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어떤 대상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면서도 몇 마디 이야기만 듣고 쉽게 판단을 내린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은 홍길동에게 상처를 받은 기억 때문에 그를 “죽일 놈”이라고 말한다. 반면, B라는 사람은 홍길동에게 환대를 받은 기억을 떠올리며 그를 “멋진 사람”이라고 칭찬한다. 그렇다면 두 사람 중 누가 진짜 홍길동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일까? 사실 홍길동은 좋은 일도 했고, 나쁜 일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 속에서 기억을 선택적으로 붙잡는다. 결국 각자는 왜곡된 기억을 바탕으로 홍길동을 이야기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 사이에는 “멋진 사람”이라고 믿는 무리와 “나쁜 사람”이라고 믿는 무리가 생겨난다. 미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태도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미국을 자유와 기회의 나라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탐욕과 폭력의 역사로 기억한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미국의 역사와 사회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을까? 혹시 일부 경험과 편견, 혹은 누군가의 정치적·감정적 해석만을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의 역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미국의 선택만을 비난하거나 찬양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는 책의 첫 장만 읽고 결론을 내려버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최근 국제 정세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외교·군사 전략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그러나 한 국가의 결정은 단순한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와 경제, 종교와 안보, 이념과 현실이 중첩된 결과물이다.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던지는 평가는 대개 감정의 언어에 머물 뿐이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서평에 미국 역사 칼럼리스트인 알렉시스 코(Alexos Coe)가 미국에 관해 쓴 책들을 소개하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미국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제국적 목표와 이상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해 왔던 나라, 그의 글을 통해 미국 제국주의의 실상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고자 한다. 250년 전, 용감한 13개 식민지가 영국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위해 싸우라고 고무했던 미국의 선조들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제국주의적 통치 체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새로운 연방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은 그들의 생각을 바꾸지 못했다. 1809년 루이지애나 매입으로 국토가 두 배로 늘어난 후, 토머스 제퍼슨은 미국의 독립 프로젝트를 "자유를 위한 제국"이라고 명명했다. ◇ 멕시코 침공은 미국 제국주의의 시범 사업 이러한 태도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들도 존재했다. 1840년대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는 노예제의 확산을 우려하며 미국의 멕시코 침공에 반대했다. 한 세기 뒤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이 “식민지 민중 위에 폭력적으로 군림하려는” 제국주의 지배 방식을 비판하며 영국을 돕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루스벨트의 그 같은 발언이 나왔던 때는 미국이 제국적 패권을 잡고 세계적인 영향력을 공고히 하게 될 전쟁이 한창이던 1941년이었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미국이라는 서사 전체를 관통하는 반복적 주제다. 아래 책들이 분명히 보여주듯이, 건국 당시의 모순에도 불구하고 영향력 있는 미국인들은 타인에 대한 지배력과 자유라는 이념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날에는 단지 공격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만으로도 주권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개시하는 명분이 될 수 있지만 2세기 전에는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신이 미국인들에게 대서양에서 태평양에 이르는 공화국을 건설하라는 사명을 부여했다는 이념-조차 이를 정당화하고 대중에게 설득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폭력적 피해와 희생이 필요했다. 2012년 에이미 S. 그린버그(Amy S. Greenberg)의 통찰력 있는 저서 『A WICKED WAR: Polk, Clay, Lincoln, and the 1846 U.S. Invasion of Mexico ,Vintage, paperback, $20, 사악한 전쟁: 폴크, 클레이, 링컨, 그리고 1846년 미국의 멕시코 침공, 빈티지, 페이퍼백, 20달러』는 미국의 멕시코 침공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기계를 시험하는 시범 사업이었음을 보여준다. 1840년대, 제임스 K. 폴크 대통령은 누에세스 강과 리오그란데 강 사이의 분쟁 지역에 군대를 파견하여 충돌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그 전투를 근거로 멕시코인들이 미국 영토를 "침략"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보복은 멕시코를 침략하는 것뿐이었을까? 