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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엽지 인쇄를 통해 인쇄산업의 새 역사를 계속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신우프레스(주) 조광윤 회장


그가 받은 많은 상(賞)중에는 2006년 9월 14일, 인쇄문화의 날에 수상한 ‘인쇄문화대상’도 있다. 회사를 설립하여 열심히 달려왔는데 13년만에 인쇄인으로서 최고 영예의 상징인 인쇄문화대상 경영부문 수상자가 됐다는 기쁨은 그에게 남다른 감회를 안겼다. 또한 2005년 제 42회 무역의 날에 1천만 불 수출로 받은 철탑산업훈장은 본격적인 해외수출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청신호를 울린 쾌거였다.

일반인들에게는 그리 익숙지 않은 용어 중 박엽지가 있다. 박엽지(薄葉紙, tissue paper , thin paper) 라는 종이는 두꺼운 종이에 대응하는 말로서 얇은 종이를 통틀어 부르는 단어이다. 이를 분류할 때 보통 가정용 박엽지와 일반 박엽지로 나뉜다.

가정용 박엽지는 두루마리 또는 평판 화장지의 원단으로 사용하며, 일반 박엽지는 담배를 마는 궐련용지(rice paper), 식품포장지로 쓰는 글라신지(galssine paper), 사전용지(事典用紙India Paper), 콘덴서지(condenser paper), 한지(韓紙) 등이 있다. 사전용지인 인도지는 사전, 또는 약의 효능 설명서 등을 인쇄하는 데 주로 쓰이는 것으로 불투명도가 높고 인쇄적성이 좋으며 평균 무게가 1㎡ 20~30g 정도의 종이를 말한다.

설명을 들으면 금방 이해되는 박엽지는 그러나 인쇄를 하기엔 무척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종이가 얇기 때문인 것이다.
인쇄가 한 면일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양면을 인쇄하다 보면 뒷면에 잉크가 배어 나오지 않아야 하는 것이 첫 번째 어려움이다. 기름이 주성분인 인쇄용 잉크가 얇은 박엽지에 퍼지지도, 배어나오지 않게 하는 기술(인쇄술)을 얼마나 보유했는가에 따라 회사의 평가가 달라진다.

지금 보고 있는 이 잡지는 종이의 무게가 100g/㎡로 1평방미터당 100그램인 스노우지다.

그에 비해 박엽지는 ㎡당 20~30g 밖에 되지 않으니 얼마나 얇아야 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1993년에 경기도 파주시 맥금동에 인쇄공장을 세우고 세계 최초로 20g 박엽지 인쇄를 성공시키더니, 금년에는 18g 인쇄를 역시 세계 최초로 내놓게 되는 회사가 있다.

「신우프레스」라는 이름의 성경 전문 인쇄회사로서 박엽지 인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인쇄산업의 숨은 공로자인 조광윤 회장(66)은 자신의 공적이 알려지지 않는 것을 오히려 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인물이다.



인쇄사업은 어떤 연유로, 언제부터 뛰어 드셨는지요?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들어간 회사가 인쇄회사였습니다. 제가 입사한 1975년에「민중서관」이라는 곳으로부터 영어사전 인쇄를 주문받아 제작한 것에서부터 박엽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지금은 IT기술의 발전으로 종이사전이 퇴조하게 된 시대이지만, 당시의 영어사전은 모든 가정과 사무실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필수품으로 없어서는 안 될 품목이었습니다. 인쇄기술 중에도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박엽지 인쇄는 그래서 제게 호기심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신우프레스(주)」회사 창업 과정을 소개해 주세요.

“그렇게 회사의 직원으로서 인쇄에 대한 공부와 더불어 경영에도 관심이 남달랐던 어느 날, 1982년 5월인가로 기억됩니다. 우리나라도 사전을 만들기는 하지만 일본에 비하면 아직 기술력이 못 미치던 시절이었습니다. 한국국제기드온협회라는 당시 저도 생소한 곳에서 제 이름을 묻더니 만나자는 거예요. 약속장소에 나갔죠.

협회에서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는 이상인 장로라는 분이었어요. 국제기드온협회(Gideons International)를 잠시 설명하면 도움이 되겠네요. 1899년 미국에서 설립된 기독교 선교단체로서, 성경을 전 세계적으로 출판하여 보급하는 사명을 가진 국제 개신교 단체예요.

호텔에 투숙해 보면 객실에 비치된 성경책에 기드온이라는 단체의 명칭을 본 기억이 있지요? 성경의 구약시대에 나오는 사사(士師, 판관)이자 군사 지도자의 이름인데, 기드온을 상징하는 ‘겸손, 신앙, 복종’을 기려 단체의 명칭을 따왔다고 해요. 기드온의 성경은 호텔만이 아니라 병원, 요양원, 군대, 교도소, 학교 등에 성서를 무료로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기드온협회는 1963년에 창립됐다는 거예요. 자세하게 설명한 이유는, 그렇게 수없이 많은 성경책을 제작해야 하는데 제대로 인쇄를 하려면 일본에 돈을 주고 만들어야 했던거지요. 앞에 소개한 이상인 사무총장이 우연히 민중서관 사전을 봤는데 인쇄내용이 일본 못지 않은 걸 보고 저를 만나자고 한 거구요. 한국국제기드온협회가 당시에는 1년에 180만 권의 성경을 보급하고 있었는데 그날 제게 36만 권을 주문하셨어요.” 제대로 만들어 납품을 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납품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쇄비를 받았는데 당시로서도 어마어마한 1억6천만 원이나 됐어요. 회사에 돌아가 사장님께 수표를 슬쩍 보여드렸더니 ‘어이쿠, 한번 만져나 봅시다’하며 감격스러워 하더군요.”

