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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두칼럼] 새 정부는 출산율에 응답하라!

 

◇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된다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수많은 과제 가운데 가장 두렵고 해결하기 만만치 않은 숫자는 출산율 0.72다. 세계 최저, OECD 국가 중 반등 조짐이 없는 유일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출산율은 단순한 인구 문제가 아니다. 경제, 국방, 복지, 교육, 어느 것 하나 사람 없이 지속 가능한 게 없다. 더욱이 지방이 소멸하고 학교가 없어지고, 고향이 노인들이 지키는 유령마을로 바뀌어 가고 있다면 말이다.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고 거주는 헌법이 보장한 자유다. 아이를 낳으라 말라, 도시로 오지 말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결혼하지 않고 결혼했더라도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 그리고 농어산촌에 살겠다고 나서려 하지 않는 사회적 구조가 만들어진 데에는 정부의 정책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 핵심은 국가철학의 부재다. 국가철학이란 한 국가가 정치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관과 존재 이유에 대한 신념 체계다. 이를테면 북유럽 국가들은 아이 키우는 게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는 철학 아래 복지와 노동정책이 설계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지금까지 수십 년간 수백조 원을 쏟아부었다. 아이를 낳으면, 그리고 몇 명 더 낳으면 돈을 주고 각종 혜택을 주었다. 그렇지만 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아마 “내가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아도 괜찮을까?” “이 사회는 나와 내 아이를 지켜줄 수 있을까?”라고 물었을 때 국가와 공동체는 그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국가나 공동체에 대한 믿음이 강한 북유럽 복지 국가들이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건 아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각종 출산 장려 정책을 펼쳤으나 출산율 반등에 실패했다.

 

지난달 15일자 뉴욕 타임스는 한국에서부터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대부분 실패한) 대담한 아이디어」란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를 쓴 안나 루이 서스맨(Anna Louie Sussman)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각국 정부와 관료들이 고령화 국가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어처구니없는 계획이나 말을 소개하면서 출산 장려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를 파고들었다.

 

그녀가 소개한 러시아 남서부의 한 도시의 시장은 남성들에게 "여성에게 몰래 다가가 정확히 9개월 만에 만 명의 아이를 낳도록 하라” 독려했다. 어떤 정치인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여성들에게 미니스커트를 입으라고 했고, 교육부 관계자는 "아이들의 로맨스"를 장려하기 위해 "학교 디스코"를 권장했다. 심지어 어떤 지역의 보건부 장관은 러시아 국민에게 근무 시간 중에 성관계를 가지라고 권고했다.

 

미국은 여섯 명 이상의 자녀를 둔 여성에게 포상금 지급, 여성의 가임기 시기를 알려주는 성교육, 출산 시 5천 달러 지원금 지급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러한 출산 장려 역시 여성의 삶과 고민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녀는 비판했다.

 

◇한국의 가임기 여성 분포 지도 VS 성기능 장애 남성 분포 지도

 

현재 미국에서 육아에 드는 비용과 집세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고, 의료비는 보조금을 받는다 해도 번거로운 절차로 인해 악몽과도 같다. 는 그녀는 미국은 이미 반 출산주의 국가가 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라 혹평했다.

 

따라서 미국은 여성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아이를 낳도록 설득하지 말고 여성들이 원하는 만큼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돕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그녀는 지적했다.

 

지난 몇 년간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이미 현재 낳고 있는 자녀 수보다 더 많은 자녀를 원하고 있다. 성별과 연령대에 따라 평균 2.1명에서 2.7명 사이의 자녀를 원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여성들이 실제로 낳고 있는 1.6명보다 절반에서 한 명 더 많은 수치다.

 

문제는 점점 더 많은 미국 여성이 미혼이라는 점이다.

 

한 추정에 따르면 90년대 중반에 태어난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의 절반 이상이 45세에도 미혼일 것이라고 한다. 가임기 여성 중 대다수는 일한다. 여성들은 점점 더 노년기에 아이를 낳고 있다. 여성의 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실직 상태일 때조차 여전히 여성들이 집안일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결혼하는 여성이 줄고 있는데,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매력적인 남성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헝가리 정부는 출산 장려 정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는데도 성과는 없었다. 왜 그랬을까? 2020년 당시 헝가리 가족부 장관이었던 카탈린 노박은 여성들에게 남성과 동등한 임금이나 직책을 추구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영상 연설을 공개했다.

