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경쟁적인 세상에서, 대화는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그것은 필수입니다. 대화의 정신으로 하나가 됩시다(In a fast-paced, competitive world, dialogue isn’t optional: it’s a necessity, Join us in the Spirit of Dialogue)” 스위스의 눈 덮인 봉우리로 둘러싸인 계곡 아래 높은 첨탑이 있는 교회가 마을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다보스에서 2026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막이 올랐다. 전 세계 정상과 기업가, 학자, 시민사회 지도자 등 3천여 명이 모여 19일부터 오는 23일까지 격론을 벌인다. 매년 이곳에 모이는 세계의 권력과 자본, 기술의 중심에 선 사람들로 다보스의 겨울은 그들만의 잔치 같아서 일반인들의 시선은 늘 차갑지만, 올해 역시 회의의 주요 주제인 “대화 정신” 아래 제시된 5대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지구 환경의 한계 내에서 어떻게 번영을 구축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회의는 크게 세 곳에서 진행된다. 컨벤션 센터, 2024년에 처음 선보인 약 6만5천 평방피트 규모의 임시 목조 샬레 인 쿠르파크 빌리지 (매년 조립 및 해체됨), 그리고 지역 하키팀의 홈구장인 존다크립토 아레나다. 다보스는 여름과 겨울 모두 관광지로서의 존속을 위해 온전한 자연환경에 의존하는 작은 산악 마을이기도 한데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마을과 주민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유산을 남겨야 하는만큼 회의 준비와 진행이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컨벤션 센터는 펌프가 물을 퍼 올리듯이 주변의 열을 흡수해 필요한 곳으로 옮기는 히트펌프를 가동하고 쿠르파크 빌리지에는 100% 펠릿 난방 시스템(재생 가능한 재활용 목재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을 적용한다.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모든 행사장에서 자재를 수년간 재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건물 전체에 LED 조명만 사용한다. 셔틀 차량의 대부분은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특히 인공지능을 통해 음식 소비 방식과 낭비되는 양을 모니터링함으로써 향후 몇 년 동안 필요한 재료의 양과 구매량을 포함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남는 식재료를 다보스 기간에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팝업 레스토랑 '4Reasons'에 기부한다. 식사는 무료이지만, 손님들은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낼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병 음료 소비량을 50% 줄였고 2016년부터는 컨벤션 센터에서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플라스틱 병(생분해되지 않음)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컨벤션 센터는 지역 케이터링 업체로부터 모든 식자재를 공급받고 있으며, 지역 제철 농산물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주로 제철 과일, 특히 스위스산 사과를 구매하며, 회의 기간 동안 1.2톤(약 1,200kg) 이상을 소비한다. 제공되는 모든 생선은 100% 스위스산이며, 식재료의 70% 이상을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식재료로 사용한다. 인근 제빵소와 농장, 치즈 생산자, 그리고 자연환경에서 자란 동물의 고기를 공급하는 지역 업체와도 협력하여 식재료를 조달하는 것은 물론이다. 문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수십 년간 다보스는 “좋은 선언은 많았으나, 세상은 충분히 달라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다보스를 마냥 공허한 말 잔치로 치부하기엔, 이 포럼이 보여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변화도 분명 존재한다. 무엇보다 다보스 회의 자체가 ‘지속가능성의 실험장’이 되려 노력해 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말과 행동의 간극을 줄이려는 이런 노력은, 다보스가 스스로 시험대에 올라섰다는 증거일 것이다. 물론 한계는 명확하다. 다보스는 결정을 내리는 기구가 아니다. 강제력도 없다. 각국 정상과 기업 수장들이 돌아가 자국의 정치 현실과 이해관계 앞에서 얼마나 약속을 지킬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특히 기후변화의 책임과 부담을 둘러싼 선진국과 개도국의 간극, 성장과 감축 사이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는다. 다보스의 합의가 현장에서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할 때, 냉소는 다시 고개를 든다. 그럼에도 다보스를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이유는, 이곳이 여전히 세계의 방향을 가늠하는 ‘온도계’이기 때문이다. 다보스에서 어떤 언어가 사라지고, 어떤 언어가 중심으로 올라오는지를 보면, 세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읽을 수 있다. 결국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다보스가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가 아니라, “다보스에서 나온 합의를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지구를 살리는 힘은 다보스 한 곳에 있지 않다. 그러나 다보스는 그 힘이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나침반일 수는 있다. 차가운 알프스의 겨울 한복판에서, 세계는 또 한 번 지구의 미래를 말한다. 이번 다보스가 선언을 넘어 행동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그 성적표는 회의가 끝난 뒤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다음 계절에서 매겨질 것이다.
