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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DNA를 보면 건강이 보인다

DNA링크 이종은 대표


‘아는 만큼 힘이다’는 말이 ‘아는 만큼 건강하게 살 수 있다’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제각각인 얼굴만큼 각기 다른 DNA유전자를 분석해 미래의 질병을 알아내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인생 100세 시대에 알아 둘 고급정보를 DNA링크 이종은 대표에게 들어보았다.

열성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이 유전인자로 신분을 위장하여 우주항공사의 꿈을 이루는 내용을 그린 영화 ‘카타카’. 미래에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유전자조작을 통해서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낳고 유전자를 통해 사람의 키, 성격, 질병에 걸릴 확률, 두뇌발달, 폭력성향, 죽음까지 예측한다. 1997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의 스토리가 현실화되고 있다. 감식을 통해 친자확인을 하고 사고현장에서는 신원을 알아내던 유전자가 내 몸의 질병위험인자를 예측하고 몇 살까지 살 것인지 수명까지 예측케 하고 있다. 영화 속의 미래를 실현시키고 있는 주인공은 DNA링크 이종은 대표다. 12년 전 이 분야에 뛰어들어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절대강자. 민감한 영역인 유전자를 사업에 연계시켜 긴 세월동안 험난한 길을 걸어온 그를 만났다.


DNA링크 설립배경을 설명한다면?

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했는데 졸업하고 미국을 건너갔었다. 10년 정도 있다가 귀국했는데 같이 공부를 했던 친구들은 모두 대학교수가 돼서 귀국했고 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들어왔다. 다시 외국으로 갈까 생각하다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연구원생활을 했다. 거기에서 알게 된 교수님과 마크로젠이라는 회사설립을 같이 했다. 그런데 서로 경영 스타일이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그만 뒀다. 그때가 2004년인데 우리나라에 한창 벤처바람이 불 때 였다. 자금을 받아서 생명공학 벤처를 세웠다. 그러나 단기적인 성과를 바라는 데 반해 이 분야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했다. 펀드를 유치할 때야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되지만 사업이라는 게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지 않는가? 같이 시작했던 파트너들도 못 견디고 나갔다. 그렇게 12년이 흘렀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한국인 유전자 정보 DB를 구축하고 있다는 게 사실인가?

그렇다. 어차피 통계싸움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크면 클수록 신뢰도가 높다. 지금까지도 많이 가지고 있지만 계속 쌓아 가면 거기서 나온 데이터가 결국은 경쟁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12년 동안 의사들과 함께 공동으로 연구하면서 진행한 것들이 많다. 의사들은 그 자료를 가지고 논문을 썼고 지식도 많이 축적됐다. 의사들은 한 분야지만 우리는 각 분야의 의사들과 같이 진행했었다. 각 분야의 데이터를 보유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예를 들자면 심장질환이나 당뇨병, 갑상선,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생활로 인해 잘 걸리는 암등 질환별로 모아 놓다 보니까 그게 상당히 많다. 국내에서는 가장 오래됐고 규모도 최대다. 더구나 DNA유전자분석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전자는 어떻고 어떤 질환의 위험인자가 많은지를 알 수 있는 단계까지 와 있다.


유전자검사와 DNA유전자감식은 어떤 차이가 있나?

물리적으로 접근했을 때 DNA의 행위자체는 비슷하지만 목적 자체가 다르다. 대개 유전자검사는 친자확인이나 사고현장에서 신원을 확인할 때, 또는 범죄자를 찾아낼 때 쓰인다. 반면에 어떤 병에 걸릴지, 수명은 어느 정도 되는지를 예측하는 게 DNA유전자감식이다. 우스갯소리로 유전자사주팔자라고도 말하는데, 나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서 질병의 위험인자가 높은 사람들이 있다. 누구나 안 좋은 유전자는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미리 알고 대처한다면 미래에 생길 수 있는 병도 예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암이라든지 어떤 질병의 유전자소인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꼭 그 병에 걸리거나 죽는 게 아니다. 주의해서 더 건강하게 살 수도 있다. 단지 건강한 사람에 비해 확률이 많다는 것일 뿐이다. 미래의 질병에 대한 위험인자를 알아내고 수명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사람마다 같은 유전자가 40%정도다. 나머지는 다른 염색체들인데 염색체가 하나라고 해도 DNA상에서는 0.1~2%나 차이가 난다. 이것을 데이터로 보게 되면 30억의 0.1%인데 이렇게 보면 30억 개의 차이다. 그만큼 데이터가 크다. 동일한 염색체 외에 다른 염색체를 분석하게 되면 이 사람의 수명은 몇 살이고 어떤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지를 알 수 있다. 물론 정밀한 기계와 연구원들의 데이터분석이 있기에 가능하다.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 지구상에 똑같은 DNA를 가진 사람은 없고 몇 개의 중첩된 부분들이 우연의 일치로 맞아 떨어질 확률은 수 조분의 1%다. 그만큼 신뢰할 수 있다.


