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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배려하는 사회가 행복합니다"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세계 여러 나라들에 비해 한국의 윤리적 수준은 낙제에 가깝습니다."

 평생 시민운동가로 살아온 손봉호 박사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이 성장하지 않은 한 우리사회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를 맡고 있는 손봉호 박사를 만나 우리 국민들의 안전불감증과 윤리의식, 그리고 나눔과 기부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사회 곳곳에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다고 보십니까.


"우리나라의 전통적 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기독교든 불교든 모든 종교는 인과응보(因果應報) 또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을 강조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고 착한 짓을 하면 상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 기본적인 원칙을 둔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원시 종교의 한 형태인 무속신앙은 인과응보를 믿지 않습니다. 오히려 재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운수나 재수를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까 99%의 사고가 날 것을 만들어 놓고 재수가 있으면 사고가 안 나고 재수가 없으면 사고가 난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 속에 깔려 있습니다."


"다음은 책임의식입니다. 과거만 해도 인간이 행사할 수 있는 힘이 크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달구지 끌고 다닐 때는 사고가 나봐야 얼마나 다치겠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버스, 기차, 비행기, 배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생긴 겁니다. 그런데 이걸 운행하는 사람들의 의식은 아직도 달구지를 몰고 가는 사고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주 심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힘은 엄청나게 커졌는데도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의식은 자리잡지 못한 겁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가 많이 나는 이유가 이런 것들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얼마 전 판교사고현장에서 위에 올라갔다가 다친 사람이 ‘사고가 났을 때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잘못됐다고 했는데 그게 나 인줄은 몰랐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자기인식이 부족한 겁니다. 자기 인식이라는 건 의식수준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알 수 있는데 우리는 아직 그 부분이 미흡합니다. 간단한 예로 어린 아이들은 자기가 있다는 것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주 어린 아이들을 보면 자기인줄도 모르고 거울을 보면서 놀쟎습니까. 그러다 사춘기가 되면서 자기를 조금 알게 되는 거고요. 그러나 자기를 객관적으로 알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의식수준을 요구합니다.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의식수준이 자기를 모른 다는데 있습니다."

 

"상대방은 아주 잘 아는데 자기가 어떻다는 자기반성에 대해서는 모르는 겁니다. 이렇게 된 데는 교육도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철학적인 교육이나 자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자체가 없습니다. 전부 숫자 계산하고 외국어 공부하는 데 매달려 있어요. 눈은 바깥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것은 볼 줄 알지만 자기를 자신에 대해 모르다 보니 이런 게 합쳐져서 안전 불감증이 심각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올 초 정부는 재난안전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국민의 삶을 안전하게 지켜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시스템을 가지고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을 개선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춰놔도 의식이 바뀌지 않은 한 어렵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사고도 시스템이 없어서 일어난 게 아니잖습니까. 배에다 차를 실을 때는 어떻게 묶어야 하고 선체가 수면 위에 어느 정도 될 때까지 짐을 실어야 하는지, 모든 매뉴얼이 다 되어 있죠. 그런데 하나도 안 지켜서 생긴 사고잖습니까. 왜냐면 아직 그렇게 하고도 큰 사고가 없었으니까요. 이번 판교 환풍구 사고도 안전요원을 배치해서 올라가지 못하도록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를 무시했어요. 시스템이 없다. 제도가 없다. 법이 없다 이건 다 핑계에요. 물론 없어도 된다는 얘긴 절대로 아닙니다만, 암만 있어도 그걸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깁니다."


우리 사회의 물질만능주의가 이러한 사고를 불러왔다고 볼 수 있는데요. 어느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시는지요.