모두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일리노이주 출신의 초선 하원의원 에이브러햄 링컨은 미국인들이 피를 흘린 정확한 장소를 알고 싶어 했다. (그는 "얼룩투성이 링컨"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결국 폴크는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를 차지했고, 마침 새크라멘토 외곽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10만 명의 정착민들이 몰려들어 그의 정복을 완성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은 1890년에 공식적으로 변경 지역이 "폐쇄"되었다고 선언했다. 다니엘 이머워(Daniel Immerwahr)는 2019년 그의 걸작, 『HOW TO HIDE AN EMPIRE: A History of the Greater United States (Picador, paperback, $23, 제국을 숨기는 법: 더 큰 미국의 역사, 피카도르, 페이퍼백, 23달러』에서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들이 해외 영토 확장과 국가 건국의 이념을 조화시키려 노력했다고 설명한다. 제국주의를 옹호했던 미래의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1890년대 쿠바, 푸에르토리코, 괌, 필리핀으로 몰려든 다른 미국인들은 스페인 왕정을 전복시키는 "해방자"였다. ◇ 하와이에서 그린란드까지 전 세계로 미군기지가 퍼진 이유 그러자 민간인 사망과 잔혹 행위에 대한 보도가 신문에 쏟아졌다. 반제국주의 단체들이 생겨났고, 대통령 후보였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은 식민지 강대국이 된다는 것은 "자유의 종소리를 억눌러야 한다" 거나 그렇지 않으면 "멀리 떨어진 신민들 사이에서 반란이 일어날 것”임을 경고했다. “자유를 지키는 싸움”이 단순히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든 벌어질 수 있는 “끝없는 안보 경쟁”으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40년대에는 하와이에서 그린란드에 이르기까지 수천 개의 미군 기지가 전 세계에 퍼지게 되었고, 이곳들은 군함이 들를 수 있는 항구이자 폭격기가 출격하는 거점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런 거대한 군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소련은 단순한 경쟁국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퍼지는 위협(바이러스 같은 존재)”으로 규정되었다. 동시에 그 위협을 막는 방법은 이미 미국이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함께 퍼지게 되었다.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이 1946년 마침내 필리핀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을 때, 그는 "우리의 이익과 세계 평화를 보호하기 위해"라는 명분으로 필리핀 군도의 미군 기지들을 99년 동안 임대할 것을 요구했다. 이머바르는 이러한 기지들을 통틀어 "점묘법 제국"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군사 시설은 20세기 미국 권력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가장 눈에 띄는 표현일 뿐이었다. 2023년, 피루제 카샤니-사벳(Firoozeh Kashani-Sabet)의 통찰력 있는 저서 『HEROES TO HOSTAGES: America and Iran, 1800-1988, Cambridge University Press, paperback, $37, 영웅에서 인질로: 미국과 이란, 1800-1988,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 페이퍼백, 37달러』은 1830년대 우르미아와 타브리즈로 몰려든 기독교 선교사들의 물결부터 1979년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점거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란에서 또 다른 형태의 은밀한 미 제국주의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기록하고 있다. 이란의 독립 투쟁가들은 때때로 미국에서 영감을 얻으려 했다. 1905년, 인기 신문에 연재된 조지 워싱턴의 전기와 그의 자유를 위한 투쟁은 입헌 혁명을 촉구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서가 되었다. 그리고 당시 이란에 있던 미국인들은 단순한 방관자가 아니었다. 영국이 샤(the Shah) 에게 석유 채굴권을 요구하기 시작하자, 하워드 바스커빌과 같은 미국의 선교사들은 복음 전파를 포기하고 이란의 신생 의회 운동에 참여하기로 결심했고, 결국 그들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어설픈 국제정치의 꼭두각시가 되지 않으려면 당시 미국 지도자들은 자유보다 공산주의를 더 우려하고 있었다. 1953년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손자 커밋 루스벨트가 CIA의 지원을 받아 당시 이란 총리 모사데그를 축출하는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미국은 처음부터 지지해 왔던 민주화 운동을 사실상 진압했다. 이후 20년 동안 이란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샤(the Shah)를 통해 행사되었는데, 그는 사회적 자유를 장려했지만, 반체제 인사들을 고문하고 국가 자원을 낭비했다. 미국은 "샤의 표면적인 세속 개혁에 대한 믿음에 사로잡혀" 1979년 이란 전역에서 폭발한 반제국주의적 분노를 억제할 수 있다고 보았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린란드는 소련의 붕괴로 투쟁이 끝나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멈춘 듯 계속되고 있다. 케네스 R. 로젠(Kenneth R. Rosen)이 올해 초 그의 저널리즘적 저서, 『POLAR WAR: Submarines, Spies, and the Struggle for Power in a Melting Arctic, Simon & Schuster,$29, 극지 전쟁: 녹아내리는 북극에서의 잠수함, 스파이, 그리고 권력 투쟁, 사이먼 앤 슈스터, 29달러』에서 분명히 밝혔듯이, 현 행정부가 이 거대한 북극 섬을 매입하려는 움직임은 겉보기와 달리 새로운 시도가 아니다. 