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에서는 미래의 세대에게 ‘평화’와 ‘통일’ 교육을 하게 되면 이적행위가 됩니다.”
9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를 위한' 「미래교육과 국가보안법」토론회에서는 현재의 분단 상태를 자세히 가르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은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은정 전교조 통일위원장은 ‘미래가 사라지고 있는 이유, 국가보안법은 미래교육의 절대 방해물'이라는 발제문을 통해서, "통일을 비롯한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토론이 교육 현장에서 기피되거나 불가능한 것은 ‘현안’이기 때문"이라며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몰이해에 기반을 둔 몰지각, 몰지각에 기반을 둔 혐오, 혐오에 기반한 배제와 폭력 정당화는 유감스럽게도 우리 교실의 일상이 되고 있다”며 “생각을 억압하는 전천후적 기제로 작동해 개개인의 공포관리를 도모하게 하고, 수업혁신을 통한 교육개혁을 도모하려는 노력에도 국가보안법은 방해가 된다”고 덧붙였다.
오민애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국가보안법이 악법으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임에도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의 필요성(헌법재판소 결정을 중심으로 살펴본)이라는 발제를 통해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기본권이자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전제가 된다"면서 “그러나 국가보안법 ‘제7조’는 특정한 내용에 관해서는 표현의 자유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되는 정보 접근과 취득조차도 금지함으로써 권리의식을 체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검열을 체화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주제 내지 사안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존재를 인정하고 통일과 평화가 무엇이고,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가보안법 ‘제7조’의 존재는 이러한 기회를 만들고 부여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차단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정수진 강원도 원주중학교 교사가 <미래교육과 국가보안법>이라는 주제로, 이덕주 서울시교육청산하 송곡여고 사서교사가 <자기검열의 공포에 눌린 교사와 쫄보를 재생산할 수 있는 교육>에 대해서, 윤병선 참교육동지회 사무처장이 <국가보안법 7조는 즉각 폐지되어야 합니다라> 주제로 발표했다.
정수진 교사는 “국가보안법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교실에서 자유와 민주, 평화, 통일을 교육해야 하는 교사들은 참으로 난감한 일”이라며 “분단의 현실을 바로 느낄 수 있는 강원도, 남과 북으로 나눠진 강원도에서 중등교사로 살아가면서 교실에서 만난 거대한 교육의 벽 국가보안법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새 학기가 시작된 3월, 학생들과 평화 통일 교육을 하면서 평화통일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동아리의 취지와 의미를 홍보했는데, 정치적이고 이념적으로 편향된 교육을 하는 동아리 아니냐? 통일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동아리를 만들라‘는 민원 전화를 받았다”며 “통일교육 주간에 정부가 제작 검정한 초중고 교과서에 수십 번 이상 나오는 한반도기가 그려진 배지를 학생들에게 선물했다가 담임에서 물러나기까지 한 초등교사 이야기가 남의 말 같지 않았다”고 본인의 경험담을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사상과 학문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검열 당하는 과정에서 민주시민을 기르는 교육은 어렵다”며 “교실에서 북에 대한 혐오를 용인하고 증오를 조장하는 비교육적 '국가보안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덕주 서울시교육청산하 송곡여고 사서교사는 “저는 개인적으로 국가보안법 전과”라고 소개한 뒤 “(당시) 제 공소장은 무려 20페이지나 됐는데 그 안에는 저의 발언 한 마디도 적혀있지 않다"며 "그러나 국가보안법 ‘제7조’ ‘1항’ 찬양고무동조죄 중 ‘동조죄’에 해당된다고 해서 유죄판결을 받는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사전검열제도 폐지가 아니었다면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흔드는 지금의 K팝은 없었을 것”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지난 9월 26일 국가보안법 '7조 1항' '찬양고무동조'와 '이적표현물'의 제작 운반, 배포, 소지, 취득 등에 대한' 7조 5항'에 대해 합헌을 결정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관악고 영어교사로 재직 중이던 1986년 사복경찰 3명에게 불법 연행되어 그들의 강요에 의해서 거짓 자술서를 쓴 경험이 있다고 밝힌 윤병선 참교육동지회 사무처장은 “사면복권 후 교단에 다시 섰으나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감옥생활을 한 아픈 기억은 내내 스트레스가 되어 병이 됐다”고 자신의 고충을 털어 놓았다.
윤 사무처장은 “남북교류가 한창이던 참여정부 때 합법적으로 남북교육 교류에 적극 참여했던 교사들은 박근혜 정부에서 기소돼 8년 간 재판을 받고 국가보안법 '제7조 5항(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유죄 확정을 받아 파면됐다”면서 “이들은 20년~30년 교사로 재직했으나 공무원연금법상 국가보안법으로 파면된 자는 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으로 연금을 받지 못하는 이중처벌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진실을 가르치기 위해 교사의 연구 활동은 적극 보장돼야 한다”면서 “교사들이 교육에 필요한 서적과 다양한 출판물을 수집하고 연구하고 교육활동에 적용하는 모든 교육활동은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 학습권을 침해하는 '국가보안법' '7조'를 존치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모인 이들은 한결같이 분열과 대립을 미래세대에 넘겨줄 게 아니라 번영과 생명의 시대를 토대를, 그리고 이 자리가 앞으로 더 확장되고 펼치지는 씨앗이 되었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