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돼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알려진 육군 수방사 1경비단이 수개월 전부터 'MBC 건물 내부 도면'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방송문화진흥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경비단은 MBC에 건축물 현황도를 요구하며 수방사 소속 군인 5명이 실제로 방문, 주요 보안지역을 시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에는 '작전지역 친숙화 및 현황숙지'라고 표기돼 있었다. 수방사 1경비단은 본사 '주조'와 뉴스센터 '부조'를 시찰하고 본사 외곽까지 둘러본 것으로 확인됐다.
정동영 의원은 이날 출석한 MBC 박건식 기획본부장에게 “‘주조’란 ‘주조정실’을 뜻하며 방송 송출을 최종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하는 핵심 공간”이라며 “주조정실이 차단되면 실제적인 방송 차단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MBC 박건식 기획본부장은 “2024년 2월 6일자의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에서 MBC 시찰을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보냈으며 이것은 사상 처음이기 때문에 당시 매우 의아했다”고 밝혔다.
●1경비단, 동일 도면 요구한 KBS와 SBS에는 방문 안 해
또한, 정동영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동일한 도면 제출을 요구받았던 KBS와 SBS에는 수방사 소속 군인들이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방사가 MBC를 방문할 당시에도 공문의 양태도 다소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평시에 ‘방호진단’ 명목으로 매년 상하반기 군에서 주요 시설점검을 하긴 하나, 이런 경우에는 해당 관할 ▲시청 ▲경찰청 ▲소방청 등 유관기관이 함께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MBC의 경우에도 그간 받았던 공문에는 ‘마포구청장’, ‘마포경찰서장’, ‘마포소방서장’등이 포함돼 있지만 수방사 1경비단 명의로 받은 공문에는 ‘수도방위사령관(작전과장),’ ‘수도방위사령관(통합방위과장)’ 등이 명시됐고 경찰·소방 등의 유관기관은 없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박건식 기획본부장은 “이전에도 군이 보안시설인 MBC를 찾아온 적이 있었지만, 일반 보병사단이었으며 군만이 온 것이 아니라 항상 군, 경찰, 소방서, 구청 합동점검을 했는데. 2024년 2월 6일자 공문은 수방사만 단독적으로 저희에게 보낸 것이어서 이례적이고 사상 처음”이라고 답변했다.
●국방부 국방홍보원, 계엄 한 달 전 MBC에 자재사양 및 단면도 재차 요구
또한 국방부 국방홍보원은 계엄 한 달 전 MBC에 다시 자재사양과 단면도를 재차 요구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군의 'MBC 단면도'를 재요구에 대한 정동영 의원실의 질의에 MBC(방송문화진흥회)는 “계엄 한 달 전 요구했으며 답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동영 의원은 “실제로 국회에 투입된 1경비단이 계엄 전에 MBC에 방문해 주조와 부조를 시찰하고 간 것도 이례적”이라며 “이후에도 여러 가지 명목으로 MBC에 수차례 단면도를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계엄의 사전 준비 과정이 일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방증”이라며 “소위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방송사에 여러 차례 도면을 요구한 것이 아닌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