미국은 1867년부터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매입하려고 시도해 왔다. 그린란드와 21세기 북극의 다른 육지들은 여러 세력의 추격을 받고 있다. 로젠의 "극지 전쟁"은 러시아가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중국이 "설룡" 쇄빙선을 북극 항로에 투입하여 "극지 실크로드"를 구축하려는 시도 속에서 이 지역에 퍼져나간 잠수함, 감청 기지, 시설들을 추적한다. 이러한 활동의 상당 부분은 냉전 시대의 재현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완전히 점령하겠다고 위협하고 간청하는 행위는 갈등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 정복이라 여기는 자기실현적 예언일 뿐이다. 동맹국과 적국 모두와의 평화적 협력 시도를 억압하고, 북극과 전 세계의 자유를 위협한다. 결국 이 글을 쓴 알렉시스 코가 보기에 미국 제국주의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기반으로 세계 질서에 영향력을 확대해 온 역사적 과정인 동시에 자유,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보편적 이상을 자국 외교의 정당성으로 내세워 균형을 잡으려 했다. 다만 이러한 미국 제국주의의 이상과 현실의 간극(間隙)으로 인해 미국 외교 정책에서 구조적 긴장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정치적 감정적 꼭두각시가 되지 않으려면 미국 제국주의를 하나의 가치로 단순화하지 말고 그 모순과 균형의 흔적을 함께 읽을 수 있어야 한다.
- 직원 주도 비공식 AI, 기업 공식 AI 도입 속도 앞지르며 새 생태계 형성 - 생산성 향상 뒤에 데이터 유출·IP 침해·규제 위반 등 복합적 보안 리스크 확산 - 통제 한계 넘어, 안전한 활용 환경·책임 있는 AI 거버넌스 구축 확산 중요 기업의 생성형 AI 도입은 현재 급격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공식적인 기술 도입이 활발해지는 동시에, 통제 체계를 벗어나 비공식적 사용이 함께 늘며 양면성을 보인다. 삼성그룹에서도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생성형AI를 도입하고 있고, 네이버도 생성형AI를 접목한 하이퍼클로바X 등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올해 5월 삼성SDS가 국내 기업의 생성형 AI 의사결정 관여자 6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기업의 76%가 회사 차원에서 생성형 AI를 도입했다. 또 기업 내부에서는 공식 승인되지 않은 AI 애플리케이션이 제작·사용되는 현상이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자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손쉽게 AI 모델·API·오픈소스 도구를 활용해 자동화 도구나 분석 시스템을 구축·사용하며 회사가 인지하지 못한 사내 ‘섀도 AI(Shadow AI)’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생산성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 뒤에 데이터 유출·지적재산권 침해·규제 위반 등 다양하면서도 심각한 보안 리스크를 동반하고 있다. ◇섀도 AI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산되는가 기업이 공식으로 도입한 AI 솔루션과 별개로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직원들이 승인 절차 없이 직접 만들고 활용하는 ‘섀도 AI’가 비공식적 사용을 확산하며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섀도 AI 확산의 배경에는 기술적·문화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가장 큰 요인은 저코드·노코드 기반 AI 개발 도구의 대중화다. 전문 개발 역량이 필요없이도 이제 챗봇 제작, 데이터 분석, 자동화 스크립트 생성이 클릭 몇 번으로 구현된다. 직원들은 스스로 만든 AI 도구를 팀 내에서 공유하며 비공식적인 AI 네트워크를 자연스럽게 확장 사용하고 있다. 오픈소스 AI 모델의 급증도 확산을 가속한다. 라마(Llama), 미스트랄(Mistral) 등 고성능 모델의 무료 공개 확산으로 직원들은 PC나 사내 서버에 직접 모델을 설치해 활용한다. 이는 생산성을 높이지만, 기업의 보안 정책을 우회한 데이터 흐름에 관리 리스크 부작용도 우려된다. PI 기반 AI 서비스의 높은 접근성은 임직원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의 보안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개인 계정만으로 최신 AI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기업 내부의 관리적 난제가 심화되는 추세다. 여기에 단순반복 업무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려는 직원 욕구가 더해진 것도 또 하나의 요인이다. 이렇듯 ‘비공식 AI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섀도 AI가 생산성 향상이라는 이점을 제공하는 동시에, 보안·데이터 관리·윤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무조건적인 억제보다는 직원들의 자발적 혁신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재정비돼야 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서 AI 활용을 장려하되, 투명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섀도 AI 확산...직원이 기업보다 AI 먼저 쓴다 국내 기업의 공식적인 생성형 AI 도입 속도보다 직원 개인의 자발적 활용이 앞서 나가면서, 생산성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 뒤편에 심각한 보안 및 규정 위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기업이 단순히 공식 AI 시스템을 확충하는 소극적인 대응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사용 현황을 반영한 체계적인 관리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데이터 유출부터 조직 신뢰 붕괴까지...