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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체험 행사 여는 코미디언 김미화

"농촌과 도시민 엮어주는 문화행사에 놀러오세요"

한 때 삶에 지친 국민들의 가슴에 시원한 오아시스같은 웃음을 선사했던 코미디언 김미화.

 그녀는 1986년 KBS 쇼 비디오자키 ‘쓰리랑부부’ 코너를 통해 폭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동료 개그맨 김한국 씨와 명콤비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그녀는 거침없는 입담으로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발탁됐다. 당시 그녀가 진행하던 MBC 시사프로그램인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이라는 프로는 시사문제를 보통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기 쉽게 진행하는 김미화의 입담이 더해지면서 최고의 청취율을 기록하게 된다.

 

그러던 김미화는 KBS의 블랙리스트사건을 시발로 국정원과 국무총리실의 대대적인 민간인 사찰 때 소위 야성이 강한 연예인으로 지목되면서 사찰대상이 되고, 이로 인해 프로그램 진행자 자리에서 결국 하차하게 된다. 지금은 자연과 함께 진정한 삶을 알아가고 있다는 코미디언 김미화를 만나 그간의 근황과 속 얘기를 들었다.


 

논밭 한 복판에 있는 카페에서 바라본 6월의 들판은 싱그러웠다. 곡식이 영글기에 적당한 여름햇살과 농촌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카페테라스. 오래된 고목이 수호신처럼 버티고 있는 ‘호미카페’는 코미디언 김미화가 10개월 전 오픈해 운영하고 있는 카페다. 이 지역의 농산물을 알리고 친환경과 유기농을 장려하기 위해 연 카페인데 이름을 지을 때 남편이름(윤승호 성균관대 교수)의 '호'자와 자신의 이름 '미'자를 따서 지었다고 했다. 건물이라고 해봐야 논밭 한가운데 덩그러니 컨테이너 4개를 붙여서 만든 게 고작이지만 담고 있는 의미는 소박한 듯 하면서도 울림을 준다.


그는 "도시사람들이 농부들 곁으로 와서 농부들이 얼마나 수고하는지도 보고 농부들이 직접 지은 농산물을 농부가를 지불하고 사가도록 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카페의 의미를 소개했다. 카페를 열기까지 5년 동안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는 그는 사회복지를 공부한 자신의 전공과 문화행사 기획을 좋아하는 남편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우리가 재밌고 즐거운 일을 한 번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오랜 시간 고민하고 깐깐히 준비한 덕분에 호미카페는 오픈 10개월 만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어 있었다. 더욱 특이한 것은 보통의 카페들이 젊은 연인들로 채워지는 것에 반해, 이곳은 밀짚모자를 쓴 농부들과 도시민들이 함께 하는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우리 카페는 농부님들이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시는 오픈 공간입니다. 농부님들이 카페에 오시면 모두 공짜에요. 처음에는 농부님들이 잘 안 오셨는데 지금은 집을 드나들 듯 자주 오세요. 농사짓다가 더우시면 목에다 수건 두르고 밀짚모자에 고무장화 신고 카페로 오셔서 시원한 커피나 음료수 한 잔 드시고 일하러 가시는데 너무 보기 좋아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이걸 잘 시작했구나'그런 생각도 들고요. 그러다 보니 카페 손님 한 팀은 그런 농부님들이시고 다른 한 팀은 도시에서 오신 잘 차려입으신 도시민들이에요. 그런데도 전혀 이질감이 없잖아요. 도시에서 오신 분들도 너무 신기해하고요. 도심에서 볼 수 없는 이런 카페형태가 너무 좋다고 해요."


순악질여사 김미화의 '농사일기'


김미화 부부는 5년 전부터 이곳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단순히 농사를 짓는다기보다는 농촌지역의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이벤트를 겸한 농사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이 정확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올해는 감자 열세 고랑을 심었는데 낼 모레면 감자 캐기 행사를 할 예정입니다. 감자를 심을 때도, 캘 때도 카페를 통해 신청자를 받는데 신청자들이 넘칠 정도에요. 서울 근교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자연을 체험하면서 같이 즐기는 행사가 많질 않다 보니까 이런 행사에 도시민들이 목말라 하는 것 같아요. 만원을 내고 행사에 참여해 감자를 캐는데 아이도 부모들도 너무 즐거워해요. 갈 때는 캔 감자를 한 두 박스씩 사서 가는데 유기농법으로 기른 감자다 보니 굉장히 좋아해요."