- 기후부, 해상풍력특별법 공청회 하위법령 초안 공개...정부 역할 ‘허가’→‘설계’로 확대 - 계획입지 전환...입지 발굴부터 발전지구 지정·경쟁입찰까지 국가 주도 절차 가동 - 환경·수용성·계통연계 ‘선제 정리’ 선언...지반조사·환경특례·민간협의회 공백은 쟁점 “해상풍력은 이제 ‘사업자 각자도생’에서 ‘국가가 최소한의 안전판을 깔고, 주민갈등·환경·계통연계 리스크를 사업 초반부터 정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풍력산업협회가 지난 14일 서울여성재단에서 연 공청회는 해상풍력특별법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 초안의 핵심을 소개했다. 이날 공청회는 정부의 역할을 ‘허가기관’에서 ‘계획·조정·데이터·인프라를 책임지는 설계자’로 확장하는 데 있다. 이달 19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규제·법제 심사를 마무리하고, 법 시행일인 오는 3월 26일에 맞춰 하위법령 제정을 목표로 한다는 설명도 나왔다. 공청회 현장에서는 “정부가 책임지는 만큼, 어디까지 ‘확정’해 줄 것인지”를 두고 질문이 집중됐다. 특히 △예비지구·발전지구 지정 단계에서의 환경성 평가 ‘미비점 해소’ 여부 △지반·지질조사를 언제, 어느 수준으로 할지 △민간협의회가 ‘부동의’할 경우 다음 사업 단계로 넘어갈 수 없는 문제 △환경성 평가 특례의 범위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 주도 '계획입지’로 전환...가장 큰 역할 변화 이날 공청회에서 정부가 반복해 강조한 키워드는 계획입지였다. 기존처럼 사업자가 먼저 입지를 점찍고 인허가를 밟는 방식(개별입지)이 아니라, 정부가 입지정보망을 기반으로 후보지를 발굴→예비지구 지정→기본설계·해양환경영향조사→민간협의회 협의→발전지구 지정→경쟁입찰로 사업자 선정까지 이어지는 ‘국가 주도 절차’를 만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계획입지가 필요한 배경으로 △복잡한 인허가로 개발기간이 10년 이상 장기화 △사전 계획 부재로 난개발·환경훼손 논란 △주민·어업인 갈등과 주민 간 갈등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 위축을 들었다. 결국 “입지·환경·수용성·계통을 사업 초반에 정리해 사업 리스크를 낮추고 보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논리다. ◇조정자로 나서는 정부...부처 간 이견은 총리실 ‘발전위원회’가 맡아 하위법령 초안에서 거버넌스의 정점은 국무총리 소속 ‘해상풍력발전위원회’이다. 공청회 질의응답에서는 “기후부·국방부·해수부 등 부처 간 충돌이 나면 누가 강제하느냐”는 질문이 나왔고, 정부는 위원회 심의·의결로 이견 조정 권한이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즉 앞으로 정부 역할은 단순한 ‘인허가 창구’가 아니라, 부처 간 이해관계를 정리하고 결론을 내는 ‘국가 조정 메커니즘’으로 확장된다. 다만 실제 강제력은 운영 과정에서 어느 수준으로 작동할지(구속력과 분쟁 처리 능력 등)가 관건이다. ◇기본 설계자...예비지구 이후 정부가 풍력발전단지 밑그림 정부는 예비지구 지정 이후 단지 위치·시설배치 등 기본설계를 정부 주도로 수립하고, 그 과정에서 해양환경영향조사 등을 수행한 뒤 결과를 민간협의회에서 검토받겠다고 밝혔다. 공청회에서는 “기본설계에 포함되는 발전용량 산정 기준”, “기본설계안 공개 시점” 같은 실무 질문이 이어졌다. 정부는 기본설계 수립에 대해 “예비지구 지정 후 최소 3개월 정도로 본다”면서도, 공청회 현장에서는 “초안 3개월과 최종 확정까지는 더 길 수 있다”는 취지의 보완 설명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정부 역할은 입지·배치·기초조사 범위를 ‘표준화’하고, 이후 경쟁입찰의 출발선을 맞추는 것이 된다. ◇‘환경 리스크’ 초반에 떠안는다...특례의 설계가 핵심 이번 하위법령에서 가장 민감한 축은 환경성 특례다. 정부는 “기본설계 단계에서 정부가 해양환경영향조사·환경영향조사를 수행하고, 사업자는 실시설계 단계에서 환경성 평가서를 제출하되 기본설계 대비 변경·누락된 부분 중심으로 보완한다”는 구조를 제시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초기 환경 리스크를 국가가 선제적으로 낮춰준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 측은 질의는 “기본설계 단계의 조사를 환경성 평가 단계에서 일부 배제할 수 있게 한 조항은 정밀조사 포기처럼 보인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또한 “민간협의회에 환경단체·환경전문가 참여를 명시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정부는 “정부 조사와 사업자 평가 항목은 동일한 틀로 가되,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추가·보완 조사로 설계한 것”이라며 “세부는 고시 단계에서 더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주민 수용성 해결사...민간협의회가 사실상 관문 계획입지 체계에서 민간협의회는 발전지구 지정의 필수 관문이다. 지자체 주도로 구성하며, 민간위원 50% 이상·공익위원 20% 이상, 의결은 합의 원칙이되 3분의 2 출석·3분의 2 찬성 규정이 소개됐다. 논의 범위도 주민참여·이익공유·수산업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 ‘갈등 핵심’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공청회 현장에서는 “민간협의회가 부동의하면 그 다음이 없다”는 불안이 제기됐다. “조정은 있다지만, 합의 실패 뒤에는 후속 절차가 사실상 비어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합의가 원칙이고 합의가 안 되면 발전지구로 넘어갈 수 없다”면서도, 운영의 실효성을 위해 전담사무소 인건비 등 예산과 실제 조업 실적 등 대표성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학계 ‘기술 리스크’ 지적...지반·지질조사, 설계기준 쟁점으로 이대용 국립군산대학교 풍력에너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초반에 지반조사를 끝내야 한다”고 발언했다. 지반조사가 기본설계 이후로 밀리면 하부구조물 설계 등에서 다시 되돌아가 시간을 1년 이상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이 교수는 “사업자 관점의 제도 설계는 강하지만, 설계기준·표준 등 정부의 기술 체계가 약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입지정보망은 기존 자료 수집·분석이 중심이라 지반조사를 직접 수행하기 어렵고,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시행령에서 커버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인프라 마련은 항만·선박·실증단지...그러나 “근거는?”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병목이 인허가 지연만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는 배후 항만과 전용 설치선(WTIV) 부족이 최대 제약이라고 강조했고, 해수부는 “항만국 협의, 해진공 선박건조 지원 프로그램 등이 이미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특별법 시행령에 구체적인 재정지원·세제혜택 근거가 포함되는가”라는 질문은 남는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는 “선박 건조와 관련해서는 해진공과 직접 상의를 하시면 될 것”이라는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한편, 정부는 이번 공청회를 통해 제시된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 시행령·시행규칙 등에 반영하고, 관계부처 협의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해상풍력법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사건 1심 선고는 ‘징역 23년’으로 귀결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내란’에 해당하는지를 가리는 첫 사법부 판단이기도 하다. 