 

그녀는 "우리 여성이 항상 남성과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라고 경고했다. 그러고도 출산율이 높아질 수가 있으랴.

 

 

중국은 한 자녀 정책을 세 자녀로 완화했지만, 여성을 종속적인 성 역할로 되돌리려는 서툰 노력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는 미혼 여성은 난자 동결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2016년 한국 정부는 각 지역의 가임기 여성 수를 보여주는 지도를 제작하여 여성 출산율 향상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강조했다. 정부가 발표한 「한국 가임기 여성 숫자 지도」는 행정안전부가 저출산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지역별로 가임기 여성 수를 공개하여 지역 간 출산 경쟁을 유도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지도는 여성들을 출산 도구로 취급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분노한 여성들이 "성기능 장애 남성 지도"와 "한국 성 구매자 지도"를 제작했다. 결국 이 서비스는 중단되었다.

 

그런 일이 있은 뒤 10년 동안 한국의 성 격차는 더욱 심화했고 출산 장려금과 같은 출산 장려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라, 는 게 그녀의 분석이다.

 

동유럽과 서아시아 양 대륙에 영토가 걸쳐 있으며 조지아(인구 약 371만 명)는 2007년 조지아 정교회 총대주교 일리아 2세가 기혼 조지아 정교회 여성에게 셋째 아이 이상의 아이를 직접 세례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0년 동안 기혼 조지아 정교회 여성의 출산율은 42% 증가했으니까 말이다.

 

조지아의 정책이 성공한 것은 인구의 약 80%가 조지아 정교회 신자이고 일리아 총대주교는 조지아에서 가장 널리 존경받는 공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가장 출산율이 높은 공동체는 종교 공동체다.

 

◇AI나 과학 발전이 먼저인가? 젊은 남녀의 결혼 자녀 출산이 먼저인가?

 

경제학자 캐서린 파칼룩은 다섯 명 이상의 자녀를 낳은 미국 여성 수십 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쓴 『한나의 아이들』에서 더 많은 아이를 낳으려면 공적 삶에서 종교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여성들은 조직 종교에 참여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출산 친화적인 제도를 펼친 나라는 덴마크다. 덴마크에서는 보육비가 보조되고 육아 휴직도 광범위하게 제공된다. 미혼 여성과 부부 모두에게 41세가 될 때까지 무료 체외 수정을 제공해 온 덴마크 보건부는 최근 둘째 아이 출산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시작했다.

 

현재 덴마크에서는 의료보조생식술(체외 수정, 인공수정 등)이 출산의 약 12%를 차지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2% 남짓이고 우리나라는 1999년 기준 0.66%다. 이는 일본의 1.0%보다 낮은 수치인데, 그래도 난임 시술 건수는 매년 증가하여 2022년에는 20만 건을 넘어섰다.

 

그러나 덴마크 역시 여성 1인당 약 1.5명에 달하는 출산율 감소 추세를 바꾸진 못했다. 이처럼 현재 각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출산 장려 아이디어들은 여성들이 원하는 아이를 갖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을 해결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오히려, 일부 가임기 여성들 사이에서는 조롱과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이 때문에 유엔인구기금(UNFPA) 사무총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원하는 가정을 꾸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책 입안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질문을 다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수백조 원에 달하는 출산장려정책 예산을 쓰고도 효과는커녕 되레 출산율이 줄고 있다. 이는 출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고 마구잡이식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물론 저렴한 보육, 보편적 의료보험, 유급 가족 휴가를 포함한 일련의 제안들은 아마도 출산에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여기에 안심과 안전이 추가되면 아기 한두 명은 더 낳을 수도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AI나 과학이 발전해야 경제 사정이 좋아져 젊은 남녀가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며 안심하고 자녀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방방곡곡에서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리고 젊은 활기가 넘쳐나는 나라가 되어야 AI나 과학이 발전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이다. 저출산 초고령화의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 국민은 그런 질문을 하고 새 정부는 이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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