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100%를 넘는 초고율 관세를 주고받으며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FT는 해운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2월 6일 미국 텍사스 코퍼스 크리스티항을 떠난 6만9천 톤 규모의 LNG 운반선이 중국 푸젠성에 도착한 이후, 10주 넘게 미국산 LNG의 대중 수출이 전무하다고 전했다. 이 선박 이후 출항한 LNG선도 중국 도착 이전에 중국이 미국산 LNG에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항로를 방글라데시로 급히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이후 미국산 LNG에 대한 관세율을 49%까지 상향 조정했고, 이로 인해 미국산 가스를 수입할 경제적 유인이 사라졌다고 FT는 분석했다. 이는 트럼프 1기 당시 중국이 1년 넘게 미국산 LNG 수입을 멈췄던 전례와 유사하지만, 이번에는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 강화 흐름 속에서 더 깊은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콜롬비아대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 소속 전문가 앤-소피 코보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미국산 LNG와 새 계약을 맺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미국산 LNG 수입 비중은 2021년 11%에서 지난해에는 6%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러시아산 LNG 수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 중이다. 장한후이 주러 중국 대사는 “러시아산 LNG를 원하는 바이어가 계속해서 대사관에 연락하고 있다”며 러시아 가스 수입이 확대될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러시아는 현재 호주, 카타르에 이어 중국의 세 번째 LNG 공급국으로 자리잡았으며, 양국은 ‘시베리아의 힘 2’ 가스 파이프라인을 두고 가격 및 물량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어스펙츠의 리처드 브론즈는 “양국 간 관세가 사실상 무역 단절 수준에 이르렀다”며, “이로 인해 아시아 전체의 LNG 수요가 500만~1천만 톤 감소하고, 유럽의 LNG 가격은 다소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앞서 2월 10일부터 미국산 석탄 및 LNG에 15%, 원유·차량·농기계 등 다른 품목에는 10%의 보복 관세를 부과했으며, 이후 보복이 이어지며 이달 12일부터는 대미 추가 관세율이 125%까지 상승했다. 이는 미국이 트럼프 2기 들어 중국산 제품에 누적 145%의 관세를 매긴 데 따른 대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