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경제가 산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의 신규 사업화 추진 아이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원동력과 그것을 통해 신규시장진출을 위한 새로운 사업화 기회를 포착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경쟁사보다 앞선 상황적 변화의 패턴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의 트렌드가 긴 시간 동안 지속되면서, 사람들이 그 현상을 무의식적으로 수용하게 되면 그것이 문화로 고착화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적 고착화는 지속된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일원화된 사고방식으로 인해, 그 문화에 소속된 사람들로 하여금 특유의 피로감을 유발시키게 된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그에 반대되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유행이 돌고 도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모디슈머 활용한 레시피 마케팅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만의 독특한 레시피로 라면을 만들어 먹는다. 그 레시피라는 것이 기껏해야 파나 계란을 넣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두 종류의 라면을 섞어서 전혀 다른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나름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 매운 맛 라면과 치즈 맛 라면을 섞는가 하면, 국물라면과 국물 없는 비빔라면을 섞어 먹는 등 레시피의 종류도 다양하고 새로운 라면이 출시되면 그에 맞는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실험을 한다.
라면에 계란을 넣는 정도가 전부인 사람들에게는 독특해 보이겠지만, ‘자신의 기호와 취향에 맞게 수정하여 이용하는 소비자’를 의미하는 모디슈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소비자의 재창조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모디슈머(Modisumer)란 수정하다(modify)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기존 제품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창조하는 적극적인 소비자를 일컫는다. 소비자들이 자신이 개발한 레시피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서로 공유하고 진화되고 있다.
이처럼 모디슈머와 그들의 레시피는 식품업계에서 각광 받는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모디슈머를 활용한 레시피 마케팅의 성공사례를 알아본 후 그 성공 요인에 대해 분석해보도록 하자.
신제품 출시하며 새로운 소비 나서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기존 제품을 다른 식재료와 함께 즐길 수 있는 DIY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쿡방과 먹방 프로그램의 이슈화와 혼밥족의 증가가 맞물리면서 기존 조리법을 변형해 개인 취향대로 즐기는 ‘모디슈머’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들과 가장 친숙한 라면 관련 제품들과 어떤 재료와도 어울리는 ‘베이스’제품들이 강세다. 업계에서는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매스티지(Messtige)의 증가도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업체들은 모디슈머가 자신이 개발한 레시피를 개인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공유하고 또 다른 이용자들이 이를 전달하고 모방하는 과정을 통해 레시피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식품 업계에서는 자사 제품을 활용해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해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거나 타사 간의 협업마케팅을 통해 모디슈머 레시피를 적용시킨 신제품을 출시하며 새로운 소비 창출에 나서고 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제품 새롭게 활용
국내의 한 식품회사에서는 출시한 코코넛 음료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를 선보이고 있다. MZ세대 사이에서 뷰티와 다이어트를 위한 음료로 주목 받기 시작한 코코넛 음료를 활용해 만드는 ‘코코넛밀크’와 ‘코코넛밀크티’가 대표적 사례다.
또한, 홍차 티백을 뜨거운 물에 우려낸 후 리얼 코코넛밀크를 넣어서 만든 ‘코코넛밀크티’는 코코넛밀크와 홍차의 풍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색다른 맛으로 즐길 수 있고, 제품에 알갱이가 들어 있어 전문점에서 사먹는 것처럼 음료속 알갱이를 씹어 먹는 밀크티의 식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해당 식품회사 관계자는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트렌디한 음료로 인기를 끌고 있는 코코넛밀크를 다양한 레시피로 활용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다이어트와 면역력에 도움이 되는 자사의 코코넛 음료를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자신만의 방법으로 제품을 새롭게 활용하는 소비자인 모디슈머를 대상으로 레시피
마케팅을 위한 핵심요인을 알아보자.
트렌드 이끄는 모디슈머와 추종자 차별화 전략
사실 모디슈머라고 생각되는 소비자 그룹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실제로 레시피를 만들고 재창조하는 모디슈머는 소수에 불과하고, 그들의 레시피를 모방하는 추종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정된 자원으로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영향력 있는 모디슈머를 선별하고, 그들에게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적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모디슈머의 심리적 니즈를 알아야 한다.
사실 신조어라고 생각되는 모디슈머는 새로운 신제품을 수용하고 퍼트리는 제품 수용 주기때 신제품 조기 수용자의 성격과 유사한 점이 많다. 신제품 조기 수용자와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모디슈머는 기존의 제품을 변경하여 새로운 개념을 직접 창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제품 조기 수용자처럼 새로운 신기술 제품을 수용하는 것이나, 모디슈머처럼 새로운 개념을 직접 창조하는 행위의 근본적인 니즈는 트렌드의 첨단에 서서 그에 합당한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다. 따라서 그들을 타깃으로 사업화 추진을 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보상과 더불어 차별화된 지위를 부여하여 감성적인 만족감을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자사의 제품을 토대로 소비자들의 독창적인 레시피를 공모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면, 그 이벤트의 평가를 기업의 실무자가 아닌 일반적인 소비자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방식은 모디슈머의 니즈를 자극하고,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추종자들을 이벤트에 참여시키는 동기가 될 수 있다. 단순히 평가 방식을 바꿨을 뿐인데, 기업의 입장에서 이벤트를 진행하는 동안 모디슈머가 가진 강력한 영향력을 활용해 자사의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모디슈머 레시피를 마케팅 전략에 적극 반영
레시피 마케팅에도 여러 단계가 존재한다. 가장 소극적이면서 간단한 방법은 소비자가 만든 레시피를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하여 일반 소비자들에게 홍보하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선택이 되겠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다음 두 번째 단계는 레시피가 되는 제품을 묶음 판매하거나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전 단계와 달리 소비자의 직접적인 행동을 촉구할 수 있지만, 여전히 마케팅 효과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레시피 마케팅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인기 레시피에 맞춰 제품 자체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국내의 한 종합식품회사에서는 자사의 통조림 참치를 넣은 라면이 인기를 끌자, 라면에 참치를 넣은 참치라면을 출시했다.
또 국내의 한 유제품 제조판매 업체에서는 샐러드와 드레싱용으로 요거트를 사용하는 모디슈머의 기호에 맞춰 당을 줄이고, 대용량으로 선보여 리뉴얼 제품을 출시해 매출 상승효과를 이루어냈다. 이처럼 레시피 마케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모디슈머에 맞는 제품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새로운 아이템 창출
기존의 제품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재창조하는 모디슈머는 기업 관점의 일방적인 홍보에서 벗어나 고객 관점의 마케팅 전략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모디슈머가 만들어내는 레시피라는 매개체를 통해 기업과 소비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공생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의 영향력이 강력해진 시대에서 예비 창업자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경쟁자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그들의 소중한 의견을 통해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창출해 내는 것이다.
방용성
방스커뮤니티(주) 대표이사
경영학 박사
MeCONOMY magazine March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