섀도 AI의 진짜 위험 섀도 AI는 확산은 생산성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뛰어넘어 기업이 통제 불가능한 심각한 보안 리스크를 동반하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크다. 최대 위험은 데이터 유출이다. 직원이 작업을 위해 외부 AI 서비스에 내부 문서를 입력하면, 입력 자료는 외부 서버로 전송된다. 이는 고객 정보, 영업 전략, 연구 자료 등 핵심 기밀이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일부 직원은 AI에 대한 믿음이 강해 민감한 정보를 무심코 공유하는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리스크는 지적재산권(IP) 침해다. 비인가 AI 도구는 학습 데이터나 처리 방식이 대부분 불투명해 IP가 보호되는 자료가 재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정 기업의 독점 기술이나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섀도 AI 사용자가 사용하면 법적 분쟁도 가져올 수 있다. 세 번째는 규제·컴플라이언스 위반이다. 섀도 AI는 개인정보 보호법, 산업별 규제, 국가 간 데이터 이전 규정 등 공통적인 규정들을 우회한다. 이는 규제 위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섀도 AI는 기업의 보안 거버넌스를 약화시킨다. 직원들이 승인되지 않은 도구를 자유롭게 사용하면, IT 부서는 보안 위협 탐지·감사·접근 통제 등 기존 보안 체계가 못미치는 ‘보안 사각지대’를 만든다. 이는 조직 내 신뢰 기반 관리 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 섀도 AI는 조직 문화와 신뢰의 붕괴 악영향도 가져온다. 직원들이 회사 정책보다 개인적 편의와 생산성을 우선하면, 기업의 보안 성숙도와 위기 대응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섀도 AI는 기술적 문제와 함께 데이터 보호·법적 책임·조직 신뢰·보안 거버넌스 전반을 위협하는 복합적 리스크다. 기업은 이를 단순 통제로 해결할 수 없으며, 직원의 호기심과 생산성 욕구를 안전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AI 거버넌스가 요구된다. ◇AI 사용 통제 한계...기업이 구축할 ‘안전한 활용’ 환경은 ‘섀도 AI(Shadow AI)’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AI 사용 가이드라인과 정책을 수립해 데이터 취급 기준, 금지 행위, 승인 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문서만으로는 실사용 통제에 한계가 있다. 기업 보안 파트에서는 네트워크 트래픽 분석, API 호출 모니터링 등 AI 사용 탐지 솔루션을 도입하지만, 이마저도 사계정 기반 외부 서비스 이용에는 영향력을 못 미친다. 일부 기업은 공식적으로 활용 가능한 안전한 AI 기반 사내 전용 플랫폼을 제공하지만, 이마저도 만능은 아닌 만큼 비공식·외부 도구 사용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직원 대상의 보안·AI 리스크 교육 강화 움직임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AI 보안·윤리·법무·IT가 협업하는 AI 거버넌스 조직을 신설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는 컨설팅·연구소 조사 보고서도 발표됐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의 AI Factory 및 Responsible AI 체계, 로이즈뱅킹그룹(Lloyds Banking Group) Responsible AI 팀 등이 그 사례다. 국내에서 SK텔레콤은 전사 AI 거버넌스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외부 자문단을 구성해 지속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했으며, KB국민은행은 AI거버넌스+AI윤리위원회를 설치, AI 윤리기준, 위험평가 프레임워크, 생애주기별 위험관리, 소비자 보호 등 4개 목표를 세웠다.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AI윤리위원회를 설치해 고위험 서비스 승인 등을 수행하고 있다. JB금융·BNK금융·iM금융은 AI 활용 표준 가이드·내부통제·소비자 보호·법적 규제 준수를 위한 공동 AI 거버넌스를 추진했다. 3개 금융사는 윤리·법무·리스크·IT 전반을 포괄하는 구조로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전문가들은 "섀도 AI 확산에 대해 기술·정책·문화가 결합된 다층적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섀도 AI의 확산은 AI 시대 조직 효율성과 신속한 대응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행동 패턴이다. 무조건적인 금지와 차단은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우회적 사용을 더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는다. 기업은 차단 중심의 규제에서 벗어나 안전한 활용이 가능한 환경을 조정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 이를 위해 사내 공식 AI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강력한 데이터 보호체계를 가동하며, 책임 있는 AI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결국 AI 시대의 지속 가능한 성패는 기술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안 취약성을 선제적으로 방어하는 동시에, 조식의 성숙한 AI 활용 역량을 고도화해 생산성과 보안이라는 두 가지 핵심 가치를 얼마나 균형 있게 조율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국내 수출물가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와 비철금속 수요 증가에 힘입어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5월 수출물가지수는 원화 기준 188.58로 전월 대비 0.3% 올랐다. 수출물가 상승은 11개월 연속이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46.9%로 확대됐다. 