타고난 DNA가 환경에 따라 변화하지는 않는지?

같은 흡연자인데도 어떤 사람은 천식과 숨 차는 증상을 겪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반면, 어떤 사람은 30~40대에 폐가 망가져서 고비를 넘나드는 경우가 있다.

환경은 똑같은데도 어떤 사람은 괜찮고 어떤 사람은 안 좋다는 것은 후천적인 식생활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유전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현재 콜롬비아 대학의 유전자연구원들은 전 세계에 나가 있는 각 나라의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연구를 한다. 그들의 연구 목적은 선천적인 유전자이냐 아니면 후천적인 환경이냐 하는 것이다. 환경에 따른 질병패턴을 연구하는 것이다.


좋은 정보인데도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지금까지 우리는 일반인을 상대로 알릴 필요가 없었다. 시스템 자체가 의료와 협력을 해야하다보니 같이 연구를 하면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는 게 먼저였다. 그리고 의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일반인들이 우리 회사를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DNA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해서 질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상은 어떤 사람들인가?

남녀노소 누구나 다 받을 수 있다. DNA유전자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나라는 아무리 우수한 연구실적을 가지고 있어도 기업이 나서서 소비자를 상대로 직접 검사를 하는 행위가 금지되고 있다. 의료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유전자DNA 분석은 채혈을 통해서 가능한데 병원에서 채혈을 한 다음에 그 샘플(채혈)을 보내주면 우리가 DNA염기서열을 분석한다. 그런 다음에 그 사람이 가진 질병에 대한 위험인자와 주의사항, 그리고 수명에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한 자료를 병원으로 보낸다. 기능적인 부분은 우리가 하고 병원은 채혈과 설명만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DNA유전자검사는 몇 년에 한 번씩해야 하나?

한 번만 하면 된다. 사람의 타고난 유전자는 변화되지 않는다. 다만 아직은 의학기술이 많이 발전되었다고 하나 미흡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어떤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현재는 어떤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없지만 의학의 발전이 거듭하면서 위험인자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DNA유전자검사 데이터를 계속 업그레이드해서 관리하게 되면 된다.


검사비용은 얼마나 되나?

맨 처음 만든 프로그램은 1,500만원이다. 서울대학병원이라는 상징과 제품의 퀼리티를 감안해 다소 비싸게 책정했었다. 평생에 한 번만 한다는 특수성을 감안해 매년 MRI를 찍는 것에 비하면 그리 비싼 금액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올해부터는 100~200만원, 30~40만원으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대신 금액에 따라 서비스가 다르다.


금액에 따라 차이가 나는 부분을 설명 한다면?

1,500만원의 경우 한 번만 검사를 해놓으면 평생 동안 우리 회사에서 관리한다. 기술이 발전되어 어떠한 염색체가 어떤 질병에 위험인자라고 밝혀지면 데이터를 업그레이드해서 알려준다. 검사기간도 2달이나 걸린다. 그만큼 디테일하게 검사가 들어간다. 반면에 낮은 가격대의 검사는 올해는 5대 암에 대해서만 검사를 집중적으로 하고, 다음에 검사를 하게 되면 검사를 하지 않았던 부분의 검사를 하는 부분별 검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검사기간도 7일로 짧다.

의사들의 관심은 어떤가?

젊은 의사들은 유전자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다. 뜻을 함께 하는 의사들도 많다.


