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주한미군과 유엔사를 혼동해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판문점에는 여러 나라 회원국으로 편성된 유엔사 다국적군이 정전 관리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들의 역할과 법적 지위, 그리고 앞으로 유엔사 역할에 대해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유엔사의 창설 배경과 역할, 회원국 현황
유엔사의 태동은 1950년 6월 북한의 전면 남침 직후 창설되면서 정전 상태인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태동부터 지금까지 유엔사에 부여된 임무는 ⓵북한의 침략 격퇴를 통한 대한민국 방어 ⓶한반도 통일 지원 ⓷정전협정 이행 감독 ⓸한반도 유사시 전력 제공 임무 등이다. 특히 이들은 정전협정 이행의 선도자이자 한반도 안보·안정의 보장자 임무를 담당하는 다국적으로 만들어진 군사 조직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엔사의 태동은 6.25와 연계되어 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82호·83호·84호 결의를 통해 다국적군을 지휘할 통합구조로서 유엔군사령부(UNC)를 창설했다. 유엔안보리 결의 제84호는 미국이 통합군사령관, 즉 유엔군 사령관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해서 미국의 리더십을 명시적으로 인정했다. 초대 사령관인 맥아더 장군이 지휘하도록 했다.
유엔사는 최초 일본 도쿄에서 1950년 7월 24일 창설돼 정전협정 체결 시까지 도쿄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듬해인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체결로 일본의 주권 회복이 예정되면서 유엔사의 일본 내 법적 지위가 불투명한 상태가 됐다. 1957년 7월 1일 이후 유엔사가 서울로 이전하고 일본의 주일유엔군 지위 협정을 종료시키지 않기 위해 ‘유엔군 후방사령부’를 일본에 창설하게 된다.
이후 1978년 11월 7일 한미연합사가 창설되면서 유엔사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변화되었다.
⓵ 유엔사가 보유하고 있던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로 이전되었고, ⓶유엔사의 기능 또는 역할이 1953년 정전협정 관리 임무로만 축소되었으며, ⓷주한 미군 사령관이 한미연합사령관과 함께 유엔군 사령관도 겸임하게 되며 유엔사의 기능 또는 역할이 실질적인 문제를 초래하지는 않았다.
현재는 18개 국가가 회원국으로서 유엔사를 구성해 전력 제공국으로도 명명하고 있다. 회원국은 우리에게 병력을 제공한 미국·그리스·캐나다·프랑스 등 14개국이며, 의료를 지원한 노르웨이·덴마크·이탈리아 등 3개국과 독일은 정전협정 체결 후 의료지원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6.25 전쟁 의료지원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2018년 6월에 의료지원국으로 지정돼 2024년 8월부로 회원국으로 합류하며 현재는 유엔사 회원국은 총 18개국이다.
◇ 유엔사의 정통성과 기대되는 역할
유엔사는 창설 배경에서 보듯이 유엔안보리 결의안 제84호에 의거 창설됐으며,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려던 북한군을 격퇴한 주역이며, 자유 진영을 대표하는 군대로서 정전협정에 서명함으로써 그 정통성은 명백하게 유지하고 있다. 또한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립한 정전협정 상태에서 이를 관리하고 위반 사항 발생 시 조사 및 시정을 통해 위기 완화 및 전쟁 억제에 기여하고 있다.
유엔사의 역할에 비례해 우리의 유엔군사령부가 그 역할을 못 한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전협정 관리를 위한 북한과의 군사적 대화 통로가 상실됨으로써 북한군 도발 시 확전 우려 등 국가 위기관리의 기능이 현저히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한반도 유사시 18개 유엔사 회원국의 군사 지원 창구인 주일유엔사 후방 기지가 없어지므로 전쟁 지속능력에 심대한 차질이 초래될 것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한다면 6·25전쟁 때와는 달리 유엔군 창설을 위한 유엔안보리 결의안 채택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유엔군 지원은 기대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유엔사의 전략적 역할 재조명 방향
유엔사는 2018년 이후 유엔사 부사령관으로 미국인이 아닌 캐나다·호주·영국 출신 장성이 연이어 임명돼 유엔사에서 미국 중심 단일성의 구조를 완화하려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유엔사 적정 규모화(Right-sizing)로 구조적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주요 내용은 △유엔사 참모부의 다국적화, △회원국 참여 활성화, △외교적 연계 채널 구축 등을 핵심축으로 참모부의 겸직 구조를 축소하고, 유엔사 참모부가 더 독립적인 다국적군으로 운영되도록 개편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여기에 독일이 2024년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유엔사의 회원국은 기존보다 더 다양해졌다. 이는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을 연결하는 전략적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다.