법원은 “한덕수 전 총리가 재판 과정에서도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한 모습을 보였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417호 대법정에서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을 열었다. 법원은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해 △국무회의 외형 갖추게 해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했고 △계엄 국무회의에서 ‘반대’ 표명을 안 했으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단전·단수 조치 수용 및 이행을 독려하고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 인식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며 △대통령기록물법 위반·공용서류 손상도 인정 △‘계엄 문건’ 위증 혐의도 인정하는 등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한 전 총리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방조한 혐의로 지난해 8월 29일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한덕수 전 총리를 기소한 이후 공판 과정에서 혐의를 선택적 병합하라는 재판부 요구에 따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도 판단해 달라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재판부도 이를 허용했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해제 뒤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작성한 사후 선포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각각 서명한 뒤 이를 폐기한 혐의도 있다.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발언해 위증혐의도 적용됐다. 한 전 총리는 최후진술을 통해 “비록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지만,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다”며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고 했지만, 막을 도리가 없었고, 국무위원들과 다 함께 대통령의 결정을 돌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항변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11월 26일 결심 공판에서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피고인은 대통령 제1보좌기관이나 행정부 2인자,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대통령의 잘못된 권한 행사를 견제하고 통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람임에도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의무를 저버리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원의 1심 판단은 특검이 요청한 15년보다 더 높은 23년으로 선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국민주권 정부 제1의 국정운영 원칙은 ‘오직 국민의 삶’”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탈이념, 탈진영, 탈정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우리의 방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삶을 저해하는 반칙과 특권, 불공정은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라도 단호히 바로잡겠다고도 강조했다. 검찰개혁 역시 확실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권력기관이 국민을 위해 작동하지 않는 한, 불공정과 특권, 반칙을 바로잡는 일도 요원하다”고 말하며 “단박에 완성되는 개혁이란 없다. 국민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고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법과 제도를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추진 중인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의 광역 통합은 '지방 주도 성장’의 상징적 출발점이자,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국가 생존 전략”이라면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광역 통합의 방향이 흔들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치열한 토론으로 합리적 대안을 찾아내고, 이를 위한 행정·재정·제도적 지원을 끝까지 책임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이미 대한민국 기업들은 미국 CES에서 혁신상을 휩쓸 정도로 충분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청년 기업인과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마음껏 혁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벤처 열풍 시대’를 만들어 함께 구체적인 정책들을 챙겨나가겠다”고 덧붙였다. '2026년 신년 기자회견' 후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환율 문제와 관련해 “지금 원화 환율은 엔 환율에 연동되는 측면이 있다"며 "그런데 일본에 비하면 우리는 평가절하가 덜 된 편이다. 일본 기준에 그대로 맞추면 1600원 정도가 돼야 하는데, 엔의 달러 연동에 비하면 그래도 잘 견디고 있는 편이라고 봐 주시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가능한 수단들을 발굴해내고 환율이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과 정부 세제 제도 개편 관련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자산 배분에서 부동산 보유 비중을 줄이는 것"이라며 “근본대책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라고 밝혔다. 