특히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부문 지수는 208.98을 기록하며 2010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세부 품목에서는 △D램 7.6% △플래시메모리 19.5% △동정련품 5.0% 등이 강세를 보였고, D램과 플래시메모리는 전년 대비 각각 259.7%, 223.0%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전월 대비 0.2%로 나타나며 수출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수입물가는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두 달 연속 내렸다. 5월 수입물가지수는 168.05로 전월 대비 0.3% 하락했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4월 평균 배럴당 105.70달러에서 5월 103.15달러로 2.4% 떨어지며 광산품과 석탄·석유제품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원재료는 원유(-1.9%)와 나프타(-7.5%) 등의 하락으로 1.0% 낮아졌고, 중간재는 석유제품 하락에도 1차금속제품 상승으로 보합을 유지했다. 반면 자본재와 소비재는 각각 0.3%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중동 지역 정세 완화로 수입물가의 상방 압력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성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교역조건은 개선세를 이어갔다. 5월 기준 수출물량지수와 수입물량지수는 각각 전년 대비 14.7%, 5.2% 상승했다. 수출금액지수는 전년동월대비 56.8%, 수입금액지수는 21.3% 오르며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수출 가격이 수입 가격보다 더 크게 오르면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대비 18.7% 상승한 112.8을 기록했다. 소득교역조건지수도 수출물량 증가와 맞물려 36.1% 오른 156.06으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와 국제유가 하락이 맞물리며 수출입 가격 구조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공간 대전환 범정부 추진협의회’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이번 추진협의회는 향후 10년 한국의 산업·도시·교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메가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주재한 이번 3차 회의에는 구윤철 경제부총리를 포함해 산업통상부, 기획예산처 등 경제 핵심 부처가 모두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단순한 국토계획 논의를 넘어 국가 성장전략의 재설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산업벨트 재배치 △지역 간 기능 분담 △국가 기간 인프라 재정비 △신성장 산업 입지 전략 등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반도체·인공지능(AI)·수소·첨단제조업 등 미래 산업의 입지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기존 수도권 중심의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5극3특’ 성장축과 연계한 국토 공간 전략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5극3특은 수도권 1극 체제를 완화하고 지역 균형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국토를 5개 초광역권(5극)과 3개 특별자치도(3특) 중심으로 재편·지원하겠다는 정책 구상이다. 5극은 △수도권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대경권(대구·경북) △충청권 △호남권(전남·광주) 등을, 3특은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 등을 뜻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국토 구조 개편은 단순한 공간 재배치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체질을 바꾸는 일”이라며 “산업 입지, 교통망, 주거·생활 인프라를 하나의 체계로 묶어 국가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전략산업 육성 정책과도 맞물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반도체와 AI, 에너지 산업의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교통·물류·주거 인프라를 패키지로 지원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산업통상부도 기존 산업단지의 고도화와 노후 산업지대 재편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영남권·호남권·충청권 등 지역별 특화 산업을 중심으로 ‘광역 산업벨트’를 구축하고, 이를 고속도로·철도망과 연계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산업부 측은 “지역별로 흩어진 산업 거점을 연결해 초광역 경제권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기업 투자 확대와 지역 균형발전 효과가 동시에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기획예산처는 국토공간 대전환에 필요한 재정 투입과 규제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기존의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가 향후 1~2년간 발표될 국가 차원의 국토·산업 전략의 밑그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국토공간 대전환은 도시계획에 그치지 않는 경제정책의 핵심 축이 되고 있다’며 ‘산업 입지와 인프라 투자가 융합하면 지역 간 성장 격차 해소와 국가 생산성 향상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번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하반기 중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산업벨트 재배치, 광역 경제권 구축, 신성장 산업 입지 전략 등 굵직한 정책들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대규모 투자와 규제 개편도 뒤따를 전망이다.
