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부] 숲 하늘길을 걸어보셨나요?
내가 자주 다니는 김포시와 인천광역시 경계에 있는 가현산(歌絃山, 215m)의 등산로는 거대한 능구렁이가 바닥을 쓸고 지나간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다니면서 길의 흙이 다져지고, 비가 올 때마다 도랑을 이룬 빗물이 흙을 쓸고 가면서, 정상 부근의 등산로 주변의 큰 나무뿌리가 흉물스럽게 전라(全裸)의 상태로 길 위에 드러나 있다. 등산객들은 너나없이 그렇게 드러난 뿌리를 발판이나 된 듯 밟고 지나다니면서, 뿌리와 신발이 닿는 부분은 지팡이 손잡이처럼 반들거린다. 절대 멈출 수 없는 나무와의 대화 “아무래도 흙을 덮어 줘야겠는걸”하며, 나는 그렇게 마음 먹고, 휴일 오전, 산에 오를 때마다 배낭을 짊어지고 집을 나섰다. 배낭에다 산 아래에 쌓인 흙을 부삽으로 떠서 담고, 그 배낭을 지고 올라가 정상 아래의 등산로에 드러난 뿌리부터 흙을 덮어주기 시작했다. 5개월째 나 나름의 복토(覆土) 작전을 전개했으나, 문제가 된 등산로의 길이가 70m나 되고, 워낙 드러난 뿌리가 많아서 흙을 덮어봤자, 저수지에 모래 한 알을 던지는 듯했으니, 눈에 띄는 효과가 없었다. 더구나 비가 오는 날, 궁금해서 우산을 쓰고 산에 올라와 보면, 복토한 흙이 빗물에 씻겨 내려 가버리는 것
- 윤영무 본부장(기자) 기자
- 2021-11-11 1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