또 "돈만 있으면 땅, 건물을 사려고 하는 것을 유용한 금융자산으로, 그중에서도 생산적인 영역의 주식시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세금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인데 규제 수단으로 전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며 "가급적 작게하는 게 좋지만 필요한 상태가 됐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안 쓸 이유는 없다. 가능하면 그런 상황이 안 오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예정하고 있는 선을 벗어나서 사회적 문제가 된다면 당연히 세제수단도 동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년들이 경험의 공백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창업으로 넘어갈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기술, 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영역, 새로운 시장 이걸 개척해 나가는 게 중요한 과제"라며 “우리가 취업 중심 사회보다는 창업 중심 사회로 빨리 전환하고 마인드도 거기에 맞춰서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또 “초보적인 지식을 갖춰주는 창업사관학교, 창업대학, 창업을 가르쳐 주는 교육기관도 필요하고 돈도 있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면 아이디어 단계에서 창업 자체를 지원해 주는 것도 고려하고, 동업자 시장도 만들어보는 등 여러 가지 정책들이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모두발언 전문. "이제 대한민국의 시간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세계 질서가 거대한 전환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지금,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외교 무대에서 각국 정상들을 만나며, 또 올해 중국과 일본을 연달아 방문하며 절실하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기대는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입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열강에 둘러싸인 동방의 작은 나라도, 앞선 나라의 정답을 뒤따라가는 후발 주자도 아닙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며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성장한 유일한 나라이자 불굴의 저력으로 민주주의의 빛나는 모범을 다시 세운 나라로서, 발걸음 하나하나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나라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유례없는 민주주의 위기를 평화적으로 극복해 냈고, 민주주의 회복이 다시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견인하는 선순환의 길을 개척해 가고 있습니다. 한때 우리를 선도했던 많은 나라들이 과거의 성장을 이끈 '성공의 공식'에 안주하며 저성장의 함정에 다시 빠졌습니다. 저성장으로 기회가 줄어드니 경쟁은 전쟁이 되고, 경쟁 탈락이 죽음인 사회가 또 극단주의를 낳아서 민주주의를 잠식합니다. 훼손된 민주주의가 다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는 결코 다른 나라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역시 '성공의 과거 공식'에 매몰된다면 유사한 악순환의 굴레에 다시 빠져들 수 있습니다. 신년사를 통해 '성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라고 말씀드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방 주도 성장, 기회와 과실을 고루 나누는 모두의 성장, 안전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성장, 문화가 이끄는 매력적인 성장, 그리고 평화가 뒷받침하는 안정적 성장, 제가 말씀드렸던 다섯 가지 대전환의 길은 대한민국을 대도약의 새로운 미래로 이끌 지름길이자, 전 세계에 보여줄 성장과 도약의 새로운 모범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성장 전략의 대전환이란 단지 지방을 위해 '떡 하나 더 주겠다'거나 중소·벤처기업을 조금 더 많이 지원하겠다라는 정도의 뜻이 아닙니다. 국정운영의 순위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재조정하고, 정부가 지닌 자원과 역량을 완전히 재배치하여 대한민국의 성장 지도를 다시 그려내겠다는 야심찬 시도입니다. 그래서 몇 가지 말씀을 다시 드리겠습니다. 첫째, '지방 주도 성장'으로의 대전환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각각의 지역이 대한민국의 성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규모'를 갖춰야 합니다. 현재 추진 중인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의 광역 통합은 '지방 주도 성장'의 상징적 출발점이자,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국가의 생존 전략입니다. 이 자리에서 분명히 약속드립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광역 통합의 방향이 흔들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치열한 토론으로 합리적 대안을 찾아내고, 또 이를 위한 행정·재정·제도적 지원을 끝까지 책임질 것입니다. 광역 통합을 발판 삼아 '수도권 1극 체제'였던 대한민국의 국토는 지방 주도 성장을 이끌 '5극 3특 체제'로 새롭게 재편될 것입니다. 수도권에서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한다는 대원칙은 정부의 모든 정책을 통해 구현될 것입니다. 둘째, 기회와 과실을 고루 나누는 '모두의 성장'으로, 한쪽만 급격히 성장하고 다른 쪽은 침체되는 'K자형 성장'을 극복해 나갈 것입니다. 이 막중한 과제를 해결할 주역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낼 스타트업·벤처기업들입니다. 이미 대한민국 기업들은 미국 CES에서 혁신상을 휩쓸 정도로 충분한 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년 기업인과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마음껏 혁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벤처 열풍 시대'를 만들어 함께 구체적인 정책들을 챙겨 나가겠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만든 벤처 열풍이 IT강국으로의 도약을 이끌었듯이, 국민주권정부가 만들 창업·스타트업 열풍은 대한민국 경제의 체질을 바꿀 구조적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창업·스타트업 열풍은 일자리 대책인 동시에 청년 대책이기도 합니다. 지역의 문화와 자원을 활용한 로컬창업이 균형발전 전략으로, 그리고 미래 인재를 양성할 테크창업이 국가성장전략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셋째, '안전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성장'은 국정의 핵심 원칙으로 더욱 확고하게 자리잡을 것입니다. 