의학계와 협력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기업의 연구 실적이 보수집단으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그들에게 다가서는 진입장벽이 두텁다는 말이다. 우리도 그들과의 접촉을 시도해서 문을 여는 데까지 걸린 시간만 3년이다. 보수집단인 그들을 설득해야만 다음을 전개할수 있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두드리고 설명했다. 유전학에 관해서 만큼은 내가 더 잘안다는 신뢰가 없었더라면 힘들었을 거다. 서로에게 그것만 인정하게 되면 방어막을 하나 내려놓게 되어 진입장벽이 훨씬 수월하다. 내가 그들과 친해 질 수 있었던 건 서로 사용하는 용어도 비슷하고 의료라는 분야의 접근성도 같았기 때문이다.


맨 처음 문을 연 곳은 어느 병원인가?

서울대학교 강남센터다. 앞으로 아산병원, 한양대병원, 삼성병원, 길병원 등과 협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성은 어떻게 보나?

상당하다고 본다. 그 중에서도 마켓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곳은 직장건강검진이다. 지금은 극소수의 전문가들만 이 검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소비자와 직접 소통을 하고 알려지게 된다면 마켓은 굉장히 커질 것으로 본다. 궁극적으로는 태아가 탄생하면 맨 먼저 유전자분석검사부터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전자검사의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나?

정보에 따른 불이익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유전자정보가 나에게 불이익을 주고 범죄에 이용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할수 있다. 그러나 모든 유전자정보는 암호화되어 관리되고 있어 우리조차도 코드만 알 뿐, 누가 누군지 알지 못한다. 아이디가 없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해야 할 때는 어쩔수 없이 개인정보를 공유하고 현재는 병원과 코드를 공유하고 있는데 바꾸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혹시라도 모를 보안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많은 관심을 받게 되면서 경쟁업체가 분명히 생길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를 분석해 내는 일이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끝내는 우리를 쫓아오는 게 한계가 있을 것이다. 단지 걱정스러운 것은 어떤 분야든 후발주자들은 선의의 경쟁보다는 무리수를 두는 차별화를 꽤하게 되는데 그게 걱정이다. 선의의 경쟁으로 시장을 키워나갔으면 한다.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금이다. 연구개발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투자가 계속되어야 하는데 그게 어려웠다. 열심히 일해서 자금이 들어오면 장비를 사다 놓았다. 그래도 그럭저럭 유지할 수만 있으면 좋은데 그게 안 됐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장비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돈은 없고. 그때 마침 국가에서 용역을 주는 연구과제가 하나 있었다. 우리가 직접 받아올 수 있는 거였는데 꽤 많은 돈이었다. 정말로 이걸 못 받아오면 죽는구나 하는 절박한 마음으로 열심히 해서 받아냈다.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는?

2007년 쯤 국립보건원에서 30억을 투자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의사 이래 가장 큰 프로젝트라고 했는데 자유경쟁을 했다. 상대는 미국이었는데 기간은 5~6개월이었다. 국가의 용역을 받아냈던 것이 인정돼서 할 수 있었는데 결과가 아주 좋았다. 지금도 말한다. ‘단군 이래 최대의 프로젝트였고 전 세계에서 가장 싼 프로젝트였다’고. 국립보건원은 그 프로젝트로 가장 훌륭한 논문을 썼고 후속 논문도 30편 이상 썼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프로젝트로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자존심이 아니었나 싶다. 이 분야에서 가장 잘 된 프로젝트를 해 냈다는 보람과 상징성이 있고 그 프로젝트로 인해 데이터도 많이 축척됐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한다면?

전문가들과는 공동연구를 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 내고 개인들에게보다 질 좋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고 싶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제약회사들과 연계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 냈으면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은 R&D가 없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이용해서 제약개발을 하게 된다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는 운 좋게도 외국의 큰 기업들과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그쪽 관련된 일을 더 열심히 해서 본연의 모습이라는 것을 가지고 제약 관련된 약물들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의료 퀼리티가 아주 높고 이렇게 집중되어 있는 나라도 없다.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들은 미국의 몇 개 주를 합친 것보다 더 크다. 이런 것들을 잘 연구하게 되면 미국의 제약회사들이 여기에 들어와서 연구도 하고 여러 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구만 하는 제조업개념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되도록 하는 서비스개념도 개발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MBC 이코노미 매거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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