지난 4월 전국 부동산 매매시장이 거래량 감소에도 거래금액은 큰 폭으로 늘어나며 10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경기 아파트 거래가 급증하면서 전체 시장 회복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부동산플래닛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2026년 4월 전국 부동산 매매시장 동향'에 따르면 전국 부동산 매매거래량은 10만4479건으로 전월(10만7458건) 대비 2.8% 감소했다. 반면 거래금액은 38조892억원에서 44조1736억원으로 16.0%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거래금액 증가의 중심에는 아파트 시장이 있었다. 4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4만9075건으로 전월보다 0.2%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거래금액은 22조5270억원에서 26조9707억원으로 19.7% 급증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거래량은 19.0%, 거래금액은 41.4% 증가했다. 특히 서울과 경기 지역이 전국 아파트 시장을 견인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491건에서 8416건으로 53.3% 증가했고 거래금액은 5조7473억원에서 10조192억원으로 74.3% 급증했다. 경기 역시 거래량이 1만4787건에서 1만5715건으로 6.3%, 거래금액은 8조1589억원에서 9조4230억원으로 15.5% 늘었다. 반면 서울·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15개 시도는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모두 감소했다. 거래량은 대전(-23.7%), 대구(-22.0%), 경북(-18.0%), 전북(-17.4%) 등을 중심으로 줄었으며, 거래금액도 대전(-24.4%), 전북(-20.5%), 대구(-20.2%), 경북(-19.1%) 등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전체 부동산 유형별 거래금액을 살펴보면 아파트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단독·다가구를 제외한 8개 유형에서 거래금액이 증가한 가운데 아파트는 19.7% 상승하며 공장·창고(일반 54.6%, 집합 36.2%)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거래량 역시 전체 9개 유형 가운데 아파트를 포함한 5개 유형만 증가했다. 아파트 외 부동산 시장은 유형별로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오피스텔은 거래량 3942건, 거래금액 9610억원으로 전월 대비 각각 9.0%, 12.7% 증가하며 반등했다. 제주와 경북이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반면 상가·사무실은 거래량이 3528건에서 2858건으로 19.0% 감소했다. 다만 거래금액은 1조3552억원에서 1조5774억원으로 16.4% 증가해 우량 자산 중심의 선별적 매수세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4월 전국 부동산 매매시장은 서울·경기 아파트가 전체 거래금액 증가를 견인한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에서도 입지 경쟁력과 자산 규모를 갖춘 우량 자산 중심의 선별적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의혹을 보도한 MBC를 내부 언론 스크랩 대상에서 제외하자 시민사회에서는 '언론 탄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시는 MBC가 76차례나 편파적이고 왜곡된 보도를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시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에 대한 언론의 집중 취재와 보도량 결정은 고유한 편집권 영역이다. 서울시가 진상규명 대신 보도량을 문제 삼아 특정 언론을 공격하는 것은 권력 감시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민언련)은 15일 비판 언론에 행정력을 동원해 낙인을 찍고 조직적으로 배제하려는 '명백한 언론 탄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언련은 서울시가 특정 언론을 왜곡 매체로 규정하고 배제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하다며, 언론보도에 문제가 있다면 정정보도 청구나 언론중재 등 기존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특정 언론사를 낙인찍고 배제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는 위험한 선례가 된다는 지적이다. 민언련은 이번 조치가 지방선거 당시 MBC 기자와 간부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무더기 고발했던 오세훈 시장의 언론 탄압이 연장된 것이라며, 오세훈 시장 측은 선거운동 기간 해당 보도를 ‘선거 개입’으로 규정해 기자와 간부들을 형사고발했고, 당선 이후 11일에는 시의회에서도 해당 보도를 정치공작으로 몰아세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지방선거 당시에는 형사 고발이라는 사법적 대응으로 압박하더니, 선거가 끝난 지금은 행정력을 동원해 언론사를 배제하는 방식으로까지 나아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민주주의의 핵심이며, 특히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사안일수록 더욱 철저한 언론의 검증과 비판이 요구된다며, 지방정부가 행정력으로 특정 언론을 ‘문제 언론’으로 규정하고 배제하는 것은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권력 비판 보도를 위축시키려는 노골적인 압박과 다름없는 MBC에 대한 언론 스크랩 배제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오세훈 시장은 언론을 향한 정치공세와 낙인찍기를 중단하고 시민 앞에 사과하라며, 시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시도는 결국 시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고령화와 각자도생의 시대, ‘돌봄’은 이제 우리 삶의 가장 절박한 화두가 되었다. 