근로감독관 3천5백 명 증원, 일터지킴이 신설처럼 안전한 작업환경과 생명 존중이 뿌리내릴 조치들을 확고히 시행해 나가겠습니다. 제도 내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최대치로 이행하고, 필요하면 관련 법·제도를 고치고, 또 새로 마련하겠습니다. 생명 경시에 따른 비용과 대가를 지금보다 훨씬 비싸게 치르는 구조를 만들어 낸다면, 산재사고가 감소하는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문화가 이끄는 매력적인 성장'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고, 외교의 지평을 넓히며, 국가경쟁력까지 높이겠습니다. 세계인을 웃고 울리는 K-컬처는 더 이상 문화적 현상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자국 우선주의가 극에 달한 무한경쟁 시대, 인류 보편의 공감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며 세계를 다시 하나로 연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9조 6천억 원까지 문화 예산이 대폭 늘어났지만, 아직 '문화 선진국'이라 말하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문화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미래 먹거리를 키우고 국가 브랜드까지 높이는 핵심 성장 전략으로 삼겠습니다. 다섯째, '평화가 뒷받침하는 안정적 성장'을 통해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미래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습니다. 우선 '페이스메이커'로서 북미대화가 가급적 조기에 성사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하고, 남북대화도 재개될 수 있는 여건을 차근차근 조금씩이나마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남북 간 우발 충돌을 방지하고 정치·군사적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9.19 군사합의를 복원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평화가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창의적 해법들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습니다. 이 날 선 냉랭함이 한 번에 녹지는 않겠지만, 북측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이룰 실현 가능한 조치를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추진해 가겠습니다. 굳건한 한미동맹과 강력한 자주국방,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토대로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고,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해 의미 있는 발걸음을 계속 내딛겠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국력을 키워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다섯 가지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낸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의 미래를 선도할 강국으로 성큼 성장해 있을 것입니다. 굴곡진 대한민국 역사에서 국력의 원천은 언제나 국민이었습니다. 의견이 다르더라도, 원칙과 방향이 정해지면 끝내 어떤 위기든 극복해 냈던 우리 국민의 이 위대한 통합된 힘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들어 낸 국력의 원천입니다. 국민주권정부 제1의 국정운영 원칙은 '오직 국민의 삶'입니다. 탈이념, 탈진영, 탈정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우리의 방향입니다. 국민의 삶을 저해하는 반칙과 특권, 불공정은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라도 반드시 바로잡을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검찰개혁 역시 확실하게 추진하겠습니다.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권력기관이 국민을 위해 작동하지 않는 한, 불공정과 특권, 반칙을 바로잡는 일은 요원합니다. 단박에 완성되는 개혁이란 없습니다. 국민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고,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법과 제도를 계속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이 개혁의 본질을 흐리는 방향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항과 부담을 이유로 멈추거나 흔들리는 일도 결코 없을 것입니다. 개혁의 취지는 끝까지 지키고, 개혁이 국민의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민의 뜻을 따라 가장 책임 있는 해법을 끝까지 만들어 내겠습니다. 자랑스러운 국민 여러분, 이제, 대한민국의 시간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결정적 순간을 대한민국 대도약의 출발점으로 만들 수 있도록, 지난해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주어진 사명을 충실하게 이행하겠습다. 감사합니다.
싱가포르를 공식방문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20일(현지시각) 오전 시아 키앤 펭 의장의 지역구인 브래들 하이츠 지역을 함께 시찰하고 고령화 대응, 취약계층 보호 및 지역사회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유치원에 이어 노인들의 여가·식사 및 치매노인 돌봄 등을 책임지는 노인 돌봄 센터와 다양한 운동 및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노령화 대응 센터를 둘러보는 자리에서 시아 의장은 "실험적으로 어린이, 노인 및 치매중증 어르신 지원 시설을 모아서 운영했는데 어린이들은 공경을 배우고 노인들은 손주를 보는 듯한 기쁨을 찾고 있어 다른 지역에도 전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우 의장은 "싱가포르는 세대간 통합 프로그램이 잘 구성되어 있어 우리나라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커뮤니티 클럽을 찾아 주민들의 자원봉사와 기업의 후원으로 다양한 활동을 직접 기획하는 모습을 살펴본 우 의장은 "한 나라의 통합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정신이 중요한데, 지역·세대 통합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주민자치와도 유사성이 있다"며 양국의 구체적인 성과를 공유하고 서로의 장점을 배울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에 시아 의장은 "싱가포르의 다양한 경험과 사례를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했다. 이번 순방에는 국민의힘 한기호·서일준 의원, 더불어민주당 서미화·김현정·송재봉·이정헌 의원, 곽현 정무수석비서관, 박태서 공보수석비서관, 조경숙메시지수석비서관, 고경석 외교특임대사, 구현우 국제국장 등이 함께하고 있다.
