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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 03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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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의 이면, 보호인가 부담인가

 

1773년 겨울, 미국 보스턴 항구에 정박한 영국 상선에서 수십 상자의 차가 바다로 던져졌다. 식민지 주민들이 영국의 차 관세에 반발해 일으킨 이른바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이다. 이 작은 항구 도시에서 시작된 저항은 훗날 미국 독립전쟁의 불씨가 되었다. 단지 ‘차 값이 비싸서’가 아니었다. 영국의 지나친 과세가 부당하다는 시민적 분노와 자주권에 대한 열망이 얽힌 사건이었다.

 

오늘날의 관세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수입품에 매겨지는 세금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국가의 경제 전략이자 정치적 무기이며, 때로는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메커니즘이다. 우리가 마트에서 구매하는 수입 커피나 치즈, 전자기기 가격의 이면에는 이러한 관세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관세는 단순한 경제적 조치가 아닌, 정치·외교·사회적 이해관계가 얽힌 ‘보이지 않는 장벽’이기도 하다.

 

◇“왜 관세를 매기는가?” – 경제적·정치적 논리의 교차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발표로 관련된 국가들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교과서에서 보았던 관세라는 용어, 과연 그 의미는 무엇인가? 왜 관세를 매기는가? 쉽게 말하면 외국에서 자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자국 정부가 부과하는 세금이다. 사회과 교과서에는 보호무역주의의 핵심 수단으로, 자국의 산업을 외국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고, 무역수지를 개선하며,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목적을 지닌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대 무역 구조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관세는 더 이상 경제 논리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정치적·전략적 이유로도 활용된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 일본의수출 규제 등은 관세가 ‘경제 전쟁’의 무기로 활용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므로 각 국가의 관세정책은 경제적인 목적과 정치적 논리가 교차된 형태로 훨씬 복잡한 이면을 가지고 있는 형태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비자는 무엇을 지불하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관세는 누구에게 혜택을 주고, 누구에게 부담이 되는가? 일반적으로는 보호받는 산업에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며, 자국의 고용이 유지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경쟁력이 약한 산업의 경우, 외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숨 고르기 시간’을 벌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산업을 대상으로 지원 정책을 병행하기도 하며, 관세를 통해 일시적인 안정을 꾀한다.

 

그러나 관세의 이면을 가장 명확히, 그리고 가장 빈번하게 체감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소비자다. 소비자들은 관세로 인해 이전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물건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고급 사치품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의류, 전자제품, 식품, 생필품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수많은 제품이 해외에서 원재료나 완제품 형태로 들어오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관세는 최종 소비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

 

예컨대 수입 와인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소비자는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과거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에 구매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사치의 문제가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외국산 식재료나 약품, 교육 기자재와 같이 공공성과 실용성을 가진 분야로도 영향을 확장 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의약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세 정책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가격 저항을 키우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기업의 입장에서도 관세는 간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원재료나 부품의 수입 비용이 증가하면, 전체적인 제품 생산 단가가 상승한다. 이로 인해 국내 생산품 역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며, 그 비용은 결국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기업은 그 부담을 흡수하기보다,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분산시킨다. 특히 다국적 공급망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일수록 관세의 영향은 더욱 크게 나타나며, 소비자는 점점 '같은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에 익숙해지게 된다.

 

◇역사로 살펴보는 관세 이야기

 

관세가 역사적으로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왔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930년 미국에서 제정된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이다. 이 법안은 세계 경제사에서 ‘정책이 경제를 어떻게 망칠 수 있는가’를 상징하는 결정적 장면 중 하나로 자주 인용된다.

