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자동차 산업 현안 중의 하나가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분야 진출 문제일 것이다. 그간 수십 번의 세미나와 정책연구는 물론이고 양측이 모여 현안을 논의한 상생협력위원회 좌장을 본 필자로서는 더욱 아쉬우면서도 문제가 크다고 본다.
9년 전 중고차 분야는 중소기업 적합 업종이라는 제도 하에서 3년에 걸쳐 두 번이나 연장됐다. 그러나 관련 제도가 일몰이 되면서 중고차 분야에 대한 제한조건이 없어졌다. 그러다 직후 생계업 지정이라는 제도가 중소벤처기업부에 생기면서 중고차 단체는 생계업 지정 신청을 했고, 주무부서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심의위원회 회부를 하지 않고 있어 지난 3년 간 허송세월한 상태이다.
※ M이코노미 매거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중기부, 3년 간 지체시킨 책임 커
생계업 지정 당시 관련 기관인 동반성장위원회는 수개월 이상 실태조사를 통해 생계업 지 정에 대한 부적합 판정을 내리면서 관련 보고서를 중소벤처기업부에 제출한 상태다.
중소벤처기업부라는 새로운 조직이 생기기 전만 해도 동반위에서 모든 관련 사안을 결정했으나, 새로운 조직이 생기면서 동반위에서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을 최종 중기부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된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주관부서인 중기부가 심의위원회에 관련 문제를 올리지 않고 지난 3년간 지체시킨 것이다.
이러한 점은 법적 위반으로 추후 관련 사안이 결정된다고 해도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다.
결국, 대선 이후로 연기
중기부가 관련 사안을 방치하고 있는 사이에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양측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상생협력위원회를 결성해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결국 결렬되어 다시 중기부로 넘어간 상황이다. 위원회에서 좌장을 보면서 어느 정도 정리된 협력안을 마련한 필자로서는 합의 자체를 새로운 조건을 내밀며 거부한 중고차 관련 단체에 책임을 묻고 싶다.
관련 협력안은 250만대 중고차 거래를 중심으로 매년 3, 5, 7, 10%의 비율로 점차 증가해 4년차에 최대 10%까지 완성차가 진출하는 협력안이다. 관련 이행에 대한 검증 기관 마련과 방법도 마련한 가장 합리적인 협력안이었다.
이 상황에서 다시 되돌아온 사안을 중기부는 작년 후반부터 질질 끌면서 작년 말까지 심의위원회에 회부해 결정을 한다고 했으나, 역시 각종 이유를 대면서 3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1월에 심의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나 또 다시 지체되면서 대선 이후인 3월로 연기된 상태다. 결국 눈치보면서 대선으로 당선된 대통령의 의지로 결정한다는 최악의 상태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결국 이 사안은 중고차 단체의 목적대로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정치적인 방법으로 완성차가 중고차 분야에 진출하지 못하게 만드는데 일단은 성공했다. 중기부는 관련 사안에 대해 늦장을 부리고 결론을 낼 듯이 유도하면서 결국 대선 이후로 넘기는 악수를 둔 것이다.
필자는 관련 사안에 대한 냉정한 판단으로 현재의 중고차 분야 허위·미끼매물 등 심각한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을 마련하면서 새로운 바람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동시에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으로 인한 골목 상권의 피해 의식을 고려해 이와 같은 협력안을 마련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명분 큰 중고차 분야 완성차 진출
중고차 분야의 완성차 진출에 대한 목소리와 타당성 및 합리성은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명분이 크다. 국내의 경우 이미 SK엔카나 K카 등 대기업이 진출해 사업하고 있고, 수입차의 경우 이미 10년 전부터 인증 중고차로 진출해 신차와 리사이클링 효과를 통한 수입차 점유율을 더욱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완성차 업계의 경우 상대적으로 심각한 역차별을 받고 있고 중고차 분야는 유일하게 가장 후진적이고 낙후되어 지속적으로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쇄신 할 수 있는 역량 발휘를 못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가 일부라도 인증 중고차 분야에 진출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변화를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으며, 소비자단체도 나서서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도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부서는 나 몰라라 하는 형국이라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현재 소비자 단체는 중기부의 심각한 결격 사유에 감사원 감사청구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현재의 문제를 대선 주자들의 정치적 경향을 활용해 중고차 업계가 매달리고 있고, 관련 문제에 대해 대선 주자도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분야 진출을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는 표명을 했다. 이런 정치적인 발언이 나오는 것이 우려스럽다.
선진국에선 공식적 확대 선언
전세계적으로 그 어떤 국가도 완성차 업계의 진출을 막는 규정이 없다. 도리어 미국 GM 등 글로벌 제작사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중고차 분야의 공식적인 확대를 선언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신차 출시 문제는 중고차 역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제작사의 역할이 단순한 신차 보급이 아닌, 생애 주기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모빌리티 플랫폼이라는 큰 그림으로 나아가고 있어서인데, 중간단계인 중고차 분야는 글로벌 제작사의 역량 강화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고차와 신차의 시너지 효과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혹시라도 정치적인 결탁으로 관련 사안을 정치적으로 결정한다면 그 후폭풍은 거세질 것으로 확신한다.
현명한 결정이 조속히 이뤄지길
이번 대선에선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돼도 심의위원회에서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사업조정 신청이 된 상황인 만큼, 필자가 조정한 합의안을 고려해 결정 할 것으로 판단된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가장 최적의 합의안이기 때문이다.
이미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는 3년을 양보해 최선을 다한 만큼 소비자 목소리를 반영해 진출을 선언했고 준비가 끝나서 이미 시작하고 있다. 중고차 분야 진출은 명실상부해진 사안인 만큼 관련 현안에 대해서 현명하고 보편타당성을 고려한 결정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바란다.
김필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학교 교수
MeCONOMY magazine March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