광주·전남 통합특별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통합의 취지는 분명하다. 지역 간 경계를 넘어 초광역 단위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축을 만들자는 취지다. 대개 통합은 선언이나 정치적 결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통합 이후 어떤 지방행정체제를 설계하느냐가 통합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광주·전남 통합특별시는 어떤 행정구조 위에 서야 하며, 그 속에서 광주는 어떤 존재로 남아야 하는가'이다. 대한민국의 지방행정체계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2단계 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이 원칙을 전제로 모든 지방자치제도는 설계되어 왔다. 그렇다면 광주·전남 통합특별시가 출범하기 위해선, 그 아래에 필연적으로 기초자치단체가 존재해야 한다. 즉, 특별시 내부에 자치시, 자치군, 또는 자치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특별시, 광역시, 도, 특별자치시, 특별자치도 중 어느 곳에도 자치시·자치군·자치구를 동시에 설치하고 있는 행정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광역자치단체 아래에 ‘시’ 또는 ‘특례시’를 두고, 그 아래에 다시 ‘자치구’를 두는 구조 역시 현행 지방행정체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전제를 외면한 채 통합을 논의하는 것은 제도 설계는 선언적 구호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결국 남는 선택지는 ‘자치구의 자치시 전환’이다. 이 구조적 한계를 인정한다면, 결론은 비교적 명확해진다. 광주광역시가 통합특별시에 흡수되는 순간, 광주광역시라는 광역자치단체는 존립할 수 없다. 그 하부 단위였던 자치구 역시 법적 기반을 상실한다. 따라서 통합특별시 아래에 기초자치단체를 두려면 광주광역시 내 자치구를 ‘자치시’로 전환해 자치시·자치군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다. 이는 새로운 지방행정 실험이 아니라 현행 지방자치법 체계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경로다. 특별법은 이러한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특례를 부여할 수 있다. 이는 지방자치의 기본 구조를 전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행정구역의 법적 지위를 조정하는 방식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광주’를 지키는 통합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치구를 자치시로 전환한다고 해서 광주의 정체성까지 해체되어선 안 된다. 광주는 단순한 행정구역명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 공동체의 가치를 몸으로 증명해 온 도시다. 다시 말해서 민주주의를 지켜 온 국민들의 자긍심이자 강력한 도시 브랜드다. 이에 필자는 ‘광주정신’, 즉 광주의 정체성을 제도 속에서 어떻게 살릴 것인가가 통합 설계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광주·전남 통합, 맹목적 통합이 아닌 ‘자치와 협력’에 달려 있다 만약 자치구 명칭을 그대로 둔다면, 통합 이후 우리는 ‘광주·전남 통합특별시 북구’라는 행정명칭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행정적·제도적 현실과 명백히 충돌할 뿐 아니라, 광주라는 도시 정체성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 점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대안은 ‘광주’라는 명칭을 유지한 자치시 전환 모델이다. 예를 들면, 동구는 동광주시로, 서구는 서광주시로, 남구는 남광주시로, 북구는 북광주시로, 광산구는 (광주)광산시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세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광주라는 이름과 역사적 정체성을 제도 속에 온전히 남긴다. 둘째, 기존 자치구 간 위계나 차별 논란 없이 동등한 기초자치단체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셋째, 통합특별시–자치시·자치군이라는 명확한 2단계 행정체계를 구성할 수 있다. 이는 통합을 위해 광주를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광주를 분화시켜 확장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도시형 5개 자치시는 ‘자치와 협력’의 공동행정체제로 운영될 수 있다. 자치시 전환 이후에도 광주 도시권 차원의 공동 대응은 필수적이다. 교통, 도시계획, 환경, 문화, 생활 SOC 등은 개별 자치시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5개 자치시가 참여하는 ‘(가칭) 광주권 특별행정자치단체’ 구성을 검토할 수 있다. 이 방식은 기존 자치시의 법적 지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광역적 도시 행정은 공동으로 대응하고 기초자치는 각 시가 책임지는, 자치의 독립성과 협력의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행정 모델이다. 통합특별시는 초광역 기능을 담당하고, 자치시들은 도시 행정을 담당하며, 필요한 영역에서는 협력체를 통해 공동 대응하는 구조다. 이 모든 논의는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된다. 광주·전남 통합의 성패는 맹목적 통합이 아니라 ‘자치와 협력’에 달려 있다. 광주·전남 통합특별시는 공동 비전을 제시하고, 조정하며, 협력을 이끄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동시에 기초단위 지방정부에는 실현 가능한 최대치의 자치권을 부여해야 한다. 통합의 성과가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지 않고, 27개 기초지방정부 모두가 자주적 행정·경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특별시의 역할이다. 광주·전남 통합특별시는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결정이다. 그렇기에 더욱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의 지방행정체계에 부합하는 설계, 자치구를 자치시로 전환하는 현실적 해법, 광주라는 이름과 정체성을 제도 속에 남기는 선택, 그리고 분리된 권한 위에 협력 구조를 구축하는 일. 