"우리사회에서는 돈이 너무나 중요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만큼 돈에 미친 사회는 없어요. 이번 사고도 결국은 돈하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시스템대로 하면 돈이 더 드니까 한 푼이라도 덜 들게 하려고 하다 보니 불법이 생기는 거고요. 저는 한국교회가 썩었다고 노골적으로 말합니다. 한국교회가 돈을 무시하기 전에는 절대로 변혁되지 않습니다. 적어도 교회 안에서는 돈이 완전히 무시되는 그런 상황이 만들어 지지 않은 한 바뀌지 않아요. 물론 우리 국민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사회가 묘한 게 돈 보다 중요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돈만 있으면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소위 마스터키와 비슷해요. 돈만 있으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는. 한국사회의 엘리트들은 더 부패했습니다. 얼마 전 한 국무총리 후보자가 변호사 개업 이후 5개월간 16억여 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잖습니까? 어떻게 이게 가능합니까. 정의가 파괴되지 않고 5개월 만에 그만은 돈을 벌 수 있겠어요. 재판이 순 엉터리라는 걸 증명하는 거거든요. 그러니 돈이 없는 사람은 억울하고 그렇다 보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려고 하는 겁니다. 의식이 바뀌지 않은 한 이런 악순환은 계속 벌어질 거라고 봅니다."


국민들이 갖는 정부에 대한 불신도 팽배한 것 같습니다. 해법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도덕적 선구자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돈보다 더 중요한 게 많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 생활을 실천해 나가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하나씩 생기고 해야 바뀐다고 봅니다. 의식의 전환은 그런 분들이 교육도 하고 홍보도 해야 하는 것이지 제도로는 바뀔 수 없다고 봅니다."

 

"원래 종교가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기독교이든 불교이든 돈을 사랑하라는 종교는 없어요. 모두 물질적인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가르칩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종교가 제 역할을 못하다 보니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겁니다."


"교육도 문젭니다. 인격교육이든 도덕교육이든 말로는 안 됩니다. 교육자가 말과 행동으로 실천하는 걸 보여줘야 설득력이 있는 겁니다. 저는 사범대학교수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그럽니다. 너희들 교사가 되어서 정직할 수 없거든 학생들에게 정직하라고 말도 하지 마라. 차라리 말을 안 하는 게 낫다. 아이들에게 정직하라고 말 하려거든 너희부터 정직해져라. 정신의 문제인 만큼 언론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종교, 교육, 언론이 나서서 제 역할을 해야만 바뀝니다. 국민들이 “왜 정치인들은 가만히 있냐”고 하는데 정치인들은 절대로 못합니다. 세계적으로 정치는 수준이 최하위입니다. 특히나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더욱 그렇고요. 그들에게는 바라지도 바라서도 안 됩니다."


 

도덕과 윤리의 정의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도덕과 윤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하는 너무나 빤한 얘기죠. 이걸 우리나라에서는 막연하게 ‘부정직한 거’라고 말하거든요. 저는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아요. 사실을 사실대로 말 한다고 해서 부정직한 게 아닙니다. 우리가 상대방에 대한 예의로 거짓말 많이 하쟎습니까. “아름다우십니다”, “멋지십니다” 이런 말들은 사실이 아니지만 비도적적인 것도 아니거든요. 왜냐면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진짜 나쁜 거짓말은 다른 사람을 속여서 그 사람이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해서 내가 이익을 보려고 하는 것은 비도덕입니다. 이렇듯 도덕과 윤리는 아주 간단하고 명쾌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해 안 끼치지 않도록 하는 행동.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쟎아요.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해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너무나 분명한 사실입니다. 저는 우리가 도덕을 너무나 복잡하게 만들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도덕적이게 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내시는 것으로 압니다. 잠깐 소개해 주십시오.


"내용은 별개 아닙니다만, 직접으로든 간접으로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자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우리 국민의 의식이 깨이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내가 해를 끼치면 다른 사람도 나에게 해를 끼친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모두가 다 손해를 본다는 간단한 원리에 대해 깨우치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즉, 다같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아주 빤한 것을 일깨워주는 내용입니다."


"처음에는 책 제목을 ‘타자 중심의 윤리’라고 했었습니다. 윤리를 지킨다고 해서 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정통적인 윤리가 모두 자기중심적이잖습니까. 철학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우리의 포커스가 다른 사람에게 가 있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책을 쓴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나아가자고 생각해서 ‘약자중심의 윤리’라고 제목을 약간 바꿨습니다.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을 보면 약자가 피해를 당하더라 그런 의미죠. 책 제목만 보면 굉장히 진보적인 것 같은데 실상은 그런 내용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기업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도 의식수준과 관련이 있다고 보십니까.