아픈 부모를 모시는 자녀의 어깨는 날로 무거워지고,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동동거리는 맞벌이 부부의 발걸음은 위태롭다. 정부와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복지 제도를 확대해 왔지만, 역설적이게도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예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지금의 돌봄 제도가 현장의 목소리보다, 행정의 효율성을 따지는 전문가들의 책상 위에서 주로 설계되기 때문이다. ◇ 정치는 유한하지만, 삶은 영속적이다 이제 돌봄에 대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다. 돌봄은 개인이 온전히 책임져야 할 사적인 부담이 아니며, 국가가 시혜적으로 베푸는 일방적인 서비스에만 의존할 수도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안에서 주민들이 서로를 돌보고 연결되는 ‘공동체적 공공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구조를 만드는 출발점은, 돌봄의 진짜 주인인 시민들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것이다. 특히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 이후의 정세는 우리에게 ‘시민의 지속적인 역할’이 왜 중요한지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선거 결과에 따라 지방정부의 수장이 바뀌거나 연임되고, 지역 정치
2026-06-15 편집국 기자
선거가 끝나면 어김없이 당선자들의 과거 발언과 행동이 다시 소환된다. 과거 인터뷰, SNS 게시물, 강연 영상, 유튜브 클립 등이 실시간으로 유통되면서 당선자들의 현재 모습과 과거 모습을 비교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과오를 정치적·도덕적 평가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최근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아동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후에도 여러 유명 인사들과 교류했던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 파일은 정치·경제·학계의 권위자들까지 도덕적 검증의 대상에 올려놓았다. 진보 지식인의 우상인 노엄 촘스키(Noam Chomsky)는 엡스타인과의 관계가 알려지면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한편 러시아 여성과의 혼외정사 등 빌 게이츠(Bill Gates)의 사생활 문제는 오랫동안 쌓아온 그의 자선자적 이미지에 상처를 남겼다. 역사적 인물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헨리 D, 소로(Henry David Thoreau)에 관한 이상화된 이미지와 실제 삶의 이중성을 폭로하는 기사가 그의 사후 153년 만인 2015년에 주간지 「뉴요커」에 실렸다. 그는 숲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의 집에 수시로 들러 어머니가 구운 쿠키를
2026-06-11 윤영무 본부장 기자
세계프랜차이즈의 날을 맞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는 동남아시아 프랜차이즈 법제와 해외 진출 전략, 그리고 인도 시장 진출 경험을 공유하는 특별강연이 이어졌다. 한국 외식 시장의 구조적 한계와 인도 진출 사례를 소개한 임재원 대표(고피자)는 "왜 지금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지난 30여 년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온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은 치킨, 커피, 분식, 한식 등 다양한 브랜드가 등장하며 자영업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고, 대한민국 외식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금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인구구조 변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소비의 주축인 청년층과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내수시장의 성장 기반 자체가 약화하고 있다. 시장은 더 이상 커지지 않는데 브랜드와 점포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둘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시장 포화 상태다. 우리나라는 인구 77명당 식당이 1개꼴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만 수천 개에 이르고 동일 업종 간 경쟁도 극심하다. 새로운 브랜드가 등장해도 기존 브랜드의 고객을 빼앗는 제로섬 경쟁이 반복될 뿐 시장 전
2026-06-11 윤영무 본부장 기자
이번 지방선거는 여러모로 씁쓸한 기억을 남겼다. 정책과 비전의 경쟁보다 선거 관리의 허술함이 더 큰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투표소에서 긴 줄이 생기고, 일부 유권자들은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다. 그 와중에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투표가 사실상 종료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출구조사 발표 시점을 조정하는 것이 상식에 가까운 판단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런 문제를 생겼다면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연기했어야 한다. 아직 투표하지 못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상황에서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고 특정 후보의 우세가 뚜렷하게 나타났을 경우 "이미 승부가 끝났구나"라고 생각하며 투표 의지를 잃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실제 투표 포기 사례가 확인됐는지와는 별개로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심 자체를 낳았다는 점에서 선관위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각 투표소에서 용지가 부족하다는 보고가 잇달았음에도 투표가 중단될 때까지 선관위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투표일 다음 날까지도 투표소 몇 곳에서 투표용지 부족과 투표 중단이 발생했는지, 투표용지가 얼마나 부족했는지조차 제대로
