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세계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현대의 충돌은 단순한 병력과 무기의 문제가 아니라, AI와 정보전, 사이버전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장이다.
이렇게 군사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근본적인 질문이 생긴다. 과연 무력의 사용은 어디까지 정당하며, 국가안보는 어떤 기준으로 확보해야 하는가? 또 국제 질서는 어떤 원칙 위에 서야 하는가? 등이다. 이러한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 그중에서도 정치철학과 윤리학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AI 기술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자동화된 의사결정과 데이터 기반의 판단이 확산하면서 효율성이 높아졌지만 책임의 주체가 더욱 모호해지고 있다. 결국 기술이 발전할수록 “정당성”이라는 오래된 문제가 다시 떠오르게 마련이고, 이는 철학적 기반 없이 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 AI시대, 다시 철학이 주목받는 이유
그래서일까? “비실용적인 학문”으로 분류되던 대학교의 철학과가 주목받고 있다.
올해 신입생을 뽑은 국내 대학 입시에서 상위권인 A대학의 철학과 경쟁률이 27대1로 의예과 다음으로 높아 화제가 되었다. 또 다른 B대학의 논술 우수자 전형에서는 철학과가 155.3 대 1로 경쟁률 1위였다. 이와 함께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을 중심으로 철학 강의와 인문학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면서 철학은 다시 대중적 관심 영역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에 국한되지 않는 건 물론이다.
미국 언론은 지난해 철학적 사고방식이 인공지능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슈화했다.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 피터 티엘(Peter Thiel)은 스탠퍼드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휴렛팩커드(HP)의 최고경영자 칼리 피오리나(Carly Fiorina)역시 스탠퍼드 대학에서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을 전공했다
또 AI·데이터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의 여러 창업자 중 한 사람인 알렉스 카프(Alex Karp)는 철학박사이고, 린크드인(LinkedIn)의 창업자 리드 호프만(Reid Hoffman)은 옥스퍼드 철학 석사다. 이 외에도 슬랙(Slack) 공동 창업인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t Butterfield)는 철학 학사, 우버(Uber)의 공동창업자인 개릿 캠프(Garrett Camp)와 앤스로픽(Anthropic) 창립자인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등 수많은 인공지능 시대의 중요한 인물들이 철학적 경영과 사고방식으로 유명하다.
◇ AI 시대의 핵심 변화: 기술에서 질문으로
AI 시대 철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AI 기술이 발전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에서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는 의미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기술 자체의 격차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능력이 더 큰 차별화된 요소로 작용한다.
이를테면,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분해하고 기존 전제를 의심하고 사고의 출발점을 점검하며, 기술의 결과를 윤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아울러 전체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며 궁극적으로 인간과 사회의 의미를 묻는 능력 등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학문으로 철학만 한 게 없다.
그렇다면 기존의 외교적, 군사적 해결 방식을 벗어나 철학적 사고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수렁에 빠진 이란전쟁을 매듭지어 보면 어떨까?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 게 정당한가?’ 이 질문처럼 미래의 방향을 따지는 철학적 사고를 우선 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붙잡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인공지능 산업을 철학적 사고로 이끄는 기업가와 같이 이란전쟁을 마무리하는 지도자나 협상의 영웅이 나오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