"우선 우리사회는 사회적 기업이 절대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사회적 기업이든 일반기업이든 어느 정도 이익을 창출해야 생존이 가능한데 이익이 생길 만한 아이디어라면 대기업들이 사회적 기업으로 남겨 놓았겠습니까? 대기업들이 벌써 다 가져갔겠죠. 그런데도 사회적 기업이 많이 생기는 것은 처음에는 정부가 도와주거든요. 그러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스스로 자생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게 어렵죠."

"많은 사회적 기업가 중에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까? 없거든요. 그렇다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당연히 유지가 어렵죠. 사회적 기업이 망하는 건 도덕성이 결여되어서가 아니라 애초 제도가 잘못된 겁니다. 더구나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저 임금에도 끝까지 해보자는 강한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환경에서 성공을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얼마 전 대한민국 나눔 대축제를 개최하셨습니다. 벌써 5회째인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으며 기업이나 국민들의 참여도는 어느 정도인지요.

"제1회는 보건복지부가 개최했습니다. 이후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이 해야 한다고 판단해서 국민운동 본부가 만들어졌습니다. 올해는 지난 10월 11일~12일까지 서울을 비롯한 인천, 경기(수원), 대전, 충북(청주), 대구, 광주, 울산, 부산, 제주 등 10개 도시에서 동시에 개최되었는데요. 총 550여 단체가 참여해 나눔 활동을 소개하고 나눔의 생활화를 위해 재미있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이 축제는 나눔 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국민들에게 나눔을 홍보하고 알리는 게 목적입니다."


"대한적십자사라든가 굿네이버스 등 큰 곳들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작은 단체들은 자신들을 알릴 기회가 없거든요. 그런 단체들이 대축제에 나와서 부스를 설치하고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겁니다. 또 국민들로 하여금 나눔과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알리는 복합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점점 참여하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국민들의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나눔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현대사회에서는 넉넉하게 사는 것도 어렵게 되는 것도 다른 사람 때문입니다. 그만큼 사회가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죠.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사람은 자기가 잘나서가 아니고 사회의 덕을 봤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사회 때문에 혜택을 본 사람이 사회 때문에 불리해진 사람들을 돕는 게 당연합니다."

 

"사회가 법치제도를 만들어서 세금도 걷고 하지만 우리와 같이 갈등이 심한 사회는 자발적으로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고 봅니다. 영국은 우리보다 사회복지 제도가 훨씬 나은데도 불구하고 기부가 우리나라의 몇 배나 됩니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도 마찬가지고요. 나눔은 누군가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얘길 합니다. 나누고 배려하는 게 너무나 행복하다고. 결국 나눔은 행복입니다."


"우리나라도 요즘은 전화버튼만 누르면 쉽게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참 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부도 자꾸 해봐야 하는 것이지 생각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뭐든 습관이 중요한 것이죠. 직접 기부를 해보고 기부가 어려운 게 아니라 쉽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국민나눔본부에서는 나눔에 대해 희망자를 대상으로 직접 교육하고 있는데 NGO단체나 정부기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많은 분들이 나눔에 동참하셨으면 합니다."


유산남기지 않기 운동을 시작하신지가 오래된 것으로 압니다.


"1987년경부터 유산남기지 않기 운동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회원이 약 1천여 명입니다. ‘누구나 반드시 죽는다. 죽음을 생각하면 우리는 세상 모든 것을 상대화할 수 있다. (중략) 움켜쥐었던 것을 풀어놓고 내려놓아 나눔의 희락에 참여한다’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재산의 3분의 1만 가족에게 남기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습니다."


