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과 유럽 등 기술 선진국들이 국가안보 핵심기술로 3D프린팅을 포함시키면서 3D프린팅 기술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3D프린팅 기술 우위를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 우주항공 분야에서, 유럽이 자동차 부품 및 코팅 분야에서, 중국이 PBF(분말소결방식) 3D프린터 제조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한국은 3D프린팅 기술이 선진국의 80%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 나와 정부주도 지원으로 기술격차를 빨리 좁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선진국에서는 많은 기업이 다양한 산업에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해외에 비해 미미한 실정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 모든 ‘금속 3D프린터’ 기술 자체개발... 독보적인 K-중소기업 ‘인스텍’
이런 가운데 오직 기술력 하나로 ‘금속 다중소재 3D프린터’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우뚝 선 K기업이 있다. ‘금속 3D프린팅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회사가 국내에 거의 없는 상황에서 순수 독자기술로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금속 3D프린터에 들어가는 모든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는 인스텍(대표 선경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인스텍의 ‘다중소재 DED기술’은 1999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3D 금속프린팅 ‘DMT 기술’이 시초다. 3D프린팅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기도 전부터 최첨단 기술을 개발한 셈이다. DMT 기술은 미국 ASTM 인터내셔널에서 분류한 3D 금속 프린팅 기술 중에서도 가장 앞선 DED(Directed Energy Deposition) 기술군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인스텍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대부분의 금속 3D업체는 금속분말을 얇게 뿌리고 레이저로 녹인 후 다시 분말을 뿌려 적층하는 PBF(분말소결방식) 방식을 쓴다. 중국이 생산하고 있는 기계도 대부분 PBF 프린터다.
DED 방식은 이 과정이 동시에 진행돼 복잡한 형상이나 특수기능, 대형 사이즈의 금속장치, 부품도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어 금속프린팅 가운데 최고급 기술로 평가받는다. 미국과 유럽 일부 회사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데, 국내에서는 인스텍이 독자기술로 가장 먼저 상용화해 생산하고 있다.
◇ 美 'NASA'도 탐내는 인스텍 ‘다중소재 DED 기술’
인스텍을 대체 불가한 ‘금속 3D프린터’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세운 건 ‘다중소재 적층기술’ 이다. 인스텍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DED 3D프린터’가 한 가지 분말만을 이용해 적층했다면, 인스텍의 다중소재 기술이 적용된 ‘MX-Lab’ 장비는 한번에 6가지 분말을 적층해 신소재 합금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세계 합금 연구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MX-Lab’ 장비는 최대 6개의 서로 다른 재료를 사용해 최소 0.03g/min(Ti 기준)까지 미소량의 제어가 가능해 국내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논문 찍어내는 기계’로도 유명하다.
기존 합금연구에서 금속분말을 혼합해 최종 시편을 만들기까지 2~3주가 걸리고 금속분말도 10kg 가량 쓰이는 반면, ‘MX-Lab’을 사용하면 분말 0.1kg으로 최소 30분에서 1시간이면 시편제작이 가능해 붙여진 별명이다. 인스텍 관계자는 "실제로 이 장비가 출시된 2020년 이후 고객사의 논문 편수가 비약적으로 늘었다"며 "지금까지 개재된 논문만 370편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M이코노미뉴스 기자가 인스텍 대전 본사에서 만난 임승환 전략기획 본부장은 ‘다중소재 적층기술’은 세계에서 인스텍이 유일하게 개발한 기술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임 본부장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자국의 유명한 PBF 3D프린팅 업체에 ‘금속 다중소재’ 기술개발을 의뢰를 했는데 끝내 못 만들었다"면서 "그래서 수소문해서 찾아낸 게 우리 회사였다. 나사가 수의계약이 안 되는 관계로 동일한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을 6개월 동안 조사했는데 이 기술을 갖고 있는 업체가 인스텍이 유일하다는 결론이 나 현재 납품 조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세계 유수 기관·기업에서 더 인기... 비결은?
인스텍의 기술력은 세계 최대 3D프린팅 기술 박람회인 독일 ‘폼넥스트’에서도 주목받았다. 임 본부장은 지난해 11월 독일에서 있었던 박람회에서 바이어들이 DED 기술이 적용돼 실제 산업에 사용되고 있는 인스텍 부품을 보고 놀라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인스텍이 전시했던 샘플들은 산업에 적용되었던 부품들이어서 다른 기업들이 모형으로 기술을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설득력 있었다”며 “이와 연계해 바이어마다 자신들의 회사에 맞게 적용하고 싶다는 의견을 보였고, 지금까지도 화상미팅을 통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독보적 기술은 전 세계에서 판매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육군사령부를 비롯해 미시간 공대, MIT, 존스홉킨스대학, 독일 호이트 철강회사, 카이스트, 포스코, 포스텍 등 그동안 세계 19개국에 90여대 수출의 쾌거도 이뤄냈다.