통합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광주를 지워서 만드는 통합이 아니라, 광주를 지켜서 완성하는 통합일 때 비로소 광주·전남 통합특별시는 더 큰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광주·전남 통합특별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통합의 취지는 분명하다. 지역 간 경계를 넘어 초광역 단위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축을 만들자는 취지다. 대개 통합은 선언이나 정치적 결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통합 이후 어떤 지방행정체제를 설계하느냐가 통합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광주·전남 통합특별시는 어떤 행정구조 위에 서야 하며, 그 속에서 광주는 어떤 존재로 남아야 하는가'이다. 대한민국의 지방행정체계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2단계 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이 원칙을 전제로 모든 지방자치제도는 설계되어 왔다. 그렇다면 광주·전남 통합특별시가 출범하기 위해선, 그 아래에 필연적으로 기초자치단체가 존재해야 한다. 즉, 특별시 내부에 자치시, 자치군, 또는 자치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특별시, 광역시, 도, 특별자치시, 특별자치도 중 어느 곳에도 자치시·자치군·자치구를 동시에 설치하고 있는 행정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광역자치단체 아래에 ‘시’ 또는 ‘특례시’를 두고, 그 아래에 다시 ‘자치구’를 두는 구조 역시 현
2026-01-21 편집국 기자
딸기는 지금 한국 농산물 가격 시스템의 모순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과채류다. 지난 2일 기준 딸기 소매가격은 100g당 2,820원으로 전년과 평년 평균을 크게 웃돌았고, 같은 날 중도매인 가격(2㎏) 역시 4만 5,980원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산지에서는 수확한 딸기를 폐기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농민들의 속이 타들어 간다는 얘기다. 딸기는 품목 특성상 비상품, 이른바 파치가 통상 5~10% 발생한다. 모양이 조금만 나빠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데다 유통기한도 짧아 ‘못난이’로 판로를 여는 것도 일반 채소나 과일보다 훨씬 까다롭다. 특히 출하 막바지인 4~5월에는 기온 상승으로 더 빨리 물러져 가공용으로 돌리는 일이 많아진다. ◇왜 딸기를 폐기해야 하나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냉동 딸기 수입이 급증하고 재고가 누적되면서, 가공용 매입이 중단되거나 단가가 반토막 나는 일이 반복됐다. 소비지에서는 딸기가 ‘금값’이지만, 산지에서는 파치가 돈이 되지 않는 현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유다. 이는 생산량이 늘었느냐 줄었느냐에 따라 파생된 문제가 아니다. 생과용(소비지·소매)과 가공용(산지·가공)이라는 서로 다른 시장이 단절된 채 움직이면서 야기된 문제
2026-01-21 편집국 기자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는 보조금이 모두 소진될 정도인 약 22만 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다. 그러나 장거리 운전 시에 급속충전기 부족으로 충전이 불편하고 가격도 내연기관차 대비 약 30~50% 높아 소비자들이 구입을 망설이게 된다. 보조금이 없으면 판매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화재가 발생하면 열폭주 현상과 골든타임 부족 등의 전기차 포비아도 여전하고, 겨울철 주행거리 하락과 히터로 누적 하락 등 불편함도 남아 있다. 또 내연기관차 대비 침수도로 진입 지양과 바닥 배터리에 대한 충격 금지 등 다양한 운행상의 관리도 불편한 항목으로 꼽힌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내연기관차 선호와 석유 자원 활성화 정책, 그리고 유럽에선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종식 선언에 대해서도 미룬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저가 공략으로 인한 두려움까지 가미되면서 전기차 보급은 주춤한 상태다. 필자는 이러한 흐름은 배터리 보급 정책을 지양하며 하이브리드차 같은 과도기 모델이 당분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수년이 지나면 전기차가 주도 세력으로 등장하며 무공해 차의 대표모델로 등장할 것이다. ◇ 전기차 안전에 대한 문제 여전 올해 예상되는 글로벌 전기차 보급대 수는 약
2026-01-16 편집국 기자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명과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또 회의, 모임 등에 참석하지만 정작 마음을 기댈 사람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이제 친구 사귈 나이가 지난 건가?” 스스로 다독여 보지만, 고립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이처럼 사람들 속에 있는 데도 "외롭다"는 감정은 나이가 들수록 더 또렷해진다. 수도권에 사는 대학 친구와 가끔 전화를 주고받는다. 통화 끝에 늘 “살아 있을 때 자주 보자”는 말이 오간다. 말은 참 그럴듯하나 막상 그들을 만난다고 해서 내 고립감이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추억은 반갑지만, 지금의 삶을 나눌 이야기는 점점 줄어든다. 서로가 변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에서 위로보다 허전함이 남을 때도 있다. 그래서 용기를 내 동호회나 각종 모임이나 세미나에 나가 보기도 한다. ‘이번엔 다르겠지’ 하는 기대를 품고 가지만 대부분의 모임은 그냥 모임으로 끝난다. 명함을 교환하고 안부를 나누지만, 그다음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아 돌아오는 길에는 “역시 쉽지 않네”라는 실망감만 남는다. 필자가 이런 건 아닐 것이다. 그러다 문득 예전 일이 떠올랐다. 한창 활동할 때 한 세미나에 참석하며 명함을 쇼핑백에 잔뜩 넣고, 쉬는 시간마다 사람들에게 다