 

1929년, 미국은 역사상 가장 큰 경제 충격 중 하나인 대공황(Great Depression)을 맞았다. 실업률은 치솟았고, 은행은 줄줄이 파산했으며, 산업 생산은 급감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인상을 추진했다.
스무트 상원 의원과 홀리 하원의원이 주도한 이 법은 당시 수입되는 2만여 개 이상의 품목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표면적인 목표는 분명했다. 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 소비자들이 국내 제품을 더 많이 소비하게 만들고, 그 결과 공장과 농장은 다시 가동되고, 고용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이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지지를 받았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전 세계적인 보복성 무역 전쟁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미국의 관세 인상에 맞서, 유럽 국가들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자국의 수출을 보호하기 위해 자국 역시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였다. 국가 간 교역은 눈에 띄게 줄었고, 무역량은 전 세계적으로 급감했다. 1929년에서 1934년 사이, 세계 무역은 약 66% 이상 감소했다고 평가 된다. 이는 대공황을 더욱 깊고 길게 만들었으며, 글로벌 경제를 극심한 침체로 몰아넣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훗날 많은 경제학자와 정책 입안자 들에게 깊은 교훈을 남겼다. 자유무역의 원칙이 항상 절대적으로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관세를 통한 극단적 보호주의가 세계 경제를 얼마나 빠르게 위축시킬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실제로 이 법은 훗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무역체제 재편(예: GATT, WTO 설립)의 계기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전례가 있다. 조선의 ‘쇄국정책’과 ‘개항’은 역사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부분이다. 19세기 당시 조선은 외국 상품의 유입을 제한하고 전통 경제질서를 유지하려 했으나, 열강의 무역 요구와 함께 점차 개항하게 된다. 관세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외국 세관 관리에게 맡겨야 했던 현실은 식민지화 과정과도 깊이 연결된다.

 

여기서 쇄국정책과 개항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한 국가의 관세정책이 타국에 미치는 교훈은 되새겨 보아야 한다. 이는 다른 의미로 한 국가(특히 상대적 약소국)이 무역 주권을 상실하면 정치적·경제적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단면의 한 예이다.

 

 

◇경제교육, 관세의 의미를 묻다

 

관세정책으로 인한 영향은 단기와 장기로 나누어서 살펴보아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자국 산업 보호, 고용 유지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약화, 소비자 부담 증가, 국제적 고립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현재처럼 글로벌 공급망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는, 하나의 관세정책이 전 세계 생산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특정 화학물질이 특정 국가에서만 생산되는데, 그 수입에 관세가 부과
된다면 전 세계 전자제품 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서두에서 살펴보았듯이 관세가 더 이상 경제적 영역뿐 아니라 정치·외교·사회적 이해관계를 같이 반영하고 있으므로 한 국가의 독자적인 판단을 통한 관세정책 실행은
상당한 마찰음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관세정책을 우리는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경제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 현실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길러주는 것이어야 한다. 관세라는 개념은 학생들에게 '경제는 선택의 연속'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알려줄 수 있다. 자국 산업 보호와 자유무역 사이의 균형, 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안정 사이의 갈등, 그리고 그 선택에 따른 정치적 파급 효과를 고민하게 만드는 훌륭한 주제다.

 

한편으로 관세정책에 실제 어떠한 이면들이 있는지 보다 다양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수업을 예로 든다면 학생들이 그룹별로 국가, 소비자, 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되어 보는 역할극이나 시뮬레이션 수업을 통해 관세에 대해 더 깊게 학습할 수 있다. 이때 국가, 국민, 기업, 소비자의 입장에서 다양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관세정책에 대해 직접 평가하거나 타 집단과 교섭 또는 합의를 이끌어 내며 관세가 가지고 오는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고, 관세가 어떻게 우리들의 삶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면을 볼 줄 아는 시민을 위해

 

‘관세’는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적 협상의 수단이자, 생활 속 소비 구조의 핵심 요소이며, 국제 사회의 긴장적 관계를 동시에 반영하는 지표이다. 우리는 인터넷 기사나 뉴스 한 줄의 정보 너머, 그 이면에 있는 복잡한 맥락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왜 이 나라에는 이 제품이 비쌀까?’, ‘이런 정책이 누구에게 이득이 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경제 시민이 필요한 시대다.

 

경제는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관세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는 단순한 가격 논리를 넘어서, 사회 전체의 이해관계, 국가 간의 협상 구조, 그리고 시민으로서의 우리의 책임과 역할을 생각하게 되며, 그 첫 걸음이 바로 현상의 이면을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다.

 

글 현재균 교육학 박사(쓰쿠바대학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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