올 초 독일 대학 2곳은 장비 실물을 견학하고 구매를 확정했다. 임 본부장은 "미국, 프랑스, 스위스, 핀란드,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에서 장비 실물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구매절차로 넘어가기 위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히며 "올 상반기에 지난해 매출 수준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세계 선도기업에 비해 인스텍 기술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임 본부장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외국에서 개발한 것 중 우리가 활용하는 핵심제품은 레이저 하나밖에 없다"면서 "그것도 만들 수 있지만 코스트적인 면에서 기존 제품을 활용하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금속 3D프린터 관련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제어적인 측면까지 저희는 다 자체기술로 만든다"면서 "글로벌 탑티어에 있는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은 다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적인 DED 3D프린터 기업들도 결국은 ‘다중소재 적층제조’ 분야로 가야 할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다들 전시회에 가면 다양한 금속분말을 이용한 알록달록한 샘플을 가져오는데 그야말로 샘플일 뿐”이라며 “다중소재 적층제조 만큼은 인스텍이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보시면 된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 우주·항공·방산·의료 분야 공략... “국내 3D프린팅 시장 개화에 앞장설 것”
인스텍은 자체 연구·개발로 만든 금속 3D 프린터 장비를 국내외에 판매하는 동시에, 다양한 산업에 쓰이는 제품을 직접 찍어내서 납품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우주항공과 의료 분야에서도 비즈니스가 이뤄지고 있다.
기존 로켓제조에는 10만개의 부품과 24개월의 부품 생산 시간, 48개월의 조립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금속 3D프린팅 기술로 부품을 만들면 10만개의 부품이 1000개 이하로 확 줄고, 조립시간은 2개월로, 조립시간은 6개월로 줄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3D 프린팅 기술로만 발사체를 만드는 렐러티비티 스페이스(Relativity Space)라는 기업이 있을 정도다. 아직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지만, 인스텍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과 협업하면서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이끌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인스텍 최동현 전무이사는 "인스텍이 로켓 분야의 많은 파트를 고객사들과 협업해서 프린팅 서비스를 진행하고 장비 판매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는 “티타늄 연료탱크 그리고 ‘다중소재’로 만든 가스 발전기 등 여러 형태의 로켓 연구도 했다”며 “사내에 있는 로봇 팔과 결합한 NARAE System을 이용해 지름 3.5m, 높이 7.5미터 크기의 로켓 외형까지도 프린팅 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금속 3D프린터로 만든 부품을 20초 연소 테스트를 진행해 성공했고 올해 중반 독일에서 60초 연속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거기서 통과되면 실제 탑재가 가능한 수준의 로켓 부품 납품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스텍이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금속 3D 프린터 장비는 MX-Lab, MX-Fab, MX-Med 등 3가지로, 목적에 맞는 기능 최적화를 목표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항공·의료 부품 등 형상 제조를 위한 MX-Fab의 경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해당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사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 인스텍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는 다중소재 로켓노즐(Multi Material Rocket Nozzle)을 납품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군에서 운용하는 전투기에는 부품 보수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최 전무이사는 "기존에는 전투기에서 마모된 부품은 폐기되어 교체비용이 많이 발생된 반면, 인스텍의 MX-Fab 서비스를 통해 마모된 부품 보수로 유지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춰져 9년 정도 프로젝트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MX-Med는 의료용 다공성 코딩(Porous Coating) 전용 장비로, 의료산업에서 정형외과 인공관절 표면처리에 사용할 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에서도 기존의 표면처리 기술을 대체하고 있다. 이 기술은 FDA 인증을 받고 현재 국내에서 약 2천 건 그리고 미국에서 50건 이상의 수술을 완료한 상태다.
최동현 전무이사는 “국내 3D프린팅 서비스로 삼성·LG 쪽 가전이나 현대차 부품에 보수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또 국방, 자동차, 중공업, 귀금속, 반도체 등 여러 산업의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며 “이제는 장비 판매뿐 아니라 ‘다중소재 적층제조’ 기술을 통해 국내 산업 제품 어플리케이션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는 게 저희의 목표”라고 밝혔다.
국내 3D프린팅 기술은 기존 산업에서 활용도가 낮고 아직까지 적응단계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그러나 올해 상장을 앞두고 있는 인스텍은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국내 3D 프린팅 시장 개화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