2026-01-12 윤영무 본부장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토요일 기자회견에서 미군이 민주주의, 정의, 베네수엘라 국민의 자유, 그리고 미국인의 안전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부인을 납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조롱에 가깝다. 납치는 국제법상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 없고 납치로 인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선포되었던 법과 정의, 인권에 기반한 새로운 세계 질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으니 말이다. 그는 또, 국민적 지지와 국제적 명성을 가진 베네수엘라의 야당 지도자이며 노벨상 수상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폄훼했고, 여러 번에 걸쳐 "미국이 이 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 나라 국민을 해방하기 위한 임무였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존재가 러시아의 주권 수호에 결코 위협이 되지 않았음에도 심지어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나라(정확히는 러시아와 동일시하는 소련)가 건설한 기반 시설을 불법적으로 점유했다는 주장까지 했다. 이는 마치 마두로가 미국 기업들이 건설에 이바지한 석유 산업을 국유화함으로써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미국 재산 강탈을 저질렀다고 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장과 유사하다. 물론
2026-01-09 윤영무 본부장 기자
◇경제 수도의 바탕은 시민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신년사를 통해 서울을 ‘대한민국의 경제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구상은 단순한 수사나 도시 브랜드 전략이 아니다. 이미 성장률이 1%대에 머무는 저성장 국면에서, 수출만으로는 국민의 체감 경기를 바꾸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에 기반한 정치적 선택에 가깝다. 이제 성장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조건의 문제이며, 수도의 경쟁력은 초고층 빌딩과 금융상품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가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서울만의 것이 아니다. 세계 최대 경제도시 중 하나인 뉴욕에서도 최근 식료 가격 급등과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도시 차원의 핵심 정치 의제로 부상했다. 2025년 뉴욕시장 선거 과정에서 시장 후보였던 조란 맘다니는 ‘시 소유 식료품점(Municipal grocery stores)’ 도입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뉴욕시 5개 자치구에 시가 직접 소유·운영하는 식료품점을 설치해, 임대료와 재산세, 과도한 유통 비용을 제거한 가격으로 기본 식료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맘다니 뉴욕시장의 구상은 민간 유통을 대체하겠다는 게 아니었다. 도시가 최소
2026-01-05 편집국 기자
예전에 주한 영국대사를 지낸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나라를 일컬어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가 아니라 '아침마다 놀라는 일이 생기는 나라(The land of morning surprise)'라고 표현했던 기억이 난다. 2002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보고, 드라마틱하고 다이나믹한 상황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한국의 정치를 표현했던 것인데, 그분이 계엄령 선포 이후 지난해 한 해 동안 벌어지는 일을 볼 기회가 있었으면, 이제는 어떤 말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한 세대에 한 번 일어나기도 힘든 일들이, 일 년 동안에도 몇 차례나 발생하는, 대단히 역동적인 한국의 상황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그러한 삶에 익숙한 우리 국민들에게도 힘들지만, 외국인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흔히들 우리나라의 산업발전을 ‘압축 성장’이라고 표현하면서, 무슨 일이든 급하게 진행하면 부작용과 후유증이 있기 마련이기에, 우리가 겪은 혼란과 아픔 또한 정치적 민주주의가 성숙해가는 과정이었다 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일년은, 그렇게 치부하면서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가슴 졸이는 힘든 시간들이었다. 우리 국민은 위대했다 돌이켜 보면 '
2026-01-05 편집국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각 부처 업무보고는 엘리트 집단의 권위 의식과 자기중심적 업무방식에서 벗어나 유튜브 생중계로 국민과 함께 숨쉬는 행정이 이루어진다는 '실체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초기부터 이어진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총리와 장관) 및 일부 배석기관장(처장)만 참여하는 국무회의의 생중계도 매우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번 업무보고 생중계에는 실무를 담당하는 실장(1급 공무원)과 국장(2급 공무원)까지 참여하여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점까지 보고하고 토론하는 모습까지 담겼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공개되었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욱 크다. 역대 각 정부의 국민들에 대한 업무보고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고위공무원들은 업무 영역을 자기중심적으로 만들어 놓은 다음에 국민을 상대로 친절한 설명 한 마디 없었다. 한 마디로 우리가 기획했고, 내부 보안 문제가 있으니 국민들은 우리를 믿고 오면 된다는 식이었다. 또 정부의 업무보고에 실장과 국장이 모두 참석하긴 했으나 녹화 후 송출 방식으로 '일부만' 공개한 적이 있을 뿐이어서 국정 홍보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정부의 업무보고 생중계는 정말로 국민이 국정 운영에 참
2026-01-02 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