2026-06-10 윤영무 본부장 기자
얼마 전 경기도 연천과 파주의 경계 지역을 지나는 평화누리길을 걷다가 개성으로 향하는 송전탑을 바라 보았다. 지금은 전기가 끊어져 북녘을 향해 길게 이어지는 철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바로 K-팝과 K-드라마, K-푸드 못지않은 대한민국의 엄청난 콘텐츠가 DMZ 평화의 길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DMZ와 경계를 이루는 민간인통제선 안팎으로 이어지는 약 510km(경기도 191km 평화누리길 포함)인 DMZ 평화의 길은 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잘 보존된 자연생태계를 간직한, 한마디로 세계 어디에도 없는 길이다.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한국에서 왔을 때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냐" 물으면 의외로 많은 사람이 DMZ를 꼽는다. 외국인들 눈에는-특히 6.25 참전 국가의 국민에게-DMZ는 단순한 군사적 경계가 아니다. 냉전의 마지막 현장이자 분단의 상징이며 동시에 평화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아마 전 세계인이 대한민국을 떠올릴 때 가장 궁금해하는 장소 가운데 하나가 DMZ일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 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2026-06-09 윤영무 본부장 기자
6.3지방선거가 끝났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구청이 내 삶과 어떤 관련성을 가지는지 잘 모르겠다. 선거철이면 각종 공약과 구호가 넘쳐나지만, 막상 선거가 끝나고 나면 구청장이 누구인지, 구의원이 누구인지, 그들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한 후보는 전직 구청장 시절 구정 만족도 조사에서 주민의 대다수가 자신의 구정에 만족하는 조사가 나왔다고 했었다. 그 말을 들으며 고개가 갸우뚱해졌었다.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만족했다는 것인지 나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까. 구청이 제공하는 행정서비스에 만족했다는 것일까? 아니면 특별히 불만이 없다는 의미일까? 생각해 보면 나 역시 구청에 대해 만족이나 불만족을 말할 만한 경험이 많지 않다. 도로가 정비되고 공원이 관리되는 것은 알겠지만, 그것이 구청의 성과인지 서울시의 사업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복지정책, 주차, 재개발, 골목상권 지원 같은 일들이 지방정부의 영역이라는 사실도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지방자치가 우리 삶 가까이에 있다고 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그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26-06-08 윤영무 본부장 기자
◇가려진 시야, 황금 우상의 출현 최근 얼굴 없는 작가 뱅크시는 공공 조각을 통한 국가주의 비판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4월 30일(현지 시각) 런던 세인트 제임스 워털루 장소에 신작 동상 ‘깃발에 눈이 먼 남자(A Man Blinded by His Flag)’를 기습 설치했다.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를 상징하는 거리에 세워진 이 동상은, 당당하게 걷는 양복 차림 남성의 얼굴이 자신이 든 깃발에 완전히 가려진 채 좌대 밖 낭떠러지로 발을 내딛는 파멸의 순간을 포착했다. 이는 우리가 속한 체제나 이념, 집단적 정체성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때문에 깃발로 눈을 가린 채 앞을 보지 못하는 현대 정치인과 대중을 향한 통렬한 은유다. 극단으로 치우친 믿음은 인간의 시야를 제한하고 낭떠러지로 몰아세운다. 특히 그 대상이 '국가'일 때 파멸의 영향력은 더욱 강력해진다. 기묘하게도 이 동상이 세워진 같은 시간에, 미국 마이애미의 트럼프 소유 도랄 골프클럽에서는 가상자산업체 '패트리엇 토큰' 자본가들이 헌정한 4.5m 크기(약 7억 3천만 원)의 트럼프 황금 동상 ‘돈 콜로서스’가 우상처럼 공개되었다. 이는 구노(Charles Gounod, 1818~1893)의 오페라 <
2026-06-07 편집국 기자
소상공인에게 불황은 숫자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하루 매출이 줄고, 고객 방문이 뜸해지며, 원재료비와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매장의 분위기부터 달라진다.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팔리던 상품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단골고객도 지출을 줄이기 시작한다. 최근 소상공인 경영환경에서도 내수 부진, 물가 부담, 비용 상승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매출 회복은 더디고, 고객의 소비는 신중해졌으며, 원가와 운영비 부담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소상공인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바라보는 일이다. 매출 감소의 원인을 살피고, 비용 구조를 점검하며, 고객과 상품, 현금 흐름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소상공인은 더 많이 파는 방법만 찾기보다,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운영의 기본 구조를 다시 세워야 한다. ◇불황기에는 매출보다 흐름 먼저 봐야 운영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매출이다. 하지만 매출만으로는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매출이 줄어든 이유가 방문 고객 감소 때문인지, 객단가 하락 때문인지, 재방문 감소 때문인지, 특정 상품의 판매 부진 때문인지 구분해
2026-06-06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