"누룩처럼 소리 없이 번지도록 한다는 강령 아래 무조직 무홍보 무사업 무회비 무회칙 5대 무(無)원칙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참 행복나눔운동’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0월에 시작했는데 벌써 400여 명으로 회원이 늘었습니다. 여기에는 전직 장관 출신들과 과학기술 분야에 계신 분들도 있고 대기업 회장을 지내신 분들도 계십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요즘 유산기부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봐야 할 텐데요. 지금껏 한국 사람들은 열심히 돈 벌어서 자식에게 주는 게 고작이었습니다만, 자식을 결혼시키고 보니까 돈은 탐내면서도 부모에게 효도를 하지 않거든요. 여기서 부모들의 생각이 달라져 사회에 기부해야 한다고 의식이 바뀌고 있는 겁니다."

"다음은 연금제도가 생기면서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줄 게 아니라 좀 더 가치 있게 쓰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유산기부자가 늘게 된 요인인 것 같습니다.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해오셨습니다.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이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가장 보람 있는 일은 선거법개정입니다. 우리나라 군부재자 투표가 처음에는 엉망이었습니다. 군대 안에서 투표가 이뤄지다 보니 상관이 보는 앞에서 군인들이 투표를 하는 겁니다. 상관의 지시에 복종하는 것이 군의 윤리이라고 보면 상관의 지시를 어기는 것은 조직의 특수성 때문에 어려운 일이거든요."

 

"참된 민주주의는 투표의 방식이 공정하고 비밀이 보장되며 투표권행사의 결과로 어떠한 보복도 받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상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군인들이 투표를 하다 보니 완전히 부정선거였어요. 그래서 당시 저를 포함한 몇 사람이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를 구성해 군부재자 투표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14대 총선을 이틀 앞둔 1992년 3월 22일ROTC 29기 출신 24세의 육군 제9사단 28 연대 2대대 6중대 소대장 이지문 중위가 저희 사무실로 와서 기자회견을 갖고 군부재자 공개기표, 중간검표 등의 부정을 폭로한 겁니다."


"군부재자투표과정에서 간부들이 여당후보지지와 공개투표를 강요했다고 주장한 것이죠. 그때 대단했습니다. 현병이 이 중위를 잡으러 우리 협회에 왔는데 우리는 계단에서 현병이 못 올라오게 막고 난리가 아니었죠. 엄청나게 싸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워낙에 괴롭히니까 국방부장관이 영외 투표를 하게 해달라고 한 겁니다. 선거사상 처음으로 영외투표방식의 14대 대선 부재자투표가 실시되어 군인과 경찰들이 병영 등 영내가 아닌 근무지의 인근 시군구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게 되면서 선관위 감시 하에 투표를 하도록 법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군부재자 투표의 부정이 없어진 것입니다. 다음으로 보람을 느낀 일이라면 대통령 후보 대중 유세를 TV토론으로 바꾼 겁니다."


"당시만 해도 대통령 선거 때는 대중 유세가 있었는데 가령 서울 여의도 광장에 수십만 명을 모아 놓고 후보들이 서로 과시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지방에 계신 분들에게 일당을 주고 수십 대의 버스에 실어 서울로 올라오는 어이없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자기 유세장에 머릿수가 많아야 하니까요. 그 돈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천문학적이었죠. 그래서 우리가 제안한 것이 TV토론입니다. 엄청나게 로비를 많이 했죠. 당시 제가 맡았던 당이 故 김대중 대통령이 당수로 계시던 평화민주당이었는데 거길 갔더니 환영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자기들은 그걸 원했으니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워낙에 TV토론도 잘 하시다 보니까 덕을 많이 봤죠. 이후 선거비용이 상당히 절감됐다고 봅니다."


"금융 실명제를 추진한 일도 상당한 의미를 갖게 합니다. 당시 제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표로 있을 때인데 꾸준히 금융 실명제를 주장해 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금융실명제가 우리나라 부패방지에 엄청나게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그 전만 해도 엉터리계좌가 대부분이라 부정부패를 막을 길이 없었으니까요. 시민운동을 해오면서 많은 일을 해 왔지만 이 세 가지는 가장 보람 있는 일입니다."


생명안전고발센터를 개소했는데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우리국민들이 봤을 때 생명의 위험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시설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고발해 달라는 센터입니다. 그런데 기껏 들어오는 게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있는 것만 고발이 들어오는 정도입니다. 가령 어디 어디가 위험하다고 알려만 주면 관련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조사도 하고 고치도록 시정도 하는 건데요. 아직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보니 개인적인 것 외에는 크게 들어오지 않고 있어 아쉬울 뿐입니다."