그는 감자농사를 태평농법으로 짓는다. 태평농법은 자연생태계의 원리에 따른 무 경운 이모작 건답직파 농법을 말하는데 자연 생태계에 중심을 두고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땅도 갈지 않고 미생물 벌레 등 천적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걸 말한다.


"소똥만 뿌려서 친환경으로 하는 겁니다. 저기 보시다시피 풀이 엄청 많잖아요. 태평농법은 풀하고 감자하고 경쟁을 하게 해서 살아남는 식물이 이기는 거예요. 다른 관리는 하지 않고 중간 중간에 풀 관리만 해주는데 그렇다고 아주 심하게 하진 않아요. 당연히 약을 뿌리거나 그러지도 않고요. 도구보다는 손을 사용해 풀을 뽑아 주고 가끔은 풀 깎는 기계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되도록 손으로 하는 편이에요. 벼농사도 짓고 있어요. 3,966.96㎡(1,200평)에다 흙 찹쌀을 심었는데 다른 논들은 파란색인데 제가 농사짓는 논은 까만색이에요. 흙 찹쌀이라서 벼 자체가 검은 색인 거죠. 우렁이 농법으로 짓는데 얼마 전 우렁이를 사다가 넣었으니까 아마 지금쯤 우렁이가 풀을 다 뜯어 먹었을 겁니다."


건강한 먹거리 장터 '순악질농부 벼룩시장'


호미카페의 마당에서는 주말마다 '순악질농부 벼룩시장'이 열린다. 농부들이 아침 일찍 채소나 농작물들을 뽑거나 뜯어다 놓으면 자원봉사자들이 팔아 준다. 이렇듯 주말에는 장터가 열려서 이 지역에서 재배되는 다양한 농작물이 도시의 소비자와 직거래된다. 저장성이 있는 감자, 토마토, 계란 등은 매일 판매하는데 카페 안에 한 코너를 만들어서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저는 이런 것들이 단지 농민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도시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고 방송을 하게 되면서 시사프로그램을 오래하다 보니 젊은 직장인 남성분들과 친해졌는데 그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까 일하는 것에 비해 그들에게 먹는 게 참 부실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들이 좋은 먹거리를 먹을 수 있게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시작하게 된 것인데 모두 너무나 좋아해요. 비록 이곳이 들판 한 가운데 있다고는 하나 도시에서 접근성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보니까 찾아오는 분들도 아주 많고요."


그는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게 많다고 했다. 우선 자식처럼 아껴주는 시골 분들의 순수한 사랑과 몸으로 표현하는 진정한 고마움, 그리고 분수만큼만 가질 줄 아는 나눔도 배웠다고 했다.
"우리가 보통 사회생활을 하면서 고마운 일이 생겨도 고마움을 몸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그런데 농부님들은 정말로 몸으로 고마워해요. 농부님들이 지어온 채소 등을 2천원, 3천원 받고 팔아드리는데도 농부님들 댁에 가면 고맙다고 아침에 고기를 구워줘요. 제가 이런 넘치는 사랑을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그는 농민들의 채소를 대신 팔아주기 위한 '순악질 농업법인'도 설립했다. 농부들이 지어온 채소나 농작물은 이곳에서 저장되고 여길 통해 판매를 하게 된다. 최근에는 또 다른 기획도 하고 있다고 했다.
"직접 농사도 짓고 농산물도 팔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다 보니까 귀농을 하고 싶은데 교육을 받을 데가 없다거나, 농촌에 와서 힐링을 하고 싶은데 할 곳이 없다는 등의 욕구들이 많았어요. 이들을 위해 도움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 귀농이나 힐링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여기서 직접 농사를 짓고 계시는 농부님들에게 농사에 대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귀농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농부님들에게도 뿌듯한 보람이 생기고요."