그 이후 10여 년을 더 회사에 몸담으며 박엽지 인쇄에 매달리다가 1993년 창업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성경책을 제작하다보니 기독교 신앙심이 생겼고, 본격적인 성경 인쇄를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싹트다 보니 독립된 사업으로 키우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한글 성경 외에 외국어 성경도 만드신다는 말씀이군요?

“물론입니다. 가장 많이 제작하는 언어는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가 있고, 기드온 말고도 대한성서공회가 보급하는 소량의 소수언어를 다 포함하면 아랍어 등 70~80여개의 언어로 성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1,500쪽 기준의 성경책 500만 권이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성경시장의 15%를 신우프레스가 맡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의 공장이지만 한글 성경은 10%에 불과하고 전체 발행량의 90%는 수출을 하고 있지요.”

그가 받은 많은 상(賞)중에는 2006년 9월 14일, 인쇄문화의 날에 수상한 ‘인쇄문화대상’도 있다. 회사를 설립하여 열심히 달려왔는데 13년만에 인쇄인으로서 최고 영예의 상징인 인쇄문화대상 경영부문 수상자가 됐다는 기쁨은 그에게 남다른 감회를 안겼다. 또한 2005년 제 42회 무역의 날에 1천만 불 수출로 받은 철탑산업훈장은 본격적인 해외수출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청신호를 울린 쾌거였다. 

“2014년의 수출 목표는 3천만 달러로 잡았습니다. 작년 수출실적으로 볼 때 무난할 것으로 보여 세운 목표입니다. 서두에도 밝혔듯이 성경도 사전과 마찬가지로 전자기기의 영향으로 점점 발행부수가 감소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일반 인쇄용지의 출판물도 마찬가지의 어려움이 있으나, 그러나 박엽지 시장에서 만큼은 진전된 기술을 계속 개발해 볼 생각입니다. 평생을 해 온 일이고, 처음부터 사명감을 잃어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소문을 들었습니다. 취미가 다양하기도 하지만 전문적이시라던데…

“젊은 시절부터 즐겨했던 스킨스쿠버는 PADI(프로전문다이빙강사협회) 자격증을 취득해서 가르치는 수준까지 즐기는 레저입니다. 탤런트 현석과 친구여서 함께 즐겼는데 그러다 보니 연기자들 중 제게 스킨스쿠버 교육받은 사람이 제법 있지요. 하하… 스쿠버다이빙은 물속의 신비로움을 사진으로 본 이후 시작한 경우이고… 고교시절에 잠시 밴드부에서 색소폰을 불었던 인연으로 틈나는 대로 색소폰 연주를 취미삼아 합니다. 남들은 프로 수준이라고 띄워주지만 제 스스로는 중급 정도가 아닐까 평가합니다. 연주 CD를 기념으로 만들어 가까운 분들에게 돌리는 것도 기쁨 중의 하나지요.

저는 노는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일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역설하곤 합니다. 당연히 일이 우선이어야 되지만, 바둑과 같이 너무 몰두하는 취미보다 활동적이며 감성적인 여가생활을 적극 권하는 편이지요.”

인터뷰 도중 공장을 둘러보았다. 약 3천평부지에 2동의 대형 공장건물과 창고 하나가 양지 바른 곳에 자리잡은 신우프레스에는 고속 대형 윤전기 4대, 박엽지 시트기 1대, 제본기들이 깨끗한 공장 내부에서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세계에 4대밖에 없다는 독일제 금장기(성경 옆면에 금박물을 입히는 특수기계)가 캡슐형태의 우주선 모양으로 따로 가동되는 등 시설의 규모를 실감케 한다. 이렇게 기계는 많아도 자동화 설비로 바뀌다 보니 100명의 직원으로도 그 많은 양이 차질없이 인쇄되고 제본되어 지고 있었다. 작업하는 직원들의 표정도 편안해 보였다.

“동종 업계보다 대우를 더 잘하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직원들의 만족도를 제 입으로 말씀드리긴 쑥스럽군요. 제가, 과거 봉급 받던 생활을 잊지 않고 떠올려 보는 이유는 경영자와 고용자의 관계보다 주인의식을 다 함께 갖고자 하는데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합심해서 만들어가는 직장,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생산되는 열매를 풍족히 나눠 먹을 수 있는 이상적인 회사를 어쨌든 지향합니다.”

고등학교까지 자녀 학비지원, 정기적인 단체 해외여행 , 구내식당 운영 등 (주)신우프레스의 후생지원제도는 중소기업체의 평균 수준 이상으로 보였다. 다만 이직률은 최저 수준이란다. 최고 경영인으로서 밝히는 경영철학은 그래서 더욱 귀에 잘 들어왔다.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말을 저는 싫어합니다. 아무리 얕은 물속이라도 갑자기 깊어지기라도 하면 물을 먹을 수밖에 없는데도, 세상살이를 마치 쉬운 일처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조금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공짜로 생기는 이득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거지요.”     

베풀기 좋아하기로 소문 난 호인이지만 일에 우선을 두고 열심히 살아 온 조광윤 회장은 부인 김영숙씨(65)와의 사이에 남매를 키워 모두 출가시켰다.

성공한 사업가로, 교회의 장로(일산동안교회)로 하루 하루를 값지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박엽지 인쇄를 통한 세계속의「신우프레스(주)」는 인쇄분야의 신기록을 계속해서 깨뜨리는 수출기업으로 기록될 것을 의심치 않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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