가볍게 비웠고, 서로 빈 잔을 채운 다음 모두 얼굴을 내 쪽으로 향 해 내가 할 다음 말을 기다렸다.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는 조상님들 의 속담이 딱 맞았습니다. 친환경 농사 강연을 아무리 잘 하면 뭐합니까? 재미있었던 영화도 지나고 보면 단 한 장 면만 기억나듯 당시 제 강연을 들은 지역민들은 저만 보면, 친환경 이야기를 들으면, 예의 그 사진만 떠올릴 겁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기가 막히네요.”

 

직원들이 내 심정에 공감을 표해주는 듯 고개를 끄덕여줬다. 나는 이때다 싶어 내가 예고한 미국의 똥 이야기를 꺼냈다.

 

◇첨단기술로 해결되지 않는 인간의 배설물로 퇴비 만들기

 

“불과 24년 전, 2000년도에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컴퓨터 설계의 결함 때문에 지구의 전 문명이 붕괴될 것이라는 Y2K(2000년) 시나리오가 나와 전 세계에서 불안감이 고조될 때였지요. 어느 날 20여 년간 인분을 퇴비로 만들어 쓰고 있는 환경운동가 조셉 제킨스에게 미국의 재난대비 책 편람을 작성하던 한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왔지요. ‘우리들은 모든 문제에 대해 임시대책을 마련할 수 있지만 단 한 가지 오수처리를 해결할 수 없어서 고민 중입니다. 어떻 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물었지요.”

 

직원 한 사람이 내 말에 끼어들어 “그거야, 컴퓨터 시스템 이 붕괴돼 물이 나오지 않거나 하수구가 막히면 대책이 없으니까 그런 거겠죠”라고 했다.

 

내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수세식 화장실은 편리하기는 하지만, 전적으로 물과 전기 에 의존하는 거니까요. 전기나 물이 없으면 변기를 씻어 내 릴 방법이 없잖아요. 그래서 만약 재난이 발생해서 생 오수를 그대로 환경에 방출하게 되면 전염병이 만연하는 등 비극적인 시나리오가 생기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 했으니까요”

 

조셉 젠킨스는 자신의 책에서 그 당시 관계자와 전화 통화 하면서 생각했다고 합니다. ‘수세식 말고는 아무런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세식을 가동할 수 없을 때 결국 인분을 내다 버릴 수밖에 없는 거라고요. 그는 흙으로 돌려줘야 할 소중한 자원인 인분을 폐기물이라고 고집하 는 한 우리 인류는 스스로 엄청난 환경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20리터들이 들통과 톱밥 한 포대, 퇴비장이 있으면 영구적으로 사용

 

“그래서 제킨스라는 사람은 재난편람 팀에게 어떤 해결책을 알려줬나요?”

 

직원 한 사람이 물었다.

 

“그래요. 젠킨스는 20리터짜리 들통 2개와 톱밥 한 포대만 있으면 2주간 임시변소가 된다고 했습니다. 거기에 퇴비장을 마련하고 톱밥만 공급되면 언제까지나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변소가 된다고 덧붙였지요. 톱밥 변기를 잘 관리한다면 보스턴시 교외에서는 물론이고 시카고의 고층 아파트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도 했어요. 그래서 재난편람 팀은 미 국민에게 변기통을 준비하게 했나요?”

 

직원이 물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재난편람 팀이 전 국민에게 그렇게 하라고 준비시켰다고 확인할 방법이 없네요. 그렇더라도 누 군가는 개인적으로 준비를 했겠지요...”하면서 내가 말꼬리를 흐렸다. 사실 직원들은 들통에다 일을 본 뒤 톱밥, 나뭇잎, 왕겨, 재 등을 덮으면 냄새도 없고 소변을 흡수하며 파리가 들 끓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젠킨스의 말을 들려줬을 때 충분히 이해를 했고, 그들이 농촌에서 자란 경험을 가지고 멋진 들통 변기 아이디어도 냈다.