주말이면 다양한 문화행사장으로


단순한 오픈이 아니라 사전에 철저하게 기획하고 분석해서 연 카페니만큼 이곳에는 주말마다 다양한 행사도 열린다. 가끔 특이한 인문학 강의도 열리는데 농부들이 직접 강사가 되서 유기농 달걀을 먹으면 왜 좋은지, 우렁이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 왜 좋은지 등을 도시민들에게 알려주는 자리다.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해요. 농부님들이 자기의 경험을 통해 얻은 것들을 가감없이 그대로 전달해 주다 보니 손님들도 아주 좋아하고요. 재밌는 건 낮에는 농사를 지으시면서 빨리 집게를 여기(윗옷)에 꼽고 농사짓던 농부님들이 문화행사를 관람하러 오실 때는 반짝이 옷으로 곱게 갈아입고 오세요. 관람료가 만원인데 돈을 가져와서는 직접 내시고 보시겠다는 겁니다."

 

"원래 동네 어르신들은 돈을 다시 돌려드리는데 그게 싫으셨던 모양이에요. 나도 당당하게 돈을 내고 문화행사를 보시겠다는 거죠. 농부님들이 예술의 전당 못가시잖아요. 그런데 여긴 도시민들하고 어우러져서 그런 공연을 볼 수 있는 거죠. 그것도 너무 어려운 ‘푸치니오페라’ 같은 걸 보시겠다고 오세요. 물론 공연을 하기 전에 설명하고 성악가들이 공연을 하지만 그만큼 문화에 목말라 하신다는 거죠."


호미카페는 꼭 주말이 아니라도 평소 열린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카페실내 벽에는 문화예술인들이 계속해서 돌아가며 그림전과 인형전을 연다. 가끔은 한쪽 공간에다 그릇전도 여는데 손님들의 호응이 크다. 강의를 듣고 싶다는 학생들이 신청을 하면 마이크시설을 해서 강의도 해준다. 예술 공연은 바깥에서도 하고 실내에서도 하는데 요즘 같은 날씨에는 문을 모두 열어 실내외를 모두 활용하기도 한다. 낮에는 합창단원들이 연습하고, 저녁이면 가수나 예술인들이 공연하는 등 호미카페는 종합 예술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저도 농부 다 됐어요


"농촌은 어르신들을 잘 모셔야 해요. 그래서 저희도 오픈할 때 돼지 두 마리를 잡아서 이틀 동안 잔치를 했어요. 지역 어르신들을 다 초청하고 돼지 한 마리면 될 줄 알았는데 전날 오시고 그 다음날 오시고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시골 분들은 한 번 얻어먹으면 그걸 잊질 못하시는가 봐요. '내가 김미화 집에서 돼지 두 마리 잡아서 대접받았다'고 얼마나 자랑을 하셨는지 소문이 다 났어요. 이 지역의 공무원분들이 친환경 농사를 하는지 조사하러 오시는데 지역 어르신들이 '김미화 집에서 대접받았다고 하시면서 너무 감사해 하더라'면서 고맙다고 대신 인사해요. 처음에는 '쟤들이 뭘 하겠어' 하는 호기심으로 바라보시다가 지금은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갈 때 없었는데 잘 됐다고 하시면서 오셔서 차도 한잔씩 드시고요. 대부분의 카페들이 젊은 사람들만 오가다 보니까 동네에 카페가 생겼다고 해도 어르신들이 드나들기기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우리카페는 그런 곳이 아니라 언제든지 어르신들이 오셔서 쉬었다가 가시면 되니까 어르신들이 좋은 공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해요."


그는 농촌사람들과 살면서 아직도 이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남을 나쁘게 해서 자기의 이익을 취하려고 하거나 비리를 저질러서 자기의 욕심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너무 성실해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이다. 땅에 대한 진실만 믿으며 하늘에서 볕을 내려주면 땅에 곡식을 가꿔서 먹고 사는 것에 감사하고, 비와 바람과 햇볕에 감사하면서 정직하게 땅을 일궈가는 그들에게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새롭게 공부하는 중이라고 했다.