유엔사 본부가 2018년 평택 캠프 험프리스 이전과 더불어 적정 규모화의 실질적 조직 변화와 외교적 기능 확대는 현재도 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다.
역할 면에서 유엔사는 외교 네트워크와 협의 구조의 다층화 중이다. 올해 2월 26일 모든 회원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에서 정례 Roundtable 이 개최됐다. 이처럼 정례적 협의체 제도화는 회원국 간의 상시 소통과 정책 공조의 공식 채널로 발전될 것이다. 각 회원국 간의 무관 또는 군사 연락장교 정기회합 및 회원국의 순방 외교, 샹그릴라 대화, 서울안보대화, 림팩 등 역내 안보 포럼에 참여하는 등 다자 안보 회의에 연계해 참여하는 활동을 통해 연결성을 강화하고 있다.
유엔사는 일본 후방 기지 및 한일 협력을 제도화하고 있다. 일본 내 UNC-Rear 기지는 SOFA(유엔군 지위 협정) 기반으로 일부 기능이 운영 중이며, 한반도 위기 시 신속 전개 및 보급체계 가동을 위해 한국과 일본의 Unc-Rear를 기반으로 하는 군수지원 협정 체결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유엔사는 한국 안보의 제도적 안정판이자, 중견국 외교의 전략적 지렛대로 자리매김해 단순한 군사 기구가 아닌, ‘다자 안보 플렛폼’으로 활용돼야 한다. 따라서 유엔사는 동북아와 인도·태평양의 평화, 안정, 규범 질서를 연결하는 핵심축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차 유엔사의 역할 측면에서 우리의 작전통제권 전환과 대(對) 유엔사와의 소통이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현재와 같이 정전 상황에서 우리 군의 대응능력 강화를 위한 대(對) 유엔사 소통을 통해 현 정전 교전규칙이 한국군의 위협 대응능력 구축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는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
앞으로 전개될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 연합사령부의 유엔사 정전협정 이행 임무 지원과 유엔사의 전시 전력 제공 임무를 통한 미래 연합사 지원이 현 체제와 마찬가지로 담보되도록 지속 소통하면서 양 사령부 간 최적화된 주도-지원 관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과 유엔사 회원국 간 연대 구축의 프로그램으로 친선·우호 활동 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 전개가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참전국 장교 대상 수탁 교육 확대, 6.25 참전 기념비 보수와 참전 행사에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 등이다.
향상된 국력에 부합하는 국가 이미지 형성 차원에서 보훈 대상의 폭을 해외 참전용사 위주에서 후세대까지 확대하는 동시에, 한국에 대한 우호적 여론 형성과 연계하는 공공외교 차원의 접근법 추진도 필요하리라 본다.
◇ 유엔사의 전략적 역할 함의
한반도에서의 유엔사 체계는 유엔안보리 결의에 근거한 합법적 방어체계를 보유하고 있어 유사시 국제적으로 즉각적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유엔사의 제도적 정당성은 한반도에서의 억제력으로 결합할 수 있는 든든한 군사 조직이다. 18개국의 회원국 네트워크는 한국의 외교 공간의 확장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유엔사(UNC) 회원국들은 NATO, EU, ASEAN 등 다자기구에 중복 참여하고 있어 한국 외교의 지역 간 연결을 확장하는 교량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엔사는 민주적 중견국들이 규범에 기반한 안보협력 모델을 실천적으로 구현하는 좋은 본보기로 지속적인 내실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또 우리는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 아울러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정전협정 유지 및 준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온 유엔사의 역할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