 

들통이 차면 예전 시골 농촌의 잿간처럼 만든 퇴비실에서 발표를 시키면 훌륭한 퇴비가 된다는 것쯤은 상식에 속한다면서 오히려 그런 걸 아이디어라고 하느냐고 혀를 차기까지 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한 번 실천해 보겠느냐?”고 했더니 다들 손사래를 쳤다.

 

돌이켜 보면 항상 사람들은 그런 반응이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하루도 빠짐 없이 배설하고 있으면서도 그 일에 대해 끈덕지게 입에 담으려 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내 생각에 머리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이 소중하지만, 일단 머리에서 빠져서 음식 물이나 하수구에 있으면 더럽다고 여기듯 똥이 우리 몸속 에 들어있을 땐 모르지만 일단 밖으로 배설이 되면 더럽다 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생각을 멈추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말을 이어 갔다.

 

◇머리카락이나 배설물을 더럽다고 느끼는 이유는?

 

“남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은 잘 쓰면서 인분으로 만 든 퇴비를 기피하는 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인분이 됐든, 어느 유기물이 됐든 퇴비화 작업에서 느끼는 매력 가운데 하나는 예술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좋은 퇴비를 만드는 데에서 포도주 발효에 맞먹는 지식과 기술이 필요 한 것이니까요.”

 

그리고 한숨을 돌린 뒤 내가 다시 말했다.

 

“젠킨스라는 사람은 그렇게 만든 자신만의 퇴비로 20년간 텃밭에서 식구들의 먹을거리를 재배해 왔는데, 자기 집에 서는 어떤 오수도 방출한 적이 없다고 말했더군요. 인분을 포함해 자기집에서 나오는 모든 유기물을 퇴비로 만들어 흙으로 돌려보냄으로써 텃밭을 비옥하게 유지하고 동시에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했다는 거였어요.....”

 

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오키가 끼어들어 우리가 쌓아놓은 산 풀과 잡초 더미를 가리키면 서 말했다. “그건 그것이고 일단 우리 퇴비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말씀하시는 인분 발효 퇴비가 우리에게 없으니까 아까 말씀 하신 대로 숲의 부엽토를 떠다가 인분 퇴비 대신 쓰시죠. 다 같이 일어나 숲에 가서 부엽토를 퍼서 포대에 담아 옵시다.”

 

직원들이 따라 일어서며 그러자고 했다. 그렇게 포대에 퍼온 검은 빛의 부엽토를 우리는 퇴비 더미 사이사이에 넣고 물을 뿌려 습도를 맞춘 뒤 비닐로 덮어 마치 움막 같은 퇴 비장을 만들었다. 앞으로 몇 번을 더 뒤집어 주면서 물을 주고 3달이 지나면 흙냄새가 은은하게 풍기는 진짜 식물성 퇴비가 만들어질 터였다.

 

그들과 임시 숙소로 걸어오던 나는 머릿속으로 갑자기 “나는 전설이다” 라는 영화가 스쳐 지나가는 걸 느꼈다. 핵 전쟁 이후, 변종 바이러스로 3년 안에 인류의 90%가 사망하고 1%만 남아 생존하며 나머지는 인간 흡혈귀 좀비로 살아간다는 이야기 말이다.

 

◇면역력을 높여 암을 예방하는 붕어빵의 원료

 

어쩌면 소중한 유기물 자원인 인분을 흙의 성분과 같은 퇴비를 만들고 그 퇴비에서 자란 식물에서 ‘변종 바이러스를 물리칠 백신의 원료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하는 예감은 나만의 망상일까? 상상일까? 가능성일까? 생각했다. 다만 나는 그런 퇴비가 아니어도 지금 우리가 부엽토를 섞어 만든 식물성 퇴비로 재배한 팥은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인간의 면역력을 키워주고 암을 예방하는 붕어빵의 원료 가 될 수 있다는 뿌듯함으로 내 심장은 쿵쾅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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