방송진행 그만 두고 농부된 사연


한때 김미화는 잘 나가던 코미디언이면서 방송인이었다. 시사프로그램도 꽤나 오랫동안 진행했고 청취자들로부터 큰 호응도 받았다. 그러던 그가 확실치 않는 어떤 일에 휘말리면서 방송에서 돌연 하차했다.
"제가 방송프로그램을 진행한 게 아마 약 8년 반 정도 했지 않았나 싶어요. 당시 프로그램을 하차하게 된 데는 MBC 노조하고 경영진 사이에 심각한 대립이 있었는데 프로그램 진행자가 너무 편향이 되어 있는 거 아니냐는 어떤 부류를 말에 좌지우지 하게 된 것이죠. 당시 국무총리실에서 엄청난 사찰문제가 있었거든요. 그 문건에 ‘328. MBC 라디오 MC 김미화 교체 관련 동향, 자체/EB/민정2’라는 기록도 있었고요. 당시 국무총리실에서 왜 저를 사찰했는지는 모르지만 코미디언인 내가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엄청 잘했다는 이유로 사찰 대상이 됐지 않았을까 하는 추리 정도는 해볼 수가 있습니다."


그는 당시 프로그램 하차는 어떤 한두 가지의 일이라기보다는 나라전체가 이상하게도 반으로 나뉘면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했다는 그 자체를 너무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당시 코미디언으로만 있었다면 그렇게 사찰대상까지는 되지 않았을 거라고 추론도 있었다. 그만큼 당시 시사프로그램의 영향력은 대단했었다.


연예프로그램 진행자로 가라


엄밀히 말하면 김미화는 시사프로그램에서 잘린 거라기보다는 다른 연예프로그램으로 가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저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정해주면서 가라고 했었죠. 그런데 제가 연예프로그램으로 가게 되면 저로 인해 영문도 모르고 잘하던 진행자들이 나가야 되는 상황이잖아요. 그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더군다나 프로그램 관계자나 방송사 측에서조차 제가 시사프로그램을 못하게 된 이유가 뭐냐고 물어도 설명을 해주질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당시 제가 진행하던 시사프로그램은 라디오프로그램 중 청취율도 1위, 진행자 선호도 또한 2~3위 안에 들어갈 정도라 진행자에서 밀릴 이유가 전혀 없었거든요. 그런데도 제가 프로그램 진행을 못하는 것에 대해 그 어떤 합리적인 이유도 설명하지 못한 겁니다. 물론 제가 먹고 사는 거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넘어가면 되는 거죠. 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고 결과적으로 봤을 때 스스로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청난 커리어라고 생각했지만


사회복지를 전공한 김미화는 평소 우리사회의 약자들 편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이상하게도 개혁적으로 비춰지면서 사회반발을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저는 이 사회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증오가 얼마나 큰지 모르겠습니다. 또 제가 1992년 행사장에서 노무현 국회의원을 만났던 일과 2002년 대통령 개표방송에서 야외 진행을 했다는 것이 그렇게 많은 아픔을 받게 할지 꿈에도 몰랐고요. 당시 제가 진행을 맡게 된 것은 인터넷신문사협회의 요청 때문이었고 진행자로서 진행료를 받은 것뿐입니다. 어떻게 그게 저를 이렇게 얽매이게 하고 힘들게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당시 제가 사회를 보게 된다는 게 그만큼 실력이 있어서라고 생각했었고 또 제 커리어를 쌓는데 엄청나게 크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노무현 대통령의 수혜자가 되고 '친노', '좌파 연예인'이라는 인식까지 갖게 됐어요. 방송을 했다는 이유로 친노가 되고 좌파가 될 수 있다는 논리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아요."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만 해도 그래요. 그때 당시에도 저를 포함한 연예인 20여 명이 함께 방송을 했었는데 유독 김미화만 친노라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죠. 물론 친노가 나쁘다는 게 아니지만 그들의 잘못된 표현을 기반으로 해서 악의적인 명예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하는 짓이 너무 악의적이니까 그 누구도 상대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하도 기가 막혀서 제가 법원에 소송을 한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더 공격을 많이 받게 된 것이고요. 그렇잖아요. 저는 이미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이고 자기네들은 잃을 게 없으니 오히려 노이즈마케팅으로 계속 저를 물고 늘어지면 자기들의 존재를 알리고 세력을 확장하는 먹잇감으로 생각한 것이죠."