나눔을 실천해 오시면서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입니까.


"현재 정부가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기부를 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안 생활을 보장을 해주는 기부연금에 대한 제도가 빨리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재는 기부자들이 기부를 해버리고 나면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합니다. 기부를 생각하시는 분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죽은 뒤에 자식들의 상속문제가 생기니까 죽기 전에 자신의 재산을 기부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데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기부연금제도를 정부가 빨리 통과시켜서 토대를 마련한다면 기부가 많이 늘어 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부금에 대한 투명성도 아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나라 기부단체들은 비교적 투명합니다. 참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도 국민들은 아직도 ‘과연 제대로 쓰이나’ 하는 의심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기부를 받는 것만큼이나 투명성을 보장하는 그런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부가 이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공인회계사를 인명해서 감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죠. 기관들에게 직접 감사를 받으라고 하면 자기들이 돈을 내서 감사를 받기 때문에 객관적이 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나 정부가 기관의 크기에 따라서 감사비를 받아 감사를 임명하게 된다면 훨씬 더 투명질 수 있습니다. 기부단체 투명성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제가 관계하고 있는 단체들은 애초부터 공인회계사 감사를 받아오고 있습니다."


"현재 제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샘물호스피스선교회는 설립한 첫 1천만 원도 안 될 때부터 감사를 받아 오고 있는데요. 비영리기관에서 쓴 돈이 1천만 원도 안되는데 공인회계 감사를 받는 것을 보고 “세상에 이런 걸 가지고 감사를 하라고 하냐”면서 회계하러 오신 분이 웃더라고요. 그분이 너무 감동을 받았다며 우리협회에다 감사비를 기부하고 갔습니다. 벌써 20년이 되다 보니까 투명성이 엄청난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오든 어디서 오든 장부만 내 놓으면 더 이상 조사할 게 없으니까요."


"우리 사회가 투명하면 반드시 이익을 본다는 의식이 생겨야 합니다. 기부 받는 단체들도 특별히 투명하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고요. 저는 우리 국민들에게 “과할 정도로 투명성을 갖자”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부도 많이 늘어날 거고요. 제가 관계되는 복지단체들의 경우 투명하게 운영되다 보니 사람들이 마음 놓고 기부를 하니까 재정적으로 어려움 없이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인문학 강의를 하시는 것으로 압니다. 어떤 주제로 강의하시는지요.


"역시 윤리에 대해 강의를 합니다. 전공이 윤리이고 또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게 윤리라고 생각하니까요. 윤리에 대해 그동안 우리나라 윤리학자들이 너무 어렵게 가르쳐서 사람들이 윤리라고 하면 고리타분하고 노인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이나 지키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없습니다."


"저는 합리적 이기주의를 믿는 사람입니다. 윤리적이게 되면 남에게도 이익이 되고 결국 그게 나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유난히 이기적이고 개인적입니다. 그런데 그건 정말로 어리석은 겁니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어서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로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엄청나게 중요한 시대가 됐으니까요. 현대사회는 다른 사람으로 인해 내가 돈을 벌고 다른 사람으로 내가 성공하는 시대입니다. 인간과 인간이 소통을 하고 인간과 인간이 거래를 하는 세상에서 사람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얘깁니다. 국민들이 이걸 깨우쳐야 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윤리는 이렇게 간단하고 명확합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인격을 갖췄으면 합니다."


우리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마디 해주십시오.


"다른 사람을 돕고,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라고 까지는 요구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을 억울하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 정도의 수준까지라도 우리 국민들의 의식이 올라가야 덜 불행해지고 덜 손해를 보기 때문이죠. 근시안적인 사고로 남을 손해 끼쳐서 내가 이익을 본다. 그건 절대로 오래 갈 수 없습니다. 그만한 대가를 분명히 받게 되니까요. 가장 현명한 처세술은 상대방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이점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MeCONOMY Novembe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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