당시 주변의 사람들은 그가 법정소송을 벌이는 것을 극구 말렸다. 극우신문들하고 싸우는 그 자체가 자칫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 잘못된 것은 꼭 바로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에게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양 네거티브홍보용으로 사용하는 그들의 행태는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왜 함구해야 하는지를 처음엔 잘 몰랐어요.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도 가만히 있으니까 더욱 날뛰는데 그걸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죠."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자기들 맘대로 소설을 쓰는 걸 보면서 우리 사회가 그렇게 불합리하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는 그는 일부 언론의 기자들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적어도 어떤 사건에 대해 제대로 파헤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당사자에게 사실 확인정도는 해야 되는 것이죠. 그런데 제게는 그러한 사실 확인이 한 번도 없었고 노력조차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자기들끼리 이랬을 거야 하면서 소설을 쓰고 그걸 사실인양 배포해 버리는 것이죠. 지난 2010년 KBS블랙리스트 사건만 해도 그래요. 그들이 시청자위원회에다 '김미화가 친노무현 파인데 왜 쓰려고 하냐'고 하니까 그게 실제로 영향을 미쳤거든요."

 

"임원회의에서 결정사항으로 그냥 내려왔으니까요. 그들은 이런 걸 자랑삼아 기사화했고요. 그걸 타 언론들이 다 받아쓰면서 사실처럼 만들어 버린 겁니다. 이렇게 그들이 전 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저에 대해 잘 모르던 방송사 윗분들까지 '김미화는 좌파'라는 편견을 갖게 만든 것인데 이런 모든 현상들이 어떤 편견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걸 알면서도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요."

 

"이건 분명히 저에 대한 명예훼손인 만큼 한 건 한 건 싸워나갈 겁니다. 소송이 현재 1심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힘겨운 싸움이지만 아직은 우리사회에 정의가 살아 있고 진실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꼭 알려 줄 겁니다."

그는 누구라도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이런 일들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들 스스로가 이런 방법은 이제 먹히지 않는구나 그런 걸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라도 이 싸움은 멈추지 않을 거라고 했다. 앞으로 후배들이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있는데 그들을 또 공격받게 할 순 없다는 그는, 선배로서 그런 기틀을 마련해 놓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각오다.


웃기고 자빠졌네


김미화는 지난 2012년 ‘웃기고 자빠졌네’라는 책을 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전 국민을 웃기는 코미디언이었지만 KBS 블랙리스트 사건을 시작으로 그동안 겪었던 MBC 시사프로그램 하차, 민간사찰 등 언론과의 갈등, 수년간의 소송 과정, 당시의 심경, 다시 시사프로그램으로 복귀하기까지의 과정을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솔직함이 배어 있으면서도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책이 나오자 한 비평가는 서평을 통해 "다시는 우리 사회에 있어서도 안 되는 이런 비민주적이고, 악질적인 정권을 이들의 증언을 역사에 남겨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정치보복이라는 허튼 소리 집어치우고 이런 비민주적인 일에 앞장서고 과잉 충성했던 자들이 어떤 길을 걸을지 분명히 지켜보자. 누구보다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 싶어 하는 코미디언 김미화가 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나는 지금을 기억하자"고 썼다.

또 명진 스님은 그녀의 아픔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오랫동안 그녀가 나는 안쓰러웠다. 웃겨야 할 개그우먼에게 눈물을 강요하는 시대가 원망스러웠다. 참지 못하고 못 본 척 못 하고 박이 터져라 머리를 들이미는 그녀의 미련함에 미안스러웠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은 그의 울분을 대신 표현하고 글로 쓴다. 하지만 정작 김미화 자신만은 덤덤하게 자연과 더불어 농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사회의 불합리한 것들을 보고 참지 못하는 그의 성격이 너무 큰 출혈로 이어진 데 대해 안타까워하는 이들은 이제 그가 살고 있는 농촌으로 향하고 있다.


"코미디언으로서 어떤 장르보다 코미디가 가장 우수한 장르라고 생각한다"는 김미화. 그의 탄산음료와도 시원한 입담이 또 다시 국민들의 가슴에 희망을 전달할 날은 언제일지 기다려 봐야